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츠발 독서모임, 8회차: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로버트 A. 하인라인 저

한 줄 감상: 시즌제 sf 서구권 드라마 전 시즌을 한 권으로 압축해서 본 듯 한 느낌 이 책 진짜 재밌었다....파운데이션 류의 소설들은 이상하게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읽다 말았는데, 이 책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을 정도로 재밌었다. 청소년의 모험이 가미된 sf가 취향인걸까? 제목을 처음 봤을때는 마션이나 아르테미스 류의 내용이 아닐까 짐작했었다. 어찌저찌해서 우주복을 마련한 주인공이 우주 이곳저곳을 누비며 의뢰를 처리하는...스페이스 오페라 라고 하던가? 그런 류로 상상했었는데, 실상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비누 슬로건 응모로 당첨돼서 얻은 우주복이라니ㅋㅋㅋ 지금까지 본 것 중 제일 일상생활에서 있을 법 한 방식이었다.(물론 경품의 특이함은 있지만). 같은 지역에서 살며 스쳐 지나가지만 기억에는 남지 않을 동네 주민 1정도의 평범한 소년이 어느날 사라졌다가 돌아왔는데, 그 기간 동안 겪고 온 사건들을 압축하고 압축해서 건너건너 듣게 된 사람의 심정이라면 너무 거창할까 싶다. 책을 덮고 조금 있자니 딱 그 정도의 여운이 남는데, 이정도로 남는걸 보니 역시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법정에서 벌레머리의 행성에게 내려진 형벌이 인상깊었다. 2차원의 도형을 3차원 공간에서 수직으로 세우면 선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정확하지는 않겠지만!) 플랫랜드라는 소설도 찾아서 읽어 볼 예정이다. 평면에서 사라지는 정사각형 씨...매력적인 문장이야..... 292p '나는 다음에 카나리아를 만나게 되면, 그 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카나리아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독서 중 제일 와 닿았던 문장을 꼽으라면 이것을 선택하겠다. 지성이 있는 개체와 의식이 있는 개체간의 대화와 이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던 문장이었는데,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이유는 추후 덧붙일 예정이다. sf로 분류되는 소설들은 작가의 상상력 덕분에 한층 더 즐겁게 빠져들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현실에서 일어나지 못할 일들이 지면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벌어지고, 그와 동시에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해 냈지' 하며 감탄하는 것들이 재미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다.

얼킨님, 완독해주시고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읽기 전엔 장르를 착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소소한 시작과 진행될 수록 커지는 사건의 스케일이 흥미로웠던 SF였던 것 같아요 ㅋㅋㅋ 가까우면서도 먼 느낌의 여운(?)이 남는 감상이 어쩐지 공감이 갔어요. 후반부인 법정씬은 전반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벌레머리 행성에 대한 처벌도 얼킨님 말대로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저는 고전SF를 좋아하는데 얼킨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작가의 발상이 유독 재밌게 다가오는 장르여서 남겨주신 감상에 하나하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언젠가 얼킨님이 재밌게 보신 유사한 장르의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다시금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완독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8년 전 감상이라 지금도 유효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하인라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읽은 건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과 <여름으로 가는 문> 두 개가 전부였는데, (아주 당연한 이야기지만)두 이야기에서 간혹 나오는 옛 소설 특유의 여성혐오적 표현에 좋지 못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예전과 작품을 수용하는 시점이 달라져 고전의 도덕관은 고전으로써 받아들일 수 있게 됐지만, 그때도 지금도 한 가지 인정하는 점은 있다. 하인라인은 SF를 재밌고 친숙하게 쓸 줄 아는 작가이다. <여름으로 가는 문>이 그랬고,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그랬고, 이번 도서가 그랬다. 우주복에 대한 전문 지식이라던가 천문에 관한 지식(옛날 기준에 맞춰져 있지만)이 상당히 기술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같은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험소설로써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서사나 설정이 꽤 재밌기 때문이다. 초반부 주인공이 우주복을 개조한 부분에서 느껴지는 전공지식에 페이지에 몇 번 코를 박았지만, 그 이후 펼쳐지는 모험 얘기는 정말 술술 읽혔다. 개인적으로 고전 SF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독 '외계의 문명'을 그리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고 그 작품에서 외계 문명이 어떻게 그려지나를 보는 것인데 이 작품도 그런 재미가 쏠쏠했다. 몇 몇 사람들은 그런 외계 문명에서 서구권의 개척자 정신이 느껴진다고 비판적으로 보고, 나도 유효한 비판이라 생각하지만 솔직히 엄마생물은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아...?!???!(재밌는 건 엄마생물을 받아들이는 관점이 그대로 주인공을 따라갔다는 것 같다) 후반부의 재판 부분은 특히 인류와는 다른 가치관이 느껴지는 대목이 많아서 더 즐겁게 읽었다 밤 새서 완독하느라 감상이 두서가 없지만(.....) 나중에 SF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하나 늘었고 진지하게 디♡니 같은 데서 영상화 해줬음 좋겠다

어린 나는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찾거나 토성을 좋아하고 달에서 간식을 먹으며 태양이 뜨는 것을 바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스쳐지나가는 꿈들 중 하나였고 이제는 유튜브의 추천피드로 가끔 우주영상을 보는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킵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은 어린 시절 뿐만 아니라 모험에 대한 동경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비누 포장지로 우주복 오스카를 만나고, 한 소녀와 외계인을 만나 우정을 쌓으며 적들과 싸우고, 마지막 우주재판에서 지구를 구하기까지, 점차 커지는 스케일과 마을의 한 소년이 영웅으로 돌아오는 서사는 언제봐도 몰입할 수 밖에 없었고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 책을 검색했을 때 SF입문작으로 추천한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우주를 다룬 콘텐츠가 이미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킵과 오스카, 피위와 엄마괴물 등 다양한 인물을 통해 펼쳐지는 우주이야기는 하나의 선물상자 같았다. 내가 느낀 이 즐거움을 어린 나에게, 또는 우주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소개하고 싶다. 그리고 엄마괴물이야 말로 무서운 존재 아닐까? 킵과 피위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지식의 확장을 맞이한 지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등등 읽으면서 들었던 궁금증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책이었다.

에밀리브론테님, 완독해주시고 감상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렸을 적 우주에 대한 동경을 품었던 사람들에겐 말씀대로 정말 선물상자 같은 책이었던 것 같아요ㅋㅋㅋㅋㅋ 모험 이야기 자체가 가진 즐거움과 동시에 우주에 대한 낭만이 결합되어서, 저도 여러모로 정말로 청소년 대상 SF구나 라고 느꼈답니다. 근처에 우주에 대한 동경을 가진 아이가 있다면 소개해주고 싶다는 말도 공감해요! 엄마생물에 대해선 저는 독서 내내 아 엄마생물 짱... 왠지 좋아... 하면서 보다가 마지막에 킵이 '인류를 지켜보는 감찰자'라고 평한 게 왠지 인상적이었어요. 한편으로는 킵과 피위의 관계를 여지만 남겨둔 것도 궁금했고22222(개인적으로는 그 애매한 텐션이 좋았지만) 확실히 뒷 내용에 대해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어서 얘기나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얼킨 저도 비누 슬로건으로 우주복을 얻은 것이 인상깊었네요ㅋㅋㅋㅋ한편으로는 저렇게 많이 보냈는데 우주여행이 아닌 우주복 당첨이 된 것에서 이 작가가 호락호락 하지 않구나 생각도 했답니다.

@어슐러펭귄 저는 하인라히의 책이 이분이 처음이었는데 어슐리펭귄님 감상평을 보니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어요! 저도 초반에 우주복 모사에서 동공지진했는데 읽을수록 어렵지 않고 재밌더라고요ㅠㅠ 그리고 진지하게 디*니가 영상화해줬음 좋겠다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갑니다222ㅋㅋㅋㅋㅋ

Sf소설을 많이 안 읽어본 나로서는 주인공이 외계로 납치당해 주인공이나 피위에게 적대적이기도 하며 호의적이기도 한 여러 외계생명체들을 만나는 흐름이 오히려 내가 본 최근 sf소설에서는 별로 없던 전개라 고전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딱 sf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소재라 흥미롭게 읽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소재는 아니긴 하지만 최근에 직전 독서모임 주제도서도 그렇고 무겁고 어두운 내용의 책을 많이 읽었던지라 전체적으로 스케일은 크지만 발랄한 모험담 느낌이 나서 뒷맛도 깔끔한 이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우주에 관련된 일을 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은 그냥 우주 여행에 관심이 있는 평범한 청소년인 주인공이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다가 갑자기 우주로 향하게 되면서 온갖 비일상적인 일을 겪으며 또 그 와중에 또래 소녀와 관계를 쌓아가는 전개가 어린 시절에 한번쯤은 다들 상상해봤을법한 전개라 청소년 문학같다는 느낌도 살짝 받기도 했고, 피위나 엄마생물 등등 킵이 마주치는 생명체들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은 첫인상에서 점점 변화해가는 걸 즐겁게 따라가면서 읽었다. 모든 일이 끝난 후 킵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며 소설이 끝이 나는데 이런 일을 겪고 난 후 일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랭랭님, 완독해주시고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실히 대놓고 외계 문명이 나온다던가, 우주를 모험한다던가 하는 게 요즘 SF과는 다른 재미가 있지요 ㅋㅋㅋ 말씀대로 고전 SF는 그런 특징들이 나름의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저번 선정도서가 어두웠던 만큼 환기도 되었구요2222 단순히 팝콘적인 재미만이 아니더라도 주인공이 성장한다는 면에서도 청소년 문학 같단 점까지 공감해요. 결말에 대해선 에밀리브론테님도 말씀해주셨 듯 뒤를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어요! 조금이나마 즐거운 독서가 되셨다면 기쁘네요. 다시금 감상 감사합니다!

SF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건 처음이라 어떨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술술 잘 읽어져서 재밌게 봤다. 과학이나 우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그 부분을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초반에 우주복 부분은 너무 구체적으로 나와서 좀 당황했는데 뒤에 작품해설 및 역자 후기를 보니 직접 우주복을 만들던 연구원의 사실적인 서술이라고 해서 아 어쩐지 싶었다. 우주선이 나오고 납치당하면서 시작하는 모험(?)이 어릴 때 한 번쯤은 상상해본 일이라 어릴 때 봤다면 더 재밌게 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재판에서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판결도 인상 깊었고, 킵과 피위가 이후에 만나는 이야기도 궁금해지는 마무리였다.

롤링님, 완독해주시고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초반부 우주복 지식이 구체적으로 나오는 부분은 읽으면서 당황했던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청소년 소설 같은 도입부인데 이런 하드한 지식이? 하면서 놀랐네요. 역시 전공지식은 숨길 수 없는 걸까 싶기도 했어요. 모험 부분은 스케일이 크기도 큰데 역시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어렸을 적 상상했던 것과 맞닿아 있어 재밌더라구요! 결말부도 닫혔지만 열린 결말 같은 점이 상상력을 자극해 재미있었습니다. 시간 내로 감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이나마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