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인생이란 맺고 끊는 게 없이 어쩌면
애매한 게 진실일 것 같다.
삶에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내 의지와 욕망만으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외부의 강제에 의해 살아지는 것도 아닌, 많은 게
얼기설기 엮여 그냥 어쩌다 보니 이렇게 살게 되더라, 라는 게
많이 맞을 것이다.
어영부영하다가 시나브로 여기에 와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남들과 다르게 특별할 것도, 그렇다고
안 특별할 것도 없는.
그러다 죽을 때가 되면 남들처럼 아프다가 나도 죽는다.
그리고는 끝. 암흑, 이제부터 영원한 무(無)의 연속.
내 실존은 생겨나기 전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사후엔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하나하나 없어지고 만다.
무(無)의 세계가 나와 그들을 전부 삼켜버린다.
그러면 육체도, 내가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흔적도 모두 소진(消盡)되고 마는 것이다.
남은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젊다.
동물로서 영혼도 천당도 없다.
그냥 다른 동물이 죽어 시체로 나뒹구는 것처럼
먼지로 돌아갈 뿐이다.
인간도, 영혼이 있다는 인간이기 이전에 동물이다.
자연의 일부로 싱싱하게 생겨났다가
이젠 쭉정이가 되어 그 형태를 달리해 자연의 일부로
역시 섞이는 것이다.
실은 삶이 리얼하게 이렇게 우리 앞에 펼쳐지니까,
무상(無常)하니까-견딜 수 없어, 견디기 위해-정신이
있는 인간이 영혼을 만들고 사후 세계를
상상해 놓은 것이리라.
그렇지만 자연은 역시 냉혹하다.
“신이니 극락이니 그런 건 너희가 만들었지,
내가 만들었냐?” 하며, 그런
인간들만의 사정을 자연은 봐주지 않는다.
인간은 별거 없이 자연, 우주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기만을 하면서까지 자기가 믿는 것을 그게 아니라고
합리화하며, 그 힘으로 버티려고 하는 게 인생 아닐까.
이렇지만 진실을 직시하며,
뭔가 자기만의 무너지지 않는 걸 향해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涅槃)이란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
그냥 죽어 꺼져버리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유한하고 끝이 있으니까 삶이
더 가치 있는 건 아닐까.
2025 현대문학상, 김지연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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