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에서는 재작년 3월, 4월, 5월 세 차례에 걸쳐 도스토옙스키의 3대 장편을 읽었습니다. <죄와 벌>, <악령>,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 그것인데요, 한 권도 읽기 어렵다는 이 두꺼운 러시아 장편 세 작품을 3개월 내내 전력 질주하듯 읽어냈지요. 이후 다른 고전 읽기에 대해 지속적인 문의가 있었습니다.
그믐은 여러분과 함께 앞으로도 꾸준히 고전 읽기를 시도할 예정인데요, 이번에는 그 문턱을 낮춰 완독보다는 낭독으로 시도해 봅니다. 2025년의 봄, 낭독하는 달밤에 초대할 작가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입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4대 비극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를 여러분과 함께 꾸준히 읽으려 하고 그 첫 번째로는 <햄릿>을 골라 봤어요.
워낙 유명한 고전이기 때문에 여러 출판사에서 책이 나왔습니다. 원서로 읽고 싶은 분도 계실 테고요.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서 보유한 <햄릿>이 어느 출판사 버전인지도 다 다를 것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이처럼 각자 다른 버전의 <햄릿>을 자유로이 읽습니다. 완독을 향해 몰아치는 분위기로 이끌지는 않으려 합니다. 첫 발자국은 같이 떼되 끝까지 읽는 것은 본인의 속도대로 가셔도 좋습니다. 읽으며 각자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을 골라 주세요.
마침내 5월 26일 월요일 그믐밤 당일! 우리는 민음사 버전, 햄릿을 소리내어 읽습니다. 달밤에 체조 아니고 달밤에 낭독입니다. 원래 연극을 위해 쓰여진 작품이니 소리 내어 읽기에도 적합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D-29

도우리모임지기의 말

도우리
[달밤에 낭독]이란?
인터넷 화상 회의 툴을 통해 펼쳐지는 특별한 독서 모임입니다.
낭독하기에 좋은 책들을 골라 달밤에 직접 소리 내어 읽습니다.
5월 26일 그믐밤, 우리는 모두 햄릿이 됩니다.

햄릿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유명하고 가장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품인 『햄릿』. 1601년에 창작한 이 작품은 격변하는 르네상스기의 흐름을 반영하는 시대정신의 산물이자,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며 인간의 존재 이유를 묻는 햄릿 을 통해 회의적 인간의 전형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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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리
☾서른 다섯 번째 그믐밤
-언제 : 5월 26일 (음력 그믐날) 월요일 저녁 8시 29분 ~ 10시 (약 1시간 30분)
-인원 : 2명 이상 신청 시 모임 진행
-어디서 : 편안한 나만의 공간에서 온라인 구글 미트로 (구글 미트는 줌과 마찬가지로 회원가입이 필요없습니다. 신청자에게는 그믐밤 전날에 접속 링크를 전달드릴게요.)
-참가 비용 : 3천원 (안타깝게 참가 못하셔도 죄송하지만 환불이 어렵습니다. T.T 맡겨 주신 금액은 잘 모아 두었다가 구글 미트 가입비 및 진행비 등으로 잘 쓰겠습니다.)
-진행 방식
1) 자신의 속도대로 <햄릿>을 읽으며 생각나는 단상을 자유로이 그믐밤 모임에 글로 남깁니다. 5월 26일 전까지 완독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읽을 수 있는 부분까지만 읽어주세요.
2) 그믐밤 저녁 8시 29분에 링크에 접속합니다.
3) 낭독을 위한 파트를 번갈아 가며 함께 읽습니다.

도우리
● William Shakespeare 는? ●
1564년 잉글랜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비교적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엘리자베스 여왕 치하의 런던에서 극작가로 명성을 떨쳤으며, 1616년 고향에서 사망하기까지 서른일곱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희곡들은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세계 문학의 고전’인 동시에 현대성이 풍부한 작품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크게 희극, 비극, 사극, 로맨스로 구분되는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은 인간의 수많은 감정을 총망라할 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철학까지도 깊이 있게 통찰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전통을 계승하고, 당시의 문화 및 사회상을 반영하면서도,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자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는, 시대를 초월한 천재적인 작품들인 것이다. 그가 다루었던 다양한 주제가 이렇듯 깊은 감동을 이끌어 내는 데에는 그의 시적인 대사도 큰 역할을 한다. 셰익스피어가 남겨 놓은 위대한 유산은 문학뿐 아니라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와 같은 문화 형식, 나아가 심리학, 철학, 언어학 등 다양한 학문에서도 수없이 발견되고 있다. (교보문고 인물정보에서 발췌)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도우리
- 참가신청은 어떻게?
그믐밤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양식에 정보를 적어 주세요.
https://forms.gle/6qWzteawHVuZxZdk6
*입금이 확인되면 확인 문자로 그믐밤 참여 링크를 보내드리니 잊지 마시고 그믐밤 때 꼭 만나요.

수북강녕
2023년 3월, 4월, 5월 도스토옙스키의 3대 장편 읽기에 참여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이번 <햄릿> 읽기에도 참여해 봅니다
모임지기이자 도우리이신 그믐 김새섬 대표님이 뜻하지 않게 입원하셔서 당분간 그믐에 들어오시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믐밤 낭독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 모르지만, 도우리님의 쾌유를 빌며 먼저 읽고 있으려고요

수북강녕
그믐에는 연극·뮤지컬을 원작과 함께 읽고 보는 [그믐연뮤클럽]이 열리는데요 작년 가을, 계절 냄새가 물씬한 정동길에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읽고 연극 <더 드레서>를 보는 모임을 했었거든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그 자체로도 무대에 오른 적이 많지만, 그 작품을 연기하는 배우와 스탭들의 이야기인 <더 드레서>를 보는 경험은 또 색다른 재미를 주었습니다
이번에 <햄릿>을 읽게 되니 마찬가지로 연극 무대에서 접했던 <햄릿>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네요 절절한 대사들을 기억하며 '열린책들' 출판사의 이북으로 읽어보겠습니다~

수북강녕
“ (마셀러스) 자, 앉아서 누구 아는 사람이 내게 설명 좀 해주게. 왜 밤마다 이 땅의 백성들이 이렇게 더할 나위 없이 엄중한 파수를 보느라 생고생을 하고, 청동 대포를 주조하느라 매일같이 혈세를 바치는지. 왜 이 나라는 전쟁 무기를 사들이느라 외국과 교역을 하며, 조선공을 징집하여 일요일도 쉬지 못하게 노역을 시키는지 말이야.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밤이 낮과 맞닿도록 다들 이렇게 쉬지 않고 진땀들을 빼고 있는지, 누구 그 영문을 아는 이 없는가?
(호레이쇼) 내가 말해 주겠네. 어쨌든 떠도는 소문은 이렇다네. 자네들도 알다시피, 노르웨이의 왕 포틴브라스가 시기에 찬 야심으로 당돌하게 전쟁을 일으켰을 때 우리의 용감하신 햄릿 선왕께서는 (이쪽 주변국들 사이에선 용맹한 분으로 소문이 자자했었지) 이 포틴브라스 왕을 살해하셨네. 포틴브라스 왕은 기사의 명예와 법도를 건 협정에서 자신의 목숨과 더불어 자신이 소유한 온 영토를 승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속한 바 있었지. 우리의 선왕께서도 이에 상응하는 몫을 거셨다네. 만약 선왕께서 패하셨다면 그것은 포틴브라스의 몫으로 돌아갈 뻔했지. 그러나 그 조약의 조문에 따라서 포틴브라스의 땅은 햄릿 왕의 몫이 되었다네. 그런데 혈기왕성하고 아직 젊은 철없는 포틴브라스가 뭔가 음흉한 일을 저지르기 위해 보르웨이 변방 이곳저곳에서 전쟁의 밑천이자 먹잇감으로 삼을 불한당 녀석들을 긁어모았다는군. 그 음흉한 일이란 다름이 아니라 우리의 조정에서도 잘 알고 있듯이 앞서 말한, 자신의 부친이 잃은 땅을 우리에게서 무력과 강제로 되찾는 것이라네. 내가 알기에, 우리가 이렇게 망을 서고 온 나라가 서둘러 소란스럽게 번잡을 떠는 으뜸가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라네.
(버나도) 내 생각도 다르지 않네. 이 불길한 유령이 이들 전쟁의 원인이었고, 지금도 그러한 선왕의 갑옷 차림으로 파수를 뚫고 나타나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는 것 같군.
(호레이쇼) 이는 우리 마음의 눈을 괴롭히는 티끌과 같네. 로마가 최고조의 번영을 누리던 때 더없이 강력하던 시저가 살해되기 직전에 무덤에서는 시체가 튀어나오고 수의를 두른 시신들은 큰 소리로 꽥꽥거리며 거리를 활보했다네. 별들은 불꼬리를 지니고 피 이슬을 머금었으며 태양에도 재앙이 일었고, 해신 넵튠의 제국을 다스리는 물먹은 달님은 종말의 때를 만난 것처럼 월식에 휩싸였지. 마찬가지로 닥쳐올 흉조의 서곡이자 재앙의 전령, 끔찍한 사건들의 전조를 천지가 합작해서 우리 백성들에게 미리 보여 주고 있는 것이네. ”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햄릿'열린책들 세계문학' 154권. '서라, 거기 누구냐?'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되어 '나는 덴마크인 햄릿이다'를 거쳐 '살아 있었다면, 훌륭한 국왕이 되었을 인물'이라는 규명으로 맺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서구 문학사의 모나리자 혹은 스핑크스라 불릴 만큼 존재와 삶의 여러 문제들을 의문문 형식으로 제기한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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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 (왕) 형님이신 햄릿 선왕께서 돌아가신 기억이 아직 선한 마당에 짐의 마음에 슬픔을 품고, 온 백성들도 모두 찌푸린 이마로 슬픔을 표하는 것이 합당하겠지만, 분별 있는 행동이란 인정을 억누르는 것이기에 짐은 선왕을 슬퍼하면서도 현명하게 짐의 처지에서 국사를 생각해 왔소. 따라서 한때의 형수이자 이제는 짐의 왕비, 전쟁을 앞둔 이 나라 왕실의 반려자를 짐은 말하자면 맥 빠진 기쁨으로 한쪽 눈에 웃음을, 다른 쪽 눈엔 눈물을 머금고 장례식에 기쁨을, 결혼식엔 애도를 간직하며 기쁨과 슬픔의 무게를 평평하게 유지한 채 비로 맞아들였소. 과인은 또한 이번 결혼에 관대하게 동의해 준 경들의 현명한 판단을 따랐던 것이오. (중략)
(햄릿) 어머니, 저의 이 검은 겉옷도, 시커먼 상복도, 억제할 수 없는 한숨도, 눈에 흐르는 강물 같은 눈물도, 낙담한 얼굴 모습도, 슬픔의 모든 형식과 자태와 외양도 저의 진심을 나타낼 수는 없습니다. 이것들은 진정 겉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이것들은 사람들이 하는 연기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겉으로 보일 수 없는 것을 마음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중략)
(왕) 살아남은 자가 얼마 동안 슬픔의 예를 표하는 것은 효의 도리에 합당한 일이나 계속 애도를 고집하는 일은 고집스러운 불효의 길이란다. 그러니 슬픔을 거두어라. 그것은 하늘에 잘못하는 일이고, 유약한 마음과 진중하지 못한 정신의 소치이며 어리석고 절제를 모르는 이성의 산물이니라. 불가항력이며 다반사인 일임을 뻔히 알고 있는 판에 고집을 피워 이치를 저버리고 마음 아파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냐? 쓸데없는 짓! 그것은 죽은 자에게도 잘못하는 것이며, 천성에 반하는 것이요, 가장 확실하게는 상식에 벙서나는 것이다. 그러니 이 무익한 슬픔을 땅에 던져 버리고 짐을 아비라 여겨 다오. (중략)
(햄릿) 어머니를 끔찍이도 사랑하시어 거친 바람이 어머니 얼굴을 스치는 것도 허락지 않으셨지. 아, 천지신명이여, 기억을 해야 하리까? 맛볼수록 애정이 자라나기라도 하듯 아버지께 매달리던 어머니가 한 달도 채 못 되어서 - 생각을 말아야지. 연약함이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구나. 한 달도 못 되어, 아니 니오베처럼 온통 눈물범벅이 되어 아버지의 시체를 뒤따를 때 신었던 신발이 채 닳기도 전에, 바로 그 어머니가 - 아, 하느님, 말 못하는 짐승도 그보다는 더 오래 슬퍼했을 겁니다 - 숙부와 결혼을 하다니. 내가 헤라클레스를 닮지 않았듯이, 아버지의 동생이지만 아버지와 딴판인 사람이. 한 달도 채 못 되어 더없이 부정한 눈물의 소금기가 쓰라린 눈가에 붉은 기운을 남기기도 전에 어머니가 결혼을 하다니. 얼마나 재빠른 사악함인가! 음란한 이부자리로 그렇게 능란히 뛰어들다니! 이건 좋지 못한 일, 그 결과가 좋을 리 없지. 그런데도 입을 다물어야만 하다니. 내 심장이 터지는구나! ”
『햄릿』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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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뻔뻔하기 짝이 없는 클로디어스는 선왕을 죽이고 자리를 빼앗은 것에 그치지 않고 자기 입장을 합리화하며 햄릿을 나무라네요 클로디어스와 햄릿의 대화에서 니오베와 헤라클레스가 언급되니 그리스 고전에 대한 기억도 되살려 봅니다
대화에서 사용된 표현은 유려하지만,
선왕을 배신하고 클로디어스 쪽으로 갈아탄 다른 대신들,
형의 자리에 올라 형수를 취한 클로디어스 자체를 탓하기보다,
어머니 거트루드를 비난한 대사 "연약함이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구나."가 더 절절하고 더 날카로운 표현으로 알려졌다는 점이 조금 씁쓸하지 않을 수 없네요

수북강녕
“ (레어티즈) 그러니 그분의 사랑 노래를 너무 쉽게 믿거나, 지나친 부탁에 순결의 보물을 열어 보이거나, 마음을 잃게 되면 너의 명예에 어떤 손상이 가해질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사랑하는 오필리아,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해라. 욕정의 위험한 표적이 되지 않도록 사랑의 뒷전으로 물러서라. 정숙한 처녀는 달님에게 얼굴을 보이는 것조차 헤픈 일로 여기는 법이다. 미덕의 화신도 비방의 칼날을 피하지는 못한 다. 봉우리가 열리기도 전에 진딧물이 봄철 어린 싹들을 해치는 법이고, 청춘의 반짝이는 아침 이슬 가운데 꽃샘바람이 불어오는 법이다. 그러니 조심하여라. 조심이 최상의 안전이다. 곁에 누가 있지 않아도 청춘은 스스로를 배신하는 법이다.
(오필리아) 훌륭한 교훈, 가슴의 파수꾼으로 잘 간직할게요. 그러나 오라버니, 간교한 설교자들이 그러하듯이 천국에 이르는 가파른 가시밭길을 보여 주면서 정작 본인은 자신의 가르침을 망각하고는 거만하고 태평한 방탕아처럼 마음껏 환락의 꽃길을 가며 자신의 충고는 괘념치 않는, 그런 사람이 되지는 마세요. ”
『햄릿』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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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강녕
레어티즈는 동생을 끔찍하게 아끼는 오빠로, 다소 성급하지만 마지막에 진실을 밝히는 키맨의 역할인데요 순결 운운하며 오필리아에게 걱정 업은 잔소리를 하자 오필리아가 지혜로운 날을 세우며 받아치네요
최근에 현대적으로 해석한 <햄릿>들, 젠더프리 캐스팅의 여성 <햄릿> 등에서 오필리아의 존재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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