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ef님의 대화: 덕분에 이 글을 먼저 읽게 되었네요 ㅎㅎ
〈멋진 구 세계: 우리는 잃어버린 똥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을까〉
수세식 화장실의 발명으로 똥을 하수구로 밀어냅니다. 이 행동을 "자연과 사회를 분리하지 않으며 문제를 끌어안고 끙끙대면서 해법을 고민하는 대신에, ⋯⋯ 문제를 단칼에 잘라내 버리려고 한다" 로 설명한 게 흥미롭네요. "생명체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기 배설물을 강과 바다에 흘려보내고 있다" 는 말도 재미있습니다. 과거에 문제가 아닌 것이 문제가 되었고, 그 문제를 다른 곳으로 치워버린 것을 해결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 교양 과학서라는 책의 장르적 특성도 한몫한다. 교양 과학서에서는 과학적 사실과 해석에 내재한 불확실성과 이를 둘러싼 논쟁을 입체적으로 소개하는 일이 쉽지 않다.
이 문장과 그 뒤에 나오는 서술도 눈이 갑니다. 교양서는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에 깊이에는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야 하기에 흥미롭고, 이해하기 쉬운 측면만을 다루는 경향도 분명히 있구요.
교양서가 흥미로운 지식에 대한 전달에 만족하지 않고,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으로, 나아가 실천 방식에 대한 고민으로 독자를 유도하는 건 ... 요즘같이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적한 시간에는 쉽지 않은 과제일 것 같습니다.
네. 브린 넬슨의 책 <똥>은 학문적 연구 논문이나 전문 학계 담론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과학적 사실과 사회적 맥락을 쉽게 풀어 쓴 과학 교양서입니다. 함께 읽기로 저자가 소개한 책 『똥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진지하게』(로즈 조지 지음, 하인해 옮김, 카라칼, 2020)는 공중 보건, 위생, 인권 문제 등을 다룬 사회 고발 르포르타주이고, 또 다른 책 『북경 똥장수』(신규환 지음, 푸른역사, 2014)는 도시 위생을 다룬 도시사 연구서라고 볼 수 있는데, 학술 도서이면서도 대중 독자도 읽기 어렵지 않게 구성돼 있다고 합니다.
세 권의 책 중에서 고르라면, 저는 <똥>보다는 <북경 똥장수>가 흥미롭겠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