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현대문학상, 김지연

D-29
지금 공부가 잘 안 되면 출근해서 잘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게 제일 낫다 트로트가 가볍고 천박하다고 하니까 <테스형>이니 <아모르 파티>처럼 거기에 말도 안 되는 철학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막걸리에 케이크 먹는 것처럼 좀 억지스럽고 안 어울려 오히려 거부감만 더 든다.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게 제일 좋다.
구병모 글은 거기 나오는 엄마는 물론 의사와 간호사까지 그냥 만연체로 글을 길게 억지로 늘린다.
남자 작가 씨가 말랐나, 한 명도 없다. 소리는 여러 곳에서 나오는 게 좋다. 그게 바로 다양성이다. 싸움에서 둘 다의 말을 들어봐야 하는 것처럼.
여자들이 하는 말은 잘 이해가 안 갈 때가 많다.
남녀 차이 남자가 여자보다 더 못 살고 일찍 죽는 이유가 속에 있는 걸 안 털어놔 그런 것도 있지만, 아마도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의무감이나 부담감, 책임감 같은 것에 짓눌러 더 오래 못 사는 것 같다. 그리고 여자가 모성애가 있고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애란 것은 아마도 애를 갖는 자궁이 없어 그런 것 같다. 여자는 자궁이 있어 애를 품었거나 품을 가능성이 있어 자기가 낳은 애를 보살펴야 한다는 그런 본능이 있어 그런 것 같다. 남자는 안 그렇고.
구병모 글은 쓸 게 없는데 권여선 글은 쓸 게 많다. 아마도 공감가는 게 많아서 일 것이다.
어색함이 익숙함으로 나는 이 여자가 이제 나와 결혼했지만 밤이 돼도 자기 집에 안 가고 내가 사는 방에서 지내는 게 이상하고 신기했다. 아마도 그녀도 그렇게 느꼈을 거지만 내색을 안 하는 것 같았다. 동시에 결혼이란 무서운 거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만 자기 집에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 없는 게 결혼이구나, 하고. 이렇게 느끼는 건 우리가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했고 나는 서울에 그녀는 대전에 살아 결혼하기 전까지 고작해야 10번 정도밖에 만난 게 전부니까. 그러나 나중엔 그녀가 나와 같이 집에 있는 게 더 자연스럽게 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그녀가 없으면 괜히 서운하고 기분까지 좋지 않았으니까. “이 여자 어디 간 거지, 시장 갔나?”
할머니나 어엄마가 자기를 하찮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러면 자긴 하찮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글로 다 털어놓으면 그건 자기 것이 아니게 된다.
남을 위한 봉사로 남에게 희생하는 것이 좋으면 그렇게 살면 된다. 누가 뭐라 비난해도. 그 인간은 자기 기준으로 그렇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냥 나는 거기서 어떤 만족감을 느끼면 그만이다.
엄마는 생선 대가리를 더 좋아해 오랜만에 권여선 작가의 「헛꽃」을 읽었다. 나는 문제를 나열하는 것보다 문제를 가능하면 안 만들고 생긴 문제를 어떻게 해서든 내 힘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어쨌든 살아보려고 하는 사람이다. “내버려두라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철없는 애들이 원래 엄마는 생선 대가리만 좋아하고 엄마가 실은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건데도 그 일이 좋아서 하는 거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매일 일만 하고, 그래서 일은 당연히 그가 하는 것이고 그렇지만 제대로 대접도 못 받는 이런 사람을 소설에서는 ‘헛꽃’이라고 했다. 읽는 내내 나는 이런 사람이 거기서 나오는 방법, 이 궁리만 찾아내려고 했다. 그를 구해내는 것은 곧 나를 구하는 거라며. 백 보 양보해 물론, 수녀나 비구니처럼 뭔가 약자나 어린이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거기서 진리를 찾는 사람도 없는 게 아니다. 그들이 지금 엄연히 존재하는 것처럼 그런 사람은 세상에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그런 기질을 타고난 것을 성찰하고 그걸 하더라도 다른 정신, 물질적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오직 그것 자체에 자신이 녹아드는 사람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자신은 진짜 남에게 봉사하는 것에서 삶의 보람을 찾나? 이걸 알아내는 것이다. “혜영은 내친김에 미친 사람처럼 나쁜 말을 쉴새없이 쏟아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면 오히려 나쁜 말들의 사슬로부터 풀려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물림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는 처지라도 빠져나오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게 현실적으로 도저히 안 되는 것이면 자신을 응원해 주는 사람을 만나 위로받고 그 고통을 겉으로 표현하고, 자기 주변에 헛꽃, 그런 사람이 있으면 자신이 진정으로 그를 응원하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다. “혜진은 자신을 헛꽃으로 대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 자신이 헛꽃이 될까 봐 걱정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단지 헛꽃으로 끝나지 않는 방법 ① 내가 진정 남에게 봉사만 하는 헛꽃으로 사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나? 이런 경우라면 헛꽃이 아니라 참꽃이다. ② 그게 아니고 어떤 강요에 의한 거라면 거기서 나오려고 노력해야 ③ 나올 거지만, 당장은 나오는 게 여의치 않으면 그 고통을 겉으로 실컷 표출해야 ④ 동시에 자기의 그런 걸 알아주는, 곁에서 위로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을 만들어야. 내가 기꺼이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서울대를 쪼개놓자 서울대 나온 작가와 지잡대 나온 작가의 글의 수준이 같을 때 뭔가 서울대 나온 작가의 글이 더 있어 보인다. 실제 그 작가가 더 상을 많이 받는다. 불합리하지만 현실에서 아주 당연히 잘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 기를 쓰고 사람들이 서울대에 가려는 것이다. 사람이 왠지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대표 분야로 나눠 지방에 하나씩 분산해야 한다. 경상도, 부산, 전라도, 충청도, 그리고 서울에. 서울은 일부러 비인기과를 둬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지방의 붕괴가 더뎌지고 수도권 과밀이 좀 줄어들 것이다.
한국 소설 작가들은 한글을 엄청나게 사랑한다.
묻지마 범죄 “봉천동 아파트 방화, 미아동 60대 여성 살해.” 연일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분노의 기운과 그에 따른 불안감이 주위를 맴돈다. 이제 새 정권도 들어서니,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제대로 짚고 근본 원인을 찾아 없애지 않으면 반복해서, 끝없이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이 우리를 더 불안하게 한다. 물론 아무나에게 앙갚음하고 싶은 파괴 분노만 사라지게 하면 이에 따라 생기는 불안감도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이런 분노는 자기만 불행에 빠졌다는 건데, 그 이유는 자기와 같은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말과 같다. 그러니 자기와 다르게 안 불행한 무리를 응징한다는 것이다. 전엔 없이 살아도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이 주변에 늘 있었기 때문이다. 부족한 가운데서도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았다. 상대적 불행이 문제다.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공동체가 무너졌다. 자기만 혼자가 아니라 자기와 생각과 생활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런 분노도 서서히 자취를 감출 것이다. 시위 현장에서 옆자리 사람에게 키세스 초콜릿을 살며시 건넨다. “그도 나처럼 춥고 배고플 거야.” 생각해서 그것으로나마 자기 마음을 전한다. 도우면 도왔지,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으면 상대를 절대 해치지 않는다. 그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신 자기와 너무 다르고 일상에서 소통도 부족하면 그런 마음을 갖기가 쉽지 않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외국에서 국외자(局外者)로 혼자 사는 것하고 같다. 언제 무심히 길 걷다 모르는 사람이 휘두른 칼에 희생될 수도 있고, 한밤중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불이 나서 연기로 숨이 막혀 고층 아파트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다,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묻지마 범죄가, 안전지대였던 이곳을 야금야금 침윤(浸潤)해 들어오고 있다.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 TV에 나오는 장면은,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다르게 내 주변과 너무나 닮은 모습이다. 이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게 아니게 되었다. 이렇게 바로 내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니, 영향력 있는 위정자들은 팔 걷어붙이고 달려들어 하루빨리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대증(對症) 요법이 아니라 근본 원인을 찾아 없애야 한다. ‘왜’를 계속 물어야 한다. 아픈 사람은 아픈 원인을 찾아야 병이 제대로 고쳐지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은 대개 이혼한 후다. 그래야 좀 말이 되고 사연이 있는 여자 같나.
책을 많이 읽으며 현실을 벗어나고자 해도 인간인지라 더 나이들수록 그게 힘들다.
현실만 얘기하는 인간들이 대부분이다. 추억이나 미래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얘기하는 인간은 확실히 드물다.
우리나라는 기승전 가족인데 이것도 지겹다. 버려야 한다. 아직은 이게 한국엔 살아있다. 이런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인생이란 맺고 끊는 게 없이 어쩌면 애매한 게 진실일 것이다. 그러나 죽을 때가 되면 아프다가 죽는 것이다. 그리고는 끝. 영혼도 천당도 없다. 그냥 다른 동물들이 죽어 시체로 나뒹구는 것처럼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연의 일부였듯이 이젠 좀 형태를 달리해 자연의 일부로 역시 남는 것이다.
여자 작가는 할 수 없이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게 되어 있다. 그것만 확실히 알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말 하기 힘들고 모르니 관심도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골고루 나와야 한다. 너무 치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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