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2. <어머니의 탄생>

D-29
경쟁심, 지위 추구, 그리고 야망과 같이 고된 업무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자질들은 헌신적이며 양육적일 것으로 기대되는 '좋은 어머니'되기와 양립할 수 없다는 가정이 널리 퍼져 있다. 저명한 현대 심리학자 샤리 서러(Shari Thurer)의 말에 따르면 "야망은 모성적 특성이 아니라는 생각은 아직까지도 극복되지 못했다. 모성과 야망은 아직까지도 대립하는 힘으로 여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사회학자들이라면 어머니 역할과 미국의 직장에서 일을 병행하고 있는 여성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적 모순'을 길게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p.190,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출산 그 자체는 어머니가 자신이 낳는 아기라면 무조건 돌볼 것이라는 보증서가 아니다. 어머니가 되고 싶어 하는 여성은 누가 낳은 아기라도 사랑하게 될 수 있는 반면, 그런 경향이 없는 어머니는 자기 자신의 아기조차 사랑하지 못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자식을 길러 내던 호미니드의 맥락에서 진화한 인간의 정서적 유산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p,199,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됐어요. 아주 어릴 때조차 엄마가 저를 따스하게 안아주거나 손을 잡아준 적이 없었는데(되레 심하게 뿌리치거나 힘드니까 저리 가라고 밀어내며 윽박지르곤 하셨죠), 그게 큰 상처였거든요. 근데 이 문장을 읽으니까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어요. 자신의 아이라고 해서, 당신이 낳았다고 해서 없던 모성이 저절로 생겨나는 건 아닐 테니까요. 다만 제가 집을 나가 혼자 살게 된 후로는 오랜만에 만나면 저를 먼저 안으려고 하거나 손을 잡으려고 하는데, 이제는 제가 싫더라고요. 무섭기도 하고요(갑자기 왜 이래요?). 그래서 경직되거나 뒷걸음질 치는데, 모녀 관계는 참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어버이날은 그럭저럭 잘 지나갔지만요).
다행어요. 어머니를 조금 이해하셨다니. 비행기 안에서 산소 부족 사태가 일어나면 부모들은 본능적으로 아이부터 마스크를 끼워주려고 하는데 그러지 말라잖아요. 나부터 끼는 거라고. 내가 살아야 자식도 살릴 수 있다고. 그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어머니가 안으려고 하시면 못 이기는 척 한번 안겨 보세요. 그만도 어머니가 건강하시다는 게 아닐까요? ㅎ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쉬워요. 저는 아주 오래 전에 말티즈 암컷을 키워 본 적이 있는데 새끼를 낳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새끼를 쳐다보지도 않더라고요. 나중에 지가 기운을 차리니까 그땐 앙칼지게 새끼를 지키는데 주인도 접근을 못하게 해서 어찌나 어이가 없고 웃기던지 자식없는 사람 서러워 살겠나 했더라니까요. ㅎㅎ 딸과 엄마의 관계 정말 어려워요. 근데 뭐 모녀만 그렇겠습니까? 이 세상 모든 관계는 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 참 연해님 빠뜨린 말이 있는데 집집마다 미움 받는 아이가 있는 것 같긴하더라구요. 예전에 만났던 친구 한 애가 자기가 난 아들을 그렇게 미워하더라구요. 왜 그런지 자신도 모르겠데요. 그런데 비해 딸은 엄청 예뻐해요. 반대죠? 보통 엄마는 아들을 더 좋아하는 것 같던데. 제가 봐도 그 아들이 무슨 문제가 있어 보이지도 않았어요. 그러니까 뭔가 코드가 안 맞는 거더라구요. 그 친구도 그 얘기 했어요. 코드가 안 맞는 것 같다고. 저도 엄마하고 코드가 맞지는 않죠. 그러니까 괜히 그것 때문에 주눅들거나 원망하진 말자고요.
저도 남동생과 너무 성격이나 기질 등이 정반대여서 어릴 적에는 엄마가 남동생을 편애하는 것 같아서 섭섭했지만.. 솔직히 전 어릴적부터 tomboy였고 지금도 무신경한 '아들같은 딸'인데 비해 남동생은 다들 '딸같은 아들'이라고 할 정도로 배려심이 많고 엄마를 꼼꼼히 챙겨줘요. (작은 따옴표는 사회에서 기대하는 아들 딸의 고정된 성역할이 반영된 거겠죠) 그리고 제 자신도 남매를 키우는데 아들과 딸이 나이차도 5살반으로 꽤 나고 너무 성격이 다르다보니 둘을 다르게 대할 수 밖에 없어요.. 어느 쪽을 편애하기보다는 나이나 성격, 기타 기질에 따라 상대하는데 그게 편애로 비칠 수도 있어서 조심하고 있긴 해요.. 근데 그러다보니 엄마가 왜 나랑 남동생을 그렇게 다르게 대했는지 이해가 가기도 하더라구요.
자식 키우는 게 쉽지 않죠? 그러니까 열손 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 참 어떻게 받아 들여야하나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제 동생은 엄마한테는 아버지 대신이었죠. 근데 흉은 나한테 보기도 했어요. ㅎㅎ
다정한 말씀 감사합니다. @stella15 님. 말씀하신 것처럼 코드! 저도 엄마랑 그게 안 맞는 것 같았아요. 제가 30살에 독립을 했었는데요(그때까지도 얼굴이며 뺨이며 많이도 맞았습니다). 그 후로도 몇 년간 엄마는 제가 독립이 아닌 가출(?)한 걸로 생각하고 계시더라고요. 언제든 사이가 좋아지면 다시 돌아올 거라는 기대(얼마나 소름 돋았던지...)를 하시면서요. 그걸 나중에 알고, '지금 우리는 싸운 게 아니라 엄마와 나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 따로 사는 게 서로에게 행복한 길이다'라는 설명을 드렸던 기억이나요. 엄마가 제 말을 이해하셨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서로 아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따로 살아야 건강하다'라는걸요.
어머나.. 연해님 마음 고생이 (몸도..ㅜㅜ) 많으셨겠어요.. 저희 남편이 효자가 아닌 이유 중 하나가 형들에 대한 어머니의 편애도 있었지만 그런 언어 및 신체 폭력이 많았던 것 같아요.. 반면 저희 어머님은 남편이 대학생 때 몇달 간 가출했을 때 가출한 것 자체도 모르고 있었더라구요;;; 어디 술먹고 다니는 줄 알았다고;;; 지금은 어느 정도 화해했고 워낙 어머님이 치매가 시작되셔서 예전 일을 기억도 못하시지만 한동안은 남편도 어머님과 연을 끊겠다고 명절 때도 안 찾아가던 걸 제가 말렸어요.. 하지만 또한 남편의 마음의 상처를 알고 있기에 무리해서 만나게 하진 않았습니다.. 이런 저런 가정이 있고 각자의 이유가 있고 제게는 여성도 어머니들도 그렇지만 가정을 모두 하나의 틀로만 묶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 같아요..
아, 갑자기 연해님한테 주제 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한 아픔을 겪으셨네요. 미안해요. 전 그저 연해님 어머니로부터 그런 상처를 받은 건 연해님 잘못이 아니란 말씀을 드리려는 거였는데. ㅠ 주일 날 아는 지인과 오랜만에 오래 통화를 했는데 그러더군요. 엄마가 그러는 건 어쩌면 치매가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치매는 나이들면 다 오는 거라고 보면 되는 거라고. 7,80년 동안 머리를 쓰고 살았는데 인지 구조에 문제가 오는 거 당연한 거라고. 저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그러면서 자기가 아는 사람의 부모의 치매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울엄마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양반에 속하더군요. 그런 엄마하고 같이 싸운다는 게 말이 안되는 거죠. 그런데 저도 그다지 속 좋고 오사박한 딸이 못되서 참 힘드네요. 더구나 제가 지금 갱년기거든요. 지금 갱년기 사람들 부모가 생존해 계시다면 다 겪는 거죠. 그 지인도 아버지가 치매시거든요. 근데 저의 엄마 역시도 할머니한테 사랑 받고 자란 자식이 아니어서 그런 거 같기도 해요. 그래도 엄마가 비교적 지조있게 잘 살아오신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이 언제부턴가 깨지고 있는 것 같아 속상이 상하더라구요. 그런데 연해님 정말 집에서 독립한 건 잘하신 것 같아요. 저는 요즘 엄마랑 같이 밥도 안 먹고 있습니다. 엄마나 저나 서로 밥이라도 편하게 먹자고 해서. ㅠ
아,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더 죄송스럽네요. 좋은 말씀해주셔서 토닥토닥 저에게 잘 닿았어요(정말로요). 감사합니다:) 저는 외할머니가 지금 치매거든요. 연세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그 수순으로 가는 것 같은데, 엄마도 예전과 달리 총명함이 사라져 가는 게 눈에 보여요. 그럼에도 독립은 (하하) 해야만 했습니다. 저도 엄마와의 겸상(?)은 늘 조심스럽고(무섭고), 그래서 1년에 두 번 정도로 (사실 이것도 많은데) 충분한 것 같습니다. @borumis 님 말씀처럼 이런저런 가정이 있고, 각자의 이유와 모양이 있는 것 같아요. @stella15 님의 식사시간도 평온하기를 잔잔히 바라 봅니다.
@연해 님, 건강하게 독립하셔서 기쁩니다. 40-50에도 그렇게 독립 못하는 사람들 많은데 정말 잘 하신 것 같아요. 얼마나 많은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했을지, 또 지금도 필요할 지, 감히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응원합니다.
건강한 독립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콕 와닿았어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연해 님처럼 스물아홉에 독립했어요! 부모님이랑은 다신 같이 못(안) 살 것 같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연해 님 저도 응원합니다.
오, 29살에 독립하셨다니, 멋지십니다! 흔히 아홉수라고들 하잖아요? 저에게는 29살이 완전 암흑기였어요(흑흑). 독립도 독립인데,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서 그때 생각하면 정말 하... 저보다 먼저 (주체성 있게) 건강한 길을 걷고 계신 향팔이님의 삶을 저 또한 응원할게요:) (우리 은근 연결고리가 있네요)
우리의 과거는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삶을 꾸려 가는 과정에서 의식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전혀 아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유 의지를 실행한다. 하지만 오로지 어머니 대자연이 허락한 범위 안에서만 그럴 수 있다. 여성은 어떤 아기를 입양할지 선택할 수 있지만 그 아이와 자동적으로 사랑에 빠지지는 않는다. 또한 여성은 아이를 사랑할 수 있게 의지를 작동시키거나 그렇게 하라는 법적 명령에 응할 수도 없다. 수양 가정으로 가거나 입양된 아이들의 상당수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까닭 중의 하나는 여기에 있다. 이 사실은 입양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결과가 된다. 그래서 입양 부모들 중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어머니에게 산달이 다 찰 때까지 아이를 품고 있어야만 한다고 명령하는 법처럼) 어머니의 사랑을 법제화하려는 시도가 종종 좋지 않게 끝날 수밖에 없는 까닭을 분명하게 밝히려 한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p.200,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아이들이 점차로 복잡해져 가는 세상에서 효과적으로 협상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유례없이 많은 투자와 시간이 부모들에게 요구된다. 그 비용은 다시금 부모의 삶에서 감정의 방정식을 변경하기 때문에, 일부 부모는 아이를 덜 원하게 된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p.200,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5월 9일 금요일에는 5장 '진화적으로 유의미한 환경의 가변성'을 읽습니다. 이 장에서도 허디는 조금 과감한 주장을 펼칩니다. 그 동안 인간 행동의 진화에 관심을 가져온 이들이 제일 주목했던 시기는 이 책에서 '홍적세'로 번역되는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Pleistocene)입니다. 약 258만 년 전에서 지구가 따뜻해지고(빙하가 녹고) 신석기 혁명이 시작되는 1만 1,700년 전까지의 시기입니다. 허디는 일단 그 시기에 모성과 같은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진화가 이뤄진 걸 인정하면서도 플라이스토세 이전의 시기와 그 이후 1만 년의 시간도 역시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많을 수도 있음을 여러 사례로 짧게 환기하고 있습니다. 자꾸 호출하는 1월에 함께 읽은 『행동』의 9장, 10장과 겹치는 내용이 있습니다.
@오구오구 @향팔이 @연해 @stella15 어제 투척한 조력 사망 관련 책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서 제가 2023년에 세 권 읽고서 썼던 리뷰를 공유합니다. 웹에는 없고 출판 전문 잡지 <기획회의>에 격주로 쓰는 큐레이션 원고입니다.
[그들은 ‘살인자’가 아닙니다] 서울 외곽의 허름한 임대아파트. 701호와 702호에는 ‘명주’와 ‘준성’이 살고 있습니다. 70대 후반의 치매 홀어머니를 모시던 명주는 어느 날 집에 오자마자 어머니가 엎드려서 사망해 있는 걸 발견합니다. 말년에는 치매 때문에 명주의 몸과 마음이 고달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난 어머니를 보니 서러운 눈물만 쏟아집니다. 그 순간 한쪽에 떨어져 있던 어머니의 휴대전화가 울립니다. 이번 달 연금을 포함한 100만 원 상당의 돈이 입금된 것이죠. 명주는 일터에서 끓는 물을 뒤집어쓰고 생긴 화상 후유증으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혼한 전 남편과 그를 따라간 딸과도 남남처럼 지내고 있죠. 결국 명주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합니다. 옆집에 사는 20대 청년 준성의 처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고등학교 때 일터에서 심하게 다친 아버지는 장기간의 재활 치료로 거동만 겨우 하는 상황입니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잊고자 손을 대기 시작한 술은 수시로 알코올성 치매 발작을 유발합니다. 하나뿐인 형은 사업 자금 핑계로 아파트 보증금을 빼서 외국으로 도망가고 나서 연락 두절입니다. 준성의 유일한 꿈은 어렵게 졸업한 2년제 대학의 전공을 살려서 물리치료사 자격증을 따는 일입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때문에 대학에 다닐 때도 공부에 몰두할 수 없었고, 지금도 낮에는 아버지를 돌보고 밤에는 대리운전하다 보니 번번이 낙방입니다. 동네 사람 모두 ‘효자’라고 칭송하는 준성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올해(2023년) 세계문학상을 받은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나무옆의자)은 이렇게 명주와 준성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둘의 이야기를 잔혹한 스릴러 드라마 보듯이 읽으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마침, 이전에 읽었던 세 권의 책이 또렷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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