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란,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길래 추천하면서도 책장을 넘기기가 아까울 정도였을까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읽기
D-29
eim모임지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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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느라 삼십오 년간 활자에 찌든 나는, 그동안 내 손으로 족히 3톤은 압축했을 백과사전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1장 9,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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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1장 10,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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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 봐야 부질없는 건, 진정한 생각들은 바깥에서 오기 때문이다. 국수 그릇처럼 여기, 우리 곁에 놓여 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1장 10,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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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 오랫동안 내가 잊고 있었고,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삭제된 그것이.
『너무 시끄러운 고독』 5장 85,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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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조리와 겨루며 죄의식을 느끼지만 결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 않으며 스스로를 지킬 줄도 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옮긴이의 말, 138,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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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계의 종말을 목격하는 늙은 노동자의 긴 명상
『너무 시끄러운 고독』 옮긴이의 말, 139,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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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안에 반짝이 가루와 색종이 조각을 뿌릴 것이다. 최종적인 압착이 있기 전, 아름다움이 창조되는 순간이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1장 18,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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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주문 같은 첫문장
1장.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
2장.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를 압축하고 있다.
삼십오 년째 나는 내 꾸러미들을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어왔다.
3장.
삼십오 년 동안 나는 폐지를 압축해왔다. 내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해도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4장.
어느 오후, 도살장에서 피 묻은 종이와 상자가 트럭 가득 실려 왔다.
5장.
내가 보는 세상만사는 동시성을 띤 왕복운동으로 활기를 띤다. (...)붉은색과 녹색 버튼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내 압축기가 그렇다.
6장.
삼십오 년 동안 나는 내 압축기에 종이를 넣어 짓눌렀고, 삼십오 년 동안 이것이 폐지를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어왔다.
7장.
삼십오 년 동안 나는내 압축기로 페지를 압축해왔고, 언제까지나 그렇게 일할 거라 생각했다.
8장.
카페 '검은 양조장' 카운터에 기대앉아 나는 맥주 한 잔을 마신다. 이봐, 오늘부터 넌 혼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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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흔들리는 빛과, 신학교 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 작업. 이 두 가지를 떠올리면 어김없이 머릿속에 새로운 감탄이 차오른다. 생각하면 전율이 인다......폐지를 한아름씩 들어다 압축통을 채운 뒤 녹색 버튼을 힘껏 누른다. 머리 위에 펼쳐진 별이 총총한 하늘을 능가하는 무언가를 생쥐의 눈 깊은 곳에서 발견한다. 그 순간 내 어린 집시 여자가 선잠에 빠진 나를 찾아온다. 압축기가 악사의 손에 들린 아코디언처럼 몸을 비튼다. 나는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복제화 한 점을 내상자에서 꺼내놓고, 성화들의 둥지 속에 숨어 있는 책들을 추려 마침내 한 페이지를 고른다. ”
『너무 시끄러운 고독』 8장 130,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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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에 들어가는 세네카처럼 나는 한쪽 다리를 압축통에 넣고 잠시 기다린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8장 131,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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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복수를 할 요량으로 첫번째 꾸러미에 로테르담의 에라스뮈스가 쓴 《우신예찬》을, 두번째 꾸러미에는 실러의 《돈 카를로스》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말 씀이 피가 흐르는 육신이 되도록 세번째 꾸러미에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에케 호모》를 활짝 펼쳐서 넣어두었다. ”
『너무 시끄러운 고독』 4장 49,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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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직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나선과 원이 상응하고, 프로그레수스 아드 푸투룸과 레그레수스 아드 오리기넴이 뒤섞인다. 그 모두를 나는 강렬하게 체험한다.
*progressus ad originem. '근원으로의 전진'. regressus ad Futurum. '미래로의 후퇴'. ”
『너무 시끄러운 고독』 5장 69,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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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비로운 자연이 공포를 열어 보이는 순간, 그때까지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모든 것이 자취를 감춘다.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고통보다 더 끔찍한 공포가 인간을 덮친다. 이 모두가 나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나 시끄러운 내 고독 속에서 이 모든 걸 온 몸과 마음으로 보고 경험했는데도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니, ”
『너무 시끄러운 고독』 5장 75,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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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놀라운 글귀들이어서 나는 저 높은 곳의 별이 총총한 하늘 한 자락을 보려고 건물의 배기갱까지 뛰어가야 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5장, 74,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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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반 고흐의 《해바라기》로 에워쌌다. 노랑과 금색의 과녁과 소용돌이가 내 비극적인 감정을 고조시켰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5장 74,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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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올리브 열매와 흡사해서, 짓눌리고 쥐어짜인 뒤에야 최상의 자신을 내놓는다.' 나는 꾸러미를 만들어 하나하나 철사로 동여맨 뒤 최대한 단단히 조인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2장 26,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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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그들이 낀 장갑에 나는 모욕을 느꼈다. 종이의 감촉을 더 잘 느끼고 두 손 가득 음미하기 위해 나는 절대로 장갑을 끼지 않았으니까.
『너무 시끄러운 고독』 6장 89,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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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꾸러미가 괴테나 실러, 휠덜린, 니체의 무덤으로 쓰이는지 아는 사람도 나뿐이다. 나 홀로 예술가요 관객임을 자처하다 결국 녹초가 되어버린다. 날마다 죽을 것만 같은 피로에 찢기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이 피로를 덜어내고 자아의 막대한 소진을 줄이기 위해 나는 쉴새없이 맥주를 마시고 후센스키 주점으로 향한다. 다음 꾸러미에 대해 꿈꾸고 명상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 미래를 좀더 분명히 보기 위해 나는 몇 리터고 맥주를 들이견다. ”
『너무 시끄러운 고독』 1장 15,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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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인 건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 속에 살기 위해서다. 어찌 보면 나는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1장 18,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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