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f님의 대화: 〈탄핵의 딜레마: 민주주의를 지키는 도구인가, 정치를 위협하는 제도인가〉
> 우리는 민주공화국을 지탱하는 서로 다른 이해를 갖는 집단의 사회적 합의 절차로서 정치를 없애고 극단적 대립과 헌법 기구 자체를 부정하는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글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이 대화와 타협, 법치주의의 존중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선 대화와 타협을 볼 수 없고 절제, 자제를 몰라 자신이 가진 힘을 남김 없이 모두 사용합니다. 대화와 타협이 없으니 논의는 항상 법원으로 향하고, 그로 인해 선출되지 않은 법률가들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 곳에 '민주'란 단어는 설 곳이 없습니다.
> 작금의 탄핵 정국이 단순히 한 권력자의 축출 여부를 넘어, 민주적 헌정 질서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헌법재판관은 기다림에 지친 시민들의 아우성을 견디면서도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국론의 분열을 막기 위함이었다 합니다. https://youtu.be/5_OBuTLDPmE?si=GUKo8TrtKTfaO8Wm 그러나 여전히 우린 갈라져있고 일상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를 상처주려 애씁니다. 타인을 존중하며 자제와 절제로 합의에 이르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건 정치인들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기도 합니다.
@illef
한국에서는 민주화 이후 직선제로 선출된 대통령 중에 탄핵된 대통령이 3명이나 되죠. 모두 여소야대 국면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런 국면에서는 늘 대통령과 의회가 대립하게 되어, 탄핵은 (헌정 질서를 유지하지 않고 협치하지 않는 대통령에 대한) 위협의 무기(도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글에서 보니, 페루는 2016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대통령 세 명이 탄핵되거나 사임했고, 탄핵 시도가 최소 다섯 차례 있었고, 여섯 명의 대통령이 재임했는데 이 중 선출된 이는 단 두 명뿐이라 합니다. 이게 가능했던 상황이 있는데요. 페루 정당 정치의 취약성 때문이라고 해요. 또, 의회는 대통령을 '도덕적 무능력'이란 헌법 조항의 모호성을 이용해 탄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리 되면, 의회의 찬탄파가 다수면, 어떤 이유를 들어도 '도덕적 무능력'의 올가미를 씌울 수가 있었던 거죠. (스티븐 레비츠키의 2003년 저서가 페루의 정치 상황을 다룬 책입니다. 그런데, 최근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를 읽으셔도 좋습니다.)
사실 이철희의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의 서문에서 발견한 '탄핵 민주주의'라는 낱말에 대해 저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그다지 적절한 개념어인 것 같지도 않고요. 탄핵을 상수로 놓고 정쟁화하는 상황을 한편에서 좋게 부르는 이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자(이철희)와 평자(이용우) 모두 탄핵이 정쟁화되어 민주적 절차가 약화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탄핵 민주주의’는 탄핵이 정당 간 대립이나 권력 투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정치적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국민의 정치적 분열을 가져온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갈등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는 시스템이지만 탄핵이 일상화되면 민주적 절차가 약화된다. 나아가 선거를 통해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정치적 도구로 박탈하려는 시도가 되어 선거 제도의 정당성을 훼손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국민은 정치 체계에 대한 신뢰를 잃고,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게 된다. 특히 여기서 우리는 탄핵이 일상화될 때 당파성이 심화되고 탄핵 심판을 담당하는 헌법 기관도 당파성에 오염되어 사회 갈등을 더욱 심화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서리북, 34쪽)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소수 의견(탄핵을 일상화하지 않고 타협했었어야 한다)에 귀기울였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illef 님 말처럼 타인을 존중하며 자제와 절제로 합의에 이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음, 저는, 저의 견해는요. 음. 그런데....
저자(이철희)가 미국 하원의 탄핵 안내서의 글을 인용해서, "탄핵은 처벌이 아니라, 헌정 질서의 회복"이라고 한 대목에 대해, 저는 국민이 직접 탄핵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맴매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