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이 주석은 @은화 님께서 인용해주신 덕분에 읽어보게 되었네요. 선주, 선장과 고급선원들 각자 자기 이득을 최대로 챙기려는 상호 견제와 머리싸움이 그야말로 치열했군요.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1.노예선, 마커스 레디커
D-29

향팔

은화
선주와 선장의 이해관계의 균형이 오묘하더라고요. 상인들은 어차피 본인들이 항해를 할 수 없고, 물리적으로도 통제할 수 없기에 선장에게 많은 몫의 이익을 약속함으로서 선장들이 노예 운송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게 하죠. 둘의 사업상 목표점이 같기에 협력관계인 경우가 많지 만 그 안에서도 선장들이 교묘하게 해상보험 약관이나 눈속임을 이용해 자신의 사적 이득을 취하려는 경쟁 구도가 웃기네요.
그리고 한 번씩 노예선을 타고 올 때마다 선장이 챙기는 금액이 현재 기준으로 환산해도 매우 큰 액수라는 점도 눈에 들어왔어요. 월마다 받는 급여랑 별개로 수수료, 그리고 성과급과 비슷한 선점노예 제도 등 급여 체계가 세분화 된 걸 보며 시대가 과거이더라도 돈에 있어서만큼은 인간의 관심과 궁리가 지금과 크게 다른 게 없다고 느꼈고요.

향팔
그는 자기 함선을 “평화의 왕국”이라고 불렀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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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오.. 책을 읽다보면 뒤로 갈수록 앞 부분에서 익숙했던 이름들이 자주 나오는데 마네스티가 2장에도 있었군요. 7장에서도 249p에 스넬그레이브가 다시 나오는데 그의 노예의 일화가 웃기더라고요.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깨달은 노예가 선장을 도와 일한 대가의 보상이 가장 '관대한' 주인에게 팔려가는 거라니..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스넬그레이브 나름대로는 본인의 선의로 보인 행동이라 웃겼어요. 초반의 어린아이를 땅에서 꺼내 구해주니 노예들이 그를 찬양했다는 일화가 다시 떠올랐네요.
어떻게든 그런 암울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지옥 같은 환경 안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서 자원하는 여자 노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드네요.

은화
“ 윌리엄 스넬그레이브는 배를 관리하는 데에 노예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설명했다. 다호메이 왕과 가깝게 지내던 (아마도 왕비인) 한 늙은 여성은 왕의 총애를 잃고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 (중략) 늙은 노예는 "전혀 쓸모없다"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만큼 "분별 있는" 이 여자는 스넬그레이브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 고마웠고 항해 동안 그를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략) 그녀는 노예들을 위로했고 안심할 수 있도록 도왔다. (중략) 스넬그레이브는 이 여자에 대한 보답으로 찰스 던발이라는 "관대하고 훌륭한" 주인을 찾아주며 감사를 표했다. ”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250,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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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모든 노예선 주인들이 악마는 아니었지만, 거의 모두가 마음속에 악마를 품고 있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253,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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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보웬 선장은 리버풀의 인간 상거래에서 정기적으로 잔악한 폭력을 보이는 한 항해사를 말려보려고 노력하다가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다. 보웬은 그 남자가 "구제 불능"이라고 선언하며 그를 쫓아냈고 선장으로서 단 한 번의 노예무역 항해만을 마치고 그 바닥을 떠나버렸다. ”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256,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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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영혼의 야만스러움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며 아프리카의 노예선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선장에게서 시작해서 아래로 내려가며 점점 퍼져갔다. 마치 악취 나는 공기처럼 야만스러움은 마치 무역의 정신이라도 되는 양 널리 전염되고 있었고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255,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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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그는 노예선에서 일하는 "백인 노예"들의 본질은 "공동체 사회의 잉여 인간"이라고 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279,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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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풋내기 선원으로 바다에서의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항해를 거치면서 더 높은 계급으로 올라갔고 "반쪽 [급여] 선원"과 "4분의3 [급여] 선원"을 거치며 마침내 완전한 [급여를 받는] 유능한 선원으로 거듭났다. ”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279, 마커 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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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하나의 사회 계급으로서 선원은 낙관적이고 무모한 기질에 항상 밝은 측면만을 보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며 눈앞의 파란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누구든 괴로워하고 무력화될 수 있는 고난과 피로가 있더라도 단호하게 참아내려 하지만, 사실 그들이 편안이라고 느끼는 것은 그 모습을 감추고 가장하고 있는 비참함일 뿐이었다." ”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283,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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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휴디브라스호의 젠킨스 에반스 선장은 노예들의 폭동 실패의 여파로 "밤중에도 남자 노예들의 거처를 누군가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했다. 버터워스는 그 소식을 듣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 좋지 않은 자리를 지키겠군!"이라고 생각했다. ”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288,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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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브루스 그루브호에 승선한 15살의 사환 토마스 질레트는 동료들의 괴롭힘으로 "삶에 넌더리가 난다"고 소리치고는 곧 배 옆면으로 사라져버렸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299,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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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1783년 11월 13일 피터 포터 선장이 지휘하는 에섹스호에 승선한 선원 조지 글로버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생을 마감했다. (중략) 결국, 글로버가 배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물건은 1파운드 10실링의 가치밖에 되지 않았다. ”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300,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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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1734년 벅스턴호에 승선 한 선원들은 도끼로 제임스 비어드 선장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 일을 마치고 난 일반선원 토마스 윌리엄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빌어먹을 개새끼를 마침내 보내 버렸군. 한참 전에 이미 이렇게 해야 했어"라고 말했다. ”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303,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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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그들은 "부두 장인", "폐선 잡부", 또는 부두 외의 다른 곳에서는 "해변 약쟁이"로 불렸다. 그들은 때로는 죽을 작정으로 부두에 놓인 빈 설탕통으로 기어들어 가기도 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306,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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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그들은 처음 배로 끌려왔을 때부터 새로운 질서 아래 사회화되었다. 이 질서는 오직 폭력, 의학적 조사, 숫자 부여, 사슬 엮기, 하갑판 "적재" 그리고 음식 섭취에서 "춤추기"에 이르는 작업의 사회적 일과를 통해 한 개인을 노동력 객체로 구체화하고 훈련하고 특수화하려는 계획이었다. ”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319,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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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병든 자들이 누워있던 그 자리에서 "볼일을 보면" 격한 소동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과 하갑판의 전반적인 불결한 상황은 항상 개인의 청결을 자랑거리로 생각하던 서아프리카의 사람들에게 특히 더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싸움은 항상 만연했다. ”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327,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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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전 내일이 도서 반납일이라 7~10장을 다시 읽었습니다. 저번 주에 책은 한 번 완독했는데 세부적인 내용을 다시 기억에 담아두고 싶었어요. 7~9장은 4~6장에서 대표적인 각 계급의 인물들의 삶을 통해 본 노예선의 일상을 보다 깊게 조명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10장에서는 브룩스호의 대표 사례를 통해 노예무역/매매의 폐지를 위해 어떤 노력과 운동들이 있었는지 보여줍니다. 아래의 내용들을 같이 얘기해볼까요.
1) 7~10장 및 후기까지의 내용 중 가장 충격이었던 사례는 무엇이었나요?
2) 7장에서는 선장들이 어떻게 배를 통제(지배)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의 행동과 성격은 납득하기 어려울만큼 잔인하고 폭력적인 모습들이 자주 나오죠. 노예선 경험을 해보고 단 한 번만에 그만두는 선장이 나올 정도로 노예매매의 경험은 그 자체로 가혹합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노예선 선장들은 자신들의 출세나 부를 위해 계속 바다로 향합니다. 잔인함과 폭력성을 타고난 사람만이 끝까지 선장으로 남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후천적인 경험과 환경이 그들을 잔인한 인간으로 바꿨다고 보시나요?
3) 8장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선원들이 상인/선장의 자본력과 노예들의 노동력 사이에 껴있는 중간자였다고 설명합니다. 선원들은 반강제적으로 노예선에 오르고도 때론 부채에 허덕이며, 중간에 사망하기도 하고,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도착하더라도 버려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일반 선원들의 삶과 뒤에서 묘사되는 노예들의 삶 중 어느 쪽이 더 비참해 보였나요?
4) 책을 읽다 보면 선장과 선원들이 질병과 건강악화로 오히려 노예들의 도움을 받아 항해를 마무리 하거나, 약탈 사략선에 맞섰다는 내용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노예들의 반란에서 일부 노예들은 폭동에 가담하지 않고 방관하는 일화도 있고요. 왜 일부 또는 다수의 노예들은 그들에게 기회가 왔음에도 저항하거나 동참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은화
1) 여러 폭력적이고 잔인한 일화들도 많이 나오지만 개인적으로는 선원들의 삶에 대한 묘사에서 물을 통제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어요. 망망대해에서는 물이 가장 귀한 자원이긴 하지만 온갖 노역과 작업으로 지칠텐데 일부러 물을 마시려면 돛대 끝에 설치된 물통까지 올라가서 마셔야 했다는 내용이 참 악랄하다고 느꼈습니다. 돛대로 올라가면 결국 모두의 눈에 띄게 될 것이니 선장과 고급 선원들이 못 볼 리가 없겠죠. 피나 폭력이 깃들지 않았음에도 노예선이 얼마나 사소한 영역 하나하나까지 인간을 통제하는 공간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2) 이 질문은 인간의 성격 형성이 타고나는 것인지 또는 환경이 빚어내는 후천적인 요소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거리겠죠. 전 항상 후자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선장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아프리카에서 땅에 묻힌 아이에게 동정심을 느끼던 스넬그레이브나, 신앙심이 깊던 존 뉴턴은 그들의 본성이 특별히 사악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선장들보다 '덜 잔인한' 그들도 노예무역이라는 자신들의 직업에 대해 의문을 품지는 않죠. 여전히 그들의 눈에 흑인은 그냥 상품 중 하나이거나, 자신들이 계도해야 할 야만인으로 봤을 겁니다.
스넬그레이브나 존 뉴턴이 태어나면서부터 흑인을 상품으로, 야만인으로 보지는 않았을 거에요. 사환으로, 선원으로 생활을 시작하며 다른 사람들한테 보고 듣고, 나중에는 본인들이 노예선에 오르면서 본 풍경에 익숙해졌겠죠.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어렵지 않다는 말처럼 노예선의 자극적인 경험도 점차 반복되면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동화되었을 겁니다. 작가의 말처럼 노예매매라는 제도 자체의 비인간성이 모든 면에서 개인과 환경을 폭력적으로 바꾸어버리듯, 선장들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잔인하게 부려야만 하는 직업적 조건이 잔인성을 더 부추겼을 거라고 생각해요.
단계와 정도의 문제일 뿐, 이미 노예선에 오른 순간부터 그리고 첫 노예무역의 경험에서 자진하여 내려오지 않는 순간부터 상인과 선장들은 모두 잔인한 인간이 될 운명이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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