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D-29
어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고요, 온라인으로나마 @김새섬 님, 얼굴 뵈어서 좋았습니다^^
정적 암살이라는 혼탁한 정치판의 한가운데, 심지어 모든 도덕과 율법이 파괴된 전쟁의 한복판에서조차 도덕적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부정과 철저히 결별할 것을 고집하는 브루투스의 도덕적 이상주의가, 영국에서 돌아오기 전 햄릿이 보이는 절대적 순수에 대한 집착과 그로 말미암은 현실에 대한 구토증, 우울증으로 구체화되고 심화되었다는 측면에서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와 <햄릿>은 그 유사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복수를 위해 부친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군중을 대상으로 자극적인 연설을 하는 시저의 양자 안토니의 현실 정치적 수완은 난관을 기회로 바꾸는 클로디우스의 정치적 수완과 흡사하다. 비록 선왕을 살해하고 권좌에 오른 인물이지만 노르웨이와의 전쟁 위기를 외교로 해결한 점과 아버지의 복수를 외치며 반란을 꾀하는 레어티즈의 분노를 교묘하게 햄릿에게 돌린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클로디우스는 현실 정치에 매우 능란한 왕이다. 클로디우스는 선왕의 서거 직후에 그 왕비였던 거트루드를 아내로 취하고 서른이 다 된 왕세자를 무시한 채 권좌에 오른다. 이는 그가 필연적으로 정통성 시비라는 정치적 위기와 내부의 불안정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는 노르웨이와의 전쟁 대비를 명분으로 세금 징수를 강화하고 전쟁 물자를 수입함으로써, 또 백성들에게는 밤낮으로 무기를 제조하게 만듦으로써 국가적 위기의식을 조장한다. 정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를 백성들에게 박탈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노르웨이의 노왕에게 사신을 보내, 내정의 수단일 뿐인 전쟁이 실질적인 위기로 발전하지 않도록 처리할 만큼 책략에 능한 면모를 보인다.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클로디어스의 패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정말 형인 왕이 죽었다 하더라도 성인인 세자가 있는데 정통성 문제 제기 없이 동생이 왕위에 올랐다는 것부터 그의 정치적 행보가 놀랍습니다 2025년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 비해 상당히 노련한 정치가였던 것 같아요 ㅎㅎ
<햄릿>은 서구 문학사의 모나리자 혹은 스핑크스라 불릴 만큼 삶의 여러 문제들을 의문문의 형식으로 제기하는 작품이다. 한밤중의 망루 위에서 파수병이 던진 "서라, 거기 누구냐?" 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나는 덴마크 사람 햄릿이다" 를 거쳐 "살아 있었다면, 훌륭한 왕이 되었을 인물" 이라는 정체성의 규명으로 끝난다. 이렇듯 작품의 흐름 자체가 이미 존재에 대한 탐구를 시종일관 제기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의문문으로 시작된 이 존재 탐구의 여정은 죽음, 도덕적 양심의 문제, 연극과 연기술, 복수와 그 정당성 여부, 신의 뜻, 인간의 의지와 운명의 힘, 궁정 정치의 모습들, 부권과 여성의 성적 억압, 전쟁과 진정한 용기 등 다양한 문제들을 동반한다. 물론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작품 속에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극의 세계라는 언어적 구조물에 대한 독자나 관객의 동참과 공감적 상상력으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감으로써, 그 해답의 단초만큼은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햄릿>이라는 작품이 품고 있는 수수께끼와 복합적인 삶의 문제는, 주인공의 정신적 고뇌와 복수라는 비극적 줄기뿐 아니라 다양한 인물의 모습과 사건의 전개를 통해 층층이 펼쳐지는 것이었습니다 '특정한 잣대로 측정할 수 없는 햄릿의 다면성'은 주인공을 무조건 선한 인물로, 대척점에 있는 인물을 무조건 악인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 더욱 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하네요
<햄릿>의 원제가 <The Tragedy of Hamlet, Prince of Denmark>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영국의 왕자인 줄 알았던 햄릿이 실은 덴마크 왕자였다는 것이 저의 첫 번째 놀라움이었어요. 한편 그리 착하기만 하지 않은 햄릿의 삼촌과 햄릿의 어머니가 서로를 살뜰히 챙기고 아끼는 모습도 인상적이네요.
오늘이 <햄릿> 모임의 마지막 날이네요 연극, 영화의 기억을 되살리며 읽어가던 가운데, 그믐밤 저녁 극적으로! 낭독회가 이루어져 무한 기뻤습니다 ^^ 다음 <맥베스> 모임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만나요~~~ https://gmeum.com/meet/2645
오늘이 마지막인데, 오늘 1막 5장을 읽고 있습니다. 낭독을 하지 않았다면, 시작도 안했을 것 같습니다. ^^ 즐겁게 읽고 다음 맥베스 모임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
35회 그믐밤 낭독 구글 미트에서 참가자 분들이 진정 저를 응원해 주신다는 느낌을 팍팍 받았습니다. 모두 카메라를 켜 주시고 저의 재미없는 근황도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저는 같이 낭독한 부분 말고 <햄릿>을 더 읽지는 못했는데요, 대신 <맥베스>의 완독을 노려보겠습니다.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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