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5.생명창조자의 율법 - 제임스 P. 호건

D-29
개인적으로는 일본에서 출판된 표지(네번째 이미지)가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가 머리에서 그려본 탈로이드들의 모습과 가장 비슷하기도 했고요. 인간과 같은 직립보행에 사지가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과 완전히 같지는 않은 모습을 잘 담아냈다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표지의 상황이 소설 속 어느 시점일지가 궁금하네요. 다섯번째 이미지는 CG를 이용했는데 사실 소설 표지라기보다는 마치 옛날의 대학 전공교재나 컴퓨터 부록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ㅎㅎ
그림들이...ㅎㅎ 뭐라 표현하기 어렵네요 개인적으로 한국판 표지가 젤 맘에 듭니다. 영어판? 3개 그림들은 해골의 기계화 같은 느낌이네요^^ 옆에서 안녕?하는 인간도 재미있어요 ㅎㅎ
전 오늘 프롤로그를 다시 읽어 봤어요. 확실히 내용 전체를 알고 보니까 다르게 읽히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더라고요. 마지막까지 50쪽 정도 남았는데, 열심히 읽어 볼게요~
"믿음으로 사실을 바꿀 수는 없는 법이오." 클레이푸르는 대답했다. "새로운 사실에 맞추어 믿음을 바꿀 각오를 한 자가 이단일 리는 없지 않겠소. 사실을 부인하고 믿음에 매달리는 자들은 이단이 아니라 어리석을 뿐이고, 나는 차라리 그런 자들을 두려워하겠소. 따라서 이단이라는 말은 내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오."
생명창조자의 율법 277p,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유능한 이들이 다스리고 있다고 믿을 필요가 있는 거죠.” 프라이스는 그의 말뜻을 알아채고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확신을 가지는 거죠.” 처음 듣는 말인 것 같지는 않았다. “적어도 확신의 환상 정도는 가지고 싶은 거겠지.” 잠벤도르프도 동의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392,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그렇다면 그들이 온 곳 또한 이성에 대한 호소가 그리 널려 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로비아의 무수한 지배자들 중에서도 오직 클레이푸르만 그를 따르는 것처럼, 하늘 너머 세계에서도 이성이란 희귀한 개념일지도 모른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416,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아, 제발,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그 친구가 어떻게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 “순간이동으로요.” 셀마는 완벽하게 진지한 얼굴에, 성실 그 자체인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모르고 계셨어요? 연습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진짜예요.” 페리에라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인가? 농담이 아니라?” “제가 이런 중요한 문제를 가지고 농담할 리가 없잖아요. 그것도 오즈먼드 당신이 상대인데요.” 그리하여 페리에라는 랭에게 돌아가서, 잠벤도르프가 순간이동 능력을 익혀서 지구로 돌아갔음을 거의 확신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분노를 폭발시키는 랭을 보며, 페리에라는 기업가라는 작자들은 상상력과 유연한 사고 능력이 결여되어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행동 양상을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441,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기업 고위직 간부에 대해 대중이 가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캐스퍼 랭은 부를 축적하려는 열정에 불타오르는 사람도, 타인을 멋대로 휘두를 수 있는 권력에 탐닉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GSEC에서 그의 능력에 대해 지불하는 보수와 회사 내에서 그레고리 불 다음가는 2인자의 자위가 확고하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그는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길 이유도, 심리학적 또는 감정적으로 불안감을 가질 이유도, 미래에 대한 특별한 야망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 이런 제반 상황 덕분에 그는 경쟁 기업의 매수 시도가 잘 통하지 않으며, 상대 이데올로기의 오염을 당할 가능성도 없고, 개인의 이득을 기업의 이득에 맞춰 나가는 일에 아무런 저항감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말하자면 기업이 가장 가치 있게 여기며 항상 배양하려 애쓰는 자질, 즉 충성심을 지닌 경영진의 일원이라는 뜻이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453,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캐스퍼 랭에 대한 설명이 눈에 띄었습니다. 캐스퍼 랭이 소설에서는 레허니, 지로와 더불어 GSEC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묘사되지만 정작 캐스퍼 본인은 그다지 야욕이 없다는 점이 의외로 다가왔거든요. 어떻게 보면 대다수의 일반적인 사람들을 대변한다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자신의 현재 상태에 만족하기에 조직에 불만이 없다는 점에서 충성심이란 개념은 불만이 없다는 것과 같은건지 생각하게 되네요. 레허니나 레이멀슨 같은 정치가, 사업가들은 욕망이 가득하지만 그 욕망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대다수의 캐스퍼 같은 사람들은 딱히 악하거나 탐욕스러워서 기존 체제에 순응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책을 읽고 나서 되돌아보면 캐스퍼는 탈로이드들에 대해 개인적 의견이나 생각을 말하는 내용이 없던 것 같습니다. 똑같은 타이탄을 두고도 잠벤도르프와 매시에게는 교류가 가능한 독립된 지성체의 발견이고, 레허니와 레이멀슨에게는 독점적 지배자가 될 기회로 보지만, 캐스퍼에게는 그저 지시대로 해야 할 업무 중 하나일 뿐이죠. 좋고 나쁨 또는 선악의 구분을 떠나 캐스퍼에게서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매시가 말한 '스스로 설 줄 아는 사람'의 면모를 일부 갖고 있다고 봤어요. 뇌물이나 매수에 넘어가지 않고, 이데올로기에 현혹되지 않고, 잠벤도르프에 대한 불신에서 보듯 미신을 믿지 않는 모습을 보면 캐스퍼는 쉽게 유혹이나 환상에 휘둘리는 인간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매시가 원하는 인간상의 면모가 일부 보인다고 느꼈어요.
“사소한 이득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을 폐기처분하는 것도 봤으니까요. 누군가 그 사소한 이득을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느냐에 달린 문제예요.”
생명창조자의 율법 p.462,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그녀가 보기에 여러 과학자들, 특히 젊은 과학자들의 문제는 특정 분야에서 지적 성취를 이룬 탓에 모든 일에 대해 자신의 관점이 가지는 가치를 과대평가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하려면 모든 주제가 지뢰가 되는 거대한 지뢰밭에서 살아남을 생존술이 필요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297p,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느새 일주일도 안남았네요. 주말부터 날씨가 갑자기 더워졌는데 여름이 빨리 올 것만 같은 계절입니다. 아래 내용들을 얘기해보겠습니다. 1) 28장 ~ 에필로그의 내용중 인상깊었던 부분을 얘기해주세요. 2) 레허니, 지로, GSEC, 에스켄데롬, 프렌넬레크와 같은 지배계급들의 계획이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3) 책을 읽을 때 잠벤도르프가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협박을 받았을 당시 원래의 계획대로 강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아니면 철회할 것이라고 예상하셨나요? 4) 책에 대한 감상을 말씀해주세요. (분량이 길어도 괜찮습니다.)
전 사실 굉장히 흥미롭게 보다가 '십계명'과 똑같은 인간으로부터의 계시?를 유리판에 적는 걸 보고 좀 실망했고, 결말이 예상돼 버렸어요. 하지만, 정치적으로 나뉘어 갈등 관계에 있는 인간들과 로빙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 작가님이 하시고 싶은 주옥 같은 말들이 보여 열심히 체크해 두었습니다. ^^ 앞으로도 SF방 열어 주세요~ 제가 SF 문외한이라 뭘 읽어야 할지 전혀 몰라서요~! 여담이지만, 작가님이 이름이 호건/번역자님 이름이 호근..ㅎㅎ 혼자 이거슨 우연?!했네요.
한달에 하나씩 모임을 열고 있는데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좋겠네요! ㅎㅎ
518 쪽 그는 처음으로 의문 없이 믿도록, 이해 없이 받아들이도록, 명령만 내리면 증오하도록 훈육 당한 이들이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잔혹해 질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555 쪽 따뜻한 목욕, 깨끗한 침대시트, 그리고 원하는 만큼 방해받지 않고 취할 수 있는 수면. 그 이상 더 원할 것이 있겠나?
생명창조자의 율법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1) 30장의 내용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잠벤도르프 일당이 세심하게 공을 들인 공연으로 그루크를 하늘에서 내려온 성인으로 위장하는 연기, 그걸 보고 놀라 기적으로 받아들이는 탈로이드, 잠벤도르프는 순간이동을 한 거라는 셀마의 말을 진심으로 믿는 페리에라 교수, 그걸 보고 분통을 터뜨리는 캐스퍼의 모습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코미디를 보는 듯 해서 재밌었어요. 정말로 책을 읽으면서 웃음이 나기는 오랜만이었습니다. 탈로이드들을 속이기 위해서는 온갖 첨단장비와 정교한 상황 연출을 유도해야 했지만 정작 과학자인(유사과학자이긴 하지만) 페리에라를 속이는 데는 셀마의 표정과 말 한마디만 있으면 된다는 게 대조되어 더 웃겼던 것 같네요. 소설 초반에서 잠벤도르프가 과학자들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다던 말이 이런 의미였나 봅니다. 관측되는 결과와 사실이 자신의 믿음 또는 기대와 다를 경우, 과학자는 사실에 맞춰 자신의 믿음을 바꿔야 하지만 생각보다 그러기가 쉽지 않으며 누구나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경고가 보였습니다. 정작 작가가 나중에 유사과학 신봉자가 되었다는 밥심님의 얘기를 듣고 나니 더 묘하네요. 2) 세부적으로는 GSEC이나 로빙의 권력자들이 실패한 구체적인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결국 가면으로 가린 채 속임수와 위선으로 접근한 태도가 원인 같습니다. 탐사대가 카르토지아와 교섭할 때 레허니는 클레이푸르나 티르그가 묻고 요구하는 내용들이 터무니 없고 유치하며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불평하는 부분이 있죠. 하지만 정작 레허니나 캐스퍼가 원하던 '현실적인' 대화는 탈로이드들과의 교류 또는 그들과의 상호발전이 아닌, 일방적인 기술과 자원의 접근이었습니다. 타이탄 행성의 자원과 노동력을 수단으로 하여 정치적/상업적으로 비교 불가능한 이익을 얻고자 했으나 누구도 탈로이드에게 이 얘기를 말하지는 않았죠. 에스켄데롬이나 프렌넬레크도 마찬가지여서 둘 다 인간들과의 접촉을 계기로 자신들의 왕권 또는 교권을 강화하여 상대방을 밀어내고 자신이 지도자가 되려는 야욕으로 가득했습니다. 현실적이라면 지극히 현실적인 욕망이죠. 하지만 그 현실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남에게 진실한 태도로 접근하기 보다는 연막과 거짓으로 무장할수록 오히려 목표에서 멀어지고, 상대와 오해가 생기고, 오해가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본인들의 신세까지 망치게 됩니다. '솔직한 게 가장 빠르고 쉬운 길이다.' 라는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현실적이라는 말이 성숙하거나 정직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현실에 집착할수록 욕망이 개입하기 쉽고 그러면 오히려 본질에서 멀어진다는 경고로도 읽혔습니다. 일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현실적으로 생각해라'라는 말이 과연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3) 사실 전 책을 읽는 중간에는 잠벤도르프가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도박수를 던지지 않을까 기대했어요. 책 전반에 걸쳐 자주 나오는 '현실과 인식 또는 사실과 믿음'의 주제를 생각해 볼 때 잠벤도르프에 대해 사람들이 예상한 기대나 편견과 달리, 남들의 인식을 깨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추측했거든요. 어쩌면 결말이 잠벤도르프가 혼자서라도 그루크를 찾아가 계획을 완수하는 대가로 본인을 희생하지 않을까 기대도 했습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오히려 잠벤도르프에게 제가 너무 많은 기대(?)를 걸었네요.
4) 책에 대한 평론을 찾아봤는데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담긴 소설이라는 분석이 저는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평론을 읽고 돌아보니 책 곳곳에 분명 그런 내용들이 담겨있지만 당시에 저는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https://weekly.khan.co.kr/khnm.html/?www&mode=view&art_id=201810221414581&dept=116) 기업가/정치가들이 탈로이드들의 세계를 착취하려는 행동에 대한 비판이 스토리의 주된 흐름이지만 무대가 타이탄이냐 지구냐의 차이일 뿐 지구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던 일이니까요. 지구에서는 착취와 기만, 왜곡의 모습을 현대민주주의나 선거, 언론이라는 포장지로 잘 가려놓은 뒤 체제 뒤편에서 민중을 조작하고 있는데 비해 타이탄은 그런 교묘함이 필요 없는 곳이라 더 노골적으로 행동할 뿐 근본적인 뿌리는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가가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을 넘어 보다 넓은 범위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고 봤어요. "현재의 체제를 통해 가장 이득을 얻는 집단이 과연 대중인가 또는 다른 누군가인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와 사회구조가 정말로 당연하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 탈로이드의 세계는 지구의 역사를 똑같이 반복하는 모양새였습니다. 타이탄 행성이 평평하다는 종교적 세계관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곳에서 로프베이엘과 티르그는 당연한 것에 대한 물음을 통해 진실에 접근합니다. 인류도 지구가 둥글다는 인식을 상식으로 여기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 그리고 합리적 사고가 필요했듯이, 현재의 상태가 최선 또는 만족스러운 상황이라는 주어진 믿음을 믿기보다는 건강한 합리적 사고를 가진 다수가 필요하다는 것이 작가의 요지 같았습니다. 그리고 합리적 사고가 꼭 종교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두 체계가 공존할 수 있음을 결말을 통해 보여준다고 느꼈어요. 예를 들어 페리에라 교수나 맬컴 웨이드는 과학자임에도 과학적 사고를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보고 싶은 방향이나 결말로 관측 결과를 꿰어 맞추는 오류를 범합니다. 과학 그 자체는 사실의 영역일지라도 그것을 수행하는 인간은 얼마든지 사실에서 멀어질 수 있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죠. 과학만이 아니라 경제와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레허니나 캐스퍼 랭은 각자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우수한 인력들일지는 몰라도, 자신들만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탈로이드들의 세계를 또 하나의 지성체로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자신의 욕망이 만들어낸 비이성과 불합리가 교묘하게 눈을 가리고 자기최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종교의 경우, 프렌넬레크과 그루크의 신앙이 대조가 됩니다. 프렌넬레크는 본인이 신앙을 받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앙을 이용해 남들이 자신을 우러러보게 만드는 또 하나의 세속 권력자입니다. 가장 비세속적이어야 할 가치임에도 세속의 관심사를 목표로 하는 모습은 종교가 목적이 아닌 수단인 사람들에 대한 경고겠죠. 그루크는 과거에는 맹목적 신앙에 빠져 어떤 사고도 하지 못하는 경직된 인물이었지만 시련을 겪으면서 오히려 신과 신앙의 본질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는 모습이 나오죠. 의심과 물음은 종교를 부정하는 불경한 생각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와 신을 더 잘 이해하고 다가가기 위한 방법입니다. 그루크는 감옥에 갇힘으로서 오히려 자신의 생각의 감옥에서 해방되었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믿음을 잃지 않습니다. 그리고 로빙들은 그 전에는 당연하게 여기던 신분제, 계급화된 차별, 이유를 모른 채 적대하도록 강요받은 애국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평등의 종교와 더불어 카르토지아와 인류가 알려줄 지식을 함께 받아들이기로 하죠. 종교는 신앙과 별개로 얼마든지 합리성을 가질 수 있으며, 오히려 합리적 사고를 통해 신앙이 발전합니다. 554p에서 그루크는 "우리가 얻는 루미아의 지식이 그와 상응하는 단계의 루미아의 지혜를 꾸려 나가는 일과 보조를 맞추도록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라고 얘기하는데 이 부분이 작가의 메세지라고 생각했어요. 과학과 지식의 발전에 맞추어 사회의식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개인도 사회도 언젠가는 매시가 말한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겠죠. 잠벤도르프와 같은 그럴듯한 사기꾼들의 자극성, 미신과 언론에 주목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생명창조자가 세상을 평평하게 창조했으며 그 분의 뜻에 따라 왕과 성직자를 떠받드는 신분제를 믿는 로빙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을 겁니다. 좀 더 세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를 빼고 다를 것이 없다면 인간들이 로빙을 착취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 어떤 권리도 없고, 합리화도 될 수 없죠. 그 논리를 더 확장하게 되면 어떤 문명이나 사회가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하여, 그 사회가 다른 사회들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도 없고요. 그 '특별함'에 대한 집착 그리고 판단을 가리는 비합리적 사고를 벗어난다면 생각의 경계는 점점 넓어지고 편협함에서 멀어질 겁니다. 마치 인간 역사에서 특정 성별 또는 특정 인종에게 집중된 권리가 보다 넓은 계층과 대중에게 퍼져나간 근현대의 역사처럼요. 작가는 인간세계의 모습을 정반대로 뒤집은 탈로이드를 내세웠지만 꼭 탈로이드가 아니라도 우리 세상에는 서로 전혀 다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같은 본질을 공유하는 세상들이 많죠. 서로 다른 인종, 다른 문화권, 다른 사회집단과 이해관계.. 우리가 얼마나 차이점을 부각하며 그들을 이질적인 존재로 보느냐에 따라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되거나, 또는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인간'이 될 수 있듯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이 아닌 본질을 보도록 노력하라는 의미 같습니다. (탈로이드를 탈 것이나 생각할 줄 모르는 기계로만 묘사하는 TV진행자의 모습을 보며 특히 그렇게 느꼈습니다.)
오늘부터는 소설의 결말과 감상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아직 읽고 계신 분들은 중간중간 결말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 있으므로 유념해주세요.
완독하고 마지막으로 문장 수집 올렸습니다. 사실 sf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누군가 저에게 물어보면 몇 권이 있는데 그 중 한 권이 호건의 <별의 계승자>입니다. 처음 그 소설을 읽었을 때 감동은 정말 대단했죠. 소설은 보통 캐릭터가 굉장히 중요하고 캐릭터를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별의 계승자>는 눈에 띄는 캐릭터도 없이 과학적 논증으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드문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호건의 작품이라 <생명창조자의 율법>도 기대를 갖고 읽었습니다만, <별의 계승자>만큼 임팩트있게 다가오지는 못했습니다. 누차 이야기했듯이 잠벤도르프 일당의 변신이 억지스러웠는데다가 호건의 소설 작법이 익숙해져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외로 더 아쉬웠던 것은 유사과학과 종교에 대해 작품을 통해 철저히 비판하던 호건이 말년에 유사과학 추종자가 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죠.
말씀해주신 내용을 보고 작가의 삶을 찾아봤는데 엔지니어 경력이 있었네요. 기술적 이해도와 경험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말년에 그렇게 바뀌었다는게 참 아이러니하네요. 찾아보니 홀로코스트에 대한 부정도 했다고 하고.. <별의 계승자> 시리즈를 처음에는 한 권짜리 책인 줄 알았다가 권수와 분량의 압박으로 아직 시도를 못해봤네요. 기회가 되면 날 잡고 읽고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소설은 중반을 넘어가면서 주제가 분명하고 노골적으로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부터는 잠벤도르프 일당이 어떤 사건을 겪을지가 오히려 궁금해서 읽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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