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1.노예선, 마커스 레디커

D-29
이 문장도 그렇고 처음에는 막연히 백인들이 해안 지대를 돌아다니며 흑인들을 사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노예무역이 더 체계적(?)이고 분업화, 산업화 되어있다는 게 의외였어요. 해안 지대에 성이나 요새를 건설한 뒤 노예를 전문적으로 사들이고 상품화하는 '공장'들이 있어서 거기에서 중개무역처럼 안전하게 노예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고, 해안지대로 가서 직접 아프리카 노예상인과 직거래하는 방법도 나오죠. 설령 해안에 정박하더라도 선장과 선원들은 함선에 머무르고, 기다렸다는 듯 노예상과 전문적인 인간사냥꾼들이 노예를 잡아오는 모습은 도덕성이나 인륜과는 별개로 그 시대에 어울린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전문화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생각보다 총을 굉장히 많이 사들였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아프리카는 노예무역의 대가로 무엇을 얻어가는 건지 궁금했는데 군주나 부족장들이 총을 더 많이 사면 그만큼 전투력이 올라가고, 이를 이용해 다른 부족이나 국가를 정복하거나 약탈하고, 그로 인해 노예를 잡아와서 팔아넘긴 뒤 다시 총을 확보하고.. 약탈과 성장의 무한반복 구도랄까요.
@은화 님 말씀하신 총 문제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라 저도 관심이 많습니다. 아래 책은 지금 우리가 읽는 내용과는 쪼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언제 한번 꼭 읽어보려고 찜해둔 책이에요. 냉전기 미국이고 소련이고 자기들 이익에 따라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분쟁지역으로 총기를 어마어마하게 들여놓는 바람에 그 지역들을 지금의 노답 상태로 이끄는데 한몫 했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의 시대와 많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고, 또 같은 뿌리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문제 같아서요.
AK47 - 매혹적이면서도 가장 잔혹한 도구의 세계사전 세계 인구 77명당 1명꼴로 보급되었으며 한 자루 가격이 닭 한 마리 가격에 거래되어 '치킨건'이라 불리는 도구. 이 책은 베트남전쟁부터 이라크전쟁까지,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이 소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추적한다. 말 그대로 세계사를 바꿔 놓은 무기의 일생을 다룬 매혹적인 전기이다.
추천해주신 책 소개를 보고 나니 현대의 아프리카 정세도 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네요. 여기저기 각자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국가와 군벌, 공동체, 기존의 부족들. 자신의 영향력을 위해 총기를 필요로 하고 무력을 바탕으로 주변 세력을 병합하는 모습. 유럽의 상인과 선장들이 총기를 쥐어주면 그걸 가지고 같은 아프리카 사람을 잡아들이는 노예상의 모습은 시대와 주체, 기술력만 조금 달라졌을 뿐 열강들이 개입하는 현재와 근본이 바뀐 게 없는 것 같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가 읽어봐야겠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부터는 일정대로 4장~6장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해요. 저는 책에서 묘사되는 선상 생활과 노예선의 일상이 흥미로워 쭉 읽었습니다. 아래의 얘기들을 같이 해봐요. 1) 4장, 5장, 6장은 올라우다 에퀴아노, 제임스 필드 스탠필드, 존 뉴턴이라는 세 인물들의 일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인물이 흥미로웠나요? 2) 세 인물들이 설명한 노예선에서의 생활과 일상에 대한 묘사 중 기억에 남거나 충격이었던 부분이 있나요? 3) 스탠필드의 기록을 보면서 여러분은 선원들도 노예제도에 있어 가해자의 편에 더 가깝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그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하시나요?
1) 노예생활을 직접 겪고 나중에 이를 고발한 에퀴아노의 삶도 인상 깊지만 선원으로서의 일상과 노예선의 풍경을 담아낸 스탠필드가 더 기억에 남네요. 노예선에서 제약받지 않을 수 있는 인간은 오직 선장과 극소수의 고급선원 뿐이고 일반선원들도 노예무역에서 억압 당하는 입장이었다는 점도 처음 알았고요. 강제로 노예로 잡혀 온 에퀴아노나, 출세의 수단이었던 뉴턴과 달리 스탠필드는 노예선 생활을 외면하거나 무시할 수 있었음에도 자원하여 배에 올랐다는 점이 눈에 띄었어요. 개인적으로 존 뉴턴은 선장 중 노예무역에 반대하는 쪽으로 개심한 인물이라는 점이 눈여겨 볼만한 얘기지만 앞의 두 인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그의 일생이나 노예선에 대한 묘사가 심심하다고 느꼈거든요. 과연 그가 정말로 나중에라도 노예제의 본질을 보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돌아선 건지, 아니면 단순히 종교 또는 내세(지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음을 바꿨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도 한때는 선장으로서 기득권의 위치에 서 있었기 때문인지 실상에 대한 고발이나 묘사가 앞의 두 인물에 비해 적다고 느꼈습니다. 2) 175p에서 선장이 그냥 자기 기분이 안 좋다는 이유로 선원에게 칼을 던지고, 고기를 태웠다고 요리사를 패서 죽게 만들었다는 내용이 충격이었어요. 운이 없게도 스탠필드가 유독 악마 같은 선장을 만났지만 그 배에서는 귀항하기까지 그런 일들이 하루의 일상이었을 거라는 게 쉽게 믿기지 않네요. 배와 바다라고 하는 극단적으로 고립된 환경, 그리고 노예무역이라는 비인간성이 결합되면 얼마나 악행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화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겠죠. 176p에서 선원들보다 오히려 노예가 낫다고 생각했다는 대목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최소한 팔아서 돈이 되는 노예들과 달리, 선원들은 이도 저도 아닌 중간자의 입장이라 경우에 따라 가장 쉽게 소모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 왜 선원들이 노예선에 올라타기를 싫어했는지 알겠네요. 178~179p에서 변기통에 빠진 노예의 일화도 충격이었어요. 노예든 선원이든 누구든 그런 상황이라면 분개하고 항의하게 되는데 그녀의 최소한의 권리도, 자긍심도 아무 가치 없다는 듯 매질하는 선장을 보며 인간성을 버리는 사람만이 노예선에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건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전 선원들이 그래도 피해자의 입장에 더 가깝다고 봐요. 선원들이 노예를 감시하고, 폭동을 진압하고, 고문이나 매질을 하기도 하지만 배 안에서의 절대적인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상황이 크게 작용하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인이나 선장들은 본인의 이권을 위해 스스로 가해자의 입장이 되기로 선택한 반면, 선원들은 선택권이 없거나 제한된 상황이거나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떠밀려 가해자가 되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는 거죠.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는 주장이 항상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은 저도 동의해요. 하지만 그러려면 명령에 따르는 사람도 그러한 체계 안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득이나 특혜를 누리거나, 최소한 피해를 보지는 않을 때 가능한 비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스탠필드의 경험을 통해 묘사된 선원들은 그들 또한 노예제의 일원이자 계급의 한 구성원임에도 노예보다 나을게 딱히 없는 경우들이 나옵니다. 단지 족쇄와 칼을 차지 않고 약간의 자유가 더 있는 '하얀 노예'이죠. 6장 이후의 내용들을 더 읽어보면 선원들이 학대와 폭력을 저지르는 묘사도 있고, 타고난 품성 또는 노예선 생활을 하며 만들어진 잔학성이 더 심한 사람들도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들도 결국 산업화 된 노예무역 그리고 그 산업을 수행하는 구체적 수단인 노예선이라는 환경 안에서 성품과 도덕을 올곧게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존 뉴턴의 표현처럼 '담금질 된' 사람만이 지옥같은 환경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그러지 못한 사람은 도망가거나 삶을 포기해야 했을테니까요.
1) 4장, 5장, 6장은 올라우다 에퀴아노, 제임스 필드 스탠필드, 존 뉴턴이라는 세 인물들의 일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인물이 흥미로웠나요? 모두의 서사가 흥미로웠지만 순전히 개인적 이유로 '존 뉴턴'의 일생에 좀더 관심이 갔습니다. 첫째, 아주 오래전(?) 클래식 기타 코드를 익히는 연습곡으로 사용했던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작곡가가 노예무역 선장이었다는 사실과 그 노래가 느슨하게 나마 노예무역의 아픔과 연관되어 있었다는 사실. 어떤 청춘은 그것도 모르고 무작정 따라불렀다는 부끄러운 사실. 둘째, 한때 노예(?)와 같은 취급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이후 선원으로서, 항해사로서, 선장으로서 노예 무역 경험을 했다는 사실 셋째, 세 번의 노예 무역 항해기간 다수의 노예와 선원들이 사망했음에도 노예선 선장 퇴임 이후 복음주의 성향 영국 교회의 활동적인 현세 목사가 되어서는 "주님의 은총"으로 선원과 노예 모두 하나도 잃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다녔다는 사실(215) 넷째, 갑자기 찾아온 중풍 발작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노예선 선장들과는 달리 인생 후반기에 과거의 죄를 참회하고 노예무역 폐지에 참여했다는 사실 등이 흥미로웠습니다. 2) 세 인물들이 설명한 노예선에서의 생활과 일상에 대한 묘사 중 기억에 남거나 충격이었던 부분이 있나요? 제임스 필드 스탠필드가 선장의 선상 폭력에 죽어간 병든 선원에 대한 서술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윌슨 선장은 중간항로 내내 아팠지만, 그의 압제는 더해졌다. 선장은 선원들에게 자신의 몸을 들어 옮기도록 했고 그 와중에 "작업용 칼"을 들고 다니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면 어김없이 칼을 던져버렸다. 선원이 한 명씩 줄어들었다. 이등 항해사도 갑판에서 선장에게 얻어맞고 머리에 칼을 베인 상처를 입고 얼마 안 가 죽음을 맞이했다. 요리사도 선장의 저녁 고기 요리를 조금 태웠다가 분노를 샀고,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고, 선장은 그에게 침까지 뱉었다. 요리사는 네발로 기어 다니다가 곧 세상을 떠났다.(175) 병든 선원이 그의 해먹에서 기어 나와서 격자 위에 쓰러졌다. 다음 날 아침 그 남자는 아직 살아 있었지만,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돼지들이 그의 발가락을 잡아 뜯어 뼈가 보였고 그의 몸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따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176) 선장은 도륙의 현장을 보는 것에 특별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선원은 몸이 약해지자 아무나 자신의 침대 기둥에 묶어두고 매질을 하라고 명령했다. 그런 뒤 그는 희생양의 얼굴을 마주 보며 "그들의 살점이 터져나가는 동안 지르는 괴로운 비명을 즐겼다. 이러한 일은 자주 있었고 선장이 가장 좋아하는 징벌의 방식이었다"(176) 3) 스탠필드의 기록을 보면서 여러분은 선원들도 노예제도에 있어 가해자의 편에 더 가깝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그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하시나요? 스탠필드의 관점에서 선원과 노예 모두 선장이 가한 테러의 피해자였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노예의 처지가 오히려 선원보다 나은 점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스탠필드의 기록만 보자면 계급조직에서 당연히 노예선 선원들도 엄청난 피해자임이 분명합니다다. 반면 선원들도 자신이 받은 폭력과 고통 이상을 노예선 노예들에게 가했을 것이기에 가해자 편에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늘 6장의 존 뉴턴에 대한 부분을 다시 읽었는데 그의 '수익성이 좋지 못했던' 3번의 항해를 계속 믿고 맡긴 상인(마네스티 씨)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두 번째와 세 번째 항해에서는 선원들을 한 명밖에 잃지 않거나 전부 살아 돌아오기도 하고, 나름 본인 스스로 종교적인 생활을 하며 선원들에게 선량하게 대하려고 노력한 결실이겠지만 사업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미심쩍게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선장으로서 계속 계약을 맡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네요. 중간에 뉴턴이 선장의 선의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내용이 있는데, 어쩌면 선장도 존 뉴턴처럼 독실한 신자거나 또는 그의 인품이 다른 선장들에 비하면 낫다고 생각한 걸까요? 아니면 초반에는 미숙하더라도 계속 신뢰를 표현하며 장기적인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판단이었을까요. 다른 장에서 묘사되는 선장들의 일화에 비하면 뉴턴은 매우 신사적이라고 느껴지죠. 하지만 그럼에도 그도 신실하고 선량한 기독교인임을 자부하면서도 계속 노예무역과 선장의 자리를 거부하지 않는 모습에서 어떤 이질감? 또는 불편함도 느껴졌고요. 아마 그 당시의 사람들처럼, 존 뉴턴도 노예선장으로서 노예들을 아프리카에서 빼내와 신대륙으로 이끄는 것이 그들과 자기자신을 구원하는 길이라고 믿었기에 (또는 믿고 싶었기에) 그랬던걸까 싶네요. 저는 존 뉴턴이 짧지만 젊은 시절 선원과 노예로 지내본 경험이 있고, 어릴 때의 권위에 대한 반항적인 성격 덕에 개심할 수 있는 잠재력을 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장 시절 그가 종교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종교의 빛에 가려 눈 앞의 노예무역의 그림자를 무시하고 지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뭐가 되었든 대부분의 다른 탐욕적이고 폭력적이었던 선장들에 비하면 나중에라도 노예무역에 대해 지배계급의 위치에서 반대를 했다는 점이 놀랍게 느껴지네요.
의견 감사합니다. 저도 모임지기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존 뉴턴 선장은 이 책에 등장하는 다른 선장들의 태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노예를 다르게 대우(취급)했던 태도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현역 은퇴 후 신실한 믿음으로 노예무역 폐지를 위해 간증했다는 사실도 매우 고무적인 행동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정해진 기간에 할당된 분량을 읽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제가 책 내용을 오독했을 겁니다. 게다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지금과는 단순히 비교할 수 없는 열악한 시대였다고는 하지만, 아프리카 노예와 배의 선원에 가해지는 무차별 테러와 고문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스스로를 자각하지 못한 노예무역상과 선장과 위정자들이 더 미웠는지도 모르겠구요. 매번 실감하지만 세상의 진실에 대해 또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6장의 상인 조셉 마네스티는 2장 노예선 건조 꼭지의 주인공 조셉 마네스티와 동일인이네요. (진도가 느려 이제서야 6장을 시작했습니다)
노예선에서 에퀴아노와 다른 이들이 점점 서로가 이그보족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기 시작했다. 에퀴아노의 마을이나 내륙 전체에서 “이그보”라는 단어는 어떤 자기-자각이 있는 정체성을 뜻하는 단어는 아니었다. (중략) 그러나 노예선에서는 모두가 마을 외부인이었고 그러한 광범위한 유사성이 갑자기 지역의 차이보다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언어와 같은 문화적 동질성은 분명 공동체 형성과 협동에 필수적이었다. 다른 아프리카의 부족과 마찬가지로 이그보족은 여러 면에서 노예무역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노예선 안에서 민족 문화가 형성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42~143,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노예선에서 어쩌면 아프리카의 다양한 출신들이 '흑인'으로서의 민족성 또는 정체성을 가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눈에 띄네요. 서로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다르고, 타의에 의한 것이지만 그들은 이제 모두 '노예'이고 인간자원이 됩니다. 자신들을 사들이는 백인과 대비되어 지배 당하는 입장이 된 흑인들에게는 더이상 기존의 자신들을 구분 짓던 경계를 따질 의미가 없어졌겠죠.
선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명의 노예는 성공적으로 익사하여 죽음을 맞이했다. 세 번째 노예는 다시 잡혀 왔고 갑판 위로 끌려와 “노예 생활보다 죽음을 더 원한 죄”로 맹렬한 채찍질을 당했다. 에퀴아노는 이렇게 노예들 사이에 형성되었던 저항의 문화를 기록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46,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비록 에퀴아노가 “아프리카 무역상의 폭력”으로 고생하기는 했지만, 그는 해안으로 향하는 행로에서 그들의 대우가 잔인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독자들에게 “인간의 권리를 빼앗았던 그 검은 무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필요할 때에 포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나는 한 번도 그들에게 사악한 대우를 받지 않았고 그들이 다른 노예를 그렇게 대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주지시키려고 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52,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에퀴아노는 이름을 부르는 것을 일종의 권력 행사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름을 잃는다는 것이 문화적인 수탈인 것처럼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것 역시 적대적인 지배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라우다 에퀴아노라는 이름은 노예선에서 빼앗겨버렸고 이 이름을 되찾는 데 35년이 걸렸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스노우급 함선을 탔을 때 나는 마이클이라고 불렸다”고 기록했다. 다음의 버지니아로 향하던 슬루프급 함선에서 그의 이름은 제이콥이었다. 마지막으로 부지런한 꿀벌호에 승선했을 때 그의 새로운 주인 파스칼 선장은 그에게 구스타부스 바사라는 네 번째 이름을 주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자고 나면 깨져버리는 불안정한 유대감 속에서도 그들은 “뱃동지”라고 부르는 새로운 혈족 관계를 형성했다. […] 수탈당한 아프리카인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스스럼없는 상호 조력의 공동체를 형성했고 가끔은 노예선의 하갑판에서 그들의 “나라”를 세우기도 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술잔치가 밤이 깊도록 계속되어 아침까지 이어지면 술집 주인은 선원들의 부풀려진 빚을 분필로 벽에다가 써뒀다. “분필 표시 네 번에 1실링”이라는 리버풀 속담도 있었다. 선원들이 취해갈수록 셈이 더해졌고 곧 진짜 빚과 가짜 빚이 더해져 배로 늘어났다. 계약서에 날인하기를 거부했던 사람들은 이제 다른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술집 주인은 거나하게 취한 채 빚을 지고 있는 선원들에게 거래를 제안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노예선에 승선하는데 동의하면 그들의 급여를 미리 받아와서 당장 빚을 해결하는 데 쓸 수 있었다. 만약 선원들이 거래를 거부하면 술집 주인은 치안관을 불러서 그들을 감옥에 집어넣었을 것이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64,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이 “거대한 기계”는 이제 황금 해안과 베냉만으로 향했다. 이 모든 것이 속임수와 학대로 이룩된 것이었음에도 함선은 새로운 돛과 새로 칠한 페인트의 색을 뽐내며 물 위를 떠다녔고 깃발은 바닷바람에 휘날리며 아름다운 장면을 그려내고 있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66~167,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다른 한편에서는 아프리카 해안에서의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선원의 불행도 깊어졌다. 배에서 한동안 떨어져 지내다가 돌아온 스탠필드는 이등항해사가 “구급함을 등에 대고 머리를 아래로 떨구고 머리카락은 갑판에 널브러져 주변에 오물을 쏟은 채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이제 막 숨을 거둔 상태였다. 오물로 가득한 갑판에서 더 큰 문제는 선원 몇몇이 “돌봐주는 사람도 없고 아무 해결책도 없이 병마와 싸우면서 홀로 최후의 순간에 접어들며” 거기에 뻗어 있다는 것이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74,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윌슨 선장은 중간항로 내내 아팠지만, 스탠필드가 보기에 오히려 그의 압제는 더해졌다. 나무로 만들어진 이 세상의 군주는 약해진 상태에서도 선원들에게 자신의 몸을 들어 옮기도록 했고 그 와중에 “직업용 칼”을 들고 다니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면 어김없이 칼을 던져버렸다. 선원이 한 명씩 줄어들었다. 새로 임명된 이등 항해사도 갑판에서 선장에게 얻어맞고 머리에 칼에 베인 상처를 입고 얼마 안 가 죽음을 맞이했다. 요리사도 선장의 저녁 고기 요리를 조금 태웠다가 분노를 샀고 곧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고 선장은 그에게 침까지 뱉었다.” 그는 네발로 기어 다니다가 하루 이틀 사이에 세상을 떠났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75,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죽은 선원은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고 매장해 주었지만 죽은 아프리카인은 단지 승선할 때 부여된 숫자로만 기록되었고 상어가 기다리는 배 밖으로 던져졌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202,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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