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borumis 님 리뷰 정말 감동인데요. '죽음과 인생의 부조리와 허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는 말씀에는 가만히 끄덕끄덕했습니다. 어제 제가 다녀온 독서모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서요. 탄생과 죽음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주제인데,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마치 영생을 할 것 같은(자신에게 죽음은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막연함이 들거든요. 언젠가는 다들 죽는데 말이죠.
대학생 때 연극동아리 하셨던 일화도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 밀려오는 그 복합적인 감정. 저는 대학생 때 사진동아리를 했었는데요. 전시회를 마치고 나면 뭔가 개운하고, 뿌듯하다는 느낌보다는 헛헛함이 있더라고요. 사진을 다 정리하고, 텅빈 전시장을 멀거니 쳐다보면서도 왠지 모를 쓸쓸함이 있었고요. 이 알 수 없는 감정은 @borumis 님 말씀처럼, 해도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 이상한 굴레 같습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연해

borumis
“ Now I want
Spirits to enforce, art to enchant;
And my ending is despair
Unless I be relieved by prayer,
Which pierces so, that it assaults
Mercy itself, and frees all faults.
As you from crimes would pardoned be,
Let your indulgence set me free.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borumis
이걸 보니 셰익스피어는 학교나 교회를 세워서 그의 사후의 영안을 위한 기도를 받는 대신 수많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통해 면죄의 기도를 받고자 했던 것 같네요..

borumis
Nothing of him that doth fade
But doth suffer a sea-change
Into something rich and strange.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오도니안
템페스트는 아직 안 읽어봐서 조만간 일순위로 읽어봐야겠습니다. 셰익스피어 일생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은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구요. 그처럼 풍요로운 창작 활동을 하던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딱 은퇴를 하다니, 이것만 봐도 셰익스피어는 정말 현자인 것 같아요. 하지만 모처럼 그렇게 선택을 했는데 여생이 길지 않았던 건 아쉽네요. 마치 잘 짜여진 연극 한편처럼 자기 삶에 군더더기를 두지 않으려고 했던 것처럼.

borumis
We are such stuff
As dreams are made on, and our little life
Is rounded with a sleep.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borumis
“ ... it is a strangeness that hides within the boundaries of the everyday. And that is where he was determined to end his days.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borumis
“ A great while ago the world begun,
With hey, ho, the wind and the rain,
But that's all one, our play is done.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오도니안
“ 종교 개혁은 그에게 놀라운 선물 — 한때 풍족하고, 고도로 복잡성을 가졌던 체계가 깨어지고 난 파편 — 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이 선물을 정확히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해야 하는지 알았다. 그는 자신이 성취한 세속적인 성공에 무관심하지 않았지만, 수익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셰익스피어는 한때 완전하던 의례들이 모두 깨지고 손상되어 버린 후의 세계에서(대부분의 우리가 여전히 살아가는 바로 그 세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느끼는 연민과 혼돈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끌어모았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10장 망자와의 대화,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오도니안
바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서구 유럽 역사에서 기독교 신앙의 역할, 카톨릭과 개신교의 차이, 종교개혁이 당시 사람들에게 미쳤을 영향, 종교적 의미가 사라진 세계에서 연극(더 넓은 의미에서 콘텐츠)이 갖는 역할 등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제가 그동안 알았던 종교개혁에 대한 지식은 상당히 피상적이었구나 싶기도 하구요.

장맥주
지금 @오도니안 님과 제가 동시에 559쪽을 읽고 있나 봅니다. 신기합니다. 아울러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읽고 있습니다. <햄릿>이 종교개혁 시대 사람들의 혼란한 내면을 반영한 작품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장맥주
“ 연옥에서 온 유령이 「햄릿」의 세계에 나타나서 자신을 기억해 달 라고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개신교 교리에 연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잠시 제쳐 두고라도, 여기서 말하는 암시는 수수께끼처럼 드러난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장맥주
“ 상식적으로 하느님이 세운 거대한 참회소에 속한 영들이, 누군가에게 살인 범죄를 저지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쨌든 그들은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 지금도 자신의 죄를 정화의 불로 태우고 있는 시점이므로. 하지만 이 유령은 미사나 자선을 행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결국 하느님이 모든 복수의 권한을 쥔 독점 체계에서, 그의 아들에게 자신을 죽이고 왕위를 탈취하고 아내와 재혼한 사람을 죽여 달라며 미리 선수를 친 복수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장맥주
“ 이쯤 되면 관객들은 이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 연극은 결국 신학 강의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햄릿은 그에 대해 걱정하고, 실질적인 복수 행위 대신 그를 점점 마비시키는 내적 의심과 불안이 연극의 중심에 들어앉는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장맥주
“ 세익스피어 시대의 공식 개신교 입장에서 유령이란 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중종 맞닥뜨리는 환영들-사랑했던 사람이나 친구의 외양과 기괴할 정도로 닮은 환영들-은 그저 망상이거나, 더 나쁜 경우에는 희생자에게 죄를 짓게 하려는 악마들이 가장 하여 나타나는 것이었다. 햄릿은 처음에는 자신이 "정직한 유령"(1.5.142)을 보았다고 선언하지만, 이 자신감은 점점 불확실성으로 변한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오도니안
등산할 때 후방가이드가 해지기 전에 산 내려가야 한다면서 뒤에서 바짝 따라오는 느낌.

장맥주
“ 셰익스피어는 아들의 무덤 곁에 서 있을 때, 혹은 내세에서의 도움을 원하는 아버지의 간청에 직면하면서 이러한 손상의 결과를 경험했을 것이다. 개신교 권위자들은 가톨릭교회가 죽은 자들과 협상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제공했던 믿음이나 의례들을 공격하고 불법화했다. 그들은 연옥에 대한 모든 관념은 거짓말이라고 말하며, 신도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리스도의 희생이 가져온 구원의 힘에 대한 왕성한 믿음뿐이라고 했다. 물론 이를 굳게 믿었던 사람들도 있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그 어떤 것도 그가 그런 사람 중 하나였음을 암시하지는 않는다.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장맥주
“ 하지만 자신의 아이를 묻는 장례식이라면, 그것보다 더한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 놓인 부모들은 신에게 의문을 제기하고 그들 자신의 믿음을 추궁하게 된다. 셰익스피어도 응당 자신이 속한 개신교 교구에서 정기적으로 예배에 참석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이름이 종교적 반항자 목록에 올랐을 테니까. 하지만 그는 자신 이 듣고 암송하는 것들을 믿었을까?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장맥주
“ 그는 1596년에 아들의 장례식에서 그것을 느꼈고, 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예상하면서 다시 한 번 이중으로 배가된 그 감정들을 경험했다. 그는 죽은 자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가장 깊이 표현한 예술 작품으로써 감정에 대답했다. 바로 「햄릿」으로.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장맥주
“ 18세기 초반, 편집자이자 전기 작가였던 니컬러스 로는 셰익스피어의 배우 경력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했지만 사람들의 기억은 이미 희미해진 뒤였다. "나는 이쪽 방면으로는 그에 대해서 이 이상의 이야기를 건질 수가 없었다." 로는 이렇게 썼다. "그가 보여 준 가장 훌륭한 연기는 자신의 연극 「햄릿」에서 맡았던 유령 역할이었다고." ”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문장모음 보기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