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그런 결론이 내려졌다고 해서 이성 너머의 세계를 상정하고 질문을 던질 수 없는 불가지의 영역을 만드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네. 내가 부인하고 싶은 경계는 바로 그런 것일세.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25 / 14장,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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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하지만 나 또한 내 이해의 영역이라는 작은 나라의 경계를 넘어본 적이 없고, 인지할 수 있는 우주의 영역 또한 마찬가지일세. 이런 수수께끼와 아직 질문할 방법조차 모르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수많은 해답이 존재하는 광대한 대지가 존재하지 않겠나.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27 / 14장 ,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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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해답이 단순할수록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네. 항상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설명을 찾아다니지.
『생명창조자의 율법』 94p,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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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리고 그 너머, 그로서는 측량할 방도를 모를 정도로 드넓은 공간에, 어떻게 세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무수한 세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255 / 16장,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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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 사람들을 저렇게 만든 건 우리가 아니에요.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이성적인 교육은 전체 인구에서 아주 작은 집단에만 도움을 주었을 뿐이지 않나요? 그런 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죠. ”
『생명창조자의 율법』 129p,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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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ouxsie
“ 만약 인류가 자멸한다고 해도, 대중의 미신에서 말하는 것보다 훨씬 회복력이 강한 지구의 생태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조차도 회복될 것이다. 그리고 지구라는 울타리 밖으로 수십억 광년을 뻗어 나가는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류의 멸종은 외몽골 어딘가에서 웅덩이가 말라 붙어 사멸을 맞이한 미생물 군집 하나 정도의 가치밖에 지니지 못할 것이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150p,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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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결과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입니다.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죠.
『생명창조자의 율법』 p.261 / 17장,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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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2)번 질문에 대해서 여러 번 생각해보았는데, 펠버그가 내린 현대 사회의 인재에 대한 정의는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펠버그가 업계의 연봉, 그리고 업계의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절을 '진품'이라고 부르고 잠벤도르프와의 일을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조품'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이 펠버그 본인도 잠벤도르프와 일을 하고 있는 현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잠벤도르프와의 일이 펠버그의 관점에서 '걸스카우트 배지'가 아닌 '진짜 가치가 있는 일'인 이유는 큰 돈과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권능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펠버그가 정의 내린 '현대 사회의 인재'를 평가하는 방법과 기준이 돈(수입)과 명예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견해라고 생각했어요.
펠버그와 잠벤도르프의 견해에 전면으로 반박하기 어려운 건 바로 이 '현실적이다'라는 느낌 때문인 것 같아요. 실제로 돈과 인지도가 굵직한 이슈를 일으키거나 해결하거나 하는 걸 매일 실생활에서 보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럼에도 여전히 반박하고 싶어지는 건 돈과 인지도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더라도,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여전히 너무 많다고 믿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실제로 우주선에는 잠벤도르프와 전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데도 그 나름의 명예와 수입원을 성취한 연구진들과 전문가들이 많잖아요. 우주선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지구에 더 많이 남을 정도로 많죠. 잠벤도르프와 펠버그는 다만, 그 정도의 돈과 명예에 안주하기 싫었고 좀 더 빠르게 도달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곁에는 자기라면 그럴 정도의 가치가 있는-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자부심도 있었겠죠.
은화
의견 감사합니다. 펠버그가 말한 진품과 모조품을 저와 다르게 해석하신 게 재밌네요. 저는 펠버그 본인이 하는 일로서가 아니라 인력시장에서 자신과 같은 피고용인, 즉 상품으로서의 노동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거든요. 자신처럼 경력과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회사와 기업들한테 능력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진품으로 비유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반대로 자신보다 실력이 없거나 형편없음에도 더 좋은 근무조건이나 급여를 받는 사람들을 모조품으로 부른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펠버그가 말하는 주장이 이해되지만 주장에 대해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고 봐요.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 그리고 개인의 성취를 돈으로만 환산되는 구조 그 자체가 가지는 불합리함으로 인해 펠버그와 같은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점입니다. 자본주의에서는 인간의 노동력도 자본으로 환산하여 객관적 수치로 표현하려고 하지만 애초에 숫자는 개인이나 인간성을 다 담아내지 못하죠.
채용기준을 아무리 고도화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이력서와 면접을 다 통과했는데 막상 뽑고 보니 직원이나 회사나 서로 만족하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회사는 회사대로 직원에게 기대한 자질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거나, 급여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직원은 직원대로 자신이 하는 일의 수준이나 강도에 비해 대접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도 하죠. 서로 윈윈하지 못하는 이런 근본적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단일화 된 또는 몇 개의 평가 기준으로 인재를 선별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 본연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펠버그는 사회가 인재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기에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온전히 제 역할을 못한다고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펠버그 본인도 결국 사회가 정한 기준으로서의 돈의 가치를 1순위로 두고 바라보고 있죠. 기존의 체제에서 대우 받지 못하는 조건을 단지 잠벤도르프와의 동업으로 고용과 업무의 겉모습만 바꾼 것일 뿐, 여전히 그의 직업관 또는 사회관은 자신이 부정하는 기존 체제에 묶여있는 모습이었어요.
결국 자본주의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거래를 하려면 가치가 있어야 하고, 가치를 알려면 객관화하고 수치화 해야 하는데 수치화 할 수 없는 것들을 숫자로 표현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대상과 동떨어진 기준을 몇 개 정해야 하죠. 그리고 그것들 안에서 또 다시 세부적인 평가기준을 나누고.. 그렇게 하여 가치가 평가되는 대상은 그 자체로서가 아닌 화폐단위로서 '연봉 X천만원'의 누군가가 되어버리죠. '나'로서가 아니라 기준에 맞춘 '노동력'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다 담아내지 못하고 버려지는 인간성 때문에 개인이 과소/과대평가 받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겠죠.
그나마 그런 기준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다수이면 사회는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개개인들이 그런 인위적 기준 자체도 신뢰할 수 없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느끼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질되면 펠버그와 같은 사람은 소수에서 다수가 되겠죠. 소설의 펠버그의 일이 멀리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기업들도 계속 개선하고 노력 중이겠지만 요즘도 가끔 부정취업이나 채용과정에서의 의심에 대한 기사들을 볼 수 있잖아요? 언론이나 사회에서 공정성을 최근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역으로 보면 그만큼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에 생기는 반작용이겠죠.
그리고 보통 그런 기준을 정하는 건 대중으로서의 우리가 아닌, 우리를 뽑고 사용하며 여기저기로 끌고가야 하는 지배계층들이죠. 펠버그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건 아마도 그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것처럼 포장된 기준들이 과연 정말로 올바른 것인가, 그리고 우리들 스스로가 정한 기준인가에 대해서요. 자유민주주의, 선거를 통한 대의정부,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원, 능력 있는 개인이 노력하면 보상 받을 수 있으니 경쟁하라는 자본주의,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 과연 그 체계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지, 아니면 어느 순간 역전되어 체계가 우리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것 같네요.
siouxsie
“ 단 하나의 질문도 용납되지 않는 교육이 그대의 신념을 만들었지만, 내 신념은 가능한 모든 질문을 던진 다음에야 배울 수 있는 것이니까. 비판적 검토를 견뎌내지 못하고, 반대의 말은 단 한마디도 던질 수 없는 신념에 대체 무슨 가치가 있겠나? 진실과 거짓이란 그 역이 존재하면 가장 먼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
『생명창조자의 율법』 199p,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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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잠벤도르프는 수천 킬로미터 밖의 얼음집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기괴한 금속 얼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저 자신의 상상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실제로 저 기괴하고 움직이지 않는 표정 속에서 그를 향한 신뢰와 자신들을 저버리지 말라는 탄원이 보이는 것일까? 왠지는 몰라도 그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결의가 인간에 대해 가진 감정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졌다. 팀의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애초에 이토록 다양한 개인을 한데 모이게 만든 정 체불명의 요인이, 그들의 마음속에서 동일한 울림을 발하고 있었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340~341,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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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잠벤도르프는 탈로이드들에게 자신을 향한 희망과 기대가 잘못된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타인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힘이 실 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힘은 초자연적인 것도, 인간을 뛰어넘는 것도 아니었다. 일행이 있는 곳에서는 계속해서 자신감과 긍정적인 관점을 피력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무력한 절망감에 휩싸여 있었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346,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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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레허니는 갑자기 짜증을 폭발시키며 말했다. “젠장, 놈들은 애초에 그냥 기계일 뿐이잖나. 왜 인간을 상대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 건가.”
『생명창조자의 율법』 p.352,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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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반구형 머리들은 하인이 아니라 자유롭게 움직이고 행동하는 자들로 보였다. 반면 두 마리의 용은 사막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얌전히 앉아 있기만 했으며, 반구형 머리나 그들이 타고 다니는 살아 있는 전차처럼 생긴 괴상한 생물을 안에 품거나, 그들이 필요한 온갖 것을 제공하는 이상의 역할은 수행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67,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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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그러나 기계가 아니라면서 기계의 시중을 받는 존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산을 꿰뚫어 보고, 먼 곳의 소식을 전하고, 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한 존재를 즉각 파괴해버리는 마법의 생물들은 대체 어디서 왔단 말인가?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67,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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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티르그는 그런 이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이 생명창조자의 가치 있는 창조물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를 비하하고 모멸하는 새로운 방식을 끝없이 개발해내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현명하고 자애로운 생명창조자의 판단과 분별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 아니겠는가.
”
『생명창조자의 율법』 pp.272-273,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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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새로운 사실에 맞추어 믿음을 바꿀 각오를 한 자가 이단일 리는 없지 않겠소. 사실을 부인하고 믿음에 매달리는 자들은 이단이 아니라 어리석을 뿐이고, 나는 차라리 그런 자들을 두려워하겠소. 따라서 이단이라는 말은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오. ”
『생명창조자의 율법』 p.277,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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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전 오늘 에필로그까지 완독을 했습니다. 한동안 다른 일로 바빠서 읽지 못하다가 어제부터 쭉 몰아 읽었어요. 모임 종료일 전까지 다시 한 번 더 28장 이후의 얘기를 읽어 세부내용들을 머리에 담아두고 싶네요. 결말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지만 소설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네요.
인간과 로빙들 양쪽에서 각자의 목표와 이해관계와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세력/인물들의 갈등, 글임에도 생생하게 묘사되는 후반부의 액션, 권력자들의 욕망으로 인한 정치극이 어우러져 진행되는데 긴장감이 가득했습니다.
siouxsie
전 로빙들의 모습이 트랜스포머 종족과 비슷한 모습이지 않을까 상상하며 읽었어요
은화
전 기계의 육체를 가진 외계지성체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만으로는 머리에 쉽게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책을 읽을 때 여러 겉표지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과거 외국 판본들을 보니 표현한 모습들이 다양하네요. 첫번째 표지는 굉장히 담백한 청동인간의 느낌이라면, 두번째 표지는 굉장히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로봇의 느낌이고, 세번째 표지는 외계인의 모습을 더 강조한 느낌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