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성 폭발, 불시착, 가혹한 환경, 프로그램 오류
이런 우연의 요소들이 계속 겹치면서 로봇과 기계들이 점점 지구의 생명처럼 환경에 적응하고, 분화하며, '진화'하는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들이 흥미롭네요. 백업, 연산, 로봇, 공장 같은 단어들을 떼거나 일반 생물의 단어로 대체하면 아주 자연스럽게 원시 지구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같고요.
[함께 읽는 SF소설] 05.생명창조자의 율법 - 제임스 P. 호건
D-29

은화

은화
“ 오리건 새복음과학연대 는 고대의 우주 비행사가 등장하는 최신 유사과학 이론을 사용해 성경을 완전히 재해석해서, 고대의 계시와 기적은 모두 초자연적 능력을 가진 선량한 외계인들의 방문에 의한 것이며, 그들이 인간의 '졸업'을 완수하기 위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논리적인' 교의를 만들어냈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52,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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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하금님의 대화: 지난 일요일 부터 2024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기 시작해서 바로 어제, 작품집의 첫 단편인 김멜라 작가의 ‘이응 이응‘을 끝냈어요. 건전한 성욕구 해소라는 목표로 개발 된 '이응'이라는 기계가 작품의 중심에 있으니 아마 소프트SF정도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파트너 없이도 성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생활방식의 도입으로 사람들이 성활동과 연애, 결혼, 그리고 육아를 분리하기 시작한 사회라는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참 흥미로웠어요. '이응'이 도심 속 공원은 물론 학교에도 설치 되어 있을만큼 사람들이 성적 쾌감을 공공 복지의 차원으로 받아들인 한국이라는 문화적 배경 설정도 그렇고요. 상상해본 적 없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문을 열어주는 설정 덕분에 오랜만에 머리를 엄청 열심히 쓰면서도 즐겁게 읽은 단편이었네요ㅎㅎ
저도 이응이응 인상깊게 읽었는데 작년에 읽어서 거의 까먹었어요. 근데 하금 님이 얘기해 주셔서 조금 생각났어요!

하금
siouxsie님의 대화: 저도 이응이응 인상깊게 읽었는데 작년에 읽어서 거의 까먹었어요. 근데 하금 님이 얘기해 주셔서 조금 생각났어요!
저는 이번에 처음 읽고 책을 한 번 다 읽은 뒤에 다시 '이응이응'으로 돌아올 것 같아요 ㅎㅎ 저는 한 번만 읽어서는 작품의 감정선을 다 따라잡기 힘들더라구요.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라 함께 읽는 모임이 생기면 좋겠단 생각도 드네요 ㅎㅎ

하금
이 외계인 종족은 자신의 항성계 밖으로는 문명을 확장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으로 그들의 모성이 소멸해버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었다.
누구에게나 운 나쁜 날은 있는 법이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15 ,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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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고高 고도 관측 장비는 일부만 작동하고 탐사 로봇도 내보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우주선은 적절한 크기의 천체가 보이자마자 즉각 강하 궤도에 진입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15,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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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하금님의 문장 수집: "고高 고도 관측 장비는 일부만 작동하고 탐사 로봇도 내보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우주선은 적절한 크기의 천체가 보이자마자 즉각 강하 궤도에 진입했다."
이 문장에서 뭐라고 해야할까, 우주선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긴했지만 그 '이성적' 판단이 기계의 수학적 계산에 의한 이성적 판단보다는 '인간의 이성적' 판단 처럼 느껴져서 괜히 이 문장을 두 번 읽었어요.
'자연적인' 거주자들이 기계로 되어 있다는 작가의 사전 설명에 제가 깊숙히 이입했나봐요ㅋㅋ 작가의 의도는 기계가 문명을 이룩한, 그야말로 지금의 인간의 지위를 기계가 누린다는 의미였을텐데 저는 무의식적으로 그걸 '인간 다움을 가진 기계'로 받아들였나봐요.

하금
하금님의 대화: 이 문장에서 뭐라고 해야할까, 우주선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긴했지만 그 '이성적' 판단이 기계의 수학적 계산에 의한 이성적 판단보다는 '인간의 이성적' 판단 처럼 느껴져서 괜히 이 문장을 두 번 읽었어요.
'자연적인' 거주자들이 기계로 되어 있다는 작가의 사전 설명에 제가 깊숙히 이입했나봐요ㅋㅋ 작가의 의도는 기계가 문명을 이룩한, 그야말로 지금의 인간의 지위를 기계가 누린다는 의미였을텐데 저는 무의식적으로 그걸 '인간다움을 가진 기계'로 받아들였나봐요.
이 아래에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어떻게든 동작을 시작했으며' 라는 표현도 왠지 인간적인 감정 표현으로 느껴졌는데 P.17부터는 '아, 이렇게 받아들여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불평하고 매도하고 해명을 요구하고. 너무 인간적이에요.

하금
하금님의 대화: 이 아래에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어떻게든 동작을 시작했으며' 라는 표현도 왠지 인간적인 감정 표현으로 느껴졌는데 P.17부터는 '아, 이렇게 받아들여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불평하고 매도하고 해명을 요구하고. 너무 인간적이에요.
일련의 전기적 매도와 책임 전가가 계속된 끝에, 시스템 기록 및 점검 프로그램은 사라진 하위 파일이 통신 버퍼를 통해 외부의 로봇들에게로 흘러나갔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17,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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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이로 인해 자성체는 짝지을 상대를 선택하려는 특질을 발현시켰으며, 그에 따라 웅성체는 자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의식, 과시, 시연의 행동 양식을 보이기 시작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28,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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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이렇게 하여 로봇 집단은 유전적 다양성과 재조합, 경쟁, 선택, 적응이라는 행동 양식을 보유하게 되었다. 진화를 계속하는 데 필요한 요건이 모두 갖춰진 셈이었다. 이런 형태의 생명-충분히 생명이라 부룰 수 있지 않겟는가?-은 지구의 기준으로는 물론 조금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p.29-30,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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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리고 물론 이들의 진화 과정에서는 고분자 탄소 화합물이 관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들이 생명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맹목적 우월주의일 뿐이지 않겠는가?
『생명창조자의 율법』 p.29,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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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저도 이제 몇 페이지 넘겼는데요^^;; 로봇의 자기 복제 과정이 보편적인 우주의 진화 과정을 탐구해보는 과정 같이 느껴졌습니다.
분량의 압박이 있으니... 부지런히 따라가겠습니다.

은화
“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서 자격 없는 분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닐세. 하지만 종종 그런 사람들 중에서 모든 분야에 대해 자신이 틀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나오고,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게 되지. ”
『생명창조자의 율법』 p.56,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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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끝이 어떻게 맺어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야기 진행을 따라오다보니 잠벤도르프 일당이 얄미워죽겠네요. 아, 현재 10장 읽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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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 친애하는 오토, ‘철학적’인 태도란 무얼해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때 취해야 하는 태도일 뿐이라네. 그리고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그렇지 않은가.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빠져나갈 길이 없단 말이지. ”
『생명창조자의 율법』 p.36,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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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 과학자들이야말로 가장 속여 넘긱 쉬운 작자들이지. 잠벤도르프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였다. (...) 내가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어린아이나 마술사 같은 친구들이지. 과학자들은 아무런 문제도 안 돼. 그 작자들을 상대하는 일에는 나름 자신이 있다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37,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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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잠벤도르프라는 전문 사기꾼과 NASO의 수면 아래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대립, 잠벤도르프 일당의 전문적인 정보수집과 첩보력, 자신들의 세계에 궁금증을 갖는 기계들과 살벌한 정치극이 흥미롭네요. 아래의 내용들을 같이 얘기해봐요.
1) 프롤로그부터 13장까지 읽으면서 인상 깊거나, 재밌었거나, 강렬했던 인물이나 상황 또는 묘사를 얘기해주세요. 꼭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개여도 괜찮습니다.
2) 우주 탐사에 잠벤도르프를 보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3) 아직 초반이기는 하지만, 작가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 또는 소재는 무엇일 것 같나요?
4) 13장의 매시와 잠벤도르프의 설전에서는 세상 또는 대중에 대한 인식의 대립이 보입니다. 216p에서 잠벤도르프는 "내가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나는 그저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야. 사람들이 제대로 된 상식을 가지지 못하거나, 사회가 그 제대로 된 상식을 사용하도록 교육하지 못한 것 뿐인데, 왜 내가 비난의 표적이 되어야 하나?" 라고 주장합니다.
그의 도덕성과는 별개로 잠벤도르프의 주장에 동의하시나요? 또는 틀렸다고 생각하시나요? 잠벤도르프와 같은 사람들이 대중과 세상을 자신들의 뜻대로 바꿔가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런 세상이 잠벤도르프를 만들어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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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하금님의 대화: 이 아래에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어떻게든 동작을 시작했으며' 라는 표현도 왠지 인간적인 감정 표현으로 느껴졌는데 P.17부터는 '아, 이렇게 받아들여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불평하고 매도하고 해명을 요구하고. 너무 인간적이에요.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초반에 느껴지던 문체나 느낌이 뒤로 갈수록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이랄까요? 외계 우주선이 임무를 수행하다가 사고를 겪고, 불시착하고, 오류가 있는 상황에서도 본래의 프로그램대로 맡은 바대로 작동할 때까지는 말 그대로 기계로서의 객관적인 상황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점점 환경이 주는 선택압 또는 현실적 제약을 마주하 면서 때로는 실패하고, 그러다 몇몇 공장이나 개체는 적응가고, 그 과정에서 본래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분화하는 묘사들에서 생기가 점점 느껴지더라고요. 무정물에서 점점 환경에 적응하려는 무언가로 묘사가 많아지면서 분명 금속과 전선으로 이루어진 기계라는 걸 알면서도 생물의 모습이 겹쳐 보이면서 친숙함도 느꼈고요.
말씀하신 프로그램간의 책임전가와 원인규명의 묘사를 보며 똑같은 상황을 문장으로 옮기더라도 표현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독자가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를 수 있다는게 재밌네요. 자칫 건조하고 딱딱한 프로그램 수행 절차일수도 있는데 관료제 조직을 보는 것만 같아요.

은화
밥심님의 대화: 끝이 어떻게 맺어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야기 진행을 따라오다보니 잠벤도르프 일당이 얄미워죽겠네요. 아, 현재 10장 읽고 있는 중입니다.
잠벤도르프가 사기꾼인걸 분명 독자의 입장에서 알고 있음에도 막상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의 연기와 퍼포먼스에 저도 빠져드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3장의 NBC 스튜디오에서 그가 벌인 눈속임과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수법을 뒤에서 매시가 다 파헤치지만 막상 3장을 읽는 동안에는 저도 순간 '잠벤도르프가 진짜 영능력자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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