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②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브뤼노 라투르)

D-29
신문이 인간들의 의회로 대표된 시민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갖춰줌으로써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다면, 새로운 플랫폼들이 사물들의 의회에서 대표되기를 추구하는 시민들에게 다시금 장비를 마련해줌으로써 기술민주주의를 가능케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우리는 과학과 사회를 완전히 분리할 수도, 완전히 결합할 수도 없습니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두 이야기는 번역 작업에 힘입어 동시에 참이 됩니다. 광장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실험실을 '경유하지' 않는 한, 확실한 앎은 없습니다. 충분히 전문적인 고급 지식을 축적할 때까지 그저 사유하고, 타당한 실험들을 구상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 우리는 그 실험실들의 문을 어쩌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조심스 레 닫아놓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이미 충분히 보여주었듯이 그곳에 '머물러 있기'도 동시에 불가능하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중, 그것도 생각하는 대중, '코기타무스'를 말할 수 있고 가능하다면 '칼쿨레무스'calculemus까지도 말할 수 있는 대중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함께 생각하고 계산할까요? 어떤 도구를 이용해서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정치가들은 "우리는 우리가 아는 한에서만 나섭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 행동을 취하진 않습니다"라고 말하지요. 공적 행위가 순전히 지식의 확실성에만 의존하게 되었으니 참 희한한 이론입니다. "과학자들이 A, B라고 주장하니 우리 정치가들도 행동에 나설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대중)은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그저 진리를 따르는 셈이니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정치가들은 이런 식으로 브뤼셀이 유럽에서 맡았던 것과 거의 같은 역할을 과학에 떠넘겼습니다. 상위의 권위를 빙자하여 자기들 입으로 주장할 용기가 없는 결정들을 마치 불가피한 운명인 양 받아들이게 했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내가 과학인문학 혹은 디지털인문학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추구하는 사상은, 이 편지들에서 요약한 모든 원칙들을 이용하여 시민들이 제기하는 문제들과 디지털 바다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구축하자는 것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우리는 객관적 지식을 잃지 않으면서 과학을 ‘세속화할’séculariser 수 있을까요? 사실상 과학인문학의 모든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72,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애석하게도 전문가들은 다소 수도원 문지기 같은 데가 있습니다. 안에서는 은거생활의 의무에 따라 무덤처럼 입을 꾹 다물고 지내야 하고, 밖에서는 수완을 발휘하며 입담도 좋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도원 문지기처럼 영혼을 둘로 쪼개어 살며 언제나 불행하지요. 사실, 무수히 다양한 견해들의 평균을 내고 다양한 형태의 연구 전선들을 저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데이터로 정리하는 것이 바로 ‘과학적인’ 것입니다. 전문가로서, 연구의 찬란한 불확실성을 이루는 모든 것을 버려야 했던 게지요. 하지만 동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대중의 관심과 목표를 자세히 말해야만 하는 전문가는 분명히 ‘정치적’이기도 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79,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정치가들은 이런 식으로 브뤼셀이 유럽에서 맡았던 것괴 거의 같은 역할을 과학에 떠넘겼습니다. … 가장 기이한 점은, 이 명령들이 종합적으로 보면 과학적이지도 않다는 겁니다. 그 명령들은 한없이 다채로운 연구들의 전선을 중재하는 전문가들의 단순화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정치적이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행위는 오직 지식에서 도출되는 것으로 상정되며 거기에 어떤 토의나 의결을 덧붙이지 않으니까요. … 합리론과 인식론으로 수백 년을 해먹고 나니, 과학에서는 진리에 대한 추구를 치워버리고 정치에서는 자율적 의사결정을 치워버리는 명령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공공생활 전체를 조직하기에 이르렀네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80-181,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정치가들은 꼬맹이처럼 전문가 등 뒤에 숨고, 전문가들은 과학과 정치를 분리한다는 만리장성에서 허물어진 부분들을 숨기려고 필사적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81,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신문이 인간들의 의회로 대표된 시민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갖춰줌으로써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다면, 새로운 플랫폼들이 사물들의 의회에서 대표되기를 추구하는 시민들에게 다시금 장비를 마련해줌으로써 기술민주주의를 가능케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시민으로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90,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진리의 여부를 논쟁들의 지도에 맡길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한다면, 나는 그게 다 관점들의 ‘다수성’을 계산하고 그 관점들이 변화되는 ‘동태’를 추적하게 하는 도구의 해결 역량에 달렸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연구자와 ‘검색 엔진‘ 사이의 차이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96,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이 의미에 따라서 우리는 과학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수사학, 정치학, 종교, 예술 등-을 근본적으로 구분합니다. 여기서 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객관적 실재, 일차적 특질들의 실재를 이차적 특질들, 감각의 허상, 상식의 믿음, 그 외의 여러 가지와 대립적으로 파악하여 지칭하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내가 앞에서 충분히 보여주었듯이 이 두 번째 의미의 난처한 문제점은 합리적인 것과 비합리적인 것의 대조를 낳을 뿐 다른 내용이 전혀 없으므로 이 의미 자체가 완전히 '논쟁적 polémique이라는 데 있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대표/재현'이라는 유서 깊은 단어는 두 가지 의미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정치철학에서의 의미('대표 정부'gouvernement représentatif란 무엇입니까?)와 과학철학에서의 의미('정확한 재현'représentation exacte이란 무엇입니까?)로 말입니다. 이때 나는 학생들에게 다음의 세 질문을 제기하면서 논쟁들을 따라갈 것을 요청합니다. 대표자/재현자들이 정당하고 원한을 부여받았는가? 사물의 재현과 사안의 대표라는 작용들이 충분히 명확하게 논의되었는가? 그들은 적법한 울타리 안에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들의 견해를 바꿀 수 있는가?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87,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당신은 그 공간이 일단 만들어진 기계들 자체가 존재하는 환경인 양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 기계들은 기술자들이 실제로 구현하고, 노동자들이 틀에서 부품 하나하나를 찍고 파고 맞추고 모양을 잡아서 조립하며, 연구소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정비하는 사람들이 살피고 관리를 함으로써 존속되지요. 흰 종이나 컴 퓨터 속의 기술적 도안으로 옮겨진 기계들은 어떤 관계도 잃지 않고, 어떤 변형도 거치지 않고, 어떤 인간도, 어떤 표준화도, 어떤 규제도 필요 없는 듯이 보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Cogitamus ergo sumus. 우리는 생각합니다, 고로 우리는 구성해야 할 세계로 함께 들어갑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99,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기계들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려면 허술하나마 생태학이 온전히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실태의 부단한 불연속성들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연속성 아래에 가려져 있습니다. 어떤 기계가 제대로 갖춰 지려면 하나의 멀티버스 전체가 모여 있어야 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다윈은 각 존재와 그다음 존재 사이에 아찔한 '불연속성'이 있다고 보았고, 그러한 불연속성은 마치 결과가 항상 원인을 다소 넘어서는 것처럼 각 세대에 유일하고 독보적인 발명이 있음을 상정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15,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근대사 전체가 이 기묘함으로 설명이 됩니다. 우리는 물질의 과학을 전개해왔는데 그 과학은 자신의 물질을 둘만 한 장소를 찾지 못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옛 코스모스가 좁다고 느꼈을지 모르지만 무한한 우주에서도 숨이 막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공기를 주십시오. 우리에게 멀티버스를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생명체들에서 혹은 기술적 조처들에서 멈출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무생물들에게도 이어지니까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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