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2. <어머니의 탄생>

D-29
영아 살해에 대한 보고를 억압하려는 시도가 빚어내는 아이러니 중 하나는 우리가 어머니 행동의 전체 반경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수록 자민족 중심적인 도덕 평가의 근거, 즉 '문명화된' 사람과 '야만적인' 사람을,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을, 그리고 기타 등등을 구분하는 근거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p.468.,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특별한 상황들을 제외하면, 어머니는 영아살해를 저지르는 일에 착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기를 버리는 행동은 한 극단에는 투자의 종결, 그리고 다른 한 극단에는 아기를 어디나 데리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젖을 먹이는 완벽한 헌신이 있는 연속체에 위치하는 한 점인 것이다. 아기를 버리는 행동은 어머니가 투자를 멈추는 기본 양태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p.468.,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기독교 시대에는 거의 대다수가 최소 한 명 이상의 아기를 버렸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졌다. 그는 태어난 아이들의 20~40퍼센트가 유기되었다는 비율을 발견해 버리고 말았다. 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와 비슷한 영장류의 영아 유기비율이 궁금해졌습니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p.470.,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고아원은 양가적 태도의 부모들에게 수유 및 자원 공급의 비용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길 수 있게 해 주는 손쉽고 책임 회피적인 선택지를 제공했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p.475.,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바댕테르는 모성애가 자연 발생적이거나 자동적인 것이 아니라면 비생물학적인 사회적 구성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성애는 특정한 문화적 맥락속에서 생산되는 감정으로 특정 역사적 시공간에 한정된 것이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p.486.,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어머니들의 영아유기의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어머니들의 나이라는 설명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즉, 젊은 어머니들 보다는 나이든 어머니들의 영아유기 비율이 낮다는 것인데, 언뜻 생각하기에 어머니들이 에너지가 많고 힘도 세기 때문에 스스로 양육할 수 있다는 의지가 더 높아서 낮을 것 같을 수도 있는데, 책에서는 나이든 어머니들의 낮은 임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출산 후 일정기간 아기와의 애착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강제적으로 부여했을 때, 영아유기의 비율이 낮아지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모성 본성의 일관성은 역사적 특수성 및 지역생태와 인구 특성의 변덕을 초월한다. 비자연적인 것은 고대 로마, 18세기 프랑스, 20세기 브라질에 사는 어머니의 반응이 아니었다. 사실 비자연적인 것은 아주 젊은 여성들, 혹은 움울한 조건 속에 있는 여성들, 그것도 다른 형태의 출산 통제 수단이 없어 살아갈 가능성이 없는 아기들을 임신해서 낳아야 했던 여성들의 빈도가 이례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497,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저도 12장은 들쳐내어 직시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네요.. 아이를 생존시킬 가능성이 없는 경우 (어리고 사회적 지원이 없는 움울한 조건..) 에 발생. 그리고 유기와 살해는 생물학적으로는 분리할수 없다는 부분.. 생각보다 너무 높았던 르네상스 시대의 고아원 사망율.. 무엇보다 인간 스스로 인정할수 없었기에 광인이 되었어야 할 어머니들. 출산 통제가 어려웠던 이전의 비극이라 말하고 싶지만 여전히 진행중인 일임도 인정해야 하죠.. 미성년 출산과 사회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는 없어지지 않으니까 .. 13장 조금 들어갔는데.. 하...... 만만치 않게 힘들게 읽을 것 같네요. (그래서 도서관에 <섬에 있는 서점> 빌리러 갑니다....)
ㅎㅎ 머리 식힐겸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죠.^^
저자는 서양에서의 영아살해에서만 언급하고 있는데, 동양에도 이와 같은 것이 없지는 않았으라 생각됩니다. 최소한 제가 알고 있는 일본의 '마비키'라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https://namu.wiki/w/%EB%A7%88%EB%B9%84%ED%82%A4
충격적이네요. 하긴 우리나라는 고려장이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집단학살은 항상 있어오지 않았나 싶기도하네요. 저는 요즘 <암컷들>을 읽고 있는데 암컷이 성적으로 방종한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그 이면엔 살아남기위한 외롭고 고독한 진화과정이 있더라구요. 읽을수록 숙연한 연민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12장 그림6을 보니 현재 서울에도 있는 베이비박스랑 똑같네요. (어머니가 아버지를 대동하고 오는 일이 드물다는 것도..) 베이비박스가 아기 유기를 부추긴다 vs 아니다, 아기 살해를 줄인다 등의 논점이 있다고 들었어요. https://news.jtbc.co.kr/article/NB12142404 [인터뷰+] 베이비박스 이종락 목사 "아기 버린 아빠도 양육 의무 강제해야"
그건 정말 양날의 검 같아요. 하지만 단 한 명의 아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베이비 박스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저도 보육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11살 아이가 있는데요(함께한 시간이 어느덧 1년 반이 되어갑니다). 이 친구도 베이비박스로 기관에 들어왔어요. 기관에서는 베이비 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이들을 '지켜진 아이'라고 부른다 했고요. 이 장을 읽으면서는 유독 그 친구가 떠올랐는데요. "15세기 피렌체로부터 전해지는 문서들을 보면 부모가 고아원의 형편이 어렵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갓난아기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약삭빠른 제안을 먼저 내놓았다는 사실 역시 추측할 수 있다."라는 대목에서 씁쓸하기도 했어요. 그 친구랑 만나서 놀 때마다 종종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이 아이의 부모는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사연이 있을까...
갓난아기에 대한 어머니의 헌신(사람의 경우 ‘모성애’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신화도 아니고 문화적 구성물도 아니다. 갓난아기에 대한 인간 어머니의 정서적 헌신은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생태학적, 역사적으로 생겨난 상황에 깊게 영향 받는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성별에 따른 영아 살해에 대해 가장 잘 보고된 대다수의 사례에서는 (가장 적은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자원을 지닌) 엘리트 계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포함된다. 왜 그런 것일까?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7만 칼로리의 열량, 9개월, 17년간의 무료 숙식과 추가 서비스. 물론이다. 여기에는 비용이 따른다. 부모들은 자식에게 투자한 대가를 기대한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499,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심지어 오늘날에도 많은 사회에서는 아들 없는 어머니가 동정과 경멸을 받는다. 아들이 선호되며, 아들을 낳은 아내는 보다 높이 평가받는다. “내가 아들을 낳자마자 시부모님이 더 큰 아파트로 이사시켜 주셨지요.”라고, 염색체 로또에 당첨된 한 한국 여성이 말했다. 그런 도착적인 조건은 어머니의 선호가 남자 가족의 이해관계와 별도라는 사실을 볼 수 없게 만든다.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508,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인용한 문헌을 보니 1997년 자료인가봐요. 제가 1호를 낳았을 2004년, 첫아들을 보았다고 양가 부모님이 크게 기뻐하셨던 것이 기억나네요. 친정은 딸만 넷이라 그럴수 있는데, 아들 4에 딸1인 시가에서는 아들이 넘치고 넘치는데도 다다익선, 아들 보았다고 너무 좋아하셨더라는.. 2호를 2011년에 낳았는데, 산부인과 의사와 면담에서 딸을 원했는데 또 아들이라 실망스럽다는 이야기를 하니, 의사선생님께서 대기실이나 밖에서 그런 이야기 하지 말아라. 여전히 아들을 원하는 엄마들이 엄청 많다고 하시더군요. 지금 2025. 딸 하나만 낳는 집안도 많고 안낳는 가정도 많으니 불과 2-30년 사이에 우리 사회가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건 분명해보이네요
어머니가 여아를 죽이는 것은 개인의 비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와 문화에 의해 선택을 강요받은 때문임.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자신의 생존과 자녀의 생존 모두를 남성의 인정에 의존하며 살아야 하기에, 그런 결정조차 합리적인 생존 전략이 되어버린 것. 여아에 대한 차별은 단순한 가난 때문이 아니라, 제도와 가치관의 문제임. → 딸은 떠나고, 아들은 남는다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이 폭력은 반복될 수밖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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