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②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브뤼노 라투르)

D-29
이 위대한 두 자연학자들은 그들이 연구하는 존재들을 '인위적 연속성'으로 환원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한 인위적 연속성은 모든 존재를 단순한 원인과 결과의 전이로 미리 설명하려 들지요. 다윈과 폰 윅스퀼은 모두 하나의 원인과 숱한 결과들, 하나의 조상과 그 후손들, 하나의 동물과 그 이웃 동물들, 혹은 좀 더 일반적으로는 하나의 선행현상과 그 이후의 현상들 사이의 수많은 불연속성을 강조합니다. 다윈은 생명체들을 이끄는 상위의 의미 없이, 그저 단독적인 사소한 발명이 생명체들의 적응과 변이를 가능케 한다고 봅니다. 폰 윅스퀼의 경우, '움벨트' 관념은 인간이 순전히 편의에 따라 모든 생명체를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하는 보편적 층을 지칭하기 위해 만들어낸 추상적 개념 '주위'entourage와 대립됩니다. 그런데 폰 윅스퀼은 오히려 '각각의 동물이 자기 위주에 일종의 거품을 형성한다고 보았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16-217,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폰 윅스퀼은 차분하게 이렇게 씁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포괄하는 공간의 허구에 매달리는 이유는 단순히 그 같은 관습적 사유가 우리의 소통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18-219,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흰 종이나 컴퓨터 속의 기술적 도안으로 옮겨진 기계들은 어떤 관계도 잃지 않고, 어떤 변형도 거치지 않고, 어떤 인간도, 어떤 표준화도, 어떤 규제도 필요 없는 듯이 보입니다. 그렇지만 밖으로 나가면 기계들에게도 활발하고 생생하며 복잡다단한 환경이 필요할 것입니다. 기게들이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려면 허술하나마 생태학이 온전히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실태의 부단한 불연속성들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연속성 아래에 가려져 있습니다. (...) 어떤 기계가 제대로 갖춰지려면 하나의 멀티버스 전체가 모여 있어야 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21-223,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상대성'이 각 점과 그다음 점 사이의 작은 불연속성을 복구하려는 노력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 불연속성이 말 그대로 '추시계의 시간을 맞출 수 있게' 해주고, 자연법칙의 연속성은 결국 그로써 모든 점에서 보장되는 것 아닙니까? 여기서도 연속성은 분명히 획득되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불연속성을 고려한다는 조건에서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25,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철학을 좀 더 파고들 시간이 있다면 물리학의 연결과 비연결 사이의 혼동이 항상 '이동'déplacement과 '변형'transformation이라는 두 용어의 관계가 도치된 탓에 나온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텐데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29,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요컨대, 요원한 것에 다다를 수 있게 하는 모든 변형의 길들을 되찾아야 합니다. 과학을 정의한다고 하는 환원주의, 자연주의, 기계론이라는 3대 용어가 기계, 신체, 질료의 미덕을 찬양하는 입장으로든 그 악덕을 비난하는 입장으로든 제대로 평가를 내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이 희한하지 않습니까?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32,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해방과 근대화의 거대한 이야기는 자연의 점진적 확장을 전제합니다. 그러한 자연의 법칙들은 차츰 다양한 주관적 신념들을 대체하겠지요. 밀착과 연루의 이야기라고 불렀던 또 다른 거대한 이야기로 말하자면, 주체의 세계와 대상의 세계 사이의 구분이 점진적으로 사라지면서 인간들의 정부와 사물들의 정부가 자꾸만 더 얽히고 설키지요.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마침내 이성의 지배와 더불어 자연이 도래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이성의 지배에 대한 꿈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마침내 자연이 사라집니다. 나는 내가 오늘날 과학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우리에게 자연이 없기 때문이요, 우리들이 하루가 다르게 다시금 무한에서 유한으로, 혹은 무한에서 다수성, 복합성, 연루된 것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233-234,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완독했습니다. 일부 좀더 고민해보고 의문이 생기는 부분도 있고 일부는 어떤 얘기를 하고 있는지 제가 정확히 파악한 것인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다소 박식하고 환유적인 라투르식 표현에 적응하다보면 좀 나아지네요.
벌써 완독하시다니 전 이제 앞부분 읽는데 좀 어렵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어가 이상한 것도 있고요. 일단 읽어 보겠습니다.
저도 막 완독했습니다. 생각보다 읽을 만했어요. 역자 후기에 '브뤼노 라투르의 책 치고는 친절한 편'이라고 해서 마음을 푹 놓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산뜻한 마음으로 <판도라의 희망>으로 넘어갑니다. 함께 해주신 @borumis 님께 깊은 감사 말씀 드립니다!
앗 역자 후기에 그런 불길한 말이;; ㅋㅋㅋ 다음 책에서 뵙겠습니다.
심지어 맞는 말인 것 같았습니... 판도라 행성에서 뵐게요!
ㅋㅋㅋ 진짜 외계행성에 도착한 기분입니다. 지금 외계어부터 배우는 중
다음 책은 긴장하며 시작하겠어요. 덕분에 관심만 두고 있던 책을 어찌어찌 읽어가고 있습니다.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제가 감사하지요. 그런데 다음 책 좀 어렵네요. ^^;;;
그 이유는 아직 아무도 해석들의 더미 속에서 확실한 경계와 고유한 역사를 지닌 '과학'이랄 만한 것을 분할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야 과학의 역사를 다른 역사와 연결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을 테지요. 그래서 결국 이 '과학인문학'이라는 근사한 표현이 나오게 된 겁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45,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과학인문학 편지> 저는 뒤늦게 이제 시작합니다.
나는 대상들을 전개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제안합니다. 과학과 기술이 '속하는' 상황들을 기술하되 매번 다른 형태로, 언제나 놀랍고 거의 항상 논쟁이 따르는 형태로 기술하는 법을 배우는 겁니다. (중략) 사건들이 바른 방향으로 착착 나아가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과학이론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85,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과학과 정치, 증명과 수사학 사이의 그 어떤 구분도 과학적 증거가 곤란을 겪어가며 천천히 획득된다는 이 흥미로운 현상은 '기술하려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구분에는 한 가지 목적밖에 없습니다. 이서으이 힘이 오랫동안 비이성의 힘에 밀리다가 마침내 최종적인 승리, 필연적인 승리를 거둔다는 식으로 장대한 논쟁의 역사를 구성하려는 목적 말입니다. 이것들은 싸움의 개념들이지요. 이 싸움은 아마도 정당화되겠지만 이 싸움 때문에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 있다면 그게 바로 과학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17,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나는 코스모스(cosmos, 공통세계)라는 단어를 계속 쓰는데, 인류학자들이 흔히 이 단어에 부여하는 의미에 준하여 사용합니다. '실제 삶의 모습 속에서 특정한 문화를 통해 결합되는 모든 존재들의 배열'이라는 의미로요. (중략) 그 존재들이란 신, 영, 천체, 나아가 식물, 동물, 동족, 도구,의례까지 가리킵니다. 나는 복수로 코스몰로지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하나하나 뒤죽박죽, 임기응변으로 탐색해야만 하는 관계들의 전체에 지나치게 일관성을 부여하는 격이 될 것 같습니다.(중략) 이 때문에 나는 내 친구 존 트레시에게서 코스몰로지보다 한결 소박한 '코스모그램(코스모스의 그림)이라는 용어를 빌려왔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135,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도서 증정] 작지만 탄탄한 지식의 풍경, [출판인 연대 ‘녹색의 시간’] 독서 모임[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도서 증정] 《조선 궁궐 일본 요괴》읽고 책 속에 수록되지 않은 그림 함께 감상하기![책 증정] 호러✖️미스터리 <디스펠> 본격미스터리 작가 김영민과 함께 읽기[도서 증정] 『문명과 혐오』를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조지 오웰에 관하여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6. <조지 오웰 뒤에서>불멸의 디스토피아 고전 명작, 1984 함께 읽기[그믐북클럽X교보문고sam] 20.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읽고 답해요[책걸상 함께 읽기] #7. <오웰의 장미>조지 오웰 [엽란을 날려라] 미리 읽기 모임
버지니아 울프의 네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
[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9월 '나와 오기' ]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8월]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날 수를 세는 책 읽기- 7월〕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6월] '좋음과 싫음 사이'
전쟁 속 여성의 삶
[도서 증정] <여성과 전쟁: 우크라이나 소설가의 전쟁일기> 번역가와 함께 읽어요.[책걸상 함께 읽기] #47.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밀리의 서재에 있는 좋은 책들
[밀리의 서재로 📙 읽기] 27. 데미안
좋은 스토리의 비밀을 밝혀냅니다
스토리 탐험단 8번째 여정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스토리탐험단 7번째 여정 <천만 코드>스토리탐험단 여섯 번째 여정 <숲속으로>
문화 좀 아는 건달의 단상들
설마 신이 이렇게 살라고 한거라고?그믐달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
믿고 읽는 작가, 김하율! 그믐에서 함께 한 모임들!
[📚수북플러스] 4. 나를 구독해줘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책증정 ]『어쩌다 노산』 그믐 북클럽(w/ 마케터)[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현암사 80주년 축하해 주세요 🎉
[도서 증정] <이달의 심리학>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현암사/책증정] <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를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