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율님의 대화: 그러고보면 [탄핵의 딜레마]에서 탄핵의 결정 요인 중 하나가 '시민들이 권력자의 잘못에 대해 얼마나 강하게 분노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라는 점도 인상 깊습니다. 저는 막연히 사법 체계는 여론이나 국민 정서와 상관없이 그들만의 내재적인 의사 결정 과정이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오히려 수많은 시민들의 분노가 과연 의미 있을지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탄핵의 딜레마] 편을 읽으면서 답답했던 심정이 해소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탄핵의 딜레마] 31쪽에 아래 문단도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이행은 정당이 아니라 운동이 주도한 결과 대중의 행동, 즉 대규모 시위 등을 통해 확인되는 대중의 동의가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것은 당파성을 지닌 탄핵이 대중적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이번 서리북 17호 주제가 저에게 의미있는 지점은 완연히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혹은 '절대적으로 시스템화되어 개인이 손댈 수 없는 어떤 것'에 가깝게 생각했던 법률, 법 제정의 역사와 사례를 다양하게 접하면서 사법 체계 역시 생동하는, 계속해서 변할 수 있고 그래서 관심과 참여, 감시가 필요한 분야라는 걸 실감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31쪽 발췌부분 감동적이죠? 탄핵이 당파싸움으로 오용될 수 있는 부분을 좀 더 민주적인 절차로 지켜주는 것이 대중이라니! 저도 사회운동을 하면서 속히 "힘없는" 시민들의 이런 활동들이 얼마나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회의가 들기도 했는데, 우리는 권력층에 비해 수가 많아 다수가 모이면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문구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