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님의 대화: 100p~104p에 걸쳐 묘사된 '욥 벤 솔로몬'의 일화도 특이해서 기억에 남았어요. 지역 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지배계층임에도 운이 없어 노예가 되었다가 간신히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걸 보고, 한편으로는 얼마나 아프리카 곳곳에서 노예로 사람을 잡아들이는 데 혈안이었던 걸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욥 벤 솔로몬 본인도 이교도 노예를 팔려고 나왔다가 노예로 잡혔다니.. 과연 그는 나중에 노예의 처지가 무엇인지 이해했을까 생각하며 책을 넘기는데 고향에 와서 오히려 왕립 아프리카 회사에 몸을 담았다거나, 바로 오자마자 노예를 샀다는 내용에 허무해지네요. 결국 사람은 서있는 위치가 다르면 입장도 다를 수밖에 없는 걸까요.
같은 흑인으로서 다른 흑인들을 노예로 파는 것에 어떤 감정도 없었을까 싶지만 이것도 어쩌면 외부인의 입장에서 아프리카의 다양한 국가, 공동체, 부족들을 '흑인'이라는 단어 하나로 일반화하는 오해이겠죠. 마치 백인이나 아시아인도 각자의 국가와 소속과 입장에 따라 같은 인종일지라도 동질감을 못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국가나 민족의 개념이 희박한 과거였다면 더더욱 그랬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 당시 노예무역에 참여한 흑인들도, 백인들의 눈에도 노예로 삼을 아프리카인은 '흑인'이라는 존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노예상품'이라는 가치만을 보았을 테니까요.
맞아요. 아프리카는 상상을 초월하게 큰 대륙이고, 종족 수도 사용하는 언어 가짓수도 어마어마하게 많잖아요. 그러니 쉽사리 하나의 정체성으로 퉁칠 수가 없는 곳이겠죠. 여기 손바닥만한 한반도에서 이른바 단일민족이라 우기면서도 일제시대 나라도 팔아먹고 같은 동포도 팔아먹고 그랬는데 거긴 오죽했을까요? 역시 있는 놈들 중에 믿을 놈은 없고 만국의 프롤레타리아트가 단결을 해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