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님의 대화: 이 문장도 그렇고 처음에는 막연히 백인들이 해안 지대를 돌아다니며 흑인들을 사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노예무역이 더 체계적(?)이고 분업화, 산업화 되어있다는 게 의외였어요. 해안 지대에 성이나 요새를 건설한 뒤 노예를 전문적으로 사들이고 상품화하는 '공장'들이 있어서 거기에서 중개무역처럼 안전하게 노예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고, 해안지대로 가서 직접 아프리카 노예상인과 직거래하는 방법도 나오죠.
설령 해안에 정박하더라도 선장과 선원들은 함선에 머무르고, 기다렸다는 듯 노예상과 전문적인 인간사냥꾼들이 노예를 잡아오는 모습은 도덕성이나 인륜과는 별개로 그 시대에 어울린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전문화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생각보다 총을 굉장히 많이 사들였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아프리카는 노예무역의 대가로 무엇을 얻어가는 건지 궁금했는데 군주나 부족장들이 총을 더 많이 사면 그만큼 전투력이 올라가고, 이를 이용해 다른 부족이나 국가를 정복하거나 약탈하고, 그로 인해 노예를 잡아와서 팔아넘긴 뒤 다시 총을 확보하고.. 약탈과 성장의 무한반복 구도랄까요.
@은화 님 말씀하신 총 문제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라 저도 관심이 많습니다. 아래 책은 지금 우리가 읽는 내용과는 쪼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언제 한번 꼭 읽어보려고 찜해둔 책이에요. 냉전기 미국이고 소련이고 자기들 이익에 따라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분쟁지역으로 총기를 어마어마하게 들여놓는 바람에 그 지역들을 지금의 노답 상태로 이끄는데 한몫 했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의 시대와 많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고, 또 같은 뿌리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문제 같아서요.

AK47 - 매혹적이면서도 가장 잔혹한 도구의 세계사전 세계 인구 77명당 1명꼴로 보급되었으며 한 자루 가격이 닭 한 마리 가격에 거래되어 '치킨건'이라 불리는 도구. 이 책은 베트남전쟁부터 이라크전쟁까지,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이 소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추적한다. 말 그대로 세계사를 바꿔 놓은 무기의 일생을 다룬 매혹적인 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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