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할머니시계가설 문맥이 어려워서 도서관에 간김에 저자의 다른 책 <어머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좀 찾아봤어요. (이 책에서는 할머니시계가설은 없어요.. 펼쳐본데 중에서는;;) 저도 요 정도만 이해하고 넘어갈라구요
인간의 긴수명/긴유년기/큰두뇌가 공진화 하기 위해서는 “협동번식”이 선행조건이다.
250만년전 호모 하빌라스 중 일부가 더 커진 몸(특히 여성)과 뇌를 가진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한 요인중 하나가 협동번식이다. 기후변화로 과일 대신 다른 주식이 필요했고, 구근류로 대체되어진 증거 나열...
이러한 구근류 채집은 완경 후 수명이 길어지는 선택압이 되었다.
구근류는 땅 밑에 많지만, 찾기가 매우 어렵다. 나이든 여성들은 이 일에 달인급이다.
그 시대에 영양상태는 이런 민속식물학적 지식이 매우 중요했는데, 경험많은 채집자는 이타성을 발휘하고 자손의 생존율을 높였다
(나이든 여성은 살기 위해서라도 근면해야 했다는 점도..언급)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2. <어머니의 탄생>
D-29
aida

YG
@롱기누스 @aida 님, 이런 설명도 참고하세요. 요즘 저는 제미나이(구글 AI)를 거의 비서처럼 부려먹고 있어요. 제가 정리해 보려다가 제미나이에게 몇 가지 사전 정보를 주고 정리해 보라고 했더니 이렇게 그럴듯하게 알려줬어요.
확장된 할머니 가설: 할머니 시계와 인간의 긴 아동기
말씀해주신 대로, 새라 블래퍼 허디(Sarah Blaffer Hrdy)의 저서 <어머니의 탄생 (Mothers and Others: The Evolutionary Origins of Mutual Understanding)>에서 언급되는 관점은 기존의 '할머니 가설'을 확장하여, 여성의 폐경 후 긴 생존뿐만 아니라 인간의 긴 아동기, 즉 성숙 지연 현상까지도 통합적인 신진대사 조절의 결과로 설명합니다. 이를 '할머니 시계 (Grandmother Clock)'라는 은유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할머니 시계 가설:
기본적인 할머니 가설은 폐경 후 여성이 자신의 딸과 손주를 도움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린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에 더해, 새라 블래퍼 허디는 이러한 할머니의 존재와 협력 양육(cooperative breeding) 환경이 인간의 발달 속도 자체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합니다.
긴 아동기의 진화적 배경:
인간의 뇌는 매우 크고 복잡하며, 이는 성장과 발달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어머니 혼자서는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자녀를 양육하고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할머니를 비롯한 다른 가족 구성원(alloparents, 대행 부모)의 도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들이 음식과 보호를 제공함으로써 어머니는 더 많은 자녀를 낳고 기를 수 있게 됩니다.
신진대사 조절과 발달 속도 ('할머니 시계'):
할머니의 지원과 안정적인 자원 공급이 가능한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서둘러 성장할 필요성이 줄어듭니다. 오히려 천천히 성장하며 더 크고 복잡한 뇌를 발달시키고, 사회적 학습과 기술 습득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을 것입니다.
즉, '할머니 시계'는 단순히 할머니의 수명을 넘어, 할머니의 존재가 가능하게 한 협력 양육 환경이 인간의 신진대사 조절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전체적인 생애사의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관점입니다.
이는 아이들이 더 오랜 기간 부모와 사회로부터 보호받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도록 '생체 시계'가 늦춰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통합적 관점:
따라서 여성의 긴 폐경 후 수명, 인간의 긴 아동기, 느린 성장 속도, 큰 뇌 등은 서로 분리된 현상이 아니라, 협력 양육이라는 틀 안에서 함께 진화해 온 통합적인 적응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할머니의 존재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롱기누스
@YG 역시... 우리나라 대표 과학전문기자님!!. 덕분에 조금은 애매하던 할머니 가설과 할머니 시계 가설이 정리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이래서 벽돌책 모임을 떠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개떡같이 의견을 올리더라도 찰떡 같이 잘 정리해주시니..^^.

향팔
와, 깔끔한 설명!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오구오구
11장에 할머니 이야기는 "암컷들"에서도 재밌게 읽어던 부분이라 술술 읽히네요

오구오구
453페이지의 적응도 노다지는... 원문의 어떤 표현을 노다지라고 번역한 것일까요.

YG
@오구오구 님, 그 단락 원문은 아래와 같아요.
Paleontologists have long had reason to suspect some change in hominid economies about 500,000 to 1.7 million years ago that either made more food available or somehow lessened the risk of starvation during recurring famines. Without such an improvement, it becomes difficult to explain the evolution of larger body size among Homo erectus females. There may have been technological innovations that made food more available—gathering and hunting techniques as well as fire for cooking have all gested. The possibility I prefer, however, is that the change derived from the kind of "fitness bonanza" (Hawkes 's phrase) postreproductive gatherers provided to kin.
고생물학자들은 약 50만 년에서 170만 년 전 사이의 어느 시점에 초기 인류(호미니드)의 경제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오랫동안 추정해 왔다. 이 변화는 식량을 더 풍부하게 만들었거나, 반복되는 기근 동안 기아의 위험을 어떤 식으로든 줄였을 것이다. 이러한 개선이 없었다면 호모 에렉투스 여성의 몸집이 더 커지는 진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식량을 더 쉽게 구할 수 있게 만든 기술적 혁신들, 즉 채집 및 사냥 기술, 요리를 위한 불의 사용 등이 제시되어 왔다. 하지만 내가 선호하는 가능성은, 그 변화가 생식 연령(번식기)이 지난 채집자가 친족에게 제공했던 일종의 "적합도 대박(fitness bonanza)"(호크스(Hawkes)의 표현을 따르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오구오구
노다지 보다 대박이라는 번역이 더 좋겠네요 ㅎㅎ @YG 님 번역이 더 좋은듯해요 ㅎ
긴 문장 올려주시고 번역까지 해주셔서 감사해요!

오구오구
12장 초반에 비극적 형태의 영아살해가 나오는데, 낙태는 영아살해로 볼수 없는 걸까요.
토니모리슨의 빌러비드 이야기도 나오는데, 영아 살해를 할 수 없는 맥락에 놓여져 있는 여성들의 고통 혹은 트라우마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아요. 낙태를 했던 아는 분께서는 좋지 않은 일이 생길때마다 낙태에 대한 죄책감을 이야기하시더라구요 ,자기가 벌 받는 거라고...

향팔
12장을 아직 못 읽었지만.. 일 정 기간 미만(기간의 기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겠지요. 14주라든가, 24주라든가)의 임신 중지에 관해서는 여성의 선택권을 전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으니.. 지인께서 종교적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임신 기간이 얼마 안된 상태에서의 중절은 영아 살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향팔
9장 초입의 알 품는 수탉과 대부 고릴라, 세 남자와 아기바구니 이야기를 보니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봤던 육아냥 바비가 생각납니다. 제가 수컷냥들과 같이 살다보니 더 기억에 남았어요! 수컷 고양이가 육아를 하는 게 일반적인 일은 결코 아니고, 바비는 영장류도 아니지만 책에 나온 수컷 영장류의 보살핌 제공 조건에 거의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하하 그냥 재미삼아..
1. 아기와 오래전부터 익숙한 사이인 경우
2. 마침 근처에 있는 아기가 절박하게 구호를 요청하는 경우 (어미묘가 바비네 집에다 아기들을 낳아놓고 자주 자리를 비움)
3. 수컷이 어미와 관계가 있을 경우 (바비는 어미묘의 가까운 남사친..아니 남냥친이니까)
+ 바비가 중성화수술을 받은 고양이라는 사실도 영향이 있을 듯합니다. 다윈이 본 거세된 수탉이 알을 품은 것처럼..
https://youtu.be/Gr40a6MVv1Q?si=jt4N2mflpCwt6Men

향팔
“ 수컷에게는 자신의 아이임 이 거의 확실한 자손에게 독점적이고 소모적인 보살핌을 제공하는 것보다 섬광이 번쩍하는 식의 보살핌이 더 흔하다. 갑자기 나타나 영웅처럼 행동하고 사라지는 로빈 후드 방식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아빠’와 아이들을 내팽개치는 ‘놈팡이’ 사이에는 때에 따라서 아버지가 되는 사람들과 ‘일시적인 영웅’들로 채워진 넓은 중간 지대가 있다. ”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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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아 이 문장 읽는데 왜케 웃음이 나올까요 ㅎㅎ
aida
"1만년 쯤 되었을 것 같다. 부를 보고 결혼하는 것은 가부장적 사회 또는 권력을 쥔 남성(또는 남성가계)이 여성이 아이를 기르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독점하는 데서 비롯된 인공물이다. ..
..
하지만, 이혼수당이 없던 수집자들에게 남편의 신뢰도는 고려해볼만한 특질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여러 '아버지'를 마련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는 인구학적, 생태적 조건은 새로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도시에 거주하는 어머니들이 내리는 일상적 결정 배후에 있는 감정의 미적분학은 매우 오래된 것이다."
"이 우울한 광경, 어머니와 아이들의 이해관계가 부계의 목표에 종속된 세계를 둘러보고 나면 이론적 층위에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이 생겨난다. 어떻게 호모 사피엔스 같은종이 진화할 수 있었을까? 번식적으로 착취당할 위험이 분명한 암컷이 어떻게 해서 그토록 큰 두뇌와 연약한 신체, 느린 성장 속도를 갖는 자손을 낳을 수 있도록 선택된 것일까?
.. 왜 침팬지와 마찬가지로 자족적인 여성이 선택되지 않았을까? … 호모속의 초기 대표자들은 협동적으로 번식했다.."
10장은 최적의 아버지수가 2명이라는 흥미로운 출발에서 가부장제의 우울한 광경으로 끝이 났네요..
사피엔스 남성이 인지혁명으로 가장먼저 한 것은 부성 확신을 위해 신화를 만드는데 집중했구나. 싶었구요.
팔팔할때는 분노 폭발 많이 했는데.. 이제 아버지를 머리로는 이해 할수 있지만, 가슴으로는 여전히 이해해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향팔
“ 호크스의 “과시” 가설(show-off hypothesis)에 따르면 사냥꾼들이 극대화하고 있던 것은 단백질이 아니라 명성이었다. 다른 남자들도 그를 존경하겠지만, 그의 용감함에 감탄하고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료된 여성들이 성적 호의를 베풀지도 몰랐다. 수컷이 사냥하는 영장류에서 전형적인, 유서 깊은 행위를 통해 사냥꾼들이 섹스와 음식을 교환할 때 부모 노력(parental effort)처럼 보였던 것은 오히려 번식 노력(reproductive effort)에 가까웠던 것이다. ”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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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모성애는 특정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생산되는 감정으로 특정 역사적 시공간에 한정된 것이다. 바댕 테르가 어머니가 아기를 본능적으로 사랑한다는 '신화'에 대해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 책에서는 갓난아기를 버리거나 유모에게 보낸 대다수 어머니들은 빈곤했지만 또 다른 많은 어머니들은 '부르주아'였고, 자신의 재량에 따라 아기를 버렸다는 사실이 강조되었다. ”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486,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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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일하는 어머니에게서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아직 번식할 때를 맞지 못한 대행 부모다. 번식하기 전의 사람은 신체적으로 미성숙하거나 완전히 '보금자리를 떠나거나', 자신의 일터와 '보금자리 지을 곳', 일자리, 짝, 영토 따위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것들을 찾으려 준비하는 중이기 때문에 불안정하고 그만큼의 위험 부담도 따른다. 그런 면에서 보면, 10대들은 부지런하고 능숙하고 유용하다기보다는 그저 동원하기 쉬운 존재일 수 있다. ”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p.431,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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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이 부분 읽으며 자식을 10명 키웠던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양육은 10대 소녀들에게 맡겼을거 같아요.
아빠는 큰고모 둘째 고모를 엄마처럼 여겼는데, 어려서 자기를 키워주신 분이 고모들이라고 하셨거든요

연해
저도 아빠와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특히 엄마의 경우 막내 이모와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 편인데요(막내 이모 자녀들과 제 나이차도 20살 넘게 납니다). 지금과는 사뭇 다른데, 아마 당시에는 익숙한 풍경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오구오구
“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에서 어머니가 아기를 버리는 일은 거의 확실히 최초 72시간 내에 벌어진다. 이는 린 페어뱅크스의 '10대' 버빗원숭이 어미나, 적절한 대행 부모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과도한 번식력을 갖게 된 사육 타마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머니가 출산 이후 애착을 맺게 되는 결정적 시기가 존재한다는 뜻일 필요는 없다. 이 사실은 그보다 이 시기 동안 어머니와 갓난아기가 육체적으로 밀착하게 되면, 어머니에게는 아기를 버리는 것을 견딜 수 없게 되는 감정이 생겨난다는 것을 암시한다. ”
『어머니의 탄생 -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 497, 세라 블래퍼 허디 지음, 황희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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