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1.노예선, 마커스 레디커

D-29
총기와 화약을 구매했던 큰 집단은 중앙집권화 된 강한 군사 국가로 성장했고, 화기를 사용해서 이웃 부족을 정복하고 노예를 잡아들인 후 거래해서 소총을 사들이고 있었다. 노예무역이 가장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던 지역에서는 노예 포획과 유지 및 운송에 관한 새로운 노동 분업이 성장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99,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많은 아프리카인과 노예무역의 폐지론을 펼치던 유럽인들은 서아프리카의 법적 절차가 무너졌고 수천 명이 잘못 고발되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느꼈다. 그들은 이러한 오심이 교역할 가치가 있는 노예를 최대한 생산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왕립 아프리카 회사에서 일했던 프랜시스 무어는 감비아 지역에서 1730년경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 “모든 처별이 노예형이었다”고 기록했다. 월터 로드니는 북부 기니 해안의 지방 지배 계급이 “노예무역을 보조해 주는” 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22,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다른 모든 노예무역업자처럼 그는 아프리카인들이 “문명화된 기독교 국가에서 사는 것”이 “야만인들” 사이에서의 삶보다 더 나을 것이라며 합리화했다. 어떤 경우에도 인도주의적 염려가 국가의 경제적·군사적 이익을 뛰어넘은 적은 없었다. 노예무역이 바로 “국가에 풍부한 자금과 해상력을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프리카 무역을 촉진함으로써 의회는 많은 사람의 행복과 번영을 촉진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그는 반세기 후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가 그리게 될 유명한 작품 <유럽을 떠받치고 있는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라는 그림을 예견하였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William Blake’s Europe Supported by Africa and America
그는 또한 노예무역이 영국에 자본주의 제조업의 융성에도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예선에 실려서 아프리카 각지로 보내지는 화물은 영국 제조업 생산량의 8분의 7에 해당하며 그로 인한 이익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삼각 무역이란 유럽(또는 아메리카)에서 제조업 상품을 싣고 출발한 배가 서아프리카로 향하고 그곳에서 노예를 거래한 후에 아메리카로 떠나 설탕, 담배, 쌀과 같은 농산물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노예선 대부분이 서인도나 북아메리카에서 반환 화물을 싣지 못하였기 때문에 엄격하게 말해서 삼각 무역은 아니라는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삼각 무역이라는 개념은 세 가지 핵심적 장소와 거래 요소 — 영국과 미국의 자본과 제조업, 서아프리카의 노동력, 아메리카의 생산물자(때로는 원재료) — 를 시각화해 주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가치가 있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책에 대서양 지도가 잘 나와 있어서 텍스트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네요. 평소 세계지도 하면 한가운데 한국이 있고 왼쪽 끝에 유럽과 아프리카가, 오른쪽 끝엔 아메리카가 있는 지도만 저의 뇌를 지배하다보니, 지구는 둥글고 대서양을 통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유럽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얼른 와닿지 않을 때가 많아서요.
저도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지명들이 많이 나오는데 지도가 많아서 읽기 쉬웠어요. 특히 아프리카 대륙은 세네감비아부터 시작해서 바람막이 해안, 황금해안, 베냉만, 서부해안으로 이어지는 노예 무역의 경로들을 보며 규모가 얼마나 광대했는지도 체감이 되고요. 점점 더 많은 노예를 공급받기 위해 아래로, 내륙으로 이어지는 무역 지점 외에도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이 아예 '공장' 용도의 요새를 지어 안정적으로 노예를 확보했다는 내용도 처음 알았어요.
오 아직 2장 읽는 중이라 대서양 지도 한 장만 봤는데, 뒤에는 아프리카 해안 지도도 상세하게 실려 있군요! 좋다
욥 벤 솔로몬은 노예생활을 했던 그 당시에 중간항로 항해 후 귀환한 단 두 사람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03,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모든 사람이 폭력적인 징계와 죽음의 위협을 받았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도중에 사망했다. 포로들은 아프리카에 남기 위해 아프리카인과 맞서 싸워야 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이 땅의 억눌리고 버림받은 자들이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30,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노예를 사가는 것은 백인들이지만 그 백인들에게 팔아 넘기기 위해 자신들에게 노예형을 선고하고, 마을을 약탈하고, 납치하고, 속이고, 전쟁으로 포로를 만드는 것은 같은 아프리카 사람이었다는 아이러니와 슬픔이 여기에 다 담긴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에 살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아프리카인에게 잡히지 않아야 한다니.. 어디에도 자신들의 편은 없는 상황이 안타깝네요.
혹자는 소규모 부족 간의 소위 “끝없는 전쟁”이 노예 생산의 또 다른 주요 원천이라고 했다. […] 노예무역을 옹호한 사람이든 반대한 사람이든 전쟁이 서아프리카 노예의 주요 공급원이었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 노예무역 폐지론자들은 “전쟁”이라 불리는 이러한 행위들이 대부분 납치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전쟁”은 주로 노예선이 해안에 출현하면 시작되었다. 전쟁이 개시되면 지역 상인들은 (노예선 선장의 도움으로 화기를 갖추고) 전쟁 준비를 해서 내륙으로 향하며 전쟁을 수행하고 노예를 잡아들였다. 이렇게 잡은 노예들은 처음 전쟁 준비의 채비를 도와준 선장에게 팔리게 된다. 한 아프리카인 노예선 선원은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서 “만약 배[노예선]이 없으면 그럼 노예 잡는 사람 없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쟁은 조직적인 인간 도둑질에 대한 완곡어법이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이 문장도 그렇고 처음에는 막연히 백인들이 해안 지대를 돌아다니며 흑인들을 사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노예무역이 더 체계적(?)이고 분업화, 산업화 되어있다는 게 의외였어요. 해안 지대에 성이나 요새를 건설한 뒤 노예를 전문적으로 사들이고 상품화하는 '공장'들이 있어서 거기에서 중개무역처럼 안전하게 노예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고, 해안지대로 가서 직접 아프리카 노예상인과 직거래하는 방법도 나오죠. 설령 해안에 정박하더라도 선장과 선원들은 함선에 머무르고, 기다렸다는 듯 노예상과 전문적인 인간사냥꾼들이 노예를 잡아오는 모습은 도덕성이나 인륜과는 별개로 그 시대에 어울린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전문화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생각보다 총을 굉장히 많이 사들였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아프리카는 노예무역의 대가로 무엇을 얻어가는 건지 궁금했는데 군주나 부족장들이 총을 더 많이 사면 그만큼 전투력이 올라가고, 이를 이용해 다른 부족이나 국가를 정복하거나 약탈하고, 그로 인해 노예를 잡아와서 팔아넘긴 뒤 다시 총을 확보하고.. 약탈과 성장의 무한반복 구도랄까요.
@은화 님 말씀하신 총 문제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라 저도 관심이 많습니다. 아래 책은 지금 우리가 읽는 내용과는 쪼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언제 한번 꼭 읽어보려고 찜해둔 책이에요. 냉전기 미국이고 소련이고 자기들 이익에 따라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분쟁지역으로 총기를 어마어마하게 들여놓는 바람에 그 지역들을 지금의 노답 상태로 이끄는데 한몫 했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의 시대와 많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고, 또 같은 뿌리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문제 같아서요.
AK47 - 매혹적이면서도 가장 잔혹한 도구의 세계사전 세계 인구 77명당 1명꼴로 보급되었으며 한 자루 가격이 닭 한 마리 가격에 거래되어 '치킨건'이라 불리는 도구. 이 책은 베트남전쟁부터 이라크전쟁까지,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이 소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추적한다. 말 그대로 세계사를 바꿔 놓은 무기의 일생을 다룬 매혹적인 전기이다.
추천해주신 책 소개를 보고 나니 현대의 아프리카 정세도 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네요. 여기저기 각자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국가와 군벌, 공동체, 기존의 부족들. 자신의 영향력을 위해 총기를 필요로 하고 무력을 바탕으로 주변 세력을 병합하는 모습. 유럽의 상인과 선장들이 총기를 쥐어주면 그걸 가지고 같은 아프리카 사람을 잡아들이는 노예상의 모습은 시대와 주체, 기술력만 조금 달라졌을 뿐 열강들이 개입하는 현재와 근본이 바뀐 게 없는 것 같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가 읽어봐야겠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부터는 일정대로 4장~6장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해요. 저는 책에서 묘사되는 선상 생활과 노예선의 일상이 흥미로워 쭉 읽었습니다. 아래의 얘기들을 같이 해봐요. 1) 4장, 5장, 6장은 올라우다 에퀴아노, 제임스 필드 스탠필드, 존 뉴턴이라는 세 인물들의 일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인물이 흥미로웠나요? 2) 세 인물들이 설명한 노예선에서의 생활과 일상에 대한 묘사 중 기억에 남거나 충격이었던 부분이 있나요? 3) 스탠필드의 기록을 보면서 여러분은 선원들도 노예제도에 있어 가해자의 편에 더 가깝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그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하시나요?
1) 노예생활을 직접 겪고 나중에 이를 고발한 에퀴아노의 삶도 인상 깊지만 선원으로서의 일상과 노예선의 풍경을 담아낸 스탠필드가 더 기억에 남네요. 노예선에서 제약받지 않을 수 있는 인간은 오직 선장과 극소수의 고급선원 뿐이고 일반선원들도 노예무역에서 억압 당하는 입장이었다는 점도 처음 알았고요. 강제로 노예로 잡혀 온 에퀴아노나, 출세의 수단이었던 뉴턴과 달리 스탠필드는 노예선 생활을 외면하거나 무시할 수 있었음에도 자원하여 배에 올랐다는 점이 눈에 띄었어요. 개인적으로 존 뉴턴은 선장 중 노예무역에 반대하는 쪽으로 개심한 인물이라는 점이 눈여겨 볼만한 얘기지만 앞의 두 인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의 일생이나 노예선에 대한 묘사가 심심하다고 느꼈거든요. 과연 그가 정말로 나중에라도 노예제의 본질을 보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돌아선 건지, 아니면 단순히 종교 또는 내세(지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음을 바꿨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도 한때는 선장으로서 기득권의 위치에 서 있었기 때문인지 실상에 대한 고발이나 묘사가 앞의 두 인물에 비해 적다고 느꼈습니다. 2) 175p에서 선장이 그냥 자기 기분이 안 좋다는 이유로 선원에게 칼을 던지고, 고기를 태웠다고 요리사를 패서 죽게 만들었다는 내용이 충격이었어요. 운이 없게도 스탠필드가 유독 악마 같은 선장을 만났지만 그 배에서는 귀항하기까지 그런 일들이 하루의 일상이었을 거라는 게 쉽게 믿기지 않네요. 배와 바다라고 하는 극단적으로 고립된 환경, 그리고 노예무역이라는 비인간성이 결합되면 얼마나 악행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화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겠죠. 176p에서 선원들보다 오히려 노예가 낫다고 생각했다는 대목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최소한 팔아서 돈이 되는 노예들과 달리, 선원들은 이도 저도 아닌 중간자의 입장이라 경우에 따라 가장 쉽게 소모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 왜 선원들이 노예선에 올라타기를 싫어했는지 알겠네요. 178~179p에서 변기통에 빠진 노예의 일화도 충격이었어요. 노예든 선원이든 누구든 그런 상황이라면 분개하고 항의하게 되는데 그녀의 최소한의 권리도, 자긍심도 아무 가치 없다는 듯 매질하는 선장을 보며 인간성을 버리는 사람만이 노예선에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건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전 선원들이 그래도 피해자의 입장에 더 가깝다고 봐요. 선원들이 노예를 감시하고, 폭동을 진압하고, 고문이나 매질을 하기도 하지만 배 안에서의 절대적인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상황이 크게 작용하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인이나 선장들은 본인의 이권을 위해 스스로 가해자의 입장이 되기로 선택한 반면, 선원들은 선택권이 없거나 제한된 상황이거나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떠밀려 가해자가 되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는 거죠.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는 주장이 항상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은 저도 동의해요. 하지만 그러려면 명령에 따르는 사람도 그러한 체계 안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득이나 특혜를 누리거나, 최소한 피해를 보지는 않을 때 가능한 비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스탠필드의 경험을 통해 묘사된 선원들은 그들 또한 노예제의 일원이자 계급의 한 구성원임에도 노예보다 나을게 딱히 없는 경우들이 나옵니다. 단지 족쇄와 칼을 차지 않고 약간의 자유가 더 있는 '하얀 노예'이죠. 6장 이후의 내용들을 더 읽어보면 선원들이 학대와 폭력을 저지르는 묘사도 있고, 타고난 품성 또는 노예선 생활을 하며 만들어진 잔학성이 더 심한 사람들도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들도 결국 산업화 된 노예무역 그리고 그 산업을 수행하는 구체적 수단인 노예선이라는 환경 안에서 성품과 도덕을 올곧게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존 뉴턴의 표현처럼 '담금질 된' 사람만이 지옥같은 환경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러지 못한 사람은 도망가거나 삶을 포기해야 했을테니까요.
1) 4장, 5장, 6장은 올라우다 에퀴아노, 제임스 필드 스탠필드, 존 뉴턴이라는 세 인물들의 일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인물이 흥미로웠나요? 모두의 서사가 흥미로웠지만 순전히 개인적 이유로 '존 뉴턴'의 일생에 좀더 관심이 갔습니다. 첫째, 아주 오래전(?) 클래식 기타 코드를 익히는 연습곡으로 사용했던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작곡가가 노예무역 선장이었다는 사실과 그 노래가 느슨하게 나마 노예무역의 아픔과 연관되어 있었다는 사실. 어떤 청춘은 그것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불렀다는 부끄러운 사실. 둘째, 한때 노예(?)와 같은 취급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이후 선원으로서, 항해사로서, 선장으로서 노예 무역 경험을 했다는 사실 셋째, 세 번의 노예 무역 항해기간 다수의 노예와 선원들이 사망했음에도 노예선 선장 퇴임 이후 복음주의 성향 영국 교회의 활동적인 현세 목사가 되어서는 "주님의 은총"으로 선원과 노예 모두 하나도 잃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다녔다는 사실(215) 넷째, 갑자기 찾아온 중풍 발작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노예선 선장들과는 달리 인생 후반기에 과거의 죄를 참회하고 노예무역 폐지에 참여했다는 사실 등이 흥미로웠습니다. 2) 세 인물들이 설명한 노예선에서의 생활과 일상에 대한 묘사 중 기억에 남거나 충격이었던 부분이 있나요? 제임스 필드 스탠필드가 선장의 선상 폭력에 죽어간 병든 선원에 대한 서술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윌슨 선장은 중간항로 내내 아팠지만, 그의 압제는 더해졌다. 선장은 선원들에게 자신의 몸을 들어 옮기도록 했고 그 와중에 "작업용 칼"을 들고 다니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면 어김없이 칼을 던져버렸다. 선원이 한 명씩 줄어들었다. 이등 항해사도 갑판에서 선장에게 얻어맞고 머리에 칼을 베인 상처를 입고 얼마 안 가 죽음을 맞이했다. 요리사도 선장의 저녁 고기 요리를 조금 태웠다가 분노를 샀고,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고, 선장은 그에게 침까지 뱉었다. 요리사는 네발로 기어 다니다가 곧 세상을 떠났다.(175) 병든 선원이 그의 해먹에서 기어 나와서 격자 위에 쓰러졌다. 다음 날 아침 그 남자는 아직 살아 있었지만,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돼지들이 그의 발가락을 잡아 뜯어 뼈가 보였고 그의 몸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따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176) 선장은 도륙의 현장을 보는 것에 특별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선원은 몸이 약해지자 아무나 자신의 침대 기둥에 묶어두고 매질을 하라고 명령했다. 그런 뒤 그는 희생양의 얼굴을 마주 보며 "그들의 살점이 터져나가는 동안 지르는 괴로운 비명을 즐겼다. 이러한 일은 자주 있었고 선장이 가장 좋아하는 징벌의 방식이었다"(176) 3) 스탠필드의 기록을 보면서 여러분은 선원들도 노예제도에 있어 가해자의 편에 더 가깝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그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하시나요? 스탠필드의 관점에서 선원과 노예 모두 선장이 가한 테러의 피해자였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노예의 처지가 오히려 선원보다 나은 점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스탠필드의 기록만 보자면 계급조직에서 당연히 노예선 선원들도 엄청난 피해자임이 분명합니다다. 반면 선원들도 자신이 받은 폭력과 고통 이상을 노예선 노예들에게 가했을 것이기에 가해자 편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늘 6장의 존 뉴턴에 대한 부분을 다시 읽었는데 그의 '수익성이 좋지 못했던' 3번의 항해를 계속 믿고 맡긴 상인(마네스티 씨)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두 번째와 세 번째 항해에서는 선원들을 한 명밖에 잃지 않거나 전부 살아 돌아오기도 하고, 나름 본인 스스로 종교적인 생활을 하며 선원들에게 선량하게 대하려고 노력한 결실이겠지만 사업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미심쩍게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선장으로서 계속 계약을 맡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네요. 중간에 뉴턴이 선장의 선의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내용이 있는데, 어쩌면 선장도 존 뉴턴처럼 독실한 신자거나 또는 그의 인품이 다른 선장들에 비하면 낫다고 생각한 걸까요? 아니면 초반에는 미숙하더라도 계속 신뢰를 표현하며 장기적인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판단이었을까요. 다른 장에서 묘사되는 선장들의 일화에 비하면 뉴턴은 매우 신사적이라고 느껴지죠. 하지만 그럼에도 그도 신실하고 선량한 기독교인임을 자부하면서도 계속 노예무역과 선장의 자리를 거부하지 않는 모습에서 어떤 이질감? 또는 불편함도 느껴졌고요. 아마 그 당시의 사람들처럼, 존 뉴턴도 노예선장으로서 노예들을 아프리카에서 빼내와 신대륙으로 이끄는 것이 그들과 자기자신을 구원하는 길이라고 믿었기에 (또는 믿고 싶었기에) 그랬던걸까 싶네요. 저는 존 뉴턴이 짧지만 젊은 시절 선원과 노예로 지내본 경험이 있고, 어릴 때의 권위에 대한 반항적인 성격 덕에 개심할 수 있는 잠재력을 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장 시절 그가 종교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종교의 빛에 가려 눈 앞의 노예무역의 그림자를 무시하고 지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뭐가 되었든 대부분의 다른 탐욕적이고 폭력적이었던 선장들에 비하면 나중에라도 노예무역에 대해 지배계급의 위치에서 반대를 했다는 점이 놀랍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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