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②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브뤼노 라투르)

D-29
찰스 퍼시 스노우가 <두 문화>를 말했을 때와 달라진 게 없는 듯해서 아쉽습니다. 저는 소설가들에 대해서도 그런 아쉬움을 느낍니다. 몇 년 전에 성소수자 문제로 소설을 쓴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그 분은 성정체성이 얼마나 유전의 영향을 받느냐 하는 문제가 어떤 사회적 함의를 지닐 수 있는가에 대해 전혀 모르시더라고요.
나는 학생이 자연과학의 주제에만 국한하여 관심을 쏟지는 말라는 뜻에서 이 예를 선택했습니다. 경제학은 사회과학이지만 도처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화학이나 의학에도 관 여합니다. 그래서 경제학의 목표와 기능, 경제학의 신뢰도와 예측 능력 등등에 관한 논쟁들은 모두 직접적으로 우리의 관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과학기술의 우회를 고려하지 않는 학문분과들이 흥미로울 수는 있겠지만, 그 학문분과들은 개코원숭이를 다루지 인간은 다루지 않습니다. 과학기술 없는 인문학은 원숭이 놀음에 지나지 않다는 말입니다. 소아과 논문이나 심리학자의 견해에 영향을 받지 않은 초보엄마의 행위가 있을까요. 프로이트를 외면할 수 있는 사랑싸움 따위가 어디 있겠습니까.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저도 이부분을 줄쳤습니다.^^;; 물론 프로이트를 너무 신경 써서 곧이곧대로 믿다가 제게 차인 남친도 있었지만..;;ㅎ
프로이트를 곧이 곧대로 믿으신 분은 @borumis 님이 아니라 그 남자친구 분이신 거지요...? ㅎㅎㅎ (STS보다 훨씬 재미있는 게 바로 타인의 연애사... ^^;;;)
네 답답하더라구요. 프로이트와 정말'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같은 고리짝 시절 책을 맹신해서;; 어느 곳이든 어느 분야(?)든 고정된 틀에 갇힌 사람들은 있더라구요..^^;;
화남금녀는 저의 연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제 아내의 연애에도 영향을 미쳤던 거 같습니다. ("동굴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라는 말이 얼마나 편리했는데요!) ^^
바로 이 이유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적 규칙을 선택의 원리로 채택합니다. 어떤 행위 경로에 ('하드'와 '소프트',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막론하고) 어떤 기술이나 과학의 중재(번역)가 다소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를 수 있는지(기사라면 몇 줄이나 지나갔는지, 대화에서라면 얼마나 많은 문장이 지나갔는지) 살펴보세요. 선택할 수 있는 예들이 넘쳐날걸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집에 사놓고 계속 안 읽게 되어서 책 내용이 궁금했는데 이번 참에 읽을 수 있겠어요! 멋진 기획 감사드립니다. : )
대충 시작한 기획입니다만 이렇게 함께 읽을 기회를 마련하게 되다니 기쁩니다. 어서오세요!
'공개토론'이나 '시민' 같은 단어들이 '소각장' 같은 '순전히 기술적인' 용어와 연결되는 것은 명실상부한 시대적 경향입니다. 학생 말마따나, 이것은 정치와의 새로운 연결을 상정합니다. 히에론 왕은 아르키메데스의 전투기계를 쓸 것이냐 말 것이냐를 시라쿠사인들의 토론에 부치지 않았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우리의 행위 하나하나는 더 많은 우회들로 연결되고, 그 우회들은 우리로 하여금 기술들을 경유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p. 72,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나는 개코원숭이에서 외치, 사이러스 스미스를 거쳐 우리에 이르기까지 한 발짝씩 나아갈 때마다 우회의 수와 길이를 증대시키는 하나의 경향, 하나의 전체적 흐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선, 각 단계에는 이후의 역사 속에서도 거의 수정되지 않고 남게 될 어떤 발명이 있습니다. (...) 그 다음으로는, 우회의 '연장'(allongement)이 있습니다. 이 연장을 양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 실로 현저한 세 번째 특징은 이러한 구성적 행위가 동원하는 존재들의 성질을 더욱 크게 확장시킵니다. (...) 과학과 기술이 '진보할수록' 우리와 사물의 '직접적 접촉은 사라져 간다'는 세간의 통념과는 반대로, 우리와 사물의 관계는 외치가 사물과 맺었던 관계보다 훨씬 더 '긴밀'합니다. 다행히도 '직접적' 접촉은 사라졌지만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73-74쪽,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첫 번째 해석은 각 단계에서 과거와의 근본적 결별을 상정하고, 그 결별에 힘입어 주체적인 것과 객체적인 것, 정치와 과학, 인간과 비인간이 언제나 한층 더 구분됩니다. 나는 이것을 '해방과 근대화'd'émancipation et de modernisation 이야기라고 부르는데요. 두 번째 해석은 그와 반대로 각 단계에서 점점 더 크고 점점 더 밀접한 연루 implication를 상정합니다. 나는 이 두 번째 이야기를 '밀착과 생태화'd'attachement et d'écoligisation의 이야기라고 부릅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79쪽,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과학의 경우를 들어 이미 설명했듯이 사회와의 관계를 주장하는 담론과 그런 관계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담론, 이 두 가지 담론 모두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두 담론은 모두 참이지만 절대로 동시에 참일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어떤 기술이 잘 기능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기술은 아주 뚜렷하게 사회기술적 형태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행위 경로에 녹아들어 거의 눈에 띄지 않은 채 그저 효력만 나타내기도 합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내가 그토록 시험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시험을 통해서만 물질주의자가 됩니다. 다시 말해, 어떤 행위를 구성하는 다양한 물질을 의식하게 된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입니다. 모든 것이 다시 착착 맞아 돌아가면 관념주의는 반드시 되돌아옵니다. 부채를 펼 때에는 으레 단숨에 착 펼 치고 케이스에 집어넣을 때에도 단숨에 착 하고 접어넣는 것과 비슷하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첫 번째 이야기는 점점 커지는 해방의 스토리를 띠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밀착과 연루가 다각화되는 스토리이고요. (...) 그 여파로, 우리가 근대화의 모험을 이어나가야 하는가, 아니면 모든 밀착을 소화하는 작업에 매달리며 차츰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따라서 미래도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 두 이야기는 '동시에' 참입니다. 그러므로 이 새로운 모순을 다시금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이 모순을 밑거름 삼아 고르디우싀의 매듭을 너무 성급히 칼로 잘라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80쪽
사람들이 기술을 늘 관념적으로 보는 이유는 찬양하기 위해서든, 불만을 제기하기 위해서든-기술이 시험을 통해서만, 또한 그 시험이 지속되는 동안에만 드러난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습관이 들고 행위 경로가 재개되면 기술에 있어서 정말로 독창적인 것은 금세 짠, 하고 사라지지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그것은 우리가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는 겁니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기술적 우회들의 다각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점점 더 훌륭한 장비를 갖추는 과학을 경유함으로써 감당해야 하는 연장을 고려해야 하지요. 그뿐 아니라 이 새로운 과학의 상당수는 공공 논쟁 controverses publique을 불러일으킵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이제 내가 학생들을 어디로 이끌고 가려는지 알겠지요. 시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수록 인간의 행위, 기술의 사용, 과학을 통한 경유, 정치의 침입을 구분하기가 '점점 더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물질화는 사회화요, 사회화는 물질화다"라는 모토가 나온 겁니다.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 인간과 자연, 과학과 정치에 관한 가장 도발적인 생각 브뤼노 라투르 지음, 이세진 옮김, 김환석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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