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1.노예선, 마커스 레디커

D-29
향팔이님의 문장 수집: "혹자는 소규모 부족 간의 소위 “끝없는 전쟁”이 노예 생산의 또 다른 주요 원천이라고 했다. […] 노예무역을 옹호한 사람이든 반대한 사람이든 전쟁이 서아프리카 노예의 주요 공급원이었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 노예무역 폐지론자들은 “전쟁”이라 불리는 이러한 행위들이 대부분 납치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전쟁”은 주로 노예선이 해안에 출현하면 시작되었다. 전쟁이 개시되면 지역 상인들은 (노예선 선장의 도움으로 화기를 갖추고) 전쟁 준비를 해서 내륙으로 향하며 전쟁을 수행하고 노예를 잡아들였다. 이렇게 잡은 노예들은 처음 전쟁 준비의 채비를 도와준 선장에게 팔리게 된다. 한 아프리카인 노예선 선원은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서 “만약 배[노예선]이 없으면 그럼 노예 잡는 사람 없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쟁은 조직적인 인간 도둑질에 대한 완곡어법이었다."
이 문장도 그렇고 처음에는 막연히 백인들이 해안 지대를 돌아다니며 흑인들을 사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노예무역이 더 체계적(?)이고 분업화, 산업화 되어있다는 게 의외였어요. 해안 지대에 성이나 요새를 건설한 뒤 노예를 전문적으로 사들이고 상품화하는 '공장'들이 있어서 거기에서 중개무역처럼 안전하게 노예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고, 해안지대로 가서 직접 아프리카 노예상인과 직거래하는 방법도 나오죠. 설령 해안에 정박하더라도 선장과 선원들은 함선에 머무르고, 기다렸다는 듯 노예상과 전문적인 인간사냥꾼들이 노예를 잡아오는 모습은 도덕성이나 인륜과는 별개로 그 시대에 어울린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전문화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생각보다 총을 굉장히 많이 사들였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아프리카는 노예무역의 대가로 무엇을 얻어가는 건지 궁금했는데 군주나 부족장들이 총을 더 많이 사면 그만큼 전투력이 올라가고, 이를 이용해 다른 부족이나 국가를 정복하거나 약탈하고, 그로 인해 노예를 잡아와서 팔아넘긴 뒤 다시 총을 확보하고.. 약탈과 성장의 무한반복 구도랄까요.
은화님의 대화: 이 문장도 그렇고 처음에는 막연히 백인들이 해안 지대를 돌아다니며 흑인들을 사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노예무역이 더 체계적(?)이고 분업화, 산업화 되어있다는 게 의외였어요. 해안 지대에 성이나 요새를 건설한 뒤 노예를 전문적으로 사들이고 상품화하는 '공장'들이 있어서 거기에서 중개무역처럼 안전하게 노예를 확보하는 방법도 있고, 해안지대로 가서 직접 아프리카 노예상인과 직거래하는 방법도 나오죠. 설령 해안에 정박하더라도 선장과 선원들은 함선에 머무르고, 기다렸다는 듯 노예상과 전문적인 인간사냥꾼들이 노예를 잡아오는 모습은 도덕성이나 인륜과는 별개로 그 시대에 어울린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전문화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생각보다 총을 굉장히 많이 사들였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아프리카는 노예무역의 대가로 무엇을 얻어가는 건지 궁금했는데 군주나 부족장들이 총을 더 많이 사면 그만큼 전투력이 올라가고, 이를 이용해 다른 부족이나 국가를 정복하거나 약탈하고, 그로 인해 노예를 잡아와서 팔아넘긴 뒤 다시 총을 확보하고.. 약탈과 성장의 무한반복 구도랄까요.
@은화 님 말씀하신 총 문제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라 저도 관심이 많습니다. 아래 책은 지금 우리가 읽는 내용과는 쪼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언제 한번 꼭 읽어보려고 찜해둔 책이에요. 냉전기 미국이고 소련이고 자기들 이익에 따라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분쟁지역으로 총기를 어마어마하게 들여놓는 바람에 그 지역들을 지금의 노답 상태로 이끄는데 한몫 했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의 시대와 많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고, 또 같은 뿌리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문제 같아서요.
AK47 - 매혹적이면서도 가장 잔혹한 도구의 세계사전 세계 인구 77명당 1명꼴로 보급되었으며 한 자루 가격이 닭 한 마리 가격에 거래되어 '치킨건'이라 불리는 도구. 이 책은 베트남전쟁부터 이라크전쟁까지,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이 소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추적한다. 말 그대로 세계사를 바꿔 놓은 무기의 일생을 다룬 매혹적인 전기이다.
향팔이님의 대화: @은화 님 말씀하신 총 문제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라 저도 관심이 많습니다. 아래 책은 지금 우리가 읽는 내용과는 쪼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언제 한번 꼭 읽어보려고 찜해둔 책이에요. 냉전기 미국이고 소련이고 자기들 이익에 따라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분쟁지역으로 총기를 어마어마하게 들여놓는 바람에 그 지역들을 지금의 노답 상태로 이끄는데 한몫 했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의 시대와 많이 달라지지 않은 것 같고, 또 같은 뿌리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문제 같아서요.
추천해주신 책 소개를 보고 나니 현대의 아프리카 정세도 이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네요. 여기저기 각자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국가와 군벌, 공동체, 기존의 부족들. 자신의 영향력을 위해 총기를 필요로 하고 무력을 바탕으로 주변 세력을 병합하는 모습. 유럽의 상인과 선장들이 총기를 쥐어주면 그걸 가지고 같은 아프리카 사람을 잡아들이는 노예상의 모습은 시대와 주체, 기술력만 조금 달라졌을 뿐 열강들이 개입하는 현재와 근본이 바뀐 게 없는 것 같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가 읽어봐야겠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부터는 일정대로 4장~6장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해요. 저는 책에서 묘사되는 선상 생활과 노예선의 일상이 흥미로워 쭉 읽었습니다. 아래의 얘기들을 같이 해봐요. 1) 4장, 5장, 6장은 올라우다 에퀴아노, 제임스 필드 스탠필드, 존 뉴턴이라는 세 인물들의 일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느 인물이 흥미로웠나요? 2) 세 인물들이 설명한 노예선에서의 생활과 일상에 대한 묘사 중 기억에 남거나 충격이었던 부분이 있나요? 3) 스탠필드의 기록을 보면서 여러분은 선원들도 노예제도에 있어 가해자의 편에 더 가깝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그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하시나요?
노예선에서 에퀴아노와 다른 이들이 점점 서로가 이그보족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기 시작했다. 에퀴아노의 마을이나 내륙 전체에서 “이그보”라는 단어는 어떤 자기-자각이 있는 정체성을 뜻하는 단어는 아니었다. (중략) 그러나 노예선에서는 모두가 마을 외부인이었고 그러한 광범위한 유사성이 갑자기 지역의 차이보다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언어와 같은 문화적 동질성은 분명 공동체 형성과 협동에 필수적이었다. 다른 아프리카의 부족과 마찬가지로 이그보족은 여러 면에서 노예무역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노예선 안에서 민족 문화가 형성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42~143,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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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명의 노예는 성공적으로 익사하여 죽음을 맞이했다. 세 번째 노예는 다시 잡혀 왔고 갑판 위로 끌려와 “노예 생활보다 죽음을 더 원한 죄”로 맹렬한 채찍질을 당했다. 에퀴아노는 이렇게 노예들 사이에 형성되었던 저항의 문화를 기록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46,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비록 에퀴아노가 “아프리카 무역상의 폭력”으로 고생하기는 했지만, 그는 해안으로 향하는 행로에서 그들의 대우가 잔인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독자들에게 “인간의 권리를 빼앗았던 그 검은 무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필요할 때에 포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나는 한 번도 그들에게 사악한 대우를 받지 않았고 그들이 다른 노예를 그렇게 대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주지시키려고 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152,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노예선에서 에퀴아노와 다른 이들이 점점 서로가 이그보족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기 시작했다. 에퀴아노의 마을이나 내륙 전체에서 “이그보”라는 단어는 어떤 자기-자각이 있는 정체성을 뜻하는 단어는 아니었다. (중략) 그러나 노예선에서는 모두가 마을 외부인이었고 그러한 광범위한 유사성이 갑자기 지역의 차이보다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언어와 같은 문화적 동질성은 분명 공동체 형성과 협동에 필수적이었다. 다른 아프리카의 부족과 마찬가지로 이그보족은 여러 면에서 노예무역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노예선 안에서 민족 문화가 형성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노예선에서 어쩌면 아프리카의 다양한 출신들이 '흑인'으로서의 민족성 또는 정체성을 가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눈에 띄네요. 서로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다르고, 타의에 의한 것이지만 그들은 이제 모두 '노예'이고 인간자원이 됩니다. 자신들을 사들이는 백인과 대비되어 지배 당하는 입장이 된 흑인들에게는 더이상 기존의 자신들을 구분 짓던 경계를 따질 의미가 없어졌겠죠.
에퀴아노는 이름을 부르는 것을 일종의 권력 행사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름을 잃는다는 것이 문화적인 수탈인 것처럼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것 역시 적대적인 지배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라우다 에퀴아노라는 이름은 노예선에서 빼앗겨버렸고 이 이름을 되찾는 데 35년이 걸렸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스노우급 함선을 탔을 때 나는 마이클이라고 불렸다”고 기록했다. 다음의 버지니아로 향하던 슬루프급 함선에서 그의 이름은 제이콥이었다. 마지막으로 부지런한 꿀벌호에 승선했을 때 그의 새로운 주인 파스칼 선장은 그에게 구스타부스 바사라는 네 번째 이름을 주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자고 나면 깨져버리는 불안정한 유대감 속에서도 그들은 “뱃동지”라고 부르는 새로운 혈족 관계를 형성했다. […] 수탈당한 아프리카인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스스럼없는 상호 조력의 공동체를 형성했고 가끔은 노예선의 하갑판에서 그들의 “나라”를 세우기도 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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