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됩니다. 제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결혼과 출산, 육아)인데도, 왠지 모르게 와닿는 건 저 또한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살아왔기 때문이겠죠? 특히 명절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떠오릅니다. 할머니댁에 갈 때마다 철저한 제 위치(?)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거든요. 가족분들의 일화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제가 자라온 환경과 많이 다르네요.
저희 집은 아빠가 사남매 중 셋째였는데도, 할머니가 유독 아빠를 예뻐라 하셔서 엄마가 정말 고생하셨어요. 엄마도 결혼 전에는 은행원으로 커리어 쌓으면서 열심히 일하셨는데, 결혼 후에 시어머니(저의 할머니)가 당장 그만두고 애를 보라고 하셔서 직장도 직업도 다 잃고 육아만 하셨죠. 그 과정에서 쌓인 분노가 많으셨고요. 다만 엄마의 쌓인 감정이 하필 (만만한) 저에게 그대로 내던져져서 저도 고생이... (제가 첫째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이 따위가 됐어!'라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근데 참 묘한 건요. 군대에서는 흔히 내리갈굼? 이라고 하나요? 뭐 어쨌든, 엄마는 제가 (여성으로서) 고생하고 차별당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좀 거 가감없이 말하자면 '나도 그렇게 자랐으니까, 너도 그렇게 자라! 왜냐하면 넌 내 딸이니까 그런 대접을 받아도 돼!'라는 느낌으로요. 그래서 엄마를 많이 미워했고, 지금도 사실... 화초가 아닌 잡초처럼 자라서 그런가, 여성 서사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왜 당신이 당한 걸 자녀에게도 강요하는 걸까 싶어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양가감정인 거죠.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2. <어머니의 탄생>
D-29

연해

borumis
아아.. ㅠㅠ 며느리가 늙으면 시어머니 된다더니…;; 당한 대로 더 약한 자에게 분풀이하는 거군요.. 슬프지만 이게 동물의 세계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더라구요

오구오구
저희 엄마도 비슷해요.
남아선호사상이 극심할 70-80년대에 번식기 ㅋㅋ 이셨는데, 딸 둘을 낳고 공무원을 그만두시고 아들 출산이라는 미션에 몰입하셨죠. 시어머니, 형님, 동서등의 압박과 견제 등도 강하게 작용했던거 같습니다. ㅋ
결국 딸 둘을 더 낳고, 실패로 끝났어요. 엄마는 극심한 우울증도 경험하셨군요...
어려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
1) 여자도 직업이 있어야 하고 경제적으로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
2)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다면 결혼 하지 말아라
3) 자식은 낳고 싶으면 하나만 낳아라, 자식 덕보고 사는 시대는 끝났고 사회생활에 걸림돌이다
제가 둘째를 임신했을때 엄청 아쉬워하셨어요. "왜 또 애를 낳냐.. 힘들게.... 그냥 하나만 잘 키우지..... "

borumis
저희 엄만 반대였어요..
제가 여자들이 많이 안 가는 학과에 입학할 때도 너 몸도 약하면서 왜 굳이 힘든 과에 가려고 하냐.. 자긴 직장 다닐 때보다 전업주부 할때가 훨씬 편하고 좋았다..
그리고 나중에 직장 다니면서 여러 번 일 그만둬라.. 남편 그 정도면 잘 벌지 않냐.. 애들한테 엄마가 집에 있는 게 좋다.. (보통 친정엄마가 그러지 않고시어머니들이 그러지 않나요?)
제가 엄마가 말려도 스스로 공부하는 것도 일하는 것도 좋아하고 엄마 말을 지지리도 안 듣는 딸이어서 다행이지요..;; ㅋㅋㅋ

borumis
반면 전업주부인 지금 남편 친구 부인들도 그렇고 저희 형님도 그렇고
애들한테 올인하고 나서 지금 경력단절에 애들은 이미 다 커서 empty nest syndrome 제대로 겪고 있어서
우울증을 심하게 호소하는 주변 여성분들이 많이 걱정입니다..;;
폐경까지 겹쳐서 적극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정도에요;;

오구오구
그래도, 가끔 낮에 백화점에 가보면.... 또 다른 신세계를 보는 듯해요.
아는 선배님께서 건강문제로 일을 그만두시고 무직의 주부, 역할로 돌아가셨는데.. 너무 행복해 하시면서 유방암 아니었으면 이런것 경험못하고 평생 일만하다 죽었을거야.. 그러시더라구요..
그분의 일상은..
느지막히 일어나서 집안 좀 정리하고 커피마시고,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춤 추고..
점심때 백화점에서 (백화점 신봉자에요 ㅎㅎ ) 점심먹고,
오후에 산책하고,
저녁에 드라마보고, 하고 싶은 취미 활동하고 잔다...
요즘은 젊은 아이돌 덕질까지 열정적으로 하시더라구요.. 종종 카톡으로 누구 뽑아라, 링크 보내셔요.. 누군지도 모르는데 ㅋㅋㅋ
다양성이죠~~ 자신이 좋아하고 추구하는 삶을 사는게 제일 인것 같습니다.
버겁게 사는것은 싫어요 ㅠ
글을 쓰다보니,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능력이 있는 암컷과 그렇지 않은 암컷사이에 많은 조건적 차이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주변의 예시들은,,, 그래도 어느정도 안정적인 female 이야기입니다 ㅠ

오구오구
맞아요.
저희 엄마도 10년 전쯤에 그런 말씀하셨어요. 엄마 친구 딸이 서울 주요 병원 의대 교수님이셨는데... 어려서부터 공부를 너무 잘해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삶에 대해 안타까와하시더라구요. 공부를 너무 잘하고 능력이 있으니 남자들과 경쟁해서 좁은문을 뚫고 들어가는데, 여성의 역할과 범위는 그대로라서... 퇴근해서 애들 공부봐주고 육아하는 것이 딸의 몫이더라.. 차라리 공부를 좀 덜 잘했으면 다른 여자들처럼 편하게 살텐데.... 이런이야기 하시더라구요.
(친정엄마의 눈에 비친 딸의 모습이 안타까와서 하신 것 일수도 있고.... )
저에게도 빗대어 우회적으로 하신말씀으로 들렸어요. 너무 애쓰며 살지 말아라. 그러시더라구요...

향팔
남아선호사상 말씀하시니 생각나는 게 있어요. 언젠가부터 남아보다 여아를 선호하는 풍조로 바뀐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아들은 딸에 비해 키우기 힘들고 애교도 없고 결혼할때 돈은 많이 드는데 노후에 기대기도 힘들다, 그런고로 딸이 훨씬 편하고 좋다, 나중에 돌봄노동도 시켜먹을 수 있고? (이게 꼭 요즘 얘기만은 아닌 게, 저희 집안 어른들 경우를 봐도 아버지보다 고모들이 부모를 훨씬 많이 케어했어요, 다방면으로다가)
제 부모님도 뭐 일시키실 게 있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저한테만 전화하시지 절대 오빠한텐 말씀 안하십니다. 며느리도 어렵고 아들도 어렵다네요. 만만한 게 딸이죠. 어렸을 때는 워낙 가난해서 뭐 나눠먹을 것도 없는 와중에도 여자애라고 차별받고 컸는데, 평생 손해만 보는 기분이라 쫌 억울하긴 해요. 그럼에도 뭣 때문인지 착한 딸 컴플렉스를 버리는 데 시간이 꽤나 걸렸답니다.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것 같고요.

오구오구
돌봄노동 시켜먹을 수 있다 ㅋㅋ 빵 터졌어요. 할말 많지만 방언터지듯, 주변과 일상이 모두 공개될 것 같아서 조금 참을게요 ㅎㅎ
저는 아들 2이라 돌봄노동 시켜먹을 딸도 없는데, 테슬라가 저의 미래를 도와줄거라 믿어요.
휴머노이드가 저를 돌봐줄거라 강하게 믿고 있고... 그래서 테슬라 주식을 계속 모으고 있어요 ㅋㅋ 나중에 이 주식을 팔아서 휴머노이드를 들일 예정입니다 ㅎㅎㅎ

stella15
@향팔이 ㅎㅎㅎ 저도 빵터졌습니다! 휴머노이드 꼭 사시길 바랍니다. ㅋㅋ
저는 연례행사로 엄마랑 꼭 한번씩 대판 싸우죠. 엊그제도 대판 싸웠습니다. TV 안 볼 땐 끄라는 말 한마디 잘못했다 사탄 원수 마귀가 돼서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니 이렇게 쪽도 못 쓰는 사탄 원수 마귀가 어딨습니까? ㅎㅎ 작년 이맘 때도 대판 싸우고 아예 집을 나와버렸는데 그 사이 목욕탕에서 다치셔서 거의 한 달 가까이 돌봄노동 제가 다했습니다. 웬만해서 다치고 그럴 양반이 아닌데 엄마도 늙는구나 불쌍하다가도 한편으론 그렇게 성질 난다고 딸자식한테 온갖 패악질을 다 부리더니 은근 꼴 좋다는 마음도 들더군요. 그나마 금방 나서 다행이지만 나면 뭐합니까? 시한폭탄인 걸. 가족은 가급적 같이 살지 말아야 합니다. 최대 양육기간 20년 넘어가면 각자 살고 가끔씩 만나 살아 있는거나 확인시켜주고 그래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관계도 좀 돈독해지고. 그나마 엄니가 아직 건강한 편이고 치매 안 걸린 것 위로삼지만 그게 다가 아니더라구요. 노인 모시고 사는 거 정말 쉽지 않아요. 제가 저의 엄니 나이 땐 휴머노이드 청소기 한 대 값 정도로 싸질까요? ㅋㅋ

오구오구
유튜브 어딘가에서 2035년에 휴머노이드를 3000-5000만원정도로 들일 수 있다고 예측하더군요 ㅎㅎ
동생과 이야기하면서 차 팔아서 휴머노이드 들이자 ㅋㅋ 이야기했어요
사탄 원수 마귀는, 기독교 맥락에서 자주 인용되는 표현인거 같은데요? ㅋㅋㅋ 전광* 분도 종종 이야기하던데 ㅋㅋ 딸한테는.... ㅋㅋ
밀린책 오전 내내 읽고 ㅋㅋ 산책하러 갑니다.. 오늘은 오후에 업무 시작하고 야근하는 날이거든요!!!

stella15
그럼 가능할 수도 있겠네요. 청소기는 좀 그렇고 냉장고 한 대 값 정도로! ㅋ

향팔
앜ㅋㅋ 웃으면 안되는데… 시한폭탄 사탄마귀 스토리 잘 읽었습니다. 고생 많으셨네요. 맞아요.. 따로 사는게 싸움도 덜 하고 속 편하긴 하죠. 저는 엄마랑은 죽어도 같이 못 살거 같아요 하하 어버이날 이런 얘기하는 게 마음에 찔리긴 한데, 전 어버이날이고 명절이고 다 없애고 싶은 사람이라..

stella15
ㅎㅎ 향팔이님 이리 좋아하시다니! 내가 다 좋네요. ㅋㅋㅋㅋ

향팔
아 휴머노이드 좋네요! 저는 노후에 스위스 질소 캡슐에 들어가 생을 마감하는게 꿈이었답니다.. 그때쯤 되면 병증 여부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만 내믄 전부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작고 소중한 꿈을 품어 보았으나.. 최근 소식 들어보니 사용이 금지되었다고 하던데 잘 모르겠네요. 스콧 니어링처럼 때가 되면 스스로 곡기를 끊고 갈 수 있음 좋을 테지만 그런 경지까지는 제가 이를 수 없으니 하하

오구오구
이번 어버이날의 주제는... 죽음이었습니다.
양가 부모님 모두 너희들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하시면서 "잘 죽기만 하면 된다" 라고 하시더라구요
안락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발...

YG
@향팔이 @오구오구 아, 곡기 끊는 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질소 캡슐은 사용 금지된 게 맞고요. 아래 책을 읽으면 약 4,000만 원을 들여서 치매에 걸린 남편을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로 보내는 이야기가 나와요. 또 다른 책은 일본의 사례고요. 마지막 책은 캐나다에서 조력 사망을 돕는 의사로 활동하는 저자의 경험을 담은 책입니다. (저는 50대, 60대가 되면 조력 자살 합법화 + 복잡한 절차를 대행해 주는 스타트업을 한 번 해볼까,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이 주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랑을 담아사랑하는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스스로 삶을 떠나길 선택한다면, 그 선택을 지지할 수 있을까? 소설가 에이미 블룸의 에세이 『사랑을 담아』는 바로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한 아내의 가슴 절절한 상실의 기록이자 가장 애틋한 러브스토리다.

11월 28일, 조력자살 - 나는 안락사를 선택합니다일본 저널리스트 미야시타 요이치가 안락사에 대해 취재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고지마 미나의 이야기는 NHK에서 [그녀는 안락사를 선택했다]라는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큰 화제가 되었고, 책 또한 아마존 재팬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2016년 캐나다 최초로 조력 사망이 실행되던 해, 그 최전선에 있던 스테파니 그린 박사가 쓴 『나는 죽음을 돕는 의사입니다』는 의료조력 사망MAiD의 근접 관찰 보고서로서, 특별한 죽음의 현장을 생생히 전한다.
책장 바로가기

향팔
오오 책들 다 읽어봐야겠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조력 자살을 선택하고 스위스로 떠난 사람들이 있다고,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어떤 작가 모녀의 이야기도 본 것 같습니다. 필요한 서류 준비가 너무너무 어렵고 복잡하다고 하더라고요. @YG 님 대행 스타트업 하시면 이용자 명단에 저도 이름을 올리겠어요.

오구오구
벽돌은 아니어도 함께 읽기 해주세요 ~
2-3권 읽어서 벽돌책처럼 ㅋㅋ

YG
@오구오구 세 책이 조금 밀도의 편차가 있어서. 나중에 벽돌 책 읽기 번외 편으로 세 책을 잇따라 읽는 모임을 한 번 만들어봐야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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