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1.노예선, 마커스 레디커

D-29
욥 벤 솔로몬은 노예생활을 했던 그 당시에 중간항로 항해 후 귀환한 단 두 사람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03,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은화님의 대화: 전 3장이 노예제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정보를 많이 전해주는 부분이었어요. 그 전에는 억압자로서의 백인, 핍박자로서의 흑인이라는 단순한 대립구도가 막연하게 뿌연 상으로 머리에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3장을 읽으니 유럽과 아프리카, 서구인과 아프리카인들의 노예매매에는 그들의 이해관계와 역학구도가 더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걸 알게 되네요. 서구인들은 새로운 아메리카 식민지를 개척할 노동력이 필요하고, 아프리카의 지도세력과 상인들은 전쟁, 내전, 사법에 의해 낙오된 필요없는 하층민과 포로들에 대한 관리책임을 떠넘기고 싶은 상호 이해가 맞아 떨어져 노예매매가 본격화 되었다는 게 새롭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그 둘의 근본적인 동기에는 이윤과 욕심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이 씁쓸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인간을 사들이고, 하나의 산업으로서 다른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요자로서 서구 세계에 가장 많은 잘못이 있죠. 하지만 동시에 아프리카의 같은 흑인들 내에서도 지배세력들이 다른 주변국가나 공동체를 약탈하거나 정복하고, 노예를 더 팔아넘기기 위해 노예형 선고를 남용하고, 공동체끼리 약탈하는 모습들을 보며 아프리카도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모든 곳에서 상위의 계층들이 자신들의 필요와 욕심에 의해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했고 그 희생양으로 다수의 흑인 피지배층이 제물이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100p~104p에 걸쳐 묘사된 '욥 벤 솔로몬'의 일화도 특이해서 기억에 남았어요. 지역 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지배계층임에도 운이 없어 노예가 되었다가 간신히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걸 보고, 한편으로는 얼마나 아프리카 곳곳에서 노예로 사람을 잡아들이는 데 혈안이었던 걸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욥 벤 솔로몬 본인도 이교도 노예를 팔려고 나왔다가 노예로 잡혔다니.. 과연 그는 나중에 노예의 처지가 무엇인지 이해했을까 생각하며 책을 넘기는데 고향에 와서 오히려 왕립 아프리카 회사에 몸을 담았다거나, 바로 오자마자 노예를 샀다는 내용에 허무해지네요. 결국 사람은 서있는 위치가 다르면 입장도 다를 수밖에 없는 걸까요. 같은 흑인으로서 다른 흑인들을 노예로 파는 것에 어떤 감정도 없었을까 싶지만 이것도 어쩌면 외부인의 입장에서 아프리카의 다양한 국가, 공동체, 부족들을 '흑인'이라는 단어 하나로 일반화하는 오해이겠죠. 마치 백인이나 아시아인도 각자의 국가와 소속과 입장에 따라 같은 인종일지라도 동질감을 못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국가나 민족의 개념이 희박한 과거였다면 더더욱 그랬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 당시 노예무역에 참여한 흑인들도, 백인들의 눈에도 노예로 삼을 아프리카인은 '흑인'이라는 존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노예상품'이라는 가치만을 보았을 테니까요.
모든 사람이 폭력적인 징계와 죽음의 위협을 받았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도중에 사망했다. 포로들은 아프리카에 남기 위해 아프리카인과 맞서 싸워야 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이 땅의 억눌리고 버림받은 자들이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30,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은화님의 대화: 저도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지명들이 많이 나오는데 지도가 많아서 읽기 쉬웠어요. 특히 아프리카 대륙은 세네감비아부터 시작해서 바람막이 해안, 황금해안, 베냉만, 서부해안으로 이어지는 노예 무역의 경로들을 보며 규모가 얼마나 광대했는지도 체감이 되고요. 점점 더 많은 노예를 공급받기 위해 아래로, 내륙으로 이어지는 무역 지점 외에도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이 아예 '공장' 용도의 요새를 지어 안정적으로 노예를 확보했다는 내용도 처음 알았어요.
오 아직 2장 읽는 중이라 대서양 지도 한 장만 봤는데, 뒤에는 아프리카 해안 지도도 상세하게 실려 있군요! 좋다
은화님의 문장 수집: "모든 사람이 폭력적인 징계와 죽음의 위협을 받았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도중에 사망했다. 포로들은 아프리카에 남기 위해 아프리카인과 맞서 싸워야 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이 땅의 억눌리고 버림받은 자들이었다."
노예를 사가는 것은 백인들이지만 그 백인들에게 팔아 넘기기 위해 자신들에게 노예형을 선고하고, 마을을 약탈하고, 납치하고, 속이고, 전쟁으로 포로를 만드는 것은 같은 아프리카 사람이었다는 아이러니와 슬픔이 여기에 다 담긴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에 살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아프리카인에게 잡히지 않아야 한다니.. 어디에도 자신들의 편은 없는 상황이 안타깝네요.
은화님의 대화: 100p~104p에 걸쳐 묘사된 '욥 벤 솔로몬'의 일화도 특이해서 기억에 남았어요. 지역 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지배계층임에도 운이 없어 노예가 되었다가 간신히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걸 보고, 한편으로는 얼마나 아프리카 곳곳에서 노예로 사람을 잡아들이는 데 혈안이었던 걸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욥 벤 솔로몬 본인도 이교도 노예를 팔려고 나왔다가 노예로 잡혔다니.. 과연 그는 나중에 노예의 처지가 무엇인지 이해했을까 생각하며 책을 넘기는데 고향에 와서 오히려 왕립 아프리카 회사에 몸을 담았다거나, 바로 오자마자 노예를 샀다는 내용에 허무해지네요. 결국 사람은 서있는 위치가 다르면 입장도 다를 수밖에 없는 걸까요. 같은 흑인으로서 다른 흑인들을 노예로 파는 것에 어떤 감정도 없었을까 싶지만 이것도 어쩌면 외부인의 입장에서 아프리카의 다양한 국가, 공동체, 부족들을 '흑인'이라는 단어 하나로 일반화하는 오해이겠죠. 마치 백인이나 아시아인도 각자의 국가와 소속과 입장에 따라 같은 인종일지라도 동질감을 못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국가나 민족의 개념이 희박한 과거였다면 더더욱 그랬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 당시 노예무역에 참여한 흑인들도, 백인들의 눈에도 노예로 삼을 아프리카인은 '흑인'이라는 존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노예상품'이라는 가치만을 보았을 테니까요.
맞아요. 아프리카는 상상을 초월하게 큰 대륙이고, 종족 수도 사용하는 언어 가짓수도 어마어마하게 많잖아요. 그러니 쉽사리 하나의 정체성으로 퉁칠 수가 없는 곳이겠죠. 여기 손바닥만한 한반도에서 이른바 단일민족이라 우기면서도 일제시대 나라도 팔아먹고 같은 동포도 팔아먹고 그랬는데 거긴 오죽했을까요? 역시 있는 놈들 중에 믿을 놈은 없고 만국의 프롤레타리아트가 단결을 해야..(응?)
향팔이님의 대화: 맞아요. 아프리카는 상상을 초월하게 큰 대륙이고, 종족 수도 사용하는 언어 가짓수도 어마어마하게 많잖아요. 그러니 쉽사리 하나의 정체성으로 퉁칠 수가 없는 곳이겠죠. 여기 손바닥만한 한반도에서 이른바 단일민족이라 우기면서도 일제시대 나라도 팔아먹고 같은 동포도 팔아먹고 그랬는데 거긴 오죽했을까요? 역시 있는 놈들 중에 믿을 놈은 없고 만국의 프롤레타리아트가 단결을 해야..(응?)
ㅎㅎㅎ 전 현재 5장을 읽고 있는데 노예들만이 아니라 노예선의 선원들도 선장을 잘못 만나면 비참하긴 매한가지네요. 오히려 노예는 팔아야 할 상품이기 때문에 선장이 선원보다 노예를 더 챙기는 경우도 있는 걸 보고 과거나 지금이나 직원(?)이 제일 푸대접 받는 건 시대가 지나도 근본은 변하지 않았구나 싶네요.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다산북스/책 증정] 『공부라는 세계』를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X연뮤클럽] 28. 뮤지컬 안내서 읽고 공부해요 ①<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경계를 허무는 [비욘드북클럽] 에서 읽은 픽션들
[책 증정]  Beyond Bookclub 12기 <시프트>와 함께 조예은 월드 탐험해요[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책 증정] <그러니 귀를 기울여>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3기 [책 증정]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2기
연뮤클럽이 돌아왔어요!!
[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노란 책을 찾아라!
안노란책 리뷰 <초대받은 여자> 시몬 드 보부아르안노란책 리뷰 <time shelter>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안노란책 리뷰 <개구리> 모옌안노란책 리뷰 <이방인> 알베르 카뮈
[그믐클래식] 1월1일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4월의 그믐밤엔 서촌을 걷습니다.
[그믐밤X문학답사] 34. <광화문 삼인방>과 함께 걷는 서울 서촌길
스토리탐험단의 5번째 모험지!
스토리탐험단 다섯 번째 여정 <시나리오 워크북>스토리탐험단 네 번째 여정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스토리 탐험단의 두 번째 여정 [스토리텔링의 비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북킹톡킹 독서모임] 🖋셰익스피어 - 햄릿, 2025년 3월 메인책[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봄은 시의 세상이어라 🌿
[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나희덕과 함께 시집 <가능주의자> 읽기 송진 시집 『플로깅』 / 목엽정/ 비치리딩시리즈 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3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