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5.생명창조자의 율법 - 제임스 P. 호건

D-29
그에게 있어 영혼이라는 '사실'은 정답에 맞추어 발명한 개념이라는 의심이 들 뿐이었다. 질문에 대한 올바른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가 고안한 일련의 규칙에 의거해 판단해보면, 영혼이라는 답은 사실로부터 유추해낸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규칙은 어디에 적용해도 그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189,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생명창조자께서 우리가 지성을 가져 마땅한 존재라고 생각하셨다면, 우리가 그 지성을 사용하기를 원하셨음 또한 분명하지 않은가. 글쎄,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믿을 만한 방법을 발견하는 것보다 더 나은 사용처가 또 어디에 있겠나?
생명창조자의 율법 p.193,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단 하나의 질문도 용납되지 않는 교육이 그대의 신념을 만들었지만, 내 신념은 가능한 모든 질문을 던진 다음에야 배울 수 있는 것이니까. 비판적 검토를 견뎌내지 못하고, 반대의 말은 단 한마디도 던질 수 없는 신념에 대체 무슨 가치가 있겠나?
생명창조자의 율법 p.199,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은화님의 대화: 1) 전 5장에서 로프베이엘의 생각에 대해 종교적 진정성과 이단 여부를 심문하는 종교회의 묘사가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전혀 다른 행성과 문명의 세계임에도 과거 역사의 종교회의 또는 종교재판이 겹치는 모습, 외계문명 또는 기계문명이라면 우리보다 앞선 사회일 줄 알았는데 중세 수준인 것도 눈에 들어오네요. 레카쇼바가 로프베이엘을 위협하며, 이단으로 몰아 눈을 파내고 산성용액에 담그려는 악의가 더해지고, 종교적으로 그를 이단으로 몰아가는 압박감.. 조용하고 엄숙하며 정적인 공간임에도 두려움에 기절할 것 같은 로프베이엘의 마음이 더해져 긴장감이 느껴지네요. 6장 119~120p에 걸쳐 NASO와 GSEC간의 겉으로는 의도를 직접 드러내지 않은 채,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는 충돌과 정치극 묘사도 재밌었습니다. 슬쩍 간을 떠보는 GSEC과, 거기에 원론적으로 대응하는 NASO, 노골적으로 다시 윗선을 통해 압박이 가해지자 겉으로는 수긍하는 척 하며 자신의 직위를 걸고 정공법으로 가는 콘론.. 가식과 은밀함과 협박과 반박의 여러 수단이 다양하게 어우러지며 벌어지고 있지만 대중들은 아무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모르겠죠. 과학기관과 영리집단, 과학적 사고와 신비주의 간의 갈등을 잠벤도르프라는 논란의 인물을 통해 풀어내는 스토리가 재밌네요. 2) 전 처음에는 잠벤도르프의 선동력 또는 연기나 연출력을 이용해 외계문명과의 협상에서 좋은 인상, 또는 인간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인지조작을 하고자 데려가는 게 아닐까 추측했습니다. 잠벤도르프의 영능력을 믿든 안믿든 그가 다수 대중의 관심을 휘어잡는 건 부인할 수 없으니까요. 만일 타이탄의 로빙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잠벤도르프를 일종의 광대 역할로 사용하려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읽다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네요. 단지 GSEC의 홍보나 이윤을 위해서라기에는 사건의 규모도 파장도 너무나 거대한데 점점 그가 왜 참가자 대상에 포함 된 건지 진짜 이유와 앞으로의 역할이 궁금해집니다.
3) 전 현재는 18장을 읽고 있는 중인데 작가의 메세지가 무엇일지 계속 잡힐 듯 말듯 하며 아리송하네요. 그래도 제일 분명하게 잡히는 건 4장에서 매시가 언급한 '성장의 한계'인데요. 매시의 입장에서 봤을 때 좁게는 미국 넓게는 지구의 인류가 경제와 의식, 문화의 성장을 경험하고도 무관심, 정치이념, 상업적 유도 그리고 비이성에 빠져 정체/퇴보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인간사회만이 아니라 타이탄의 로빙 특히 크로악소스의 기계들이 종교적 집착에 묶여 합리적인 호기심과 질문조차 탄압하는 모습도 보여주죠. 인간과 로빙 모두 자신들이 만들어 낸 스스로의 제약에 묶여 시간과 자원, 인력을 허비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소설은 주로 잠벤도르프의 사기극, 로빙들의 신정정치를 소재로 보여주고 있지만 꼭 미신이나 종교만 지적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이 소설이 쓰이던 시점은 아직 소련이 해체되기 전이기에 냉전이 미래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가정이 나오고, 그로 인한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세계의 절반이 정체 중이라는 묘사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기업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공의 정책의 방향성을 교묘하게 틀어버리는 내용도 나오고요. 잠벤도르프는 아마도 '대중의 자기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모든 것'의 상징이라고 봤습니다. 그는 미신과 더불어 언론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있죠.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미디어를 통해서 지적해주는 사회문제와 의견은 우리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말일까요? 아니면 그들 또한 자신의 이해관계로 인해, 또는 인식의 한계로 인해 사건의 일부만 강조하는 건 아닐까요? 누군가가 말해주는 문제, 누군가가 제안하는 해결책을 보며 그들의 권위나 영향력, 지위라는 배경과 연결 지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죠. 그 과정에서 순수한 '나'의 판단과 의견은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어디까지가 끝일까요? 잠벤도르프는 단지 '미신'이라는 우리가 물고 뜯기 좋은 영역의 대표자일 뿐, 우리가 현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영역에서는 보다 교묘한 잠벤도르프들이 숨어 있다고 지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여러 요소들이 겹쳐 대중이 사실과 현상 그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둘러싸는 의미부여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했어요. 그리고 본질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우리의 사고와 인식을 옭아매는 한계도 늘어난다는 뜻 아닐까요. 개인과 집단 모두 우리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냈다는 점. 문제의 본질과 현상을 가리거나 무시하게 하는 왜곡은 모두 우리가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왜곡의 안개를 걷어내는 힘 또한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은화님 말씀을 읽다보니, 인간 세계의 잠벤도르프와 로빙의 신정 정치가 상징하는 바는 '사고를 포기한 대중의 사회'이지 않을까 싶어졌어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제 주변에서 "생각 외주 맡겼네."라는 표현을 이따금 듣고 있어요. '생각 외주', 그러니까 아주 편리한 믿음의 대상을 제공하고 부록으로 믿음을 떠받드는 편리한 설명까지 제공한다는 점이 잠벤도르프와 신정 정치의 공통점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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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님의 대화: 은화님 말씀을 읽다보니, 인간 세계의 잠벤도르프와 로빙의 신정 정치가 상징하는 바는 '사고를 포기한 대중의 사회'이지 않을까 싶어졌어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제 주변에서 "생각 외주 맡겼네."라는 표현을 이따금 듣고 있어요. '생각 외주', 그러니까 아주 편리한 믿음의 대상을 제공하고 부록으로 믿음을 떠받드는 편리한 설명까지 제공한다는 점이 잠벤도르프와 신정 정치의 공통점 같아요.
저는 소설 속 대중의 무관심 또는 무지가 매시의 지적처럼 이념, 광고,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주의를 돌리는 것도 있겠지만, 대중들이 보기에 사회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느껴서 돌아선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높이 올라서면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잠벤도르프의 말에 반박하는 우주선 선원의 지적에서 그런 뉘앙스가 은근히 느껴졌거든요. 이념싸움과 이권에 흔들리는 지도계층을 보며 대중들은 관심을 잃고, 무관심 그리고 개선에 대한 필요를 못 느끼는 무기력함이 무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로도 보이고요. 그렇기에 매시가 말하는 지적이나 중간 중간 보이는 태도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또 한명의 입장'일 뿐 대중의 눈높이에서 보지 못하는 반쪽짜리 지적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고요.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타이탄 위성의 풍경이 어떨지 상상이 잘 안 되서 찾아봤어요. 타이탄은 토성의 위성들 중 유일하게 대기가 있으며, 지표면에 액체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소설에서 묘사했듯 강과 대양, 산맥과 대륙이 있으며 심지어 썰물과 밀물이 존재하고 메탄 비가 내리기에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유사한 풍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물론 온도나 대기와 액체의 구성성분은 전혀 다르지만요. 첫번째 링크는 NASA에서 만든 타이탄에 대한 요약 설명 영상입니다. 두번째 링크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타이탄의 지표가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고 있고요. 세번째 영상은 토성-타이탄 탐사목적으로 우주로 간 카시니 탐사선이 2005년에 타이탄 지표를 관측하기 위해 하위헌스 착륙선을 보냈을 당시 착륙선이 촬영한 풍경입니다. 마지막은 2027년에 타이탄을 탐사하기 위해 보낼 예정인 드래곤 플라이 호의 계획도입니다. 가는 시간을 감안하면 2034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드래곤 플라이 호는 아예 장기간에 걸쳐 비행을 하며 타이탄의 지표를 관찰한다고 하니 왠지 소설의 내용이 겹쳐 보이네요. (혹시..?) https://www.youtube.com/watch?v=lr4r70DWShk https://www.youtube.com/watch?v=w7vCYpr_ZKU https://www.youtube.com/watch?v=msiLWxDayuA https://www.youtube.com/watch?v=IdYeWN9ZivE&t=32s 타이탄의 대기가 두터워 지표에서는 볼 수 없지만 대기를 뚫고 가면 거기서 보일 토성의 풍경은 장관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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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님의 대화: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타이탄 위성의 풍경이 어떨지 상상이 잘 안 되서 찾아봤어요. 타이탄은 토성의 위성들 중 유일하게 대기가 있으며, 지표면에 액체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소설에서 묘사했듯 강과 대양, 산맥과 대륙이 있으며 심지어 썰물과 밀물이 존재하고 메탄 비가 내리기에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유사한 풍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물론 온도나 대기와 액체의 구성성분은 전혀 다르지만요. 첫번째 링크는 NASA에서 만든 타이탄에 대한 요약 설명 영상입니다. 두번째 링크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타이탄의 지표가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고 있고요. 세번째 영상은 토성-타이탄 탐사목적으로 우주로 간 카시니 탐사선이 2005년에 타이탄 지표를 관측하기 위해 하위헌스 착륙선을 보냈을 당시 착륙선이 촬영한 풍경입니다. 마지막은 2027년에 타이탄을 탐사하기 위해 보낼 예정인 드래곤 플라이 호의 계획도입니다. 가는 시간을 감안하면 2034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드래곤 플라이 호는 아예 장기간에 걸쳐 비행을 하며 타이탄의 지표를 관찰한다고 하니 왠지 소설의 내용이 겹쳐 보이네요. (혹시..?) https://www.youtube.com/watch?v=lr4r70DWShk https://www.youtube.com/watch?v=w7vCYpr_ZKU https://www.youtube.com/watch?v=msiLWxDayuA https://www.youtube.com/watch?v=IdYeWN9ZivE&t=32s 타이탄의 대기가 두터워 지표에서는 볼 수 없지만 대기를 뚫고 가면 거기서 보일 토성의 풍경은 장관일 것 같아요.
흥미롭네요.
은화님의 대화: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타이탄 위성의 풍경이 어떨지 상상이 잘 안 되서 찾아봤어요. 타이탄은 토성의 위성들 중 유일하게 대기가 있으며, 지표면에 액체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소설에서 묘사했듯 강과 대양, 산맥과 대륙이 있으며 심지어 썰물과 밀물이 존재하고 메탄 비가 내리기에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유사한 풍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물론 온도나 대기와 액체의 구성성분은 전혀 다르지만요. 첫번째 링크는 NASA에서 만든 타이탄에 대한 요약 설명 영상입니다. 두번째 링크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타이탄의 지표가 어떤 모습일지를 보여주고 있고요. 세번째 영상은 토성-타이탄 탐사목적으로 우주로 간 카시니 탐사선이 2005년에 타이탄 지표를 관측하기 위해 하위헌스 착륙선을 보냈을 당시 착륙선이 촬영한 풍경입니다. 마지막은 2027년에 타이탄을 탐사하기 위해 보낼 예정인 드래곤 플라이 호의 계획도입니다. 가는 시간을 감안하면 2034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드래곤 플라이 호는 아예 장기간에 걸쳐 비행을 하며 타이탄의 지표를 관찰한다고 하니 왠지 소설의 내용이 겹쳐 보이네요. (혹시..?) https://www.youtube.com/watch?v=lr4r70DWShk https://www.youtube.com/watch?v=w7vCYpr_ZKU https://www.youtube.com/watch?v=msiLWxDayuA https://www.youtube.com/watch?v=IdYeWN9ZivE&t=32s 타이탄의 대기가 두터워 지표에서는 볼 수 없지만 대기를 뚫고 가면 거기서 보일 토성의 풍경은 장관일 것 같아요.
얼음이 있다고 해서 타이탄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관심이 없어졌는줄 알았는데 2027년에 탐사선 발사 계획이 있었군요. 영상 잘 봤습니다.
어린 시절 자칭 초능력자라고 주장하던 유리 겔라가 우리나라에까지 와서 방송을 통해 숟가락을 구부리는 장면을 직접 시청했었는데 당시엔 그저 신기하다라고만 생각했지 저거 어떻게 하는 걸까 하는 식의 의문을 갖지는 못했었어요. 흥행이나 수익을 위해선 뻔한 사기행각도 방송해버리는 당시 상황이 떠올라 씁쓸합니다. 15장까지 읽었는데 사기집단 잠벤도르프가 어떤식으로 활약을 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ICE9님의 대화: 저도 이제 몇 페이지 넘겼는데요^^;; 로봇의 자기 복제 과정이 보편적인 우주의 진화 과정을 탐구해보는 과정 같이 느껴졌습니다. 분량의 압박이 있으니... 부지런히 따라가겠습니다.
저 프롤로그 읽다가 포기할 뻔 했는데, 1장부터는 미드 같아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읽고 있습니다. ^^
siouxsie님의 대화: 저 프롤로그 읽다가 포기할 뻔 했는데, 1장부터는 미드 같아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읽고 있습니다. ^^
그렇죠. ㅎㅎ 프롤로그 이후는 수월하게 읽힙니다.
“우리의 소위 민주주의라는 시스템 하에서는, 여론을 조성하는 능력이 있다면 굳이 왕이 될 필요가 없다네. 대중의 표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으면 간접적으로 사회를 조종할 수 있거든.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 그대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탈취제나 처방약을 받는 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부여받게 되지. TV의 롤모델이나 유명인사들은 그런 식으로 대중이 동일시하기 쉽도록 세심하게 만들어진 자들이고.”
생명창조자의 율법 p.217,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처음 기계를 조립한 기계가 아닌 존재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지. 그 존재가 기계라면 그가 만든 기계는 우리가 가정한 최초의 기계가 아닐 수밖에 없으니까. 그 기계를 조립한 기계가 아닌 존재에게 ‘생명창조자’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 또한 합당한 일이라 생각하네. 모든 로빙들이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하지만 그런 결론이 내려졌다고 해서 이성 너머의 세계를 상정하고 질문을 던질 수 없는 불가지의 영역을 만드는 행위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네. 내가 부인하고 싶은 경계는 바로 그런 것일세.”
생명창조자의 율법 p.225,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경계가 뒤로 물러났다는 말은 경계 안쪽 지식의 세계가 더 넓어졌다는 뜻일세.” 티르그는 대답했다. “그리고 그 세계가 다시 닫혀버리는 것이 아니라 무한하게 확장한다면, 경계를 영영 넘지 못하더라도 보상은 무한히 늘어날 수 있지.”
생명창조자의 율법 p.226,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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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빙 정비관으로 들어와 소켓에 플러그를 꽂을 때쯤에는 그대로 쓰러져버릴 지경이었다. 그는 자리에 누워 회로를 비활성화 하고 잠시 행복한 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완벽하게 충전을 끝내고 상쾌한 기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베어링 안감, 필터, 전기 접촉자, 체액 모두 새것으로 교체되어 있었고, 연마한 표면에는 광택이 흘렀다.
생명창조자의 율법 p.230,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경계가 뒤로 물러났다는 말은 경계 안쪽 지식의 세계가 더 넓어졌다는 뜻일세.” 티르그는 대답했다. “그리고 그 세계가 다시 닫혀버리는 것이 아니라 무한하게 확장한다면, 경계를 영영 넘지 못하더라도 보상은 무한히 늘어날 수 있지.”"
전 이 문장이 좋았어요. 도른발트가 말하는 '어차피 알 수 없고 결론이 없는 불가지의 영역으로 귀결된다면 무엇하러 탐구하고 의문을 품어야 하는가'에 대해 왜 계속 생각하고 시도해야 하는가를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어서요. 도달하지 못할 결론의 무의미함이나 허무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우리가 그동안 넓혀온 경계의 테두리에 의미가 있다는 지적과 관점의 전환이 와 닿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로빙들이 기계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고 중세시대의 사람의 실루엣이 머리에 떠오를 정도로 인간적인 모습과 묘사가 많네요.
"과학자들이야말로 가장 속여 넘기기 쉬운 작자들이지." 잠벤도르프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였다. "직선적이고 예측 가능하고 유도 가능한 방향으로 사고하니까, 손쉽게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할 수도 있지. 그들은 이 세상을 모든 일에 논리적 설명이 가능하고 모든 존재가 보이는 그대로인 곳으로 인지한다네. 내가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어린아이나 마술사 같은 친구들이지. 과학자들은 아무런 문제도 안 돼. 그 작자들을 상대하는 일에는 나름 자신이 있다네."
생명창조자의 율법 37p,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논리적으로 성립된 이론이 있어야 과학이 되는 거야. 내용물이 중요한 것이 아닐세. 과학이 되려면, 이론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를 반박할 수 있어야 하네. 틀렸는지 시험해 볼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말일세. 어떤 이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아.
생명창조자의 율법 54p,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다른 말로 하자면, 오류를 제거하고 체계적으로 작동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설비를 이용해 지구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앞으로 수 세기 동안 공급할 수 있다는 거지요."
생명창조자의 율법 p.291, 제임스 P. 호건 지음, 조호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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