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②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브뤼노 라투르)

D-29
다시 한 번 '코키토'가 아니라 '코키타무스'인 것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147,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코키타무스'이야기에는 실험실들이 우회와 구성, 잡다한 코스모그램을 거느리고 전면에 나와 있습니다. '연장된 실체'는 일종의 인위적이고 관념적인, 거의 피상적인 연속성으로 나타나고요. 반면에 '코키토'이야기에서는 무한한 우주의 물질이 수학적 기호로 직접 표시된 인과의 기나긴 연쇄를 끌고 전면에 등장하지요. (중략) 첫번째 경우에서 연장된 실체는 상상력을 통해서가 아니면 어느 곳에서도 확장되지 못합니다. 두번째 경우에는 도처에 퍼져 이미 우주적으로 확장되고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159,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그런데 한없이 심각한 것은, 바로 잘못된 그 형이상학적 비전 때문에 우리가 더 이상 세계에 대해서 서로 합의를 보지 못하게 됐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제 그 무엇으로도 주체와 객체를 연결할 수 없을 테니까요. 물론 데카르트는 그 둘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기 위해 신을 경우했습니다. 하지만 신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는 확실치 않지요...세계, 세계에 대한 합의는 영영 사라져버렸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161,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그들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의 권위를 지닌 것과 의견, 소문, 동요, 이데올로기, 파워게임, 단순한 수다에 지나지 않는 것 사이의 '구획'demarcation으로 돌아가고 싶을 겁니다. (구획은 과학철학의 고전적 용어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166,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구획설정'은 수학(논리학), 의사과학 그리고 형이상학적 공론으로부터 경험적 과학을 분리하는 선을 말한다. 원리상 뒤엎을 수 있는 기초언명만이 그 이론이 과학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19927&cid=60277&categoryId=60277
우리는 객관적인 지식을 잃지 않으면서 과학을 '세속화할'seculariser 수 있을까요? 사실상, 과학인문학의 모든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172,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우리는 초월적이고 결정적이지만 '효과가 없는' inoperant 판단에서 내재적이며 잠정적이고 수정 가능하지만 '조작적일'operatoire만한 판단으로 옮겨갈 수 있을까요? 바로 이 경험적이고 실용 가능하며 도구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과학인문학의 운명이 결정될 겁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177,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중, 그것도 생각하는 대중, '코기타무스'를 말할 수 있고 가능하다면 '칼룰레무스'calculemus(계산하다)까지도 말할 수 있는 대중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함께 생각하고 계산할까요? 어떤 도구를 이용해서요? 중도적이고 고전적이며 그럴싸하고 통상적인 답을 제시하자면, '전문가'들에게 실험실과 군중 사이의 매개자 역할을 맡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중략) 전문가들에게 주어진 역할이 도저히 지탱할 수 없는 역할이 되었으니 다른 거점들을 찾고 그 역할을 다른 조합들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뜻이죠.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179,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과학의 권역이 있고 정치의 권역이 따로 있어서 그 교차지점을 차지한 전문가들이 음식 나가는 창구 노릇을 하며 매개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중첩되어 있는 코스모그램들을 상대합니다. 우리는 그 코스모그램들을 기술하고 공개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결국 내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다양한 세계들,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양립 가능한 것과 불가능 한 것의 분배와 배치를 기술하라는 겁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183,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인류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주의'는 오히려 이상한 것, 보기 드문 것입니다.(중략)자연을 '보호'한다느니, '수호'한다느니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자연이 어떤 실재의 구간처럼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자연은 그런 게 아닙니다. 자연은 역사적으로 16세기와 17세기 사이에 비롯되어 19세기에 비로소 실현된 어떤 방식, 즉 '다양한 존재들'의 모든 속성들을 '한데 연결함으로써' 그 존재들에게 '보완적 연속성'을 보장하는 방식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212,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다윈이 충격을 주었던 것은 (중략) 그가 보편적이고 연속된 환경으로 구상된 자연을 생략했다는 겁니다. (중략) 다윈은 각 존재와 그 다음 존재 사이에 아찔한 '불연속성'이 있다고 보았고, 그러한 불연속성은 마치 결과가 항상 원인을 다소 넘어서는 것처럼 각 세대에 유일하고 독보적인 발명이 있음을 상정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그가 발견한 것은 더욱더 급진적입니다. 우리는 각각의 말을 그 자체로, 그 개체가 보전되거나 멸종될 그 나름의 위험과 기회를 통하여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중략) 최적환경, 적자 생존이라는 세속의 섭리도 그럴 수 없고 당연히 어떤 창조도 어떤 의미도 안됩니다. 다윈의 사상은 연장된 실체의 환원주의를 절대적으로 벗어나기 때문에 매일 묵상해야 마땅합니다. 생명체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자연의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필요로 합니다. (중략) 진드기도 그 가치들로 자기만의 관점, 의미작용의 세계, 다시 말해 진드기 고유의 환경세계 움벨트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진드기의 세계가 아무리 보잘것없다 해도 그 세계는 우리의 세계 혹은 코끼리의 세계 못지않게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그 환경 움벨트(Umwelt)를 이야기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215,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첫 번째 이야기에서 마침내 이성의 지배와 더불어 자연이 도래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이성의 지배에 대한 꿈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마침내 자연이 사라집니다. 나는 내가 오늘날 과학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우리에게 자연이 없기 때문이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234,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영화 아바타에서)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사물들, 사안들, 논쟁들, 모든 예 사연적 주제들로 이루어진 일반화된 결의론, 어떤 지름길에도 의지하지 않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 분쟁의 장들이 대거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정치의 귀환을 보고 있는 겁니다. (중략) 우주가 아무 어려움 없이 얻어낸 합의를 이제부터는 '구성해야만' 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237,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현실에서 정치는 항상 코스모스(공통세계)에 몰두했거든요. 오히려 자연과 정치의 구분이 이상한 겁니다. 나쁜 정부의 코스모스는 황폐한 풍경, 파괴된 도시, 중단된 소통입니다. 반면에 좋은 정부의 코스모스는 보기 좋은 풍경, 풍요로운 농경지, 다양한 식물상과 동물상, 잘 건설된 도시, 수많은 기술들, 활발한 상업, 풍부한 산업이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238,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트럼프의 석탄 활성화 뉴스가 생각납니다. 그동안의 노력은 무엇이었나 회의가 들기도 했는데요. https://www.yna.co.kr/view/AKR20250409014600071 중간 중간 내가 이해한 게 맞나 싶었지만, 마지막 장을 읽어보니 어찌어찌 따라온 것 같습니다. 바쁜 중에 급히 읽느라 다른 분들 의견 다 읽지 못했지만, 완독했습니다. 다음 책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오! 썬님 환영합니다. 저는 오히려 그 다음 책(판도라의 희망)이 더 읽기 수월합니다. 처음에 칸트랑 현상학이 나와서 좀 어리둥절했지만 2장의 구체적 예시를 읽고서야 이해가 더 잘 가기 시작했습니다. 참, 그리고 번역이 좀 이상한 부분이 곳곳에 보이던데 스캔이 좀 어설프긴 하지만 영어원서 pdf를 찾아서 비교해가니 좀더 이해가 되네요.
희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곧 따라가겠습니다!
과학기술 없는 인문학은 원숭이 놀음에 지나지 않다는 말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70p,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이 의견엔 동의하기 좀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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