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있다고 해서 타이탄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관심이 없어졌는줄 알았는데 2027년에 탐사선 발사 계획이 있었군요. 영상 잘 봤습니다.
[함께 읽는 SF소설] 05.생명창조자의 율법 - 제임스 P. 호건
D-29
밥심
밥심
어린 시절 자칭 초능력자라고 주장하던 유리 겔라가 우리나라에까지 와서 방송을 통해 숟가락을 구부리는 장면을 직접 시청했었는데 당시엔 그저 신기하다라고만 생각했지 저거 어떻게 하는 걸까 하는 식의 의문을 갖지는 못했었어요. 흥행이나 수익을 위해선 뻔한 사기행각도 방송해버리는 당시 상황이 떠올라 씁쓸합니다. 15장까지 읽었는데 사기집단 잠벤도르프가 어떤식으로 활약을 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은화
“ “우리의 소위 민주주의라는 시스템 하에서는, 여론을 조성하는 능력이 있다면 굳이 왕이 될 필요가 없다네. 대중의 표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으면 간접적으로 사회를 조종할 수 있거든.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 그대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탈취제나 처방약을 받는 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부여받게 되지. TV의 롤모델이나 유명인사들은 그런 식으로 대중이 동일시하기 쉽도록 세심하게 만들어진 자들이고.”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17,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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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처음 기계를 조립한 기계가 아닌 존재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지. 그 존재가 기계라면 그가 만든 기계는 우리가 가정한 최초의 기계가 아닐 수밖에 없으니까. 그 기계를 조립한 기계가 아닌 존재에게 ‘생명창조자’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 또한 합당한 일이라 생각하네. 모든 로빙들이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하지만 그런 결론이 내려졌다고 해서 이성 너머의 세계를 상정하고 질문을 던질 수 없는 불가지의 영역을 만드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네. 내가 부인하고 싶은 경계는 바로 그런 것일세.”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25,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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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경계가 뒤로 물러났다는 말은 경계 안쪽 지식의 세계가 더 넓어졌다는 뜻일세.” 티르그는 대답했다. “그리고 그 세계가 다시 닫혀버리는 것이 아니라 무한하게 확장한다면, 경계를 영영 넘지 못하더라도 보상은 무한히 늘어날 수 있지.”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26,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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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전 이 문장이 좋았어요. 도른발트가 말하는 '어차피 알 수 없고 결론이 없는 불가지의 영역으로 귀결된다면 무엇하러 탐구하고 의문을 품어야 하는가'에 대해 왜 계속 생각하고 시도해야 하는가를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어서요.
도달하지 못할 결론의 무의미함이나 허무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우리가 그동안 넓혀온 경계의 테두리에 의미가 있다는 지적과 관점의 전환이 와 닿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로빙들이 기계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고 중세시대의 사람의 실루엣이 머리에 떠오를 정도로 인간적인 모습과 묘사가 많네요.

은화
“ 로빙 정비관으로 들어와 소켓에 플러그를 꽂을 때쯤에는 그대로 쓰러져버릴 지경이었다. 그는 자리에 누워 회로를 비활성화 하고 잠시 행복한 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완벽하게 충전을 끝내고 상쾌한 기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어링 안감, 필터, 전기 접촉자, 체액 모두 새것으로 교체되어 있었고, 연마한 표면에는 광택이 흘렀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30,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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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과학자들이야말로 가장 속여 넘기기 쉬운 작자들이지." 잠벤도르프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였다. "직선적이고 예측 가능하고 유도 가능한 방향으로 사고하니까, 손쉽게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할 수도 있지. 그들은 이 세상을 모든 일에 논리적 설명이 가능하고 모든 존재가 보이는 그대로인 곳으로 인지한다네. 내가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어린아이나 마술사 같은 친구들이지. 과학자들은 아무런 문제도 안 돼. 그 작자들을 상대하는 일에는 나름 자신이 있다네." ”
『생명창조자의 율법』 37p,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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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 논리적으로 성립된 이론이 있어야 과학이 되는 거야. 내용물이 중요한 것이 아닐세. 과학이 되려면, 이론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를 반박할 수 있어야 하네. 틀렸는지 시험해 볼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일세. 어떤 이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아. ”
『생명창조자의 율법』 54p,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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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다른 말로 하자면, 오류를 제거하고 체계적으로 작동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설비를 이용해 지구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앞으로 수 세기 동안 공급할 수 있다는 거지요."
『생명창조자의 율법』 p.291,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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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왠지 이 문장이 불길하게 느껴지네 요. 로빙들이 외계인의 프로그래밍을 벗어나 생명을 얻을 수 있었던 근원을 생각해 본다면 오류의 제거는 오히려 로빙과 타이탄 생태계의 종식과 같은 말이 아닌가 싶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로빙과 인간들이 접촉하면서 교류가 시작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관심사와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모습입니다. 타이탄에 있는 기술력을 활용하려는 GSEC, 인간들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전수 받고 싶은 카르토지아, 카르토지아를 견제하고 자신들이 패권을 잡기 원하는 크로악시아, 잠벤도르프의 실체를 벗겨내려는 매시. 이들의 다른 가치관과 목표가 충돌하면서 어떤 갈등이 펼쳐질지 궁금하네요.
1) 14장부터 27장까지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상황을 얘기해주세요.
2) 260~261p에서 펠버그는 사회가 인재를 알아보고 평가하는 방법과 기준의 적정성에 대해 얘기합니다. 펠버그의 견해에 동의하시나요? 아니면 다르게 생각하시나요?
3) 309p에서 매시는 잠벤도르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의 문제는 마음속 깊은 곳에 과학자가 잠들어 있는데도 자존심 때문에 그걸 인정하지 못한다는 거야." 이 문장의 의미는 무슨 뜻일까요? 왜 잠벤도르프에게 그렇게 말했을까요?

은화
1) 로빙들과의 만남, 중세 수준의 문명에서 보는 과학기술력에 대한 설명들도 재밌지만 전 잠벤도르프 일행의 의외의 면을 보게 되는 점이 특히 기억에 남았어요. 크게 두 부분이 있는데요.
첫 번째의 경우, 17장에서 펠버그가 자신의 기계에 대한 지식을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첫 묘사에서 펠버그는 잠벤도르프의 경호원이라고 나오고 그의 군 경력 때문에 소설을 읽으면서 저는 계속 펠버그가 건장한 체구를 가졌을 거라고 상상했거든요. 그러다 굉장히 논리적이면서도 기술적으로 로빙들의 발전 과정을 추측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식이 있으며, 자신만의 이론을 내세우고 설득하는 모습을 보며 제 예상과 다른 면모에 놀랐습니다.
소설 전반에 깔려 있는 또 다른 주제의식으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차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봅니다. 과학이나 종교라는 큰 주제를 넘어 개인의 차원으로 넘어가면 사람들에 대해 우리가 느끼거나 기대하는 이상적 모습, 선입견, 편견, 인상에도 해당될 테고요. 이후의 두 번째 물음을 생각해보면 펠버그에 대해 저나 다른 과학자들이 당연하다고 머릿속으로 떠올린 인상은 그저 인식과 경험이 만들어낸 것일 뿐, 펠버그의 실제 모습을 다 담아내지는 못하죠. 어쩌면 작가는 일부러 팰버그라는 인물을 이렇게 의도하여 설정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두 번째는 잠벤도르프가 탈로이드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동경심과 진심에 감화되어 인상이 변해가는 모습이었어요. 한동안은 그가 인간을 냉소적으로 내려다보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쫓는 속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론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고, 미디어의 힘을 이용해 대중을 속이는 사기꾼이죠.
정작 인간에게는 실망했던 그가 외계의 존재들이 바치는 순수한 경외심에 스스로도 감동을 받고 무언가를 보답하고자 하는 모습. 생전 처음으로 자신에게 기대를 갖는 존재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절망하는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객관적 사실은 누군가의 믿음에 의해 변하지 않는다면서, 정작 남들의 믿음을 조작하고 부추겨 사실을 교묘하게 바꿔오는 방식으로 쌓아온 잠벤도르프의 후광이 보다 냉혹한 지배자들의 냉대와 멸시 앞에 서자 다 벗겨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매시나 누군가의 파헤치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위치와 처지를 자각으로 깨닫는 것처럼 보였고요. 아무리 사기를 잘 치고 남들을 속이는데 성공해 온 그도 결국 GSEC이나 정부에게는 또 한 명의 장기말일 뿐입니다. 잠벤도르프도 자신이 초능력자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어쩌면 자신이 진짜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엘리트 계층이 될지 모른다는 믿음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그 믿음 또는 기대가 부숴지며 절망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책에서 여러 등장인물들이 말한 '대중들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는 말의 첫 타자가 잠벤도르프인 것 같아 묘하기도 하네요.
밥심
저는 잠벤도르프를 포함한 그 일당들이 대중을 상대로 그렇게 사기를 치던 사람들치고는 놀랍도록 모두 인성이 괜찮은 것으로 판명되는 소설의 전개가 약간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는데 은화 님의 해석과 같이 이해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은화
3) 소설 초반부를 읽을 때까지는 잠벤도르프가 임기응변이나 뻔뻔함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사기꾼으로만 보였는데 중반부를 넘어가면 그가 인간사회에 대해 평소에도 생각을 많이 하고 자신만의 논리가 있는 인물이라는 게 의외였습니다. 사람들에게 환상을 파는 직업이기 때문인지 오히려 누구보다도 사실과 환상의 구분에 대해 잘 알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매시는 잠벤도르프가 누구보다도 과학자다운 내면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 것 같아요. 환상의 위력을 알기에 어디서부터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에서 타이탄 탐사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은 각자 자신들의 욕망, 한계, 편향 때문에 현실을 왜곡해서 보죠. 레허니나 캐스퍼 랭, GSEC은 지성체가 거주하는 행성이 아닌 활용 가능한 기술자원의 매장지로만 바라봅니다. '사실'과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을 구분하지 못해 잠벤도르프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맬컴 웨이드와 페리에라 교수를 보면 과학자라는 직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합리적 사고를 가지는 개인의 힘이 더 중요함을 보여주죠.
오히려 잠벤도르프는 타이탄 행성의 로빙들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고할 수 있고, 자신들만의 가치체계와 감정이 있으며, 타이탄은 단지 착취할 자원의 보고가 아닌 생명이 살아갈 터전이라는 당연한 본질을 왜곡 없이 직시하는 몇 안되는 탐사대원입니다. 반면 전문가라고 앉아 있는 권력자나 사업가, 언론인이라는 사람들은 탈로이드를 가십거리나 노동력 그 이상으로 보지 않죠.
이 책에서 내내 환상과 자기최면의 위험에 빠지지 않고 사실을 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 없는 걸 감안하면, 매시는 잠벤도르프가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그걸 오용, 악용하며 사는 것에 안타깝거나 화가 났을 겁니다. 잠벤도르프가 마음만 달리 먹는다면, 인간들에 대한 신뢰를 다시 회복한다면 그 능력을 더 좋은 곳에 쓸 수 있을 테니까요.
잠벤도르프에게 필요했던 건 자기자신과 인간 또는 타인에 대한 믿음 같습니다. 그는 세상이 불합리하기 때문에 열심히만 살아서는 안된다고 느끼고 사기로 명성과 부를 얻었죠. 그 이후에도 그는 언제나 더 크고, 더 대담한 쇼를 원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마치 무언가를 계속 갈구하는 보상심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사기와 쇼를 통해 인기와 부를 쉽게 손에 넣었지만, 그만큼 그에게는 보람이나 자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유명해질수록 얻는 거라곤 위선자들의 접근 아니면 그를 위협하는 고발자들의 주목 뿐이었으니까요.
밥심
“ 224쪽
이 무법자는 주어진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면 안 된다는, 티르그가 힘겨운 노력을 통해 얻은 통찰을 본능적으로 확신하는 것으로 보였다.
297 쪽
그녀가 보기에 여러 과학자들, 특히 젊은 과학자들의 문제는 특정 분야에서 지적 성취를 이룬 탓에 모든 일에 대해 자신의 관점이 가지는 가치를 과대평가 한다는 것이었다.
339 쪽
불행하게도 지위를 얻는 데 필요한 개인의 자질은 그 지위가 필요로 하는 자질과는 말 그대로 정반대란 말일세. 사기를 쳐야 통과 할 수 있는 시험으로 정직한 이를 뽑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342 쪽
기적을 일으키는 방법을 알게 되면 기적은 더는 기적이 아니게 되지. 기적이란 그를 믿는 자들의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거니까.
364 쪽
시키는 대로 뭐든 하도록 세뇌된 일만명의 추종자를 거느린 구루에게 친절한 말 한마디만 건네면 손쉽게 표를 건져 낼 수 있으니 말일세. 그런 자들은 정치적 영향력과 보호를 얻는 대가로, 제어 가능한 표와 조작된 여론을 블록 단위로 포장해서 팔아 넘기는 거지.
377 쪽
한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 착취하려 한다면, 우선 자국 국민들로 하여금 식민지 원주민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인식 하게 하는 작업이 필수적이지 않았나.
392 쪽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일어나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배짱 뿐이라네. 사람들은 그걸 믿어야 하기 때문에 믿는 거고.
393쪽
무지와 미신에 기반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를 하도록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야. 시간낭비일뿐이네. 애초에 그런 개념 조차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부패한 지도자들을 몰아내게 하려면 그 자들의 말에 더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상황이 되어야 하네. ”
『생명창조자의 율법』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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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중선동이나 정치상황에 부합하는 문장들이 이 소설에서 꽤 나오네요.

꽃의요정
그것도 그렇고, 외계종족에 빗대긴 했지만 일신교에 대한 비판도 있고요.
근데 메탄을 물로 마시다니...ㅎㅎㅎ
근데 루미아인이란 표현 멋진 거 같아요. 인간을 머글로 표현한 해리포터 보다 어감이 예뻐요.

은화
호칭에 대한 내용을 생각해보니 앞에서 @하금 님이 말씀해주신 부분과 대조가 되네요. 인간들은 로빙을 피조물에서 비롯한 탈로이드로 부르는데 반해, 로빙들은 빛나는 세계라는 뜻에서 동경과 호기심을 담아 루미안이라고 붙인 모습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차이가 느껴지네요 ㅎㅎ
'머글'도 그렇지만 단어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어떤 의도와 맥락에서 사용하고 유래한 것이냐에 따라 중립적일 수 없겠죠.

꽃의요정
339p에 나온 문장이 뙇!!
"머저리를 선출해서 명령을 받으려 하니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하죠. 그게 머저리 탓이겠습니까. 헌법이 보장해주는 것은 대의 정부이지, 현명한 정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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