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집 전작 읽기 시즌 1-2025년 5월. 4권 읽기

D-29
둘! - 간을 빼 주면 안 되니? 솔직히 말해서 고백이란 하고나면 시시해지는 거 아니니? 하나 반! - 하나 반? 모두들 고백했다고? 넌 복도 많고, 애인도 많고 하나 반의 반! - 반의 반? 때리지만 말고 네가 한번 해 봐. 그럼 널 따라하지, 내가. 정말이야. 그대로 따라 외친다니까. 너도 알다시피 난 창의력이 부족해. 하나! - 앗, 끝이야? 그럼 좋아. ......사랑해.
또 다른 별에서 pp.40-41 <고백>, 김혜순 지음
잘 닦인 소리들은 잘 부서졌다. 반짝이는 소리 하나 들고 가상의 눈물 흘리면 보이지 않는 말들이 입술 밖으로 녹아 흘렀다. 보이지 않는 말들을 간수하기에 두 손은 늘 모자라고. 너는 얼음나라 밖에. 나는 얼음나라 안에.
또 다른 별에서 p.49 <무언극>, 김혜순 지음
버스만 멈추었다가 떠나고 다시 와 멈추고 또 떠나오 이런 엽서가 몇 십 년째나 되는구려 아 또 모두들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하오 우리들은 바다와 또 검은 악수를 나누게 될 거요 내년엔 꼭 버스를 타리다 복 많이 받기를
또 다른 별에서 p.55 <새해 아침 파도 소리>, 김혜순 지음
@하금 하금 님의 문장 모음! 모두 감사합니다!
밤이 오면 납작하게 슈샨 궁전을 접어 두고 푸른 뱀 한 마리 안고 든다네 두 눈에 파란 불을 켜고 든다네
또 다른 별에서 p.65 [에스더 왕비], 김혜순 지음
에스더 왕비, 에 대한 지식이 아무 것도 없어서 시를 읽다 말고 정지하게 [에스더 왕비] 그대로 검색창에 올려 나오는 글을 몇 편 읽었습니다. 가끔 이렇게 시를 얕고 넓은 지식을 채우는 일의 시작점처럼 대하는 것 같아요. 시의 본질에서 멀어진 듯 하지만, 그래도 머리에 무언가 남아 뜻깊은 활동인 것 같다고 위안 삼습니다. https://m.blog.naver.com/hoisoon00/221848799188
나는 그대를 은밀하게 따라가면서 <팥을 더 줄까> <팥을 더 줄까>, 오월에는 라일락 꽃잎이 세 가마니씩 팥을 게운다. 팥의 인플레.
또 다른 별에서 p.71 [오월에, 라일락 꽃잎이], 김혜순 지음
우리의 말이 팥으로만 발음된다. 그대 입술과 내 입술이 팥팥팥 붙었다가 팥, 팥, 팥 떨어진다. 우리의 호흡이 잠깐씩 정지된다. 내가 우리의 연애를 삶아서 팥고물을 만든다.
또 다른 별에서 p.71 [오월에, 라일락 꽃잎이], 김혜순 지음
시 속에 사닥다리라는 말을 넣고 싶다. 사닥다리를 든 내가 계단에서 서성거린다. 창문이 열리고 흰 스카프를 쓴 죽은 여자의 얼굴이 걸려 있다. 아, 아직도 접시 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또 다른 별에서 p.75 [담배를 피우는 시체], 김혜순 지음
너는 이제 너무 길어 물 흐르는 세상이 엎어져 보인다고 웃었다. 비오는 날 파밭에서 우리는 자꾸 자라 구름꽃이나 피울까. 뱀 두 마리 파밭에 웃고 서 있었다
또 다른 별에서 p.77 [세로], 김혜순 지음
하늘 가득 벗어 놓은 빛나는 것들, 우리 가슴 속과 눈 속을 드나들면서 물 웅덩이에 등등 미류나무 줄기줄기 기어내리는 저 빛나는 것들을 오늘 밤 우리는 잡는다. 깊고 푸른 물 속으로 끝없이 떨어지는 저 빛나는 별들을 오늘 밤 우리는 하릴없이 하염없이 잡는다.
또 다른 별에서 p.79 [시], 김혜순 지음
네가 대본을 버리며 총총히 떠난 날 햇빛에 입 벌린 여자들을 빼앗기며 바다는 땀을 조금 흘렸다.
또 다른 별에서 p.81 [어느날 신안 앞바다에], 김혜순 지음
나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한 방 건너고 두 방 건너서 누가 아직도 돌아갈 수 있을까?
또 다른 별에서 p.86 [서울 신기루], 김혜순 지음
일생의 내 꿈들을 창피하게 창피하게 흩으며 옷을 입은 그들은 지겹다, 지겹다 말했다. 내 머리맡에는 백합 두 송이 썩고 있었다.
또 다른 별에서 p.89 [해부], 김혜순 지음
마당에 입 대고 말해요. 네 잎 크로바가 사방 연속 무늬로 피어나고 말에는 시간 꽃이 피어요. 파도에 입 대고 말해요. 배들이 항구를 떠나고 갈매기떼 높이 그대 말이 뛰어오를 거예요.
또 다른 별에서 p.91 [말, 2. 말의 긴장], 김혜순 지음
우리, 불을 켜고 돛단배라도 띠울까? 어서 입을 벌려 봐. 파도 소리, 돛단배 떠나는 소리. 초록, 초록 물 한 방울, 말 한 마디. 초, 록, 뱀, 한 마리. 세모꼴 부서지는 소리. 「 아」 「아 」 「아 」 입이라도 벌려 봐.
또 다른 별에서 p.92 [말, 3. <아>자 처음 피어나는 소리], 김혜순 지음
모두 귀 기울이고 들어 봐요. 하늘 나라 조상들이 땅 나라 사람들을 향해 일제히 물 시위를 당겨요. 비 맞은 오리가 쓰러지고, 쓰러져선 꿈의 나라로 거슬러 올라가요.
또 다른 별에서 p.93 [말, 4. 소나기 말씀], 김혜순 지음
시를 해석하기 어려울 때는 문자 적힌 그대로의 이미지를 머리에 그려보고, 그 이미지에서 어떤 소리나 냄새가 빛이 나는지 생각해보는 편입니다. 김혜순 시인의 시는 그렇게 했을 때 가장 받아들이기 편한 시 같아요. 시집을 읽을 때마다 좋아하는 영화 한 편을 만난 느낌이 들어요. 새롭고 또 반가워서 좋습니다.
@하금 하금 님. 열심히 시의 문장들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주 온라인 모임에서는『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를 이야기 나눴습니다. 한 주씩 늦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22일에는 『어느 별의 지옥』을 읽고 온라인 모임을 합니다. 언제든 참여 가능합니다. 읽고 계시는 시집의 멋진 문장들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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