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님의 대화: 최근에 읽었거나, 읽는 중인 책 얘기를 해볼까요? 저는 얼마 전 다른 플랫폼에서 현장 독서모임에 참가했는데 모임 소재로 뽑힌 책이 <미키7>이었어요. 봉준호 감독이 감독한 영화 <미키17>의 원작이기도 해서 잠깐 사람들에게 주목 받은 책이기도 하죠. 저는 영화는 안봤는데 영화와 책 모두 보신 분들은 어떠셨나요?
미키 반스는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외계행성을 하나 둘 개척하며 삶의 터전을 넓히는 우주개척 시대에서 수많은 사고와 시행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간소모품(작품에서는 '익스펜더블'이라고 부릅니다.)이에요. 죽더라도 다시 투입될 수 있도록 기억을 업로드하고, 육체는 유기물질을 이용해 3D프린터처럼 찍어내는 일종의 복제인간입니다. 우주선과 행성개척을 위한 각종 생명유지 장치들이 값비싸고 정비를 받기 어렵기에 기지 내부의 사고 또는 외계생명체와의 전투나 습격에 항상 총알받이로 투입되는 처지죠.
저는 개인적으로 <미키7>을 읽었을 때는 처음에 작가가 전하는 주제가 와닿지 않아 책을 한 번 더 읽었습니다. 미키7은 주제보다는 주인공 미키의 이야기 그 자체와 서사가 먼저 다가온다는 느낌이었어요. 미키 본인의 성격이 좋게 보면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잘 맞춰주는 적응력 있는 모습이지만 다르게 보면 이도 저도 아니게 상황과 타인에게 계속 휘둘리는 것으로도 느껴져 전개가 평이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했어요.
미래 시대에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계속 발전한다는 뉘앙스로 작품이 흘러가지만 그 이면에는 미키와 같은 익스펜더블들의 소모를 당연하게 여기는 섬뜩함이 아무렇지 않은 듯 전개되는 구도는 흥미로웠습니다.
지난 일요일 부터 2024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기 시작해서 바로 어제, 작품집의 첫 단편인 김멜라 작가의 ‘이응 이응‘을 끝냈어요. 건전한 성욕구 해소라는 목표로 개발 된 '이응'이라는 기계가 작품의 중심에 있으니 아마 소프트SF정도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파트너 없이도 성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생활방식의 도입으로 사람들이 성활동과 연애, 결혼, 그리고 육아를 분리하기 시작한 사회라는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참 흥미로웠어요. '이응'이 도심 속 공원은 물론 학교에도 설치 되어 있을만큼 사람들이 성적 쾌감을 공공 복지의 차원으로 받아들인 한국이라는 문화적 배경 설정도 그렇고요. 상상해본 적 없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문을 열어주는 설정 덕분에 오랜만에 머리를 엄청 열심히 쓰면서도 즐겁게 읽은 단편이었네요ㅎㅎ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0년 제정된 이래 해를 거듭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젊은작가상이 어느덧 15회를 맞았다. 저만의 문제의식과 치열한 언어로 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데뷔 십 년 이하 작가들의 눈부신 발돋움을 조명하고자 마련된 젊은작가상은 지난해까지 모두 62명에 이르는 새로운 얼굴을 소개하며 한국문학에 생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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