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②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브뤼노 라투르)

D-29
사실 인류학자들이 '코스모스' '코스몰로지'라는 말을 쓸 때에는 대개 지속되는 것, 혹은 아주 완만하게나 급작스러운 재난 때문에만 변화되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단어에 어떤 체계, 구조, 논리의 성격을 부여하는 경향이 꽤 있지요. 그런데 나는 르네상스 이후로 항상 뒤죽박죽이었던 것처럼 보이는 결합들을 추적하기 위해서 코스모그램 개념을 씁니다. 왜냐고요? '자생적 코스몰로지'가 통상적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어떻게 해도 끼워 넣을 수 없는 새로운 존재들이 난입하기 때문이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36쪽,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우리의 정신적 능력이 사무실의 시험과 지적 기술의 불을 거침으로써 변화한다는 것은 더욱 분명한 사실입니다. (...) 그렇다고 당신이 예전보다 더 영리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기록들에 둘러싸여 기업으로 뒤덮인 연약한 물질을 다루다 보니 당신 직업의 의례rituel를 습득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스스로의 '자율성'을 유지하려면 계속 군주를 위해 봉사하면서 군주의 후원을 받아야만 할 겁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40-141쪽,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라투르는 뼈때리는 팩폭을 참 잘 하는 군요!
갈릴레이는 실험실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갈릴레이는 필수적인 두 요소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접근해야 하는 현상들을 아주 '희박하게 만들지 않고는' 증거를 생성할 수 없게 됐지요. (그는 모든 종류의 운동 중에서 물체의 낙하만을 취하고 마찰은 한쪽으로 제쳐놓았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전통은 실험 대상을 우선 기하학에서, 그다음은 대수학에서 비롯된 양식과 양립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게 바로 '수학적 언어로 쓰여진 자연이라는 책'이라는 유명한 주제입니다. 보일은 현상들을 단순화하는 것을 용인했을 뿐 아니라 기관들로부터 연구 자금을 조달받아 값비싼 도구들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새로운 현상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42-143쪽,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약한 능변에서 강한 능변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한 것은 실험실이라는 기관이었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45쪽,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과학적 방법론이 대단히 놀라운 결실을 거두는 듯 보이는 것은 그 '대상들'이 완전히 특수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일반적인 규칙들을 특수한 대상들에 적용한 것뿐이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46쪽,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여기서 아카데미는 철학적 논쟁, 말하자면 논증에 익숙한 공동체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44쪽,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코기타무스' 이야기에는 실험실들이 우회와 구성, 잡다한 코스모그램을 거느리고 전면에 나와 있습니다. '연장된 실체'는 일종의 인위적이고 관념적인, 거의 피상적인 연속성으로 나타나고요. (...) 반면에 '코기토' 이야기에서는 무한한 우주의 물질이 수학적 기호로 직접 표시된 인과의 기나긴 연쇄를 끌고 전면에 등장하지요. 실험실은 저기 뒤쪽에, 자연의 보편법칙을 '그때그때' 드러내는 데 쓰인다는 점 외에는 아무 중요성이 없는 '세부사항들'의 집합으로 물러나 있습니다. (...) 첫 번째 경우에서 '연장된 실체'는 상상력을 통해서가 아니면 어느 곳에서도 확장되지 못합니다. 두 번째 경우에는 도처에 퍼져 이미 우주적으로 확장되고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59쪽,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이 이야기를 믿자면 만약 갈릴레이가 '낡은 것에 대해 남은 바'가 없었다면 그는 완전히 근대적이 될 수 있었을 것이요, 별점 따위는 그리지 않고 달의 분화구만을 그렸을 겁니다···. 달 자체가 그렇듯, 이른바 '과학혁명의 아버지'에게도 빛을 받는 밝은 면과 어둠에 싸인 면이 동시에 있었다는 겁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이리하여 갈릴레이는 옛 코스모스-궁정 신하의 아첨에 점술이 아직 유용하게 쓰이던 시대-와 이제 곧 무한해질 우주의 달 사이의 '과도기적' 인물이 되었습니다. '근대성으로의 과도기'라는 이러한 해석 때문에 갈릴레이는 우리 모두와 같 은 다중적 세계 속의 다중적 인물이 되지 못하고 둘로 분열된 세계 속의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모습이 되었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게다가 나는 다른 책에서 과학의 전선이 늘 더욱 치고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근대성' 혹은 '근대화'라는 유난히 모호한 말들을 정의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사실의 진리와 가치들의 허상이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있는 과거에서 도망치는 자가 바로 근대인이라는 겁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아마 여기서 말하는 책이 이 책인 모양이네요. 나중에 읽어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이 책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연구해온 인류학자인 저자 브뤼노 라투르가 근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방식에 던지는 독특하고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다. 탈근대주의의 근대성 비판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라투르가 말하는 근대인의 본질은 이분법이 아닌 ‘하이브리드’의 증식이다.
오우 저도요. 근데 도서관에 없고 한글 종이책도 없고 넘 비싸서 나중에 킨들 전자책으로 구해봐야겠어요;;
내년에 STS 관련 책 읽기 시즌 2를 할 때 한번 도전해볼까 싶습니다. (그 사이에 동네 도서관에 구입 신청하고... ^^;;;)
멀지 않은 미래에 과학이 마침내 정치, 감정, 정서, 정념의 세계와의 케케묵은 혼동에서 완전히 벗어나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근대인이지요. 근대, 근대화를 추진하는 자는 언제나 가증스러운 과거와의 대조를 통해서만 파악되는 빛나는 미래를 향하여 달려가는 자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세 번째 해결책이 있을까요? 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앞으로 치고나가는 근대화 전선이라는 거대한 연출을 다소 수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나는 학생이 조금 전에 설명한 버전의 이상한 점을 분명히 눈치 챘으리라 믿습니다. 모든 학자 들이 근대적인 것을 지니면 '자유로워지고' 낡은 것을 지니면 여전 히 '매인 바 된다는' 버전 말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그런데 한없이 심각한 것은, 바로 잘못된 그 형이상학적 비전 때문에 우리가 더 이상 '세게에 대해서 서로 합의를 보지' 못하게 됐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제 그 무엇으로도 주체와 객체를 연결할 수 없을 테니까요. 물론 데카르트는 그 둘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기 위해 신을 경유했습니다. 하지만 신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는 확실치 않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61,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실은 전 데카르트의 책들을 예전에 읽으면서 '뭐야, 결국 그렇게 번지르르하게 모든 것을 의심하고 회의하고서 '신'으로 모든 게 귀결되는 거야?하고 정말 맥이 풀렸던;;; 차라리 스피노자의 Deus sive natura가 낫다는..;;
다섯 번째 이야기는 철학적 이야기가 적어서 그런지 의외로 네 번째 이야기에 비해 쉬웠습니다. 우리가 이제 인터넷과 AI 그리고 빅데이터에 익숙해져서 그런 걸지도:;; 역시 인터넷은 폐해도 있지만 정보와 지식의 민주화에도 기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Cogitamus ergo sumus!
저도 막 다섯 번째 편지로 넘어왔습니다. 네 번째 편지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딱히 인상 깊게 다가온 부분이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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