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제발트 읽기] 『현기증・감정들』 같이 읽어요

D-29
안녕하세요. 2차시기를 대화하고자 나타났습니다. 현실과 꿈, 환각이 모호한 만큼이나 <외국에서>를 읽고 느낀 저의 인상과 물음들을 펼쳐 보이기가 쉽지 않네요. 정리되지 못한 헛소리의 나열을 펼칠 것 같으니 이해부탁드립니다.
세상에는 참 여러가지 소설이 있고, 지금 읽고 있는 제발트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저도 제가 읽은 것, 감탄한 부분을 다 오롯이 글로써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느끼고 감탄한 바를 정직하게 표현할 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신 혼란 또한 이 책을 통해서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편하지 않을까요? 약간 샛길로 빠지자면 저는 요즘 의류 산업에 관심을 두고 여러가지로 공부해보고 있는데요, 이따금 패션쇼를 보면 '왜 저렇게 우스꽝스러운 옷을 만들지?' 싶고 집중도 안 될 때가 있잖아요. 하지만 그 분야에 좋아하고 깊이 아는 사람의 눈에는 여러가지가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지금 이 소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봅니다. 사실 우리가 아는 소설의 세계는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되는 계기 정도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해보면, 뭔가 조금씩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왜 이런 방식으로 산문을 전개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제 생각은 이러합니다. 제발트는 2차 세계대전이 거의 끝나갈 시기에, 그러니까 독일 전역에 패망의 기운이 드리워졌을 시기에 태어난 세대이며, 전범국으로서 전후 독일의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유년을 보낸 작가입니다. 이후 모임에서 읽을 계획인 『캄포 산토』라는 산문집에 보면, "표현력을 모조리 마비시키는 경험들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적 형식을 찾아"내려고 한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아마 제발트가 이런 방식으로 산문을 쓴 데는 독일 바깥을 떠돌던 망명자이면서, 망명국의 언어가 아닌 독일어로 글을 썼던 제발트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 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요약하자면, 제발트는 기존의 익숙하고도 관성적인 언어나 서사 구축 방식과 단호히 결별함으로써 저나름으로 외부인의 시선에서 독일을 반성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제 추측이고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적해주셔도 좋아요.
2차 시기 시작에 앞서 적어주신 인상깊은 구절 역시 저도 인상적이었는데요. ‘나는 잠이 든 채로 그날 이후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어떤 풍경을 보았다’ 라는 구절 때문이었습니다. 화자는 여행을 하며 수많은 풍경들을 관찰하고, 경험을 하지만 그가 그런 행위 속에서 표현한 최대치는 <xx이 ‘한동안’ (기억에)남아있었다.> 정도입니다. 그가 여행을 통해 평생 기억하게 되는 것이 여행에서 보고 겪는 일이 아닌 꿈이라는 점이 이 장에서 눈에 띄게 다가오더군요. 이 꿈 이외에 다른 꿈들 역시 마치 화자가 깨어있을 때 겪는 감각의 결과물처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 아무 생각없이 읽다보면 꿈을 기술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헤메게 되더군요.
꿈 뿐만 아니라 종종 등장하는 환각은 실제와의 구분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종종 등장… 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사실 어떤 것이 환각인지 실제인지는 더 이상 저는 파악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화자가 ‘확실하게 붙잡고자 하는 장면들의 테두리는 점점 희미해졌고, 머릿속에 피어나는 모종의 생각들은 내가 채 인식하기도 전해 와해되었다(37-38p)’, ‘지금 내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상에 있는 것인지 그 너머 다른 세계를 서성이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었다. (중략) 밀라노라는 어휘가 배어 있는 모든 장소는 내게 무기력 상태의 비통한 반영, 그 이상 어떤 것도 아니었다(p113).’ 처럼 저 역시도 읽어가면서 같은 상태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 거렸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을 확실히 떠난 이들이 스쳐지나가는 것과 카프카의 청소년기를 닮은 쌍둥이 형제들. 화자를 쫓는 두 남자.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어 좀 더 책을 읽어가고 싶습니다. 앞서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에서 마담 게라드니와 벨이 함께 본 은색 단추가 달린 검은 옷차림의 두 남자가 들것을 운반 중이고, 들것은 커다란 꽃무늬의 천으로 덮여 있던 그 모습을 화자 역시 보았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화자가 여행을 하며 ’보았다‘고 표현하는 모든 일이 다시 말해 ‘현재’가 과거로부터 왜곡되고 편집되기도 했을 경험과, 어딘가로 부터 읽어내고 익힌 장면들의 재현은 아닐까 싶어지더군요.
무튼 저는 무언가를 제대로 읽어가고 있는건지? 의문 속에서 몽롱한 기분으로 읽어갔기 때문에 많은 말들을 적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서 저자가 벨과 벨의 작품 속 화자를 의도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서술했다는 점과 <외국에서>에서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이 말하는 것과 같은 서술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역시도 저는 유념해서 읽어가지 못한 부분이라 더 이야기 해주셨으면 하고 바라 봅니다.
예컨대 소설에서 '나'라고 쓴다고 해서 그것을 '소설가'라고 단번에 지칭할 수는 없습니다. 마치 영화에서 감정을 배설하듯이 말하는 주인공을 내세운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 시나리오 작가의 말이거나 감독의 감정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그래서 모든 소설에서는 '화자'라는 개념을 내세우고 그것을 소설가와 명확하게 구분하고, 소설가들은 이러한 층위를 무척 예민하게 인지하고 활용합니다. 그런데도 본문에서 제발트로 추측되는 화자는 (앞서 말한 '층위' 같은 건 전혀 모른다는 듯이) '앙리 벨'이라는 실존 인물이 쓴 소설 속 주인공을 '벨'이라고 부르고, 비슷하게 여러 소설에 등장하는 여성인물을 모두 '마담 게라르디'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섞이면 안 되는 작가-화자-인물 같은 층위가 뭉개지고 있는 것처럼 저는 읽었습니다. 하나 더, 더욱 재밌는 점은 후대 사람들의 추측에 따르면 앙리 벨은 작가 스탕달이라는 실존인물인 반면 '마담 게라르디'는 실존인물이 아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체 구조를 보면, 현실의 청년 '앙리 벨'이 작가 '스탕달'이 되어서 '마담 게라르디'와 만나는 이야기가 되는 이상한 방식의 혼동이 일어납니다. 한발 멀리서 보면, 이상하고도 괴이한 에피소드처럼 읽힙니다. 그리고 그렇게 읽히도록 본문이 서술되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제발트에 대해 찾아봤더니 "제발트는 주로 폐허, 잔해, 황량, 망각, 쇠락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혹은 곧 사라질,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어떤 것들에 대한 독백 같은 것들이다. 어차피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의 궁극적인 미래는 결국 소실이거나 망각의 대상이다." 이렇게 나오네요. 독일의 작가군요. 저한테는 좀 어려운 책 같이 느껴지지만 그믐 덕분에 알게 되어 흥미로움을 느끼고 갑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차 시기 끝 ~⟨외국에서⟩] 어제 저녁은 너무 피곤해서 바로 곯아떨어져서 하루 늦게 올립니다. 2부는 제발트로 추정되는 '나'의 여행기입니다. 도입부에서도 보듯이 오늘날 사람들이 떠나는 관광으로서 여행과는 그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삶의 장소를 바꿈으로써 인생의 불운한 시기를 극복해보려는 희망 때문이었다"(35쪽)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정말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지만, 더 다양한 감상은 각자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제가 흥미롭게 읽은 내용에 대해서만 얘기하겠습니다. 저는 2부로 어떤 표현 불가능한 것을 표현하고 포착하려는 '나'의 여행기이자 실패기로 읽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카프카 박사의 행적을 좇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정확히 무얼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지금도 선명히 기억할 수 있는 사실은, 그때 순간적으로 갑자기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113쪽)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정처없이 떠도는 것처럼 보입니다. 뚜렷한 목적이 있고 보아야만 하는 목록을 리스트업하는 '관광'과 달리 '나'는 자주 길을 잃고 예리한 출혈과 같은 현기증을 느끼며, 이따금 망자들을 보기도 합니다. 그 점에서 제발트의 여행기는 역설적이게도 반광광적인 모습을 띱니다. '나'는 어디서도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고 불편함을 느끼며 주변으로부터 유리된 듯한 낯선 고양감을 느끼면서도, 이 낯섦이 어디로부터 연유하는 감정인지 스스로 명확히 이해하지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합니다. “호텔 테라스에서 요란한 음악 소리를 배경으로 대부분 잔뜩 술에 취한 투숙객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떠들고 있었는데, 말소리를 들어보니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하필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슈바벤, 프랑켄, 바이에른 말투가 한데 뒤엉킨 그것은 맨정신으로는 차마 들어줄 수 없는 조야하고 난잡한 내용들이었는데, 이들이 사용하는 사투리의 조심성 없고 잘난 척하는 억양 자체도 역겨웠지만 고국에서 온 한 떼의 젊은 남자들이 서로 침을 튀겨가며 누설하고 있는 저급한 사고방식과 말도 안 되는 발언들을 계속 듣고 있어야 하는 것은 정말이지 고문에 가까운 고통이었다." (92쪽) 결과적으로 '나'는 계속해서 만나는 사람에게 자신이 느낀 이상한 감정을 설득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지만, 설득에는 실패합니다. 카프카를 닮은 아이의 부모에게 가서 제발 아이의 유년 사진을 자신의 집 주소로 보내달라고 하지만 왜 그래야만 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서 소아성애자로 몰리기도 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숙박업소의 실수로 여권을 잃어버린 후에 독일 영사관에 가던 도중에 들른 호텔에서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난감해합니다. "그렇게 설명을 되풀이 하다보니 그것은 나 스스로에게도 어딘지 믿기 어려운 의심스러운 이야기로만 들렸다"(108쪽)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7년 전에 베로나의 밤을 회상하면서, 이제는 폐업한 레스토랑 앞에서 문득 폐업한 가게의 전경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충동을 느끼지만 옆집의 사진관에 들어가서 사진 한 장만 찍어달라는 사진사에게는 욕지거리를 듣습니다. 겨우 주변을 지나던 관광객 부부에게 얼마 정도 돈을 쥐여주고 나서야 사진을 얻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불신의 눈초리를 받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계속해서 신문을 보거나 주변 사람들을 관찰합니다. 이렇듯 2부는 여행기가 아니라 일종의 내적 망명기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이로써 2부가 끝났습니다. 차차 계속해서 얘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3차 시기 시작 ~⟨K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3부를 읽습니다. 1부와 비슷하게, 또 2부에서 보았듯이 'K박사'는 프란츠 카프카를 의미하지만 K박사가 카프카라는 사실을 모르더라도 3부를 감상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면 제가 인상적으로 읽은 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3부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침대에서 괜히 이리저리 뒤척이고, 머리를 냉찜질하다, 한참 동안 창가에 서서 골목길을 내려다보면서, 자신이 몇 층만 더 아래쪽에 있기를, 지금 흙속에 누워 있기를 소망한다. 그 일은 불가능하다, 라고 그는 며칠 뒤 일기에 쓴다. 단 한 번뿐인 삶을 한 여인과 살면서 보내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각자가 자유로이, 각자가 독립적으로, 공식적으로 그리고 실제로 결혼하지 않고, 오직 함께하기만 하는 일이, 남자들의 우정에서 단 한 발자국이라도 넘어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왜냐하면 명확히 정해진 경계 너머 자리에서 거대한 발이 지키고 서 있다가 그를 짓밟아버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쓴다. ⏤136쪽.
화제로 지정된 대화
[#3차 시기 끝 ~⟨K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 안녕하세요? 어쩌다 보니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3부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일전에 K박사가 카프카라는 사실을 모르더라도 책을 읽어나가는 데 큰 지장은 없다고 했지만, 사실 읽다 보면 카프카를 신경쓰지 않고서 3부를 읽기란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부는 카프카의 여행기를 서술하고 있으며, 3부에 이르러서야 1부와 2부의 연결성이 드러납니다. 어찌보면 3부는 위치상으로는 1, 2부 다음에 오지만 1부와 2부를 중간에서 이어주는 서사적 가교 역할을 합니다. 2부에서 '나'가 데산차노 역에서 '사냥꾼'이라고 씌인 낙서에 "그라쿠스"라고 써 넣음으로써 그제껏 '나'의 여행기를 카프카의 그것으로 소급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카프카의 단편 '사냥꾼 그라쿠스'를 읽어보면, 비로소 1부와 2부에 그냥 스치듯이 지나가는 디테일들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감상법이 될 수 있겠네요. 제가 흥미롭게 생각한 점은 제발트 본인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그가 '아우슈비츠 작가'로 불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프리모 레비의 작품들과는 그 스탠스가 완전히 다릅니다. 레비가 비극의 '당사자'로서 일종의 후일담 문학의 형식으로 비극을 서술했다면, 제발트는 엄밀히 얘기해서 사건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비극적인 사건을 직접 겪은 이는 당사자성을 기반으로 좀더 수월케 스스로 윤리성을 획득할 수 있지만, 아우슈비츠 이후에 전후 독일의 경제발전 시기에 태어난 제발트는 레비와 같은 당사자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제발트의 글쓰기가 끊임없이 무언가의 주위를 배회하고 서성이는 듯한 포즈를 취하는 이유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스스로도 왜 걷는지 잘 모르고 또 자신이 무엇의 주위를 배회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명확히 드러나 있다고도 할 수 없고요. 그건 아마 독일인으로 태어났지만 독일인과 거리를 둔 채 타국에서 수십년 간 독일어로 글을 썼던 제발트의 삶과 무관하지 않겠죠. 이러한 글쓰기는 『현기증・감정들』에 나오는 스탕달과 카프카의 생전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카프카는 유대계 체코인으로 태어났지만 어려서부터 독일식 교육을 받은 전형적인 경계인으로서, 카프카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 대한 억눌린 분노와 소외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작품을 조금만 읽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제발트는 스탕달과 카프카의 삶의 궤적 위에 자신의 삶을 포개놓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일단 감상은 이정도로 마치기로 하고, 진도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는 열어두겠습니다. 이로써 3부가 종료되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추가합니다. 『현기증・감정들』을 소설이라고 불렀던 것에 대해서 늘 약간의 찜찜함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소설'이라고 부를 때 얼른 떠오르는 몇 가지 통념과 제발트의 글들은 부합하지 않습니다. 제발트는 자신의 작품을 '소설(Roman)'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산문 픽션(Prose fiction)이라고 부르고자 했다고 합니다. 오늘 심심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다가 이경진 평론가의 ⟨제발트의 다섯 가지 산문⟩이라는 작가론을 읽으면서 알게 된 내용입니다. 이는 한자어인 散文의 본의와 잘 들어맞습니다. '散'은 '흩다'(한데 모여 있던 것을 따로 떨어지게 하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정말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흔히 글이라고 하면 하나의 주제를 향해서 소실점을 형성하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제발트의 글은 그 정반대가 연상되니까요. 어떤 텅 빈 중심의 주변을 배회하기, 마구 흩어지기, 목적도 없이 정처도 없이 멤돌기. 이런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산문 픽션'이라는 다소 복잡한 이 명명은 소설과 에세이를 각각 겨냥하고 있다. 즉 산문이면서 픽션인 것은 종래의 장르론에서 보면 '소설'밖에 없는데 제발트는 자신의 작품을 소설과 구분짓기 위해 '산문 픽션'이라고 이름지은 것이다. 또한 제발트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 에세이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에세이는 논픽션 장르에 속하므로 제발트는 '산문'에 굳이 '픽션'이란 개념을 덧붙임으로써 자신의 작품을 에세이와도 구분지으려 한 것이다."⏤⟨제밡트의 다섯 가지 산문⟩
화제로 지정된 대화
[#4차 시기 시작 ~⟨귀향⟩] 남은 9일 동안 4부를 읽겠습니다. 제가 인상적으로 읽은 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4부 시작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모임은 25일 자정에 종료됩니다.
그 일뿐만 아니라 때때로 어떤 특정한 사물이나 광경을 마주하면 큰 감동의 물결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데, 도대체 어떤 점이 감정을 그토록 뒤흔드는 것인지 스스로도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가 탄 버스는 점점 더 높이 올라갔다. 산비탈에는 낙엽송들의 눈부신 색채가 불꽃처럼 현란했으며 산 정상에서 꽤 낮은 아래쪽 지역까지 눈이 내렸던 흔적이 있었다. 버스는 페른파스 협로를 가로질러 달렸다. 바윗돌로 이루어진 산비탈이 무너질 때마다 마치 머리카락 사이를 파고드는 손가락처럼 아래쪽 숲속에 쑥쑥 떨어져 박히는 낙석들이 놀라웠으며, 물안개에 싸인 채 희미하고 느릿하게, 적어도 내가 알아차릴 수 있는 한에서는 전혀 형체의 변화 없이 절벽 위에서 낙하하고 있는 시냇물도 마찬가지였다. 급커브 길목에서 버스가 몸체를 돌릴 때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까마득한 협곡을 내려다보았는데, 계곡 아래에는 어린 시절 우리 가족이 운전기사 괼이 모는 170 디젤 자동차를 타고 처음 티롤 지방으로 소풍을 왔던 날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의 완전한 결정체로 내게 각인되었던 페른슈타인의 호수와 사마랑거 호수가 암녹색 수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167-168쪽.
안녕하세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군요. <K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이 읽어간 장 중 가장 마음에 들었음에도 감상을 남기진 않았네요. 다음장을 읽어야겠단 마음에 별다른 생각을 두지 않아 적어두신 댓글만 읽어보았습니다.
귀향을 읽어가면서 왜 귀향일까 의문을 품으며 읽어갔습니다. 사실과 기억의 불일치와 모호함이 귀향의 과정을 통해 유년시절 기억을 더듬어 나가며 이를 극대화 하는 것일까 싶었습니다. 귀향을 통해 만나거나 떠올리는 여러 인물들이(특히 람보우세크 박사) 스탕달, 카프카, 제발트 자신을 겹쳐놓는 것과 다르지 않은 같은 궤에 놓인 사람들이(자신이 속한 공간 혹은 시대에 소외된) 아닌가 싶더군요. 그의 시선이 닿는 인물들은 ’구석구석 깔끔하게 치워지고 반듯하게 정돈된 땅 독일, 모든 것이 어딘지 모르게 불쾌한 방식으로 평화로우면서도 마취된 듯이 무감각해보인‘ 을 느낄 수 있는, 즉 현기증을 느낄 수 있는 이들이 겠죠.
읽어가며 교차하는 지점들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 채로 책을 다소 버겁게 읽어간 점이 아쉬웠습니다. 가령 책에 등장하는 여러 그림들과 기록들에 대해서도 무언가 계속 놓쳐버리고 읽고 있다는 생각을 멈추기 어렵더군요.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은 어느 책을 읽든 그렇지 않나 싶어요. 어떤 의미나 주제를 읽어내야겠다는 접근보다는 작가가 펼쳐보여주는 풍경을 느긋하게감상하듯이 읽으면 더 좋으리라고 봅니다. 그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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