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읽기

D-29
인생의 의미를 추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유의미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현존재를 중요한 문제들의 지평 앞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사회, 혹은 자연의 요구들에 정면 대립하면서, 역사나 연대적 고리를 차단해 가면서, 오직 자기 실현에만 골몰하고 있는 현대 문화의 생활 양태들 속에서 이상은 스스로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불안한 현대 사회 - 자기중심적인 현대 문화의 곤경과 이상 p.59., 찰스 테일러 지음, 송영배 옮김
이런 명예의 개념과 대립되는 것으로, 품위(dignity)라는 현대적 개념이 있다. 이 단어는, 우리가 타고난 "인간으로서의 품위", 혹은 시민의 품위를 언급할 때처럼,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 관계에 대한] 보편주의적 평등적인 의미로 지금 쓰이고 있다. 이 품위 개념의 기저에 놓여 있는 전제는 만인은 그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품위의 개념은 민주적인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불안한 현대 사회 - 자기중심적인 현대 문화의 곤경과 이상 p.65., 찰스 테일러 지음, 송영배 옮김
[전통 사회에서의] 사회적 인정은, 만인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규범에 기반하고 있다는 바로 그 사실로부터 생겨난 사회적 정체성 안에서 처음부터 확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서처럼 자기의 내심에서 생겨난 개인적, 독자적인 정체성은 사회적 인정을 선험적으로 누릴 수 없다. 그것은 상호 교환을 통하여 사회적 인정을 획득해야만 한다. 그리고 [사회적 인정의 획득이] 실패할 수도 있다. 현대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인정에 대한 요구가 아니라, 이런 요구가 실패할 수 있다는 조건들이다.
불안한 현대 사회 - 자기중심적인 현대 문화의 곤경과 이상 p.67., 찰스 테일러 지음, 송영배 옮김
지난 2세기 동안 점차적으로 이루어진 인정에 대한 이해를 고려해 보면, 자기 진실성의 문화 속에서 내가 앞에서 언급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두 가지 모습이 무엇보다도 더 중시될 수밖에 없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1) 사회적인 차원에서 결정적인 원리는 공정성의 원리이다. 각자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서로 간의 차이가 - 우리가 좀더 명백하게 이해할 수 있듯이 - 성별, 종족, 문화적인 것이든지, 혹은 성적 취향의 선택이든지, 도대체 어떠한 양태의 것이든지 간에, 이런 차이들을 모두 다 인정하면서 각자가 [모두] 자기의 정체성을 계발시킬 수 있는 균등한 기회를 요구하는 것이 공정성의 원리이다. 그리고 (2) 사적인 영역에서는 정체성을 구현해 내는 사랑의 관계가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다.
불안한 현대 사회 - 자기중심적인 현대 문화의 곤경과 이상 p.70., 찰스 테일러 지음, 송영배 옮김
인간 관계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해 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히 수단적 임시적일 수가 없다. ... 자기 진실성의 이상에 비추어 볼 때, 단순히 도구적인 인간 관계만을 갖는다는 것은 결국 자기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자기 실현을 추구할 수 있다는 관념은 자기 선택을 넘어서는 의미의 지평 없이도 자기 스스로 자기 인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허망한 것이다.
불안한 현대 사회 - 자기중심적인 현대 문화의 곤경과 이상 p.73., 찰스 테일러 지음, 송영배 옮김
자기 진실성의 이상에 비추어 본다면, [자기 폐쇄적 이기적인] 자기 중심의 생활 태도는 여전히 정도에서 벗어난 천박한 삶의 양태에 불과한 것이다.
불안한 현대 사회 - 자기중심적인 현대 문화의 곤경과 이상 p.75., 찰스 테일러 지음, 송영배 옮김
자기 중심적 생활 양태는 두 가지 면에서 빗나간 것이다. 이런 자기 중심적 생활 양태들은 우선 실현의 목표를 개인적 차원으로 한정시키며, 또한 인간 관계를 순전히 수단적인 것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사회적 원자주의를 향해 달려나가는 것이다. 그들은 실현을 오직 자아의 것으로만 보고, 그들 자신의 욕구나 열망 너머에 있는 것 - 그것이 역사, 전통, 사회, 자연, 혹은 하느님이락 할지라도 - 에서 오는 요구들을 소홀히 대하거나 혹은 부당한 것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이런 생활 양태는 극단적인 인간 독존주의를 조장하는 것이다.
불안한 현대 사회 - 자기중심적인 현대 문화의 곤경과 이상 p.79., 찰스 테일러 지음, 송영배 옮김
요컨대 우리는 다음고 같이 말할 수 있다. 자기 진실성은 (A)(i) 자신을 발견하는 것만 아니라 자신의 창조와 건설, (ii) 독창성, 그리고 빈번하게 (iii) 사회적 규율들, 심지어 잠재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도덕에 대한 반대조차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보았듯이, 자기 진실성은 (B) (i) 의미 지평에 대한 개방(그렇지 않다면 창조는 자신을 무의미에서 구해 낼 배경을 잃어버리고 만다)과 (ii) 대화를 통한 자기 정의를 요구한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이런 요구들이 서로 긴장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수용될 만하다. 그러나 한 쪽의 요구를 다른 쪽의 요구보다 단적으로 선호하는 것, 말하자면 (B)를 희생하여 (A)만을 높이 평가한다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최신 유행하고 있는 "해체" 이론들이 바로 이런 경우들이다. 그것들은 (B.i)의 요구, 즉 의미 지평의 개방의 문제는 완전히 망각해 버린 채, (A.i)의 요구, 즉 우리를 표현하는 언어의 건설적 창조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우리를 타인과 연결시키는 대화의 틀, 즉 (B.ii)를 망각한 채, (A.iii)의 보다 극단적인 형식에만 집착하며, 창조적 행위가 도덕과 무관하다는 것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왜나하면 이런 해체주으적 철학자들은 자기 진실성의 배경적인 껍데기, 예를 들면 언어의 창조적, 자기 구성적 힘들에 대한 그들의 이해만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불안한 현대 사회 - 자기중심적인 현대 문화의 곤경과 이상 p.89., 찰스 테일러 지음, 송영배 옮김
의미의 지평들이 그만큼 더 미약해진 덤덤한 세계에서 자기 결정의 자유라는 이상은 좀더 강력한 매력을 구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마치 선택에 의하여, 다시 말해 나의 삶을 일종의 자유로운 연습 정도로 여김으로써, 비록 모든 다른의미의 원천들이 없어졌다고 할지라도, 인생의 의미가 주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 그것은 더 나아가서 오로지 인간 독존주의를 강화시키기 때문에 동시에 해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남아 있는 주요한 가치는 선택 그 자체뿐이라는 지점까지 우리를 밀고 가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앞에서 보았듯이, 자기 진실성의 이상과 그와 연관된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인정하려는 윤리 모두를 전적으로 뒤엎는 것이다.
불안한 현대 사회 - 자기중심적인 현대 문화의 곤경과 이상 p.92~93., 찰스 테일러 지음, 송영배 옮김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자기 진실성의 의미를 얻으려는 투쟁이다. 그런 투쟁을 통하여 발전되어 나온 관점에서 우리들은, 자기 실현이란 자기[의 좁은 지평] 너머에 있는 조건을 묻지 않는 [고결한] 인간 관계나 도덕적 요구들을 결단코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그것들을 실제로 요구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설득해야만 하는 것이다. 투쟁은, 찬성이든 반대이든, 자기 진실성을 누르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대한, 즉 그것의 적절한 의미를 정의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불안한 현대 사회 - 자기중심적인 현대 문화의 곤경과 이상 p.96., 찰스 테일러 지음, 송영배 옮김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수북플러스] 3. 깊은숨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북다/책 나눔] 《잠보의 사랑(달달북다12)》 함께 읽어요!<서리북 클럽> 두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여름호(18호) 혼돈 그리고 그 너머[책 증정] <그 남자는 책을 읽었다> 편집자와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인터뷰 ; 누군가를 알게 되는 가장 좋은 방법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읽고 답해요[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그믐클래식] 1월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그믐클래식 2025] 5월, 월든[그믐클래식 2025] 6월, 마담 보바리 [그믐클래식 2025] 7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7월 23일 그믐밤 낭독은 <리어 왕>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수북탐독을 사랑하셨던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우리가 몰랐던 냉전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댓글로 쌓아올린 세포, 아니 서평들
작별하지 않는다도시의 마음불안세대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김영사/책증정] ★편집자와 함께 읽기★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개정증보판》[도서 증정] 내일의 고전 <불새>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1인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와 책읽기[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8) [제발트 읽기] 『이민자들』 같이 읽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리북 클럽> 두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여름호(18호) 혼돈 그리고 그 너머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문풍북클럽의 뒷북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7월의 책 <혼모노>, 성해나, 창비[문풍북클럽] 6월 : 한 달간 시집 한 권 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5월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1,2권>[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4월의 책 <예술도둑>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