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벤도르프가 사기꾼인 것과는 별개로 그가 작중에서 하는 말들을 보면 정치인, 계급, 자본, 신분이동 등 사회문제에 대해 질려버렸다는 듯 인간(대중)을 포기한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여전히 한편으로는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 느껴지더라고요.
그가 정말로 세상을 포기했다면 더 이상 어떤 언급도 하지 않겠지만, 중간 중간 거칠더라도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과 정치체제에 대해 말하는 걸 볼 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미련이 있는 것 같아 보였고요.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선동하는 것으로 지금의 지위와 명성을 얻었기에 오히려 더 그러는 것 아닐까요? 자신의 부모님이 정직한 노동만으로는 정당한 대가와 인정을 받지 못하는 걸 보고 가치관이 바뀌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잠벤도르프도 내심 떳떳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자신의 잠재력이나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이 있지 않을까요. 그러기에 자신의 지금의 위치를 만들어준 잘 속는 대중들 그리고 자신이 사기꾼의 길을 가게 만든 세상(지배계층)을 더 혐오하는 것 같습니다.
[함께 읽는 SF소설] 05.생명창조자의 율법 - 제임스 P. 호건
D-29

은화

꽃의요정
인간이 그런 존재인 거 같아요. 지긋지긋해서 인간이란 존재를 포기하고 싶다가도 그게 맘대로 안되는 거요.
약간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요즘 회사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분이 계세요. 다른 분들이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을 본인이 맘대로 생각해서 기분 나빠하시고 그걸 관리직들에게 처리해 달라고요.
사실 몇 년간 그분때문에 회사 대부분의 직원들이 기분 나쁜 경험을 해도 다들 참고 넘어갔지만 최근에 여러문제가 생겨 화가 너무 나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 며칠을 고민을 했어요.
결론은....'더 잘해 드리자'였습니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지만 외로우셨던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서요.
작가님도 닝겐들에게 화가 나다가도 용서할 수밖에 없었던 거 아닐까요.(그런 이성과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무한반복)

은화
정말로 미련이 없다면 악담이나 방해조차 없이 조용히 떠나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긴 해요. 제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의 얘기도 그렇고, 어차피 완전히 희망을 놓았다면 정말로 어떤 기대도 하지 않기에 더이상 돌아볼 필요도 없이 정리하고 나오거나 나올 준비를 하니까요.
불평불만이 있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해결되지 않는 욕구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표현방식이고, 그걸 누군가 최소한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죠. 표현의 정도 때문에 오히려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들도 있지만..

은화
“ 가운데에는 하늘의 거대한 용광로가 있었다. 하늘존재의 말로는 세계를 통째로 순식간에 녹여버릴 정도로 크다고 한다. 그리고 그 주위로는 끝없이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아홉 개의 세계가 있고, 그중 일부는 자기 주변을 도는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313,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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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소련이 미래에까지 존재한다는 설정도 그렇고, 태양계에 명왕성을 포함한 기준으로 서술하는 부분을 보며 예전 소설이라는게 느껴지네요. 이런 부분을 찾는 것도 고전SF를 읽을 때 느끼는 재미 중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학교에서 타임머신이랍시고 그 당시의 여러 물건들을 모아 묻어두고 몇십년 뒤에 다시 파서 꺼내보는 느낌이랄까요.

은화
“ 애초부터 호전적인 파도바에 지구의 무기를 공급하면 파도바와 주변국들 사이의 관계에 심각한 불균형이 일어나리라는 예상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태는 멀리 떨어진 국가들까지 파급될 것이 분명했다. 다른 탈로이드 국가들 또한 이미 제노바가 그러듯이 파도바의 공격성에 대응하기 위해 비슷한 무기를 얻으려 할 것이며, 신무기로 무장하지 못한 국가들은 그런 국가들에 위협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결국 모든 탈로이드 국가들이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천천히 지구의 속국과 같은 신세로 전락해 제각기 지구가 원하는 대로의 조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다. 이전 세기에 지구에서 수없이 반복된 고전적인 패턴이었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383~384,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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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최근 아프리카와 노예의 역사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과거 17~18세기의 노예무역에서 노예의 주공급원은 전문적인 노예사냥꾼 또는 약탈자들도 있었지만 전쟁이나 사법을 통해 포로와 범죄자를 노예로 파는 아프리카 왕국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지배세력이나 왕국들이 노예를 팔아넘기는 대가로 서구의 무역상들에서 주로 많이 사가는 품목은 총기였다고 해요. 저는 사치품이나 다른 물품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처음에는 의외라고 생각했어요.
당시의 아프리카의 부족이나 왕국들은 자신들간의 경쟁, 정복, 약탈을 위해 더 우수한 무기인 서양의 총을 필요로 했고, 총을 더 많이 가질수록 상대와의 무력충돌에서 이김으로써 가지는 이득이 커졌습니다. 총을 많이 살수록 더 많이 전쟁에서 이기고, 그 전쟁에서 포로들을 다 많이 잡아들여 팔아 넘겨 다시 또 총을 사들이고.. 반복되는 순환구조죠.
'반복된 고전적인 패턴'이란 말의 의미가 단지 추상적인 개념이나 표현을 넘어 실제 우리의 역사임을 지적하는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하금
과학자들은 그 기계 종족에 탈로이드라는 이름을 선사했다. 헤라와 제우스의 아들이자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토스가 만든 청동 인간, 탈로스의 이름을 따온 것이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214,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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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크레테 섬을 지키기 위해 신이 창조한 청동 거인, 탈로스의 이름을 로봇‘종족‘에게 붙였다니 뭔가 참 잘 들어맞는다 싶으면서도 우위를 점하고 싶은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고 해야할까... 인간이 인간 외 생명에게 이름을 붙이는 모습을 보면 가끔 그런 점이 느껴져서 신기해요.

하금
건방진 소리 말게, 매시. 게다가 자네가 언급한 내 직종은 꽤나 자극적이며 즐겁고 보수도 두둑하다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생명창조자의 율법』 p.215,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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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난 그저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야. 사람들이 제대로 된 상식을 가지지 못하거나, 사회가 그 제대로 된 상식을 사용하도록 교육하지 못한 것뿐인데, 왜 내가 비난의 표적이 되어야 하나? (중략) 자신의 어리석음으로부터 보호해준다고 해서 바보들이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야, 매시. 그저 자기네가 바보라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성이 제거되는 것뿐이지.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16,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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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세상의 모든 문제는, 타인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의 고귀하고 올바른 사상 때문에 생겨난 거라고. 나는 내 이득을 챙기면서, 세상의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도록 놔둘 뿐이야. 그게 내 유일한 사상이고, 내게는 꽤나 유용한 편이지.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19,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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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13장 끝부분에서 잠벤도르프와 매시의 대화가 흥미로운 건, 잠벤도르프가 의외로 꽤 많이 솔직하다는 점 때문인 것 같아요. 언제나 철저하게 내뱉는 말을 큐레이션하는 잠벤도르프가, 가장 큰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매시 앞에서 지나칠정도로 자기의 본질을 드러내는 말을 한 건 매시를 위협보다도 동일한 위치(지위)의 개인으로 봐서 그런 건 아닐까 싶었어요. 오랜만에 사회구조가 아니라 인물 개인 간의 교류와 케미스트리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 즐거웠네요.

하금
“ 그렇다면 생명창조자께서 로빙을 창조한 것이겠나, 아니면 로빙이 자신의 이해력을 확장하는 일의 손쉬운 대안으로 생명창조자를 창조해낸 것이게나? 요즘은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24 / 14장,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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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당신이 말한 둥근 세계는 세계의 경계가 존재할 필요성을 제거해주지만, 생명의 경계는 상상력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지 않는가. 아니면 시간 자체도 원을 그린다고 말할 셈인가?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25 / 14장,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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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하지만 그런 결론이 내려졌다고 해서 이성 너머의 세계를 상정하고 질문을 던질 수 없는 불가지의 영역을 만드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네. 내가 부인하고 싶은 경계는 바로 그런 것일세.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25 / 14장,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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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하지만 나 또한 내 이해의 영역이라는 작은 나라의 경계를 넘어본 적이 없고, 인지할 수 있는 우주의 영역 또한 마찬가지일세. 이런 수수께끼와 아직 질문할 방법조차 모르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수많은 해답이 존재하는 광대한 대지가 존재하지 않겠나.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27 / 14장 ,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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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해답이 단순할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네. 항상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설명을 찾아다니지.
『생명창조자의 율법』 94p,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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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리고 그 너머, 그로서는 측량할 방도를 모를 정도로 드넓은 공간에, 어떻게 세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무수한 세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255 / 16장,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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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사람들을 저렇게 만든 건 우리가 아니에요.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이성적인 교육은 전체 인구에서 아주 작은 집단에만 도움을 주었을 뿐이지 않나요? 그런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죠. ”
『생명창조자의 율법』 129p,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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