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1.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D-29
대화들을 읽다보니, 여동생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어릴때는 나무를 보면, 두 눈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까지 나무가 꽉 들어차버린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어른이 되고나서는 나무만 보이는게 아니라 나무 주변이 같이 눈에 들어오더라는 겁니다. 물론 후자가 나쁜건 아니지만, 가끔씩은 어릴때처럼 무언가에 탁 집중하고 거기에 몰입했던 자신이 그리워질때가 있더래요. 스마트폰 뿐만아니라.. 각종 기술의 발전으로 아마도 저의 여동생이 느꼈던 어린시절이, 앞으로 사람들에게 점점 더 짧아지겠죠? 뭔가에 취한듯이 평생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런 삶도 하나의 삶이기에 제가 감히 뭐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음.. 왠지 요즘 사람들은 어떠한 경계에 서 있는것 같아요. 잊고 싶지 않은 아날로그적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남아있는것 같거든요. 그들이 다 죽어버린다면? 어쩔 수 없이 잊혀지게 될까요? 아니면 새로운 아날로그스러움이 탄생할까요? 만약 새로운 아날로그스러움이 생겨나게 된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떤 상황이 닥치든 무언가 중요한것을 잊지 않고 찾을 줄 아는 그런 존재임이 증명되는 걸까요.. 한번도 살아보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과연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건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저는 제가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을 성인으로서 경험해 봤고, 그 경험이 무척 소중하다고 보거든요. 질문과 응답 사이의 시간이 때로 사람을 키운다고 봅니다. 그런가 하면 저는 전화가 없는 시대는 겪어 보지 못했는데, 어쩌면 그리움에 대한 이해도나 감각은 그만큼 앞선 세대보다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릴때 비싸고 엔틱한건 아니지만, 아빠가 쪼그만 화면이 있는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셔서 저도 그걸 꽤 타닥타닥 쳐보았어요. 그리고나니 집에 모니터가 뚱뚱한 컴퓨터가 생기고 제가 아직 어렸어서 잘은 모르지만 PC통신이 뭔지 보기는 했어요. 그러다가 인터넷이 들어오고.. 지금까지..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쭉~ 기기들의 변화와 함께 한 인생같아요. 아빠를 상상해보면요, 회사에 들어갔는데 계속 새로운게 생기니까 교육받고 또 교육받고, 그렇게 평생을 보내셨던거 같아요. 지금의 아기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아이패드가 있고 유투브를 보잖아요. 정말 다른 세계관을 지닌 인생이 될 수 밖에 없을것 같아요. 지금 40-50대분들이 그리워하는 시대를 신원호 피디님 같은 분들이 드라마로 만들어주고 그런 드라마들이 대박이 나고..(응답하라 시리즈 라던가, 슬기로운 **생활 이라던가) 뭔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나면, 그때는 내가 모르는 또다른 세상이 펼쳐지겠죠? 참 신기한것 같아요.
탈진실의 시대가 극단적으로 가면 도달하는 세계가 작가님이 그리신 세계가 되겠군요. 서로 각자의 세상에서, 상대방의 이야기는 내 마음대로 변환해서 좋은 말로만, 듣고 싶은 말로만 듣는. 사실 어떤 사람과 대화하면서 아, 이 분은 내 말을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대로,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골라서 듣고 있구나..하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더 힘을 쏟아서 그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면, 요즘에는 결국 바뀌지 않을텐데 왜 에너지를 낭비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더 많죠. 아마, 에이전트가 없더라도 알고리즘과 필터 버블로 인하여 소통이 힘든, 각자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시대가 이미 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뜬금없을 수 있지만.. 저의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아이들에게 "사람 때리면 안된다"라고 말해주고, 또 말해주고, 더 말해주고, 계속 말해줘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뭐랄까.. 아무리 불통의 시대라도, 꼭 상대에게 전달되어야하는 그런것들은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문득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맞아요. 꼭 알아야 할 진실, 반드시 전해져야 할 가치들이 있죠. 그래서 아동보호국에서 나온 거겠죠? 디지털 네이티브에, 지금도 게임을 즐기고 있는 아이를 생각하면, 그래도 책을 읽어서 다행이라고 위안하고 있습니다.
저의 동생들을 보면, 게임도 엄청하고 영상도 보고 만화책도 보지만, 책도 엄청 봐요. 아마.. 재미있는 것을 찾을 줄 아는 아이들? 사람? 이라면? 책의 재미, 놓치지 못할거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죠? 지금도 이미 그런 시대가 거의 온 것 같은데, 10년 뒤, 20년 뒤 사회가 파편화된 정도는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안 갑니다. 아무런 신기술이 등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원자화될 거 같습니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쓸 때도 반쯤은 정치풍자물이라고 생각하면서 썼어요.
안녕하세요, 모두 잘 아는 사람들의 모임에 온 듯 하네요, 사실 인사는 처음이 지만 ,여하튼 반갑습니다 모두들 , 오늘 책걸상 필통 받고 하하하 빵 터졌습니다 (받은 분들은 아시죠....), 주문한 책이 배송이 아직 이라 오면 열심히 읽고 참여 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책걸상 추천하는 책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여기서 감사 인사합니다 , 제가 많이 부끄럼쟁이라 여기서 인사하네요.
pyomom님! 필통 받고 빵터진 1인, 여기 또 있습니다 ^^ 앞으로 자주 뵈어요!
분량이 매우 짧아서 정말 빠르게 읽고 왔어요. 근미래에 있음직한 일들을, 우리가 충분히 감각할 수 있는 비유를 통해 전달하는 탁월함! "에이전트를 두 시간 이상 계속 사용하지 말고 종종 세상을 있는 그대로 즐겨야 한다고 의사와 종교인들이 조언하는 건 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의사들은 다들 중증 에이전트 중독자들이다." / "공무원들이 만드는 게 다 이렇지, 뭐." 이 두 대목에서 탄성을 지르면서 읽었습니다. 세경 씨... 아니, 장작가 님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요. ㅋㅋ
으핫핫 감사합니다. 근처에 술 담배 잘하시는 의사 선생님들이 있어서 딱 그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정부 소프트웨어는 써보신 분들은 다 그 품질을 아실 거고... 이런 서술을 저는 현실감을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끌어오려는 편인데, 외국 독자나 미래의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습니다.
PC통신부터 경험한 80년대생으로서, 처음엔 '아무렴 이렇게까지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온갖 디바이스가 발달한 시대에 태어나보지는 않았으니까 함부로 말할 수 없겠다 싶기도 합니다. 음식 배달만 생각해도 이제 낯선 사람과 목소리를 섞을 일조차 없게 된 걸 보면, 확실히 최근 세대들이 과거에 비해 현실 감각을 체득하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거든요. 다소 엉뚱한 결론이지만, 저는 소설에 등장하는 '에이전트' 혹은 그 기기의 '채도'가 현실 왜곡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발달하기 어렵다는 데 희망을 걸어볼까 합니다. 입체적인 감각 정보를 저 정도 수준으로 '충분히' 정밀하게 실시간으로 변환한다는 게 상상처럼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 사이에 장작가님 소설과 같은 날카로운 문제 제기와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와야 하겠구요. 남들보다 한 발 먼저 문제를 제기해 주셔서 (그것도 이렇게 재미난 소설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요즘 쓰는 단편소설이 자율주행차에 대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자율주행차 개발사들이 하나 둘씩 요즘 손을 드는 분위기더라고요. 쉽지 않은 모양이고, 아마 뭐가 쉽고 뭐가 쉽지 않은지 예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듯합니다. 에이전트 기술은 제발 개발하기 어렵기를 빕니다. ㅠ.ㅠ
한호흡으로 단숨에 읽어버렸습니다. 마셜맥루한의 미디어는 신체의 연장이란 말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이제 미디어는 신체의 연장이 아니라, 인간이 미디어의 부속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보고 싶어하는 세상, 나아보이는 세상에서 눈을 못 떼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기도 하네요. 확증편향, 보고 싶어하다 끌려가는 알고리즘을 끊기 위해,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의 보고 싶기도 하고, 보고 싶지 않기도 한, 그러나 아주 중요한 시선들이 교차되고 이야기 나눠야 할 거 같습니다. 그뭄에서도 함께 하는 아웃풋 독서처럼요.
혹시 '내가 확증편향에 빠져 있구나' 하고 느끼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믐이 잘 될 거 같다는 생각 자체가 김혜정 그믐 대표와 저의 확증편향 아닌가 근심이 드네요. ㅎㅎㅎ
확증편향, 구글에 찾아보니까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 이렇게 나오네요. 음.. 과거의 저는 "확증편향"이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계기가 있었고, 그걸 통해 저 자신이 많이 바뀌게 되어서, 지금은 "확증편향"적이지 않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향하는 것을 따라가고 싶어하는 것은 분명히 있는것 같습니다. 그믐은? 결국 대박났으면 좋겠지만 ㅋㅋ 결과야 알수없는거고.. 그렇다면? 일단 현재 저는 그믐이 있어서 너무너무 좋습니다! ^^
왠지 머지않아.. 나의 몸에 바코드가 박히거나.. 손등 갖다대면 버스 지하철 다 탈 수 있고..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 그냥 한번 상상해봅니다.
그런데 저는 손등에 바코드 심는 정도는 할 거 같습니다. "한 장의 카드를 대주십시오" 메시지 들을 때마다 짜증납니다. 들고 다녀야 하는 게 뭐 그리 많은지... ㅎㅎㅎ
에이전트라는 이름도 그렇지만 저는 제목도 약간 망설였어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라는 제목이 좀 평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출판사 편집부에서 그 제목이 딱이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귀가 얇아서 그 말씀에 넘어갔습니다. 한편 "싶어하는"은 사실 "싶어 하는"으로 띄어쓰는 게 맞다고 하는데, 그건 너무 어색해서 그냥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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