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②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브뤼노 라투르)

D-29
정치가들은 꼬맹이처럼 전문가 등 뒤에 숨고, 전문가들은 과학과 정치를 분리한다는 만리장성에서 허물어진 부분들을 숨기려고 필사적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81,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신문이 인간들의 의회로 대표된 시민들에게 필요한 장비를 갖춰줌으로써 민주주의를 가능케 했다면, 새로운 플랫폼들이 사물들의 의회에서 대표되기를 추구하는 시민들에게 다시금 장비를 마련해줌으로써 기술민주주의를 가능케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시민으로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90,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진리의 여부를 논쟁들의 지도에 맡길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한다면, 나는 그게 다 관점들의 ‘다수성’을 계산하고 그 관점들이 변화되는 ‘동태’를 추적하게 하는 도구의 해결 역량에 달렸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연구자와 ‘검색 엔진‘ 사이의 차이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96,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이 의미에 따라서 우리는 과학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수사학, 정치학, 종교, 예술 등-을 근본적으로 구분합니다. 여기서 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객관적 실재, 일차적 특질들의 실재를 이차적 특질들, 감각의 허상, 상식의 믿음, 그 외의 여러 가지와 대립적으로 파악하여 지칭하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내가 앞에서 충분히 보여주었듯이 이 두 번째 의미의 난처한 문제점은 합리적인 것과 비합리적인 것의 대조를 낳을 뿐 다른 내용이 전혀 없으므로 이 의미 자체가 완전히 '논쟁적 polémique이라는 데 있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대표/재현'이라는 유서 깊은 단어는 두 가지 의미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정치철학에서의 의미('대표 정부'gouvernement représentatif란 무엇입니까?)와 과학철학에서의 의미('정확한 재현'représentation exacte이란 무엇입니까?)로 말입니다. 이때 나는 학생들에게 다음의 세 질문을 제기하면서 논쟁들을 따라갈 것을 요청합니다. 대표자/재현자들이 정당하고 원한을 부여받았는가? 사물의 재현과 사안의 대표라는 작용들이 충분히 명확하게 논의되었는가? 그들은 적법한 울타리 안에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들의 견해를 바꿀 수 있는가?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87,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당신은 그 공간이 일단 만들어진 기계들 자체가 존재하는 환경인 양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 기계들은 기술자들이 실제로 구현하고, 노동자들이 틀에서 부품 하나하나를 찍고 파고 맞추고 모양을 잡아서 조립하며, 연구소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정비하는 사람들이 살피고 관리를 함으로써 존속되지요. 흰 종이나 컴 퓨터 속의 기술적 도안으로 옮겨진 기계들은 어떤 관계도 잃지 않고, 어떤 변형도 거치지 않고, 어떤 인간도, 어떤 표준화도, 어떤 규제도 필요 없는 듯이 보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Cogitamus ergo sumus. 우리는 생각합니다, 고로 우리는 구성해야 할 세계로 함께 들어갑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99,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기계들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려면 허술하나마 생태학이 온전히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실태의 부단한 불연속성들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연속성 아래에 가려져 있습니다. 어떤 기계가 제대로 갖춰 지려면 하나의 멀티버스 전체가 모여 있어야 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다윈은 각 존재와 그다음 존재 사이에 아찔한 '불연속성'이 있다고 보았고, 그러한 불연속성은 마치 결과가 항상 원인을 다소 넘어서는 것처럼 각 세대에 유일하고 독보적인 발명이 있음을 상정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15,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근대사 전체가 이 기묘함으로 설명이 됩니다. 우리는 물질의 과학을 전개해왔는데 그 과학은 자신의 물질을 둘만 한 장소를 찾지 못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옛 코스모스가 좁다고 느꼈을지 모르지만 무한한 우주에서도 숨이 막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공기를 주십시오. 우리에게 멀티버스를 주십시오. 그리고 우리가 생명체들에서 혹은 기술적 조처들에서 멈출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무생물들에게도 이어지니까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이 위대한 두 자연학자들은 그들이 연구하는 존재들을 '인위적 연속성'으로 환원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한 인위적 연속성은 모든 존재를 단순한 원인과 결과의 전이로 미리 설명하려 들지요. 다윈과 폰 윅스퀼은 모두 하나의 원인과 숱한 결과들, 하나의 조상과 그 후손들, 하나의 동물과 그 이웃 동물들, 혹은 좀 더 일반적으로는 하나의 선행현상과 그 이후의 현상들 사이의 수많은 불연속성을 강조합니다. 다윈은 생명체들을 이끄는 상위의 의미 없이, 그저 단독적인 사소한 발명이 생명체들의 적응과 변이를 가능케 한다고 봅니다. 폰 윅스퀼의 경우, '움벨트' 관념은 인간이 순전히 편의에 따라 모든 생명체를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하는 보편적 층을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낸 추상적 개념 '주위'entourage와 대립됩니다. 그런데 폰 윅스퀼은 오히려 '각각의 동물이 자기 위주에 일종의 거품을 형성한다고 보았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16-217,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폰 윅스퀼은 차분하게 이렇게 씁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포괄하는 공간의 허구에 매달리는 이유는 단순히 그 같은 관습적 사유가 우리의 소통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18-219,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흰 종이나 컴퓨터 속의 기술적 도안으로 옮겨진 기계들은 어떤 관계도 잃지 않고, 어떤 변형도 거치지 않고, 어떤 인간도, 어떤 표준화도, 어떤 규제도 필요 없는 듯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밖으로 나가면 기계들에게도 활발하고 생생하며 복잡다단한 환경이 필요할 것입니다. 기게들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려면 허술하나마 생태학이 온전히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실태의 부단한 불연속성들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연속성 아래에 가려져 있습니다. (...) 어떤 기계가 제대로 갖춰지려면 하나의 멀티버스 전체가 모여 있어야 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21-223,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상대성'이 각 점과 그다음 점 사이의 작은 불연속성을 복구하려는 노력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 불연속성이 말 그대로 '추시계의 시간을 맞출 수 있게' 해주고, 자연법칙의 연속성은 결국 그로써 모든 점에서 보장되는 것 아닙니까? 여기서도 연속성은 분명히 획득되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불연속성을 고려한다는 조건에서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25,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철학을 좀 더 파고들 시간이 있다면 물리학의 연결과 비연결 사이의 혼동이 항상 '이동'déplacement과 '변형'transformation이라는 두 용어의 관계가 도치된 탓에 나온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텐데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29,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요컨대, 요원한 것에 다다를 수 있게 하는 모든 변형의 길들을 되찾아야 합니다. 과학을 정의한다고 하는 환원주의, 자연주의, 기계론이라는 3대 용어가 기계, 신체, 질료의 미덕을 찬양하는 입장으로든 그 악덕을 비난하는 입장으로든 제대로 평가를 내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 희한하지 않습니까?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32,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해방과 근대화의 거대한 이야기는 자연의 점진적 확장을 전제합니다. 그러한 자연의 법칙들은 차츰 다양한 주관적 신념들을 대체하겠지요. 밀착과 연루의 이야기라고 불렀던 또 다른 거대한 이야기로 말하자면, 주체의 세계와 대상의 세계 사이의 구분이 점진적으로 사라지면서 인간들의 정부와 사물들의 정부가 자꾸만 더 얽히고 설키지요.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마침내 이성의 지배와 더불어 자연이 도래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이성의 지배에 대한 꿈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마침내 자연이 사라집니다. 나는 내가 오늘날 과학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우리에게 자연이 없기 때문이요, 우리들이 하루가 다르게 다시금 무한에서 유한으로, 혹은 무한에서 다수성, 복합성, 연루된 것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33-234,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완독했습니다. 일부 좀더 고민해보고 의문이 생기는 부분도 있고 일부는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제가 정확히 파악한 것인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다소 박식하고 환유적인 라투르식 표현에 적응하다보면 좀 나아지네요.
벌써 완독하시다니 전 이제 앞부분 읽는데 좀 어렵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어가 이상한 것도 있고요. 일단 읽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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