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스워스는 처음부터 노예무역에 관한 연구를 괴롭혔던 “추상성의 폭력”에 대해 설명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실은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이유에서 구체적으로 이해되어야 하지만 장부, 연감, 대조표, 그래프, 표 같은 상인의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추상적이고 비인간적이게 되고 만다는 것이다. 노예선이라는 특수한 현상을 분석하는 것은 한 인간이나 몇몇 사람들이 돈이나 자본을 위해 다른 집단에 기꺼이 가하는 행위의 가혹한 진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의 행동으로 말미암은 결과와 현실을 자신과 자손에게 감추기 위해 이 잔인한 모습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숫자는 만연했던 고문과 테러를 가려버리지만,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 사회는 여전히 인종과 계급 그리고 노예제도의 과거 유산에 귀착된 채로 살아가고 있다. 노예선은 현대적 의식의 첨단을 항해하는 유령선이다. ”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30,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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