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

D-29
The genius of the play is bound up with this power of implication, by means of which the audience can never quite be done with them, for they are most suggestively present when they cannot be seen, when they are absorbed in the ordinary relations of everyday life.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440,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공포 및 불안감을 극도로 높이고 계속 머릿 속을 맴돌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들을 다 꿰뚫은 셰익스피어.. 이래서 맥베스가 가장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된 연극 중 하나겠죠.. 아마 지금 세상같으면 셰익스피어는 심리스릴러나 호러영화의 대가가 되었을 듯..
If you are worried about temptation, fear your own dreams.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갠달프 같은 멋있는 할아버지 보면 나이듦에 위안이 되지만, 그들의 꽃미남 시절을 보면 헛된 위안임을 알게 되지요.
요즘은 이상주의자가 아니지만 아주 예전부터 쓰던 닉이라서. 링크된 책 안에 혁명 전날이라는 단편이 있는데 오히려 그 소설에 나오는 오도의 모습이 기억이 많이 나요. 혁명의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새로운 세대의 혁명가들 속에서 환멸에 빠져 있는 늙은 오도의 모습이죠. 빼앗긴 자들 속에선 동상과 그가 남긴 문장들로만 만날 수 있어요.
바람의 열두 방향'SF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면, 1순위는 어슐러 K. 르 귄'이라 말할 정도로 문학성이 뛰어난 작가 르 귄. 이 책은 그녀의 첫 번째 단편집으로 인류학, 심리학, 페미니즘 등의 주제를 성공적으로 아우른다. 신화적 깊이와 섬세한 은유가 빛나는, 차분한 사색을 통해 끌어올린 멋진 작품집.
아, 오도가 한 작품에만 등장하는 캐릭터가 아니군요. 세계관이 이어져있나봐요.
이게 오도니안님 인생책인가 봅니다.
셰익스피어는 한때 완전하던 의례들이 모두 깨지고 손상되어 버린 후의 세계에서(대부분의 우리가 여전히 살아가는 바로 그 세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느끼는 연민과 혼돈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끌어모았다. 왜냐하면 그 자신도 자기 존재의 핵심에서 그 같은 감정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셰익스피어는 그의 문화에 존재하던 죽음에 대한 결정적 의례들이 제자리를 잃고 처참하게 밀려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들의 무덤가에 서서 엄청난 고통과 함께 이 사실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또한 극장이 — 그리고 특히나 그의 극적 예술이 — 그 자신과, 그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더 이상 만족스러운 배출구를 찾을 수 없게 된 그 열렬한 감정의 퇴적물을 모두 쏟아 버릴 수 있는 곳이라고 믿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10장까지 읽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는 과연 만만한 시대가 아니었다는 걸 다시한번 느꼈어요. 윌의 뒷배를 봐주던 귀족들의 반란, 처형, 투옥 사태도 모자라 <리처드 2세>가 자기를 빗댄 거라며 썽내는 여왕에다가, 광신도 같은 과격파 개신교도들의 압박.. 숨도 크게 못쉬고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듯 살아야 되는 판국인데.. 의례가 사라지면서 위로도 슬픔의 배출구도 함께 잃어버린 사람들.. 아들과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햄릿>의 탄생. 캬 정말..
시드니를 비롯하여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이론가들이 원했던 것은 좀 더 정돈된 질서를 가진 것이었다. 무대는 언제나 한 장소만을 표현해야 하며, 연극의 시간은 최대한 하루 내에서 표현되어야 한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또한 비극에서부터 발화되어 고양된 감정들은 절대로 "경멸스러운 장난질"이나 희극의 외설적인 웃음으로 더럽혀져서도 안 된다고 했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이러한 것들은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유래한 정석 시학에서의 금지와 제한들이었고, 셰익스피어와 그의 동료 전문 극작가들이 거의 언제나 관례적으로 성실하게 위반해 왔던 것들이다. 영국과 유럽 대륙의 박식한 비평가들이 집착하곤 하던 이러한 장르적 경계선과 제약에 대해 철저하게 무관심한 태도가, 셰익스피어의 경력 전체, 그리고 특히나 그 첫 10년 동안의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당혹스러운 변덕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에게서는 예술적인 선형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그 어떤 명확하고 논리적인 진행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를 향한 의지 -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셰익스피어가 됐는가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박소현 옮김
아앗~;; 어제 완독했는데.. 민음사 2016년판에는 Afterword가 없는 것 같네요? 탈레반의 폭압 속에서 셰익스피어 공연을 올리려고 했던 시인과 극단 이야기가 빠져 있다니? 2004년판에는 있나요?
오잉 그런데 YG님 맨처음 소개글에 아프가니스탄 공연 이야기 나왔는데...? 제 책이 이상한 걸까요?
제일 앞에 있어요. 400주기 기념사에요.
아! Afterword가 앞으로 갔군요! 휴 착각했어요.
제가 최애 셰익스피어 희곡을 1. 리어왕, 2. 맥베스 3. 템페스트로 꼽았는데요. 알고보니 이게 다 햄릿 이후에 나왔던 그의 후기작들이네요.. 어쩐지.. 뭔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연륜이 느껴지던데.. 템페스트가 마지막 솔로작품인 것은 알았지만.. 시기를 보니 그가 뭔가 인생의 만곡점을 느끼기 시작하던 때였나봅니다.. 저는 실은 어릴적에 친할머니랑 살다가 치매에 걸리시고 절 못 알아보시고 돌아가시는 걸 봤고.. 그 후에 고3때 외할머니가 다발성골수종에 걸리셨는데 일사병으로 쓰러진 절 더 걱정하시면서 보약 챙겨먹이다 나중에 제가 대학교 입학하고나서 돌아가셨어요. (실은 고3때 막판에 문과에서 이과반으로 전향한 것도 외할머니가 큰 동기였죠) 일하면서도 죽음을 많이 접하고 나중에 결국 이대로는 못 살겠어서 조금 죽음에서 멀어지고자 여성병원에서 죽음보다 탄생을 더 접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여기서도 아기는 물론 태아도 죽을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는데요.. 생명에는 탄생과 동시에 죽음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걸 절감합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낳고 나서 제게 항상 뇌 속에 시한폭탄 같은 죽음이 따라다녔다는 걸 발견했구요.. (남편은 정관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적부터 죽음과 인생의 부조리와 허무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실은 베케트나 까뮈 등의 책을 좋아한 것도 그래서일 수도 있구요. 위에서 언급한 셰익스피어의 세 작품의 공통적인 최애 장면들은 그런 허무함을 마침내 수용하고 인생에서 그토록 집착하던 것을 내려놓는 장면들이었어요. 그래서 템페스트에서 마침내 박수를 보내달라는 프로스페로/셰익스피어의 모습에서 감동했던 것 같아요. 연기는 대학교 연극동아리에서 잠시만 했지만 무대나 음향 팀 등 스태프를 맡아도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밀려들어오는 안도감 성취감 및 허무함.. 그리고 모두 떠나고 남겨진 무대에 앉아 정리할 때의 그 느낌.. 이걸 어떻게 방학때마다 해도 해도 익숙해지지 않을까..했는데 그걸 한 평생 정신없이 해온 셰익스피어는 어땠을까요.. 스테이션 일레븐의 리어왕 공연도 아프가니스탄의 '사랑의 헛수고'도 어쩌면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돌아갈 폐허같은 죽음과 폭력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라도, 아주 일시적인 '헛수고'일지라도 마법같은 찰나의 순간을, 그 열정을 조금이나마 전하려고, '우리를 즐겁게 해 드리고자 열심'이었고 그 자신도 그 열정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세상을 향한 Will의지였던 것 같습니다. 마침 떠오르는 명곡 링크를 달아봅니다. 샤프 - 연극이 끝난 후 https://youtu.be/s3uPXokhpnA?si=rKLoLfF2FIvaAj2s
와, @borumis 님 같은 X 세대가 이 노래를 알고 계시다뇨! 반갑네요. 대학가요제 386 세대 전위물 같은 건데. ㅋ 이 노래 정말 좋죠? 정말 셰익스피어는 자기 작품이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어디쯤에서 자기 작품을 봤을까? 배우를 봤을까? 관객을 봤을까? 만족을 했을까? 화를 냈을까 궁금해지더라구요. 이책 역사적 윌은 탁월하게 그렸다고 생각하는데 실존으로서의 윌은 좀 아쉽지 않나 그런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borumis 님의 이야기도 절절하네요. 연극은 미치지 않으면 못하죠. 저는 연극에 미친 사람 보긴했는데 역시 제 정신 같아 보이진 않았습니다. ㅎㅎ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미안해요. ㅠ
ㅎㅎㅎ 전 미국의 60년대 노래들도 무지 좋아해요 엄마아빠 CD를 들으면서 자라서..^^;; 정말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셰익스피어를 그저 작가로만 보고 그의 연극을 그저 책 내지는 무대 위 잠시동안 공연되는 작품으로 봤는데 이제는 셰익스피어를 배우이자 연출 및 극단 책임자 및 가장이자 시민 등의 살아있는 모습으로 보게 되고 그 작품들도 시공간을 초월한 것으로 보이네요.
그러게요. 동감입니다. 근데 전유물을 전위물 썼네요. 그러고 보면 그믐의 달빛도 저에겐 너무 밝은가 봅니다. 흐흑~ (뭔말을 하는건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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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이야기했어요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셰익스피어를 읽었어요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
한국 장편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수림문학상 수상작들 🏆
[📚수북탐독]9. 버드캐칭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8. 쇼는 없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기(첫 시즌 마지막 모임!)[📕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책을 직접 번역한 번역가와 함께~
[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꿈꾸는 도서관> <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요리는 배를 채우고, 책은 영혼을 채운다
[밀리의서재]2026년 요리책 보고 집밥 해먹기[책걸상 함께 읽기] #23.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도서 증정] 소설집『퇴근의 맛』작가와 함께 읽기[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독자에게 “위로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희영
[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이희영 장편소설 『BU 케어 보험』 함께 읽어요![선착순 마감 완료] 이희영 작가와 함께 신간 장편소설 《테스터》 읽기
<피프티 피플> 인물 탐구
피프티피플-이기윤피프티피플-권혜정피프티피플-송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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