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집 전작 읽기 시즌 1-2025년 5월. 4권 읽기

D-29
노래는 늘 풀어지고 풀어져선 다시 짜였다.
또 다른 별에서 p.28 <봉선화>, 김혜순 지음
뱉아진 말은 어디 가서 숨었나? 한 사람이 자못 궁금한 얼굴로 말 그림자들 숲에 낚싯줄을 드리우며 가고 있네요.
또 다른 별에서 p.33 <수화하며 걸어가던 다섯 사람>, 김혜순 지음
뿔뿔이흩어져가다가나는을지로2가쯤에서부처를하나보았다. 길가에버려져있었다. 제법컸다. 그러나줍지않았다. 걸어가다생각하니그부처가나를비웃은것같다. 다시돌아와들여다보니그렇지도않아. 그저묵묵하다. 버스를타고가다가생각하니분명히그부처가소리내어웃었다. 다시그자리로돌아와들여다보니그저잠, 잠하다. 나는걸어가다뒤돌아왔다. 부처를머리에이고집으로왔다.
또 다른 별에서 p.39 <출가기>, 김혜순 지음
나는정말견딜수없어옷을몽땅벗고머리를빡빡밀고팔뚝을지지려고몸부림쳤다. 그러다가족들몰래오대산월정사로줄행랑을쳤다. 그망할놈의부처를피해서맹렬히.
또 다른 별에서 p.39 <출가기>, 김혜순 지음
어느 덧 밤이 오고 쉼표가 달빛을 내뿜자 물음표 두 개가 가만히 일어섰다 네모 안의 우리 두 의문 부호가 내게서 그대까지 얼마만큼? 손을 가만히 내밀어 보았다
또 다른 별에서 p.45 <우리 두 사람>, 김혜순 지음
둘! - 간을 빼 주면 안 되니? 솔직히 말해서 고백이란 하고나면 시시해지는 거 아니니? 하나 반! - 하나 반? 모두들 고백했다고? 넌 복도 많고, 애인도 많고 하나 반의 반! - 반의 반? 때리지만 말고 네가 한번 해 봐. 그럼 널 따라하지, 내가. 정말이야. 그대로 따라 외친다니까. 너도 알다시피 난 창의력이 부족해. 하나! - 앗, 끝이야? 그럼 좋아. ......사랑해.
또 다른 별에서 pp.40-41 <고백>, 김혜순 지음
잘 닦인 소리들은 잘 부서졌다. 반짝이는 소리 하나 들고 가상의 눈물 흘리면 보이지 않는 말들이 입술 밖으로 녹아 흘렀다. 보이지 않는 말들을 간수하기에 두 손은 늘 모자라고. 너는 얼음나라 밖에. 나는 얼음나라 안에.
또 다른 별에서 p.49 <무언극>, 김혜순 지음
버스만 멈추었다가 떠나고 다시 와 멈추고 또 떠나오 이런 엽서가 몇 십 년째나 되는구려 아 또 모두들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하오 우리들은 바다와 또 검은 악수를 나누게 될 거요 내년엔 꼭 버스를 타리다 복 많이 받기를
또 다른 별에서 p.55 <새해 아침 파도 소리>, 김혜순 지음
@하금 하금 님의 문장 모음! 모두 감사합니다!
밤이 오면 납작하게 슈샨 궁전을 접어 두고 푸른 뱀 한 마리 안고 든다네 두 눈에 파란 불을 켜고 든다네
또 다른 별에서 p.65 [에스더 왕비], 김혜순 지음
에스더 왕비, 에 대한 지식이 아무 것도 없어서 시를 읽다 말고 정지하게 [에스더 왕비] 그대로 검색창에 올려 나오는 글을 몇 편 읽었습니다. 가끔 이렇게 시를 얕고 넓은 지식을 채우는 일의 시작점처럼 대하는 것 같아요. 시의 본질에서 멀어진 듯 하지만, 그래도 머리에 무언가 남아 뜻깊은 활동인 것 같다고 위안 삼습니다. https://m.blog.naver.com/hoisoon00/221848799188
나는 그대를 은밀하게 따라가면서 <팥을 더 줄까> <팥을 더 줄까>, 오월에는 라일락 꽃잎이 세 가마니씩 팥을 게운다. 팥의 인플레.
또 다른 별에서 p.71 [오월에, 라일락 꽃잎이], 김혜순 지음
우리의 말이 팥으로만 발음된다. 그대 입술과 내 입술이 팥팥팥 붙었다가 팥, 팥, 팥 떨어진다. 우리의 호흡이 잠깐씩 정지된다. 내가 우리의 연애를 삶아서 팥고물을 만든다.
또 다른 별에서 p.71 [오월에, 라일락 꽃잎이], 김혜순 지음
시 속에 사닥다리라는 말을 넣고 싶다. 사닥다리를 든 내가 계단에서 서성거린다. 창문이 열리고 흰 스카프를 쓴 죽은 여자의 얼굴이 걸려 있다. 아, 아직도 접시 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또 다른 별에서 p.75 [담배를 피우는 시체], 김혜순 지음
너는 이제 너무 길어 물 흐르는 세상이 엎어져 보인다고 웃었다. 비오는 날 파밭에서 우리는 자꾸 자라 구름꽃이나 피울까. 뱀 두 마리 파밭에 웃고 서 있었다
또 다른 별에서 p.77 [세로], 김혜순 지음
하늘 가득 벗어 놓은 빛나는 것들, 우리 가슴 속과 눈 속을 드나들면서 물 웅덩이에 등등 미류나무 줄기줄기 기어내리는 저 빛나는 것들을 오늘 밤 우리는 잡는다. 깊고 푸른 물 속으로 끝없이 떨어지는 저 빛나는 별들을 오늘 밤 우리는 하릴없이 하염없이 잡는다.
또 다른 별에서 p.79 [시], 김혜순 지음
네가 대본을 버리며 총총히 떠난 날 햇빛에 입 벌린 여자들을 빼앗기며 바다는 땀을 조금 흘렸다.
또 다른 별에서 p.81 [어느날 신안 앞바다에], 김혜순 지음
나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한 방 건너고 두 방 건너서 누가 아직도 돌아갈 수 있을까?
또 다른 별에서 p.86 [서울 신기루], 김혜순 지음
일생의 내 꿈들을 창피하게 창피하게 흩으며 옷을 입은 그들은 지겹다, 지겹다 말했다. 내 머리맡에는 백합 두 송이 썩고 있었다.
또 다른 별에서 p.89 [해부], 김혜순 지음
마당에 입 대고 말해요. 네 잎 크로바가 사방 연속 무늬로 피어나고 말에는 시간 꽃이 피어요. 파도에 입 대고 말해요. 배들이 항구를 떠나고 갈매기떼 높이 그대 말이 뛰어오를 거예요.
또 다른 별에서 p.91 [말, 2. 말의 긴장], 김혜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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