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읽기

D-29
언어가 서로 만날 때 이 불확실한 것들이 솟아올라와 산과 들을, 사랑과 증오를 새롭게 고찰하고 새롭게 정의하게 한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언어, 그 숨은 진실을 위한 여행, p149, 황현산 지음
시인의 '시'는 시정, 시집, 시문학, 서정시, 서사시와 연결되는 반면, 시니피앙의 '시'는 우리말에서 무엇인가. (...) 한 낱말은 항상 다른 낱말에 의지하여 그 뜻을 드러낸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학술용어의 운명, p143, 황현산 지음
여우가 '길들인다'고 말한 것은 자기 아닌 것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을 그것의 삶 속에, 그것을 자신의 삶 속에 있게 하는 일이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어린왕자》에 관해, 새삼스럽게, p136, 황현산 지음
충격은 길들이기가 아니며, 시간을 버티는 일이 아니다. 충격은 관계를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충격은 허위의 관계가 벗겨진 곳에서 진정한 관계를 드러낸다. 그것은 시간의 얇은 보자기가 찢어진 곳에서 시간의 신비로운 깊이를 판다. 어린왕자는 이 깊이를 타고 제 별로 갔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어린왕자》에 관해, 새삼스럽게, p139, 황현산 지음
그런데 어린 왕자를 한 번 깨물어 그의 별로 되돌려보내는 뱀의 수법은 오늘날 우리의 전자 문명과 닮은 점이 많다. 우리는 이렇게 날마다 뱀의 힘을 빌리는 셈이지만 뱀에게 물리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어떤 결단도 없이 이 세계 저 세계를 날아다니는 것이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어린왕자》에 관해, 새삼스럽게, p139, 황현산 지음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은 도끼라고 니체는 말했다. 도끼는 우리를 찍어 넘어뜨린다. 이미 눈앞에 책을 펼쳤으면 그 주위를 돌며 눈치를 보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에 우리를 다 바쳐야 한다. 그때 넘어진 우리는 새사람이 되어 일어난다. 책이라는 이름의 도끼 앞에 우리를 바치는 것도 하나의 축제다. 몸을 위한 음식도 정신을 위한 음식도 겉도는 자들에게는 축제를 마련해주지 않는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오리찜 먹는 법, p127, 황현산 지음
우리는 우리가 읽는 것에 우리를 다 바쳐야 한다. 그때 넘어진 우리는 새사람이 되어 일어난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오리찜 먹는 법, p127, 황현산 지음
몸을 위한 음식도 정신을 위한 음식도 겉도는 자들에게는 축제를 마련해주지 않는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오리찜 먹는 법, p128, 황현산 지음
축제의 음식을 먹는 자는 마땅히 두 손을 적셔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우리와 하나 되게 하는 것이며, 우리가 거둔 곡식과 소채, 우리가 잡은 짐승들에게 속죄하는 길이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오리찜 먹는 법, p126, 황현산 지음
진정한 재능은, 말의 논리를 염두에 두면서도 그 논리에 구멍을 뚫을 줄 안다. 이 구멍이 주어진 윤리에도 구멍이 된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마더 구스의 노래, p122, 황현산 지음
그는 패배하면서도, 거대한 운명의 폭력 위에 인간의 위엄을 세우고, 마침내 운명 앞에 선 인간의 패배를 인간의 위엄으로 바꾼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운명과 인간의 위엄, p116, 황현산 지음
당신의 모든 것이 수많은 '살랑살랑' 속에 묻혀버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다른 길, p118, 황현산 지음
정확하고 적절한 묘사는 마치 쭈그러든 축구공에 불어 넣는 바람과 같아서 땅에 붙은 삶에 다시 그 입체감을 회복해주고, 존재와 사물로서의 지위를 확보해준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다른 길, p119, 황현산 지음
바닷가 사람들인 우리 가족에게 시간은 늘 썰물 밀물과 연결되어 있다. 이 시간의 리듬은 곧 달의 숨결이며, 우주의 율려이다. 이 박자을 짚어 비도 오고 바람도 분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두 개의 시간, p171, 황현산 지음
농사는 절기에 따라 짓고 제사는 날짜에 따라 지낸다. 양력에는 공식적인 삶이 있지만 음력에는 내밀한 삶이 있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두 개의 시간, p171, 황현산 지음
그 잃어버린 기억들이 시간의 주름 속에 숨어 있다. 한 인간에게서 이 무의식의 기억은 그가 태어나기 이전의 기억으로까지 연결된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두 개의 시간, p172, 황현산 지음
모든 인간은 자기 안에 타자를 품고 산다. 이 자기 안의 타자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의지를 훼방하지만, 때로는 의식과 의지가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어내기도 한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두 개의 시간, p173, 황현산 지음
그것이 충격적이다. 거기에는 견해의 차이가 아니라 상상력의 차이가 있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간접화의 세계, p177, 황현산 지음
우리는 저 간접화된 세계의 사람들에게 모든 불편과 위험과 치욕을 맡기고 때로는 죽음까지도 맡긴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간접화의 세계, p178, 황현산 지음
이때 현실은 파괴되거나 사라지지 않더라도 감추어져 있던 그 비밀스러운 구석 들이 햇빛 속에 얼굴을 들어 다른 현실의 발명에 참가한다. 현실은 쉬지 않고 움직이며 확대된다. 그 점에서 사실주의자와 초현실주의자의 믿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작은, 더 작은 현실-권여선의 <봄밤>을 읽으며, 황현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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