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햄릿) 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구나. 성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마음속으로 견디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이냐, 끝장을 내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이냐. 죽어서 잠을 잔다. 이게 전부란 말인가? 그래, 전부야. 아니, 잠을 자면 꿈을 꾸겠지. 맞아, 그것이 문제야. 사멸할 이 육신의 허물을 벗어 버리고 죽음의 잠 속에서 우리는 무슨 꿈을 꾸게 될까? 그 때문에 우리는 망설이고 이 장구한 인생의 재난을 이어가는구나. 그게 아니라면 그 누가 시대의 채찍과 조롱, 억압자의 횡포와 거만한 자의 비방, 짝사랑의 고통과 법의 게으름, 관리의 오만함과 훌륭한 사람들이 하찮은 사람들로부터 참고 받아내는 업신여김을 견디겠는가? 차라리 단검 빼어들고 이승을 하직하는 편이 낫지. 그게 아니라면 누가 지루한 인생의 무게에 눌려 신음하고 땀 흘리며 그 무서운 짐 지고 가겠는가? 여태껏 아무도 되돌아온 자 없는 그곳, 그 미지의 나라,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의 의지를 마비시키고 우리로 하여금 알지 못하는 저승으로 달려가기보다 이승의 질곡을 참고 살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리하여 숙고는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고 자연스러운 결단의 색깔은 뻗어 나가는 생각과 더불어 창백하게 변하는구나. 중대한 계획도 이 생각 때문에 물줄기를 틀어 실행이라는 이름조차 잃는구나. ”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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