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금님의 대화: 지난 일요일 부터 2024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기 시작해서 바로 어제, 작품집의 첫 단편인 김멜라 작가의 ‘이응 이응‘을 끝냈어요. 건전한 성욕구 해소라는 목표로 개발 된 '이응'이라는 기계가 작품의 중심에 있으니 아마 소프트SF정도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파트너 없이도 성욕을 해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생활방식의 도입으로 사람들이 성활동과 연애, 결혼, 그리고 육아를 분리하기 시작한 사회라는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참 흥미로웠어요. '이응'이 도심 속 공원은 물론 학교에도 설치 되어 있을만큼 사람들이 성적 쾌감을 공공 복지의 차원으로 받아들인 한국이라는 문화적 배경 설정도 그렇고요. 상상해본 적 없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문을 열어주는 설정 덕분에 오랜만에 머리를 엄청 열심히 쓰면서도 즐겁게 읽은 단편이었네요ㅎㅎ
적어주신 내용이 흥미가 생겨 알라딘 책소개 내용도 찾아봤네요. 성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 SF들 중에서 머리에 떠오르는 건 <시녀 이야기>랑 <멋진 신세계>네요. 말씀해주신 <이응 이응>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앞의 두 작품도 사회가 성욕구의 해소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묘사하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시녀 이야기는 신정 독재국가가 성경과 계율에 따라 성생활의 보급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권력이 어떻게 개인 또는 소수를 억압할 수 있는지 성의 관점에서 보여줍니다. 멋진 신세계는 반대로 국가나 권력의 개입은 없 지만 개개인들이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자극에 중독되어 있고요. 서로 정반대의 노선에 서 있지만 흥미롭게도 극단적 통제와 무절제한 추구 모두 성과 사랑이라는 불가분의 관계를 오히려 단절시키는 공통점이 있달까요.
<이응 이응>의 내용을 알지는 못하지만 책 소개 문구 중 "안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을 때가 있잖아요?"가 눈에 들어왔어요. 꼭 단순히 성행위나 성욕해소를 위한 차원을 넘어, 접촉과 교감을 원하는 마음의 추구. 온기를 원하는 마음을 갖고, 또 그런 의도로서 이응을 보급하는 사회라면 최소한 앞의 두 작품들 같은 암울한 디스토피아 세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