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양자역학을 모르는 제가 이 말에 무슨 반박을 할 수 있겠나요! 그냥 "와, 정말 전문적인 헛소리 같아요."라는 말 말고는 떠오르지 않아요. 그렇다고 제가 기초 양자역학을 배우면 이 말에 반박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들긴하네요.
책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영적 능력을 믿으시나요? 혹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으시나요? 저는 영적 세계는 있다고 믿는 편이지만, 지구는 둥글다고 믿어요. 전자에 대한 믿음은 사실 뼈대가 없어서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믿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 같아요. 난 이걸 왜 사실이라도 받아들이고 있을까? 마음 편하자고?ㅎㅎ 하면서요.
[함께 읽는 SF소설] 05.생명창조자의 율법 - 제임스 P. 호건
D-29

하금

하금
“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지금 참가 중인 극도로 비일상적이며 중요한 사건에 대한 확신은 갈수록 강화되기만 했고, 그가 저지른 사소한 실수 따위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갑자기 인생의 모든 문제와 걱정이 단순히 기원하는 행위만으로도 손쉽게 사라질 것처럼 느껴졌다. 누구나 비밀을 해석할 수 있다. 누구나 힘을 다룰 수 있다. 필연성이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룰 수 없는 소망이 하찮게 느껴졌다. 더는 고독이나 무력감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위대한 현자께서 그들 모두를 인도해줄 테니까. 그의 신도가 되었으니까. ”
『생명창조자의 율법』 p.77,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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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1) 3장의 라이브 쇼 장면은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가 떠올랐는데, 라이브 토크 쇼 + 게스트의 초자연적인 자질 증명 이라는 성격 때문에 필연적으로 떠오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한 차례 유행처럼 지나간 '럭키걸 신드롬'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영적 능력이라는 말에 담긴 뉘앙스 때문인지, 잠벤도르프의 능력이 럭기컬 신드롬의 뿌리에 있는 자기암시(manifest)와 같은 카테고리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지다가도, 책에서의 묘사를 보면 그보다는 'X맨'에 가깝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히어로 장르에 익숙한 오늘날의 대중 앞에 잠벤도르프가 나타난다면 쫄쫄이 타이즈를 입고 대중 앞에 나서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악마와의 토크쇼1977년 핼러윈 전날 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일단 틀고 보는 방송국 놈들 때문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송사고 발생! 그리고 마침내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트렸던 그날 밤의 생방송 악마와의 토크쇼 녹 화영상이 최근에 발견됐는데… 47년간 숨겨진, 절대 생중계돼서는 안 될 최악의 토크쇼가 마침내 공개된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비하인드 영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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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해답이 단순할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네. 항상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설명을 찾아다니지.
『생명창조자의 율법』 p.94,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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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비교적 어린 시절부터 그는 정직하고 지적이고 근면하고 다른 여러 모범적인 덕목을 소유한 자신의 부모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마땅히 그래야 할 만큼 부유해질 수도 없을 것이며, 그들의 노동이 공적으로 인정이나 찬사를 받지도 못할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111,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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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전 이 부분이 잠벤도르프와 같은 자들에게 사람들이 매료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문장의 바로 뒤에 이 내용이 있죠.
"그는 차츰 이러한 불합리한 사실을 사회 전체의 체계적인 자기기만이라는 보다 큰 음모의 일부로 여기게 되었다. 겉으로는 열렬히 지식과 교육을 찬양하면서도, 부와 명예는 사상가나 창조자나 생산자가 아닌 사회의 편견과 환상을 유지시켜주는 이들에게 넘겨준다는 사실 말이다." (p.111)
현대사회는 자기발전과 노력을 통한 신분 또는 형편의 상승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지만, 정작 그런 가치들은 개인이 성장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시험대에 오르거나 부정 당하는 일들을 겪게 되죠. 과학적 사고, 경제적 판단, 합리적 선택으로 무장하고 세상에 나가더라도 막상 세상을 유지하고, 움직이는 것들의 많은 부분은 그것들과 무관한 요소들로 작동하는 경우도 많죠. (지연, 학연, 혈연, 인종적 또는 직업적 편견, 개인의 신념, 조직문화 등)
잠벤도르프는 세상에 존재하는 불합리함에 대해 합리성을 통해 사회를 바꾸어나가거나, 맞부딪치기 보다는 본인도 그런 불합리함의 파도에 올라타기로 선택합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게 훨씬 쉽고,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멀리 돌아가지 않아도 되는 지름길이니까요. 어차피 세상이 합리성과 이성 만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이해할 수 없는 모순과 한계도 같이 끌어안고 가야 한다면 무엇 하러 힘들게 전자를 선택하느냐는 입장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미 불합리한 세상에 조금 더 미신과 엔터테인먼트와 쇼, 그리고 대중의 심리를 조작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냐는 거죠. 이런 잠벤도르프의 마음은 소설 속 대중들의 의식/무의식 밑바닥에도 깔려 있다고 봐요. 세상을 이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힘들게 논리와 이성과 교육에 투자하더라도 현실은 다른 모습이거나 실망스러우며, 거기서 괴리감을 느끼고, 자신 같은 개인들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그냥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게 해줄' 무언가로 결국 돌아서는 거죠.
잠벤도르프는 그런 대중들의 무관심, 사회에 대한 불만 또는 의식하지 못하는 불편함을 보다 극적인 예능과 사기극으로써 잘 써먹고 있을 뿐이고요. 어쩌면 기성 정치인이나 사회 지배계층에 대한 불신과 반발심으로 잠벤도르프에게 더 열광하는 걸 수도 있겠고요.

하금
개인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믿음이 잠벤도르프에게도, 말씀하신대로 소설 속 대중에게도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대중은 불합리함을 게임의 규칙 중 일부로 받아들아고, 잠벤도르프는 그 규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용하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이겠죠.
지금 막 9장의 끝장을 읽었는데,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 있는 듯하던 잠벤도르프와 그 팀원들이 처음으로 자신들이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장면이 참 흥미로웠어요. "잠벤도르프 같은 사람이 그곳에 반드시 가야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p.167) 처음으로 잠벤도르프가 다른 등장인물들과 동등한 출발선에 놓인 기분이 들어서일까요. 10장 부터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할 것 같아서 기대 되네요.

하금
“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아요." 실비아 펜턴은 주장했다. "모든 해답을 알고 자신들을 보살펴줄, 보다 현명하고 강한 존재를 신뢰하기를 원할 뿐이죠. 신이든, 정부든, 사교 집단의 우두머리든, 마법의 힘이든…… 뭐든지요." ”
『생명창조자의 율법』 p.130,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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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이 행성에서 가장 낭비되는 자원은 인간 정신의 가능성, 특히 젊은이들의 가능성입니다. 그래요, 저는 그런 가능성의 일부를 발현시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131,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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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내가 보기에 다른 이들의 문제에 신경쓰는 작자들은 자신의 문제에서 가치를 찾지 못하는 자들 뿐이오. 자기 자신을 개선하려는 사람은 일 생 내내 노력해도 부족한 법이니까. 자신이 세상을 개선시킬 적임자라 생각할 시간조차 없게 마련이지.” ”
『생명창조자의 율법』 p.154,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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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잠벤도르프가 실제로 입에 올린 내용은 앨리스라는 부인의 딸이 선원과 결혼할 예정이라는 것뿐일세. 그자는 해군이라고도, 잠수함이라고도, 항해사라고도 하지 않았어. 전부 앨리스 여사가 스스로 한 말이지.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는 기억하지 않는다네. (중략) 세상의 모든 잠벤도르프와 동류의 사기꾼들은 그런 선별적인 기억 능력으로부터 아주 많은 도움을 얻는다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93,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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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우 리는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중심이 없으나 모든 곳에 중심이 있고, 크기에 한도가 있으나 경계는 끝이 없는 형상은 무엇인가?’ 여러 숙고와 실험 결과 오직 구체만이 그 수수께끼에서 지정한 모든 조건을 만족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러자 다음 질문이 생겨났습니다. ‘이 세계가 구체와 공통의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형태 또한 공유한다는 결론이 필연적이지 않은가?’” ”
『생명창조자의 율법』 p.101,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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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액체는 구체 위에서 제 형상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구체의 형상을 한 세계에는 메탄의 바다가 존재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대양은 분명 존재하지 않습니까?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수천 명의 항해자와 여행자들이 환각에 빠진 것입니까?” 그는 강렬한 눈빛으로 로프베이엘을 쏘아보았다.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겠는가, 대양을 부정하는 자여?” “답할 말이 없습니다.” 로프베이엘은 울적하게 중얼거렸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102,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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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사람은 높이 올라갈수록 더 멀리 볼 수 있는 법입니다." (중략) 오플린의 눈초리가 잠시 아주 살짝 가늘어졌다가, 이내 다시 이쑤시개를 씹기 시작했다. "그렇지. 그리고 더 멀리 갈수록 더 조금만 보게 되는 법이오. 마침내 그 안의 작은 부분을 전혀 보지 못하게 될 때까지." ”
『생명창조자의 율법』 p.153,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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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왠지 이 대화는 잠벤도르프 뿐만이 아니라 매시에게도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네요. 중간 중간 읽으면서 매시는 분명 자신감 있고, 그에 어울리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지만 약간 오만하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GSEC의 경영진이나 잠벤도르프가 지적하듯, 마치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어리석은 대중을 그들의 무지로부터 꺼내줄 수 있다고 은연중에 속내를 품고 있다고도 느꼈어요.
대중을 이용해먹는 잠벤도르프와, 무관심해지는 대중을 은근히 내려다보는 매시 모두 자신들의 견해 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이 아닐까요?

은화
“ "성장의 한계." 버넌이 중얼거렸다.
"뭐라고?" 휘터커가 말했다.
"아, 그냥 제가 읽었던 1970년대의 멍청한 책 제목이 생각나서 말입니다." 버넌이 대답했다.
"나는 한계가 보이지 않는데." 콘론은 이렇게 말하며 별들 사이를 훑었다. "어디서 찾아야 하나?"
"사람들의 마음속을 봐야지." 매시가 대답했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97,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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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러나 단순한 설명으로 모든 사실을 해석할 수 있다면, 보다 복잡한 해석이나 그를 받아들이기 위한 논리적 해석은 필요 없는 법입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176,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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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티르그의 박물학자 친구는 로빙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동일한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그렇다면 그중 오직 한 종만이 다른 모든 생물과 명확히 구별되는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중략) 그러나 죽은 로빙을 조심스레 분해하여 연구해본 의사들의 말에 따르면, 로빙의 내부 구조는 다른 기계종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튜브, 섬유, 꺾쇠, 베어링 따위가 정신없이 배열되어 있으며, 셀 수 없이 많은 수정 조각 위에 복잡한 패턴이 빽빽하게 새겨진 모습이었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188,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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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수정 조각 위에 복잡한 패턴'이란 문구를 저는 기계의 기판에서 볼 수 있는 회로가 머리에서 떠올랐어요. 어쩌면 로빙 의사들이 분해한 것은 '뇌'가 아닐까 싶고요. 인간의 뇌 속에 존재하는 뉴런은 100억개를 넘는다고 하는데 끝없는 패턴이라는 표현이 뇌를 연상시켰거든요.
마치 사람을 해부한 해부도나 수술장면이 머리에 떠오르지만 대신 기계와 금속, 전선이 써져 있는 문장에서 두 장면이 겹치는 게 인상 깊었습니다. 직접 관찰과 실험을 통해 물리적으로 동물과 로빙의 구성이 차이가 없다면, 의식은 어디에서 발원하는지, 영혼이 곧 의식인지, 영혼은 실재하는지를 묻는 티르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자의식이 가능한 수준으로 지성이 발달하면 영혼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는 것은 필연적인 과정인지, 아니면 인간만이 떠올릴 수 있는 개념인지 생각하게 되네요.



은화
타이탄은 기계가 거주하는 땅이었다. 전자기적 생태계가 존재하며, 그 안에는 문명이 발달하고, 지능이 있으며, 아마도 자기인식이 가능한 우점종 로봇이 있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214,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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