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독서

D-29
읽고 생각하고
진정 모든 변화는 생각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생각의 눈은 삶에서 어디에 햇살이 깃들고 어디에 반가운 여름비가 오는지 찾아주어야 한다. 삶의 구석구석을 응시하면서 말이다. 삶에 햇살을 찾아주는 것도, 가뭄 속에 간직된 비 향기를 기억해내는 것도 생각의 노력에서 시작한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9~10., 서동욱 지음
해답은 널려 있지만, 제대로 된 문제를 가진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는 빈털터리가 그것을 집어 들면 그저 돌멩이, 아니면 영문 모를 '42'라는 숫자로만 나타난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23., 서동욱 지음
반복은 새로운 것이 출현하기 위한 조건일 뿐 아니라, 과거의 것을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우리는 현재 속에서 과거의 것을 반추하며, 이를 통해 비로소 제대로 과거의 의미를 이해한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39., 서동욱 지음
불의 앞에서 자기기만적 정신은 나는 이 공동체 안에서 별달리 힘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더 나쁘게는, 직책상 그것은 내 일이 아니라서 모르겠다고 답하며, 다른 사람들이 처리할 문제라고 외면한다.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자발적으로 결단을 내리는 나 자신의 상위 심급에 나의 보잘것없는 직책을 놓아두고서, 그 직책에 어쩔 수 없이 복종할 뿐이라고 변명하며 정의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다. 이때 나는 '직책상 어쩔 수 없는 자'가 아니라, '직책의 핑계를 대며 어쩔 수 없는 자가 되기로 능동적으로 선택한 자'이다. 그러나 마치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던 것처럼 믿으려 한다는 점에서 나의 영혼은 자기기만적이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48., 서동욱 지음
이렇게 내면이 안식의 장소가 아니라 못 견디게 만드는 재앙의 장소라면, 인간은 자기 바깥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다. 바로 '여행'을 하는 것이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55, 서동욱 지음
권태 속에서 우리는 보다 아름다운 곳에 대한 동격 속에서, 존재의 이런저런 모습들 가운데 하나로부터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부터 도피하고자 한다. 여행을 위한 안내서도 없고 기한도 정해지지 않은 도피, 그것은 어느 곳엔가 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레비나스, <존재에서 존재자로>-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인간에 대한 폭력은 언제 탄생하는가? 바로 전체라는 저 허구 속에 개별적인 한 사람을 억지로 집어넣으려 할 때 도래한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조금만 참아라. 우리 모두를 위해 좋은 것인데, 너는 너만 생각하느냐. 너는 우리 전부가 추구하는 가치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구나...이런 류의 이야기들을 수없이 들어왔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80., 서동욱 지음
인간은 서로에게 영원히 들어맞지 않는 퍼즐 조각들이며, 전체 그림 같은 것은 결코 맞추어지지 않는다. 인간에게 남아 있는 길은 무엇인가? 오로지 상대방의 고유성, 서로 다름, 하나의 전체로 합일하려 하지 않는 상대방의 필연적인 고집을 존중하는 길밖에 없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81., 서동욱 지음
즉 판단력은 단지 지식에 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사례(민간인 살해)가 어떤 일반적인 개념(전쟁 범죄)에 속하는지 판단하는 일은 지식을 획득하는 일이다. 동시에 판단력은 '이런 살해는 있어선 안 된다는 요구'를 전 인류에 대해 하고 있다. 이런 요구는 세상이 지향해야 하는 도덕적 이념에 입각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례가 귀속되는 일반적 규칙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지식이지만, 전쟁 범죄라는 일반적 법 조항을 통해 규정된 민간이 살해가 과연 일어나도 좋은지 도덕적 이념에 비추어 판단하는 일은 지식이 아니다. 판단력의 위대함은 지식을 얻는 데 있지 않고, 바로 도덕적 이념에 비추어 이런 사태가 일어나도 괜찮은지 심판하고 비난하는 데 있다. 도덕적 가치에 입각한 이런 판단(심판)은 인간의 운명을 다루는 의학과 법학의 핵심을 이룬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126., 서동욱 지음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가 침해받는 것을 못 참으며, 특히 자신이 진실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할 자유(즉 철학함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는 것을 가장 못 참는다. 이런 자연적인 자유를 국가가 침해하려 할 때 국가는 자유의 침해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전복될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안녕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둘 때 얻어질 수 있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147~148., 서동욱 지음
반대로 정치만이 인간의 꿈에 귀 기울이고 그 꿈을 향해 오를 수 있는 계단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삶에는 권력가와 그가 만든 임의의 규칙, 규칙의 허점을 노린 축재, 위반에 대한 형벌, 그리고 보복으로서 '종의 전쟁'만이 있을 뿐이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153., 서동욱 지음
산책에는 삶의 중요한 진실이 있다. 산책에는 단조로움과 새로움이 결합해 있다. 달리 말하면 반복과 반복을 통해 얻는 새로움이 결합해 있다. 늘 똑같은 길로 들어서지만 그것은 늘 새로운 하루이다. 이것이 일상의 구조 자체라는 것, 반복이 새로움의 조건이라는 것은 산택의 귀중한 동반자인 우리 집 강아지가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다. 배번의 산책이 세상에서의 첫날인 것처럼 구름이는 너무 신나서 걸어간다. 산책이 그렇듯 반복이 새로움이 아니라면, 일상은 그저 형벌일 것이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180., 서동욱 지음
염세주의는 삶에 대한 하나의 위대한 관점, 삶을 긍정하는 자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통찰이다. 현실이란 삶을 긍정하기보다는 반대로, 가벼운 쾌락에 욕심내며 태만, 복수심과 시기심을 만족시키려고 남의 삶을 파괴하는 폭력 같은 것으로 가득 차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삶을 긍정하는 자라면 삶을 파괴하는 이 현실 앞에서 염세의 논에 논물을 담고 슬퍼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보았던 저 예술가들의 슬픈 시와 음악이 그렇듯 말이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189., 서동욱 지음
행복과 불행의 조각들이 설탕과 모래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있을 뿐 인생 자체가 행복한지 불행한지는 결코 알 수 없다. 요컨대 성공이나 행복 같은 이념이 우리를 웃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런 것들을 웃음을 만들기엔 너무 추상적이다. 지적인 세계에서는 오로지 삶의 축복처럼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유머가 우리를 웃게 만든다. ...지적인 세계 밖에서는? 아니들이나 강아지들이우리를 웃게 할 것이다. 그들은 유머와 같은 자유를 보여주지만, 당연히 유머보다 위대하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198., 서동욱 지음
사랑은 어디 있는가? 맹세는 어디 있는가? 그것은 말 속에 있다. 사랑한다는 말이 사랑을 비로소 현실로 만든다. 맹세한다는 말만이 비로소 맹세를 세상 속에 등장시킨다. 사랑한다는 말은 이미 있는 현실 속의 사랑을 묘사하는 말이 아니라, 사랑을 창조해내는 말이라는 것이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200., 서동욱 지음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요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 무상한 반복을 갈구하는 소망, 휴식하고 싶은 소망, 피젯스피너는 바로 이 소망을 가리켜 보이는 무상한 상징이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218., 서동욱 지음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속 빈 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버렸는가? 한 체코 격언은 그들의 그 고요한 한가로움을 하나의 은유로 이렇게 정의한다. 그들은 신의 창들을 관조하고 있다고. 신의 창들을 관조하는 자는 따분하지 않다. 그는 행복하다. 우리 세계에서 이 한가오룸은 빈둥거림으로 변질되었는데, 이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빈둥거리는 자는 낙심한 자요, 따분해하며, 자기에게 결여된 움직임을 끊임없이 찾는 사람이다. -밀란 쿤데라, <느림>-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결국 정치적 싸움이란 느려질 권리를 얻는 문제이다. 시간이 느려지지 않는다면, 삶은 그저 노동을 거쳐 사망으로 가는 쾌속 열차일 것이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251., 서동욱 지음
무엇보다 현세에 살아 있는 영혼이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공부가 필요하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260., 서동욱 지음
결국 그림은 세상이 하나의 질서와 중심을 가지지 않으며, 서로 이어지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하는 다양성만을 지닌다는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 다양성의 인정이란 바로 세상의 '자유'에 대한 승인 아닌가? 세계가 경직될수록 우리는 그림이 도달한 그 자유를 더욱더 소중히 바라보게 된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p.282., 서동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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