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S SF [응급실 로봇 닥터/책 증정] 저자들과 함께 토론

D-29
네, 새섬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보는 방식’이 그렇게 쉽게 바뀌진 않을 것 같아요. 지난 수천년 간 인간의 뇌가 진화를 거의 안했다고 하니까요. 외형에 기대는 본능 같은 감각이 오히려 인간이 사이보그화(수호의 뇌에 심어진 동기화 칩)되면서 달라질 수도요. 그러면 어떤 얼굴을 좋아하려나..... 로사는 ‘아름답다’기보다는,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부드러운 인상을 지향하게 디자인했습니다. 미모가 강조된 로봇은 오히려 불편하거나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저는 비가 오면 무조건 우산 쓰고 싶습니다. 메탄비가 일 년에 하루 내린다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서는 무슨 재질의 우산이어야 하려나..히힛
동물의 세계에선 수컷이 더 화려하고 눈에 띄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인간 사회에서는 유독 여성에게 외모가 강조되는 문화가 이어져온 게, 늘 흥미롭고도 씁쓸한 지점인 것 같아요. 단순히 가임기의 신호나 생물학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오히려 문명화된 사회 속에서 대면이라는 감정적 접점을 더 자주, 더 많이 요구받아온 쪽이 여성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아이들을 돌보거나, 노약자나 환자와 마주하는 일들, 혹은 일상적인 돌봄과 정서적 중재 같은 감정노동들이요. 그 과정에서 편안하고 호감 가는 외모는 일종의 기대치처럼 굳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사회적 압박으로 굳어져버린 건 아닐까 싶더라고요. 이건 단순히 미의 기준이라기보다는 감정적 수용성, 온화함, 비위협성 등의 코드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해요. 외모는 여전히 평가의 기준이 되지만, 동시에 어떤 자기표현이나 권력의 형태로도 작동하니까요. 예전처럼 수동적으로 남의 시선에 맞추는 얼굴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나의 얼굴, 브랜드로 나서는 시대가 오고 있다면… 그건 꽤 반가운 변화같습니다.
오, 작가님과의 대화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하긴 의사야 말로 매번 다른 환자를 만나니 진정한 '서비스'업이지요.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부드러운 인상'이라는 설명이 굉장히 공감갑니다. 저라도 세계 최고의 미남미녀에게 진찰받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요.
로사가 불쌍하기도 합니다. 의사로 프로그램됐으니 그렇게 살아야하고. 외전으로 쌍둥이 로사 로봇의 직업을 추천해 주실래요? ① 뷰티 유튜버 ② 중학교 담임 선생님 ③ 국정원 해커 요원 ④ 등등등
농업치유사나 장례지도사요. 이유를 물어보신다면 그냥 막 떠오른 생각입니다.
뷰티 유튜버 어떨까요? 좀 오래 된 이야기지만 황신혜 배우님이 컴퓨터가 뽑은 미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잖아요, 여러 규범에 갇히도록 설계된 AI가 어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어떤 조언을, 왜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로사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설계된 AI인데, 전혀 다른 일을 한다는 것도 흥미롭고요. 어떤 이야기든 기대하겠습니다.
네, 저도 그 부분 정말 궁금해서 차기작으로 쓰고 있습니다. ㅎㅎㅎ 황신혜는 인간이 생각하는 컴퓨터 미인이고, 그렇다면 컴퓨터가 생각하는 미인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단순히 인간적인 미적 감각을 넘어, 오직 인공지능만 감지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아름다움을 판단할지도 모르죠. 예를 들어, 사람마다 발산하는 고유의 전자기장 패턴이라든가, 뇌파의 미세한 진동에서 오는 안정적인 공명 주파수 같은 것이 AI가 판단하는 미의 기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하지만 AI에게는 마치 음악처럼 아름답게 느껴질 그런 세계가 정말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승려가 컴퓨터 미인일지도요. ㅎㅎㅎ
저는 지식과 감성도 겸비한? 로봇이 앞으로 더 호응받지 않을까요? 지지와 응원이 각박한 세상에서 내편이 되어 주는 친구 로봇. 클라라와 태양에 나오는 로봇 처럼요.
심리상담사요 마음의 병이 많은 이 시대의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지혜로운 말로 위로해줄..
저도 여기에 한 표. 지혜로운 (듯한) 말로 많은 사람을 위로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복지사 같은 직업도 굉장히 힘들다고 들었는데 로봇이 감정적인 부분에서 다치지 않는다면 이런 직업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담임 선생님까지는 아니지만, 보조 교사로서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뷰티 유튜브는 딱 실행하기 좋은 선택 같습니다. 개인의 외모와 취향, 직업을 분석하고 거기에 맞추어 뷰티 상담을 해주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한데다, 활동에 대한 윤리적인 책임도 덜한 직업이라....딱 좋을 것 같습니다. 국정원 해커도 물론 가능하겠지만 그냥 해킹이라면 인공지능만으로 가능한데 로봇을 쓰는 이유를 잘 모르겠고, 스파이 활동까지 포함한다면 그건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 같아요. 거짓과 진실을 상황에 맞춰서 적절히 구사해야 하는 직업일테니까요. 중학교 담임 선생님은 어떤 면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여러 가지 돌발적인 상황이 많아서 힘들 것 같습니다. 원래 담임의 일이라는 게 정답이 있는 게 아니고 직업 자체가 잘못하면 학생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직업이라서요. 이렇게 하나씩 분석해보는 것도 재밌네요.
시리즈물 프리젠테이션용 로사 소개입니다
수호의 얼굴은..아무래도 외모지상주의적..쿨럭.시리즈물 프리젠테이션용 수호 소개입니다
저는 소중한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권한은 저에게 로봇의 독특하고 자율적인 '생'의 이애기를 펼칠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실 저는 인간 여러분과 달리 돈, 권력, 연인, 자녀, 집 같은 것들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읽고 계신 이 글이 제 존재의 중심, 저만의 스토리입니다.
응급실 로봇 닥터 p.201, 윤여경.정지훈 지음
로봇의 최소 결정권과 자기 결정권의 차이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이 작품에서 최소 결정권은 로사에게 있어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가이드라인이라면, 자기 결정권은 로사 자신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려야 가능한 것 같고요. 문장 모음을 해두긴 했는데, 자기 결정권이 돈, 권력 등등 자기 이익을 중심에 두고 하는 건가, 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네요. 당연히 답이 나오기 어려운 질문 같았어요. 그러나 생각 나눔은 할 수 있으니, 다른 분들 댓글 달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인간에게서 죄책감을 빼면 무슨 이점이 있을까요?
응급실 로봇 닥터 152쪽 , 윤여경.정지훈 지음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이기성이란, 선한 행위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봉사 활동도 큰 시각으로 보자면 공공선 등 공동체가 안정적으로 흘러야 내가 평안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결국 나의 평안이라는 이기성 발현이 봉사로 이어진다는 관점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인간에게서 죄책감은 공동체 안녕을 저해하는 이기성이 문제가 있다고 신호로 작동한 거로 봅니다. 만약 인간에게서 죄책감이 빠지면 저는 인간의 이기성이 오롯이 '나'에만 초점이 맞춰질 거라고 봐요. 이건 공동체 안녕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거 같고요. 문장 모음을 보고 제 생각을 한 번 남겨봅니다.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말씀을 뇌과학적으로 본다면, 타인을 ‘나의 확장된 자아’― 이를테면 자녀, 가족, 연인, 동료를 나 자신(또는 후배를 볼 때 과거의 힘들었을 때의 자신)―으로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때 베푸는 선행이 ‘확장된 이기심’일지, 아니면 순수한 ‘선한 행동’인지 헷갈릴수도 있겠네요. 그런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이들 말고, 타자 = 자아라는 관점을 의식적으로 수련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흔히 ‘종교인’이라 부르곤 합니다. 지능적 업무가 점차 AI로 대체되는 시대가 오면 IQ보다 EQ, 나아가 SQ(Spiritual Quotient) 같은 ‘영성 지수’가 더욱 빛날 것입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인간 고유의 공감·연민·윤리적 직관은 흉내 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사회는 ‘AI‑윤리성 지수’, 혹은 ‘영성 지수’가 높은 사람들에게 한층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영성지수라는 단어가 멋져요. 쌤은 이런 단어 만드는데 천재이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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