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집 전작 읽기 시즌 1-2025년 5월. 4권 읽기

D-29
이번 주 온라인 모임에서는『어느 별의 지옥』을 이야기 나눴습니다. 한 주씩 늦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5월 29일에는 『우리들의 음화』를 읽고 온라인 모임을 합니다. 언제든 참여 가능합니다. 읽고 계시는 시집의 멋진 문장들 올려주세요:-)
뒤늦게 참여합니다. 다시 뵈어 반갑습니다.
(...) 그대는 어느 결에 슬며시 다가와 창문을 여시고 내 가슴 속 물을 길어 가셨습니다. (...) 시린 햇빛이 웃음을 참지 못하는 당신과 나를 흔들기 시작한다. 사철나무 잎사귀들을 온 몸에 가득 달고 당신과 내가 흔들린다.
또 다른 별에서 <사랑에 관하여>, 김혜순 지음
조상들은, 깊이 잠든 밤 잠시 돌아와 노래를 불러 주었다. 우리 조상들의 서러운 노래 소리는 한 가닥 희디흰 실처럼 풀려서 노래하면 풀어지던 내 가슴 한 오리와 즐거이 섞였다. 한밤내 봉선화 피는 소리 멀리서 들리더니 봉선화 핀 울 밑에도 비추더라던 그 달빛 한 자락도 우리들의 얽힘에 가담하였다. 가닥가닥 실들은 얽혀서 소리를 발하고 별들 다가서는 소리 공중에 떠돌던 꽃망울들 터지는 소리 우리들의 사랑에 가담하였다. 노래는 늘 풀어지고 풀어져선 다시 짜였다. 조상들은 이렇게 외로이 깨어나 생시처럼 너 불러 보는 깊은 밤 잠시 돌아와 피륙처럼 짜인 우리를 단단히 당겨 보였다.
또 다른 별에서 <봉선화>, 김혜순 지음
<사랑에 관하여>와 <봉선화>를 읽으며 문태준의 <흔들리다>, 한강의 <마크 로스코와 나 2>,《흰》 중 <입김>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나와 타자, 나와 세계의 관계와 경계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는 나와 타자가, 나와 세계가 분리되어 있다고 착각하곤 하지만, 한 순간도 타자와 세계와 분리되어 있지 않지요. 우리는 공기와 물을 마시고 누군가 기른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먹고 땅을 딛고 타자와 더불어 세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 세계 속에서 타자는 끊임없이 나를 흔들지요. 나와 타자, 나와 세계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김혜순, 한강, 문태준의 문장에서 타자는 나를 "흔들고" 내 마음의 "창문을 열고" 나에게 "얽히"고 "스며"듭니다. "노래는 늘 풀어지고 풀어져선 다시 짜"입니다. 우리는 먼저 살았던 "조상"에 빚지고 있지요. "조상"의 숨결은 문화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우리의 음식, 책, 예술 작품, 음악, 건축, 공간, 생활 방식 등에 조상의 흔적이 배어 있습니다. 문화는 우리에게 삶의 토대가 되어주면서 또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 의해 "늘 풀어지고 풀어져선 다시 짜"이며 변해갑니다. <봉선화>에서는 "봉선화", "달빛", "별들", "꽃망울들"이 등장합니다. 일상을 바삐 살아가는 우리가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는 존재들이지요. 하지만 그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존재하고 세계의 한 부분을 구성합니다. 그것들이 이 세계의 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면, 그것들과 우리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것들과 우리가 이 세계 안에 함께 존재한다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지요. 달빛과 별들과 꽃이 이미 있는 세계에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니까요. 달빛과 별들과 꽃이 없는 세계는 다른 세계일 텐데, 우리는 그런 세계에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시인은 우리가 평소에 눈길을 주지 않는 그 존재들, 타자들을 포착합니다. "봉선화 피는 소리", "달빛 한 자락", "별들 다가서는 소리", "꽃망울들 터지는 소리"라니... 공감각적인 표현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시인의 표현을 따라 꽃망울들 터지는 장면을 그려봅니다. 꽃망울들이 터질 때 아주 느리고 미세한 움직임과 소리가 일어나겠지요. 인간의 눈과 귀로는 그 움직임과 소리를 감지할 수 없겠지만, 어쩌면 아주 예민한 존재에게는, 꽃망울에 매달려 있던 벌레에게는 그 움직임이 느껴지고 소리가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인은 그렇게 예민한 감각으로 타자들을 느끼려 합니다. <사랑에 관하여>, <봉선화>가 1980~1981년에 쓰였으니 나에게는 '조상'의 노래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시가 쓰인 지 45년이 지나 나에게 와서 나를 흔들고 내 마음의 창문을 열고 나에게 얽히고 스며듭니다. 이 시를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나는 다를 겁니다. 이 시의 한 가닥이 나에게 스며들고 얽혀 나의 피륙은 다시 짜이겠지요. 이 시를 읽기 시작한 건 @하금 @ICE9 님이 올려주신 문장이 저를 흔들었기 때문이에요. 함께 읽고 나누며 우리는 서로를 흔들고 또한 흔들리겠지요.^^
나는 코스모스를 보고 있다 나는 중심 코스모스는 주변 바람이 오고 코스모스가 흔들린다, 나는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보고 있다 코스모스가 흔들린다고 생각할 때 중심이 흔들린다 욕조의 물이 빠지며 줄어들듯 중심은 나로부터 코스모스에게 서서히 넘어간다 나는 주변 코스모스는 중심 나는 코스모스를 코스모스는 나를 흔들리며 바라보고 있다
그늘의 발달 <흔들리다>, 문태준 지음
그늘의 발달<가재미> 이후 2년 만에 펴낸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소박하고 평화로우며 정감이 가득한 세계가 들어있다. 총 71편의 시편들은 시인의 조명이 없었다면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를 담고 있다. 그 세계는 삶의 감각, 사물의 감각, 언어의 감각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빚어냈다.
한 사람의 영혼을 갈라서 안을 보여준다면 이런 것이겠지 그래서 피 냄새가 나는 것이다 붓 대신 스펀지로 발라 영원히 번져가는 물감 속에서 고요히 붉은 영혼의 피 냄새   이렇게 멎는다 기억이 예감이 나침반이 내가 나라는 것도   스며오는 것 번져오는 것 번져지는 물결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의 피   어둠과 빛 사이   어떤 소리도 광선도 닿지 않는 심해의 밤 천년 전에 폭발한 성운 곁의 오랜 저녁   스며오르는 것 번져오르는 것 피투성이 밤을 머금고도 떠오르는 것 방금 벼락 치는 구름을 통과한 새처럼   내 실핏줄 속으로 당신 영혼의 피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마크 로스코와 나 2>, 한강 지음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 시인선' 438권. 인간 삶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진실과 본질적인 정서들을 특유의 단단하고 시정 어린 문체로 새겨온 한강의 첫 시집. 틈틈이 쓰고 발표한 시들 가운데 60편을 추려 이번 시집을 묶었다.
입김 어느 추워진 아침 입술에서 처음으로 흰 입김이 새어나오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 우리 몸이 따뜻하다는 증거. 차가운 공기가 캄캄한 허파 속으로 밀려들어와 체온으로 덥혀져 하얀 날숨이 된다. 우리 생명이 희끗하고 분명한 형상으로 허공에 퍼져나가는 기적.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얼굴도 모르는 자신의 언니와 첫 딸을 홀로 낳고 잃은 젊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작가에게 있었다.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것은 ‘흰’ 책이었다. 그 책의 시작은 내 어머니가 낳은 첫 아기의 기억이어야 할 거라고, 그렇게 걷던 어느 날 생각했다”는 작가는 그 기억에서 시작해 총 65개의 이야기를 『흰』에 담았다.
@숨쉬는초록 문태준, 한강의 문장까지 인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그믐동안 김혜순 시집 읽기 시즌1, 엵심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즌도 모임을 개설해서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분들 참여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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