[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10장까지 읽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는 과연 만만한 시대가 아니었다는 걸 다시한번 느꼈어요. 윌의 뒷배를 봐주던 귀족들의 반란, 처형, 투옥 사태도 모자라 <리처드 2세>가 자기를 빗댄 거라며 썽내는 여왕에다가, 광신도 같은 과격파 개신교도들의 압박.. 숨도 크게 못쉬고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듯 살아야 되는 판국인데.. 의례가 사라지면서 위로도 슬픔의 배출구도 함께 잃어버린 사람들.. 아들과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햄릿>의 탄생. 캬 정말..
시드니를 비롯하여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이론가들이 원했던 것은 좀 더 정돈된 질서를 가진 것이었다. 무대는 언제나 한 장소만을 표현해야 하며, 연극의 시간은 최대한 하루 내에서 표현되어야 한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또한 비극에서부터 발화되어 고양된 감정들은 절대로 "경멸스러운 장난질"이나 희극의 외설적인 웃음으로 더럽혀져서도 안 된다고 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이러한 것들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유래한 정석 시학에서의 금지와 제한들이었고, 셰익스피어와 그의 동료 전문 극작가들이 거의 언제나 관례적으로 성실하게 위반해 왔던 것들이다. 영국과 유럽 대륙의 박식한 비평가들이 집착하곤 하던 이러한 장르적 경계선과 제약에 대해 철저하게 무관심한 태도가, 셰익스피어의 경력 전체, 그리고 특히나 그 첫 10년 동안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당혹스러운 변덕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에게서는 예술적인 선형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그 어떤 명확하고 논리적인 진행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아앗~;; 어제 완독했는데.. 민음사 2016년판에는 Afterword가 없는 것 같네요? 탈레반의 폭압 속에서 셰익스피어 공연을 올리려고 했던 시인과 극단 이야기가 빠져 있다니? 2004년판에는 있나요?
오잉 그런데 YG님 맨처음 소개글에 아프가니스탄 공연 이야기 나왔는데...? 제 책이 이상한 걸까요?
제일 앞에 있어요. 400주기 기념사에요.
아! Afterword가 앞으로 갔군요! 휴 착각했어요.
제가 최애 셰익스피어 희곡을 1. 리어왕, 2. 맥베스 3. 템페스트로 꼽았는데요. 알고보니 이게 다 햄릿 이후에 나왔던 그의 후기작들이네요.. 어쩐지.. 뭔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연륜이 느껴지던데.. 템페스트가 마지막 솔로작품인 것은 알았지만.. 시기를 보니 그가 뭔가 인생의 만곡점을 느끼기 시작하던 때였나봅니다.. 저는 실은 어릴적에 친할머니랑 살다가 치매에 걸리시고 절 못 알아보시고 돌아가시는 걸 봤고.. 그 후에 고3때 외할머니가 다발성골수종에 걸리셨는데 일사병으로 쓰러진 절 더 걱정하시면서 보약 챙겨먹이다 나중에 제가 대학교 입학하고나서 돌아가셨어요. (실은 고3때 막판에 문과에서 이과반으로 전향한 것도 외할머니가 큰 동기였죠) 일하면서도 죽음을 많이 접하고 나중에 결국 이대로는 못 살겠어서 조금 죽음에서 멀어지고자 여성병원에서 죽음보다 탄생을 더 접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여기서도 아기는 물론 태아도 죽을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는데요.. 생명에는 탄생과 동시에 죽음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걸 절감합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낳고 나서 제게 항상 뇌 속에 시한폭탄 같은 죽음이 따라다녔다는 걸 발견했구요.. (남편은 정관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적부터 죽음과 인생의 부조리와 허무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실은 베케트나 까뮈 등의 책을 좋아한 것도 그래서일 수도 있구요. 위에서 언급한 셰익스피어의 세 작품의 공통적인 최애 장면들은 그런 허무함을 마침내 수용하고 인생에서 그토록 집착하던 것을 내려놓는 장면들이었어요. 그래서 템페스트에서 마침내 박수를 보내달라는 프로스페로/셰익스피어의 모습에서 감동했던 것 같아요. 연기는 대학교 연극동아리에서 잠시만 했지만 무대나 음향 팀 등 스태프를 맡아도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밀려들어오는 안도감 성취감 및 허무함.. 그리고 모두 떠나고 남겨진 무대에 앉아 정리할 때의 그 느낌.. 이걸 어떻게 방학때마다 해도 해도 익숙해지지 않을까..했는데 그걸 한 평생 정신없이 해온 셰익스피어는 어땠을까요.. 스테이션 일레븐의 리어왕 공연도 아프가니스탄의 '사랑의 헛수고'도 어쩌면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돌아갈 폐허같은 죽음과 폭력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라도, 아주 일시적인 '헛수고'일지라도 마법같은 찰나의 순간을, 그 열정을 조금이나마 전하려고, '우리를 즐겁게 해 드리고자 열심'이었고 그 자신도 그 열정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세상을 향한 Will의지였던 것 같습니다. 마침 떠오르는 명곡 링크를 달아봅니다. 샤프 - 연극이 끝난 후 https://youtu.be/s3uPXokhpnA?si=rKLoLfF2FIvaAj2s
와, @borumis 님 같은 X 세대가 이 노래를 알고 계시다뇨! 반갑네요. 대학가요제 386 세대 전위물 같은 건데. ㅋ 이 노래 정말 좋죠? 정말 셰익스피어는 자기 작품이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어디쯤에서 자기 작품을 봤을까? 배우를 봤을까? 관객을 봤을까? 만족을 했을까? 화를 냈을까 궁금해지더라구요. 이책 역사적 윌은 탁월하게 그렸다고 생각하는데 실존으로서의 윌은 좀 아쉽지 않나 그런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borumis 님의 이야기도 절절하네요. 연극은 미치지 않으면 못하죠. 저는 연극에 미친 사람 보긴했는데 역시 제 정신 같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ㅎㅎ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미안해요. ㅠ
ㅎㅎㅎ 전 미국의 60년대 노래들도 무지 좋아해요 엄마아빠 CD를 들으면서 자라서..^^;; 정말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셰익스피어를 그저 작가로만 보고 그의 연극을 그저 책 내지는 무대 위 잠시동안 공연되는 작품으로 봤는데 이제는 셰익스피어를 배우이자 연출 및 극단 책임자 및 가장이자 시민 등의 살아있는 모습으로 보게 되고 그 작품들도 시공간을 초월한 것으로 보이네요.
그러게요. 동감입니다. 근데 전유물을 전위물 썼네요. 그러고 보면 그믐의 달빛도 저에겐 너무 밝은가 봅니다. 흐흑~ (뭔말을 하는건지. ㅠ)
우와... @borumis 님 리뷰 정말 감동인데요. '죽음과 인생의 부조리와 허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말씀에는 가만히 끄덕끄덕했습니다. 어제 제가 다녀온 독서모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서요. 탄생과 죽음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주제인데,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마치 영생을 할 것 같은(자신에게 죽음은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막연함이 들거든요. 언젠가는 다들 죽는데 말이죠. 대학생 때 연극동아리 하셨던 일화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 밀려오는 그 복합적인 감정. 저는 대학생 때 사진동아리를 했었는데요. 전시회를 마치고 나면 뭔가 개운하고, 뿌듯하다는 느낌보다는 헛헛함이 있더라고요. 사진을 다 정리하고, 텅빈 전시장을 멀거니 쳐다보면서도 왠지 모를 쓸쓸함이 있었고요. 이 알 수 없는 감정은 @borumis 님 말씀처럼, 해도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 이상한 굴레 같습니다.
Now I want Spirits to enforce, art to enchant; And my ending is despair Unless I be relieved by prayer, Which pierces so, that it assaults Mercy itself, and frees all faults. As you from crimes would pardoned be, Let your indulgence set me free.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이걸 보니 셰익스피어는 학교나 교회를 세워서 그의 사후의 영안을 위한 기도를 받는 대신 수많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통해 면죄의 기도를 받고자 했던 것 같네요..
Nothing of him that doth fade But doth suffer a sea-change Into something rich and strange.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템페스트는 아직 안 읽어봐서 조만간 일순위로 읽어봐야겠습니다. 셰익스피어 일생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은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구요. 그처럼 풍요로운 창작 활동을 하던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딱 은퇴를 하다니, 이것만 봐도 셰익스피어는 정말 현자인 것 같아요. 하지만 모처럼 그렇게 선택을 했는데 여생이 길지 않았던 건 아쉽네요. 마치 잘 짜여진 연극 한편처럼 자기 삶에 군더더기를 두지 않으려고 했던 것처럼.
We are such stuff As dreams are made on, and our little life Is rounded with a sleep.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 it is a strangeness that hides within the boundaries of the everyday. And that is where he was determined to end his days.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A great while ago the world begun, With hey, ho, the wind and the rain, But that's all one, our play is done.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종교 개혁은 그에게 놀라운 선물 — 한때 풍족하고, 고도로 복잡성을 가졌던 체계가 깨어지고 난 파편 — 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이 선물을 정확히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해야 하는지 알았다. 그는 자신이 성취한 세속적인 성공에 무관심하지 않았지만, 수익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셰익스피어는 한때 완전하던 의례들이 모두 깨지고 손상되어 버린 후의 세계에서(대부분의 우리가 여전히 살아가는 바로 그 세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느끼는 연민과 혼돈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끌어모았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10장 망자와의 대화,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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