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찐팬으로

D-29
김영민의 조크에 빠지고 싶다. 이 어두운 세상에서 그마저 없다면 너무 우울할 것 같다.
무릇 욕망은 충족되기 전이 가장 강하고, 충족된 이후가 가장 약하다.
위선이란 악이 미덕에게 바치는 경의다. - 라 로슈푸코
국가이성에 기반한 쿠테타는 자기 스스로에게서 정당성을 찾는다. 나는 나니까, 내 말을 따라라! 이것이 합법이기에 받아들이라는 것도 아니고, 신의 뜻이기에 받아들이라는 것도 아니고, 양심을 따르는 길이기에 따르라는 것도 아니다. 나는 나이므로 너희들은 나를 받아들여라! 따지지 마라! 따지면, 그 어떤 것도 정당하지 않으므로 이런식의 논리라면, 쿠테타는 종교이다. 교주가 주최하는 부흥회다. 내가 교주고 내가 법이다. 내 말을 따라라. 쿠테타는 합법 불법을 논하지 않고, 법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미셀 푸코가 말했다고? 난 잘 모르겠다. 그건 법을 뛰어 넘는 순간 그것은 불법이 되지 않을까? 합법과 불법 그 둘을 초월하는 무엇은 없다.
왜 이토록 잔인해지는가. 그들은 누군가 존엄을 지키는 모습을 참지 못한다. 그들의 존엄을 통해 자신의 비열함이 드러나게 되니까.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어떤 특정한 경험이나 편견으로 인해 인간을 일방적으로 찬양하거나 증오하기는 쉽다. 그러나 모순으로 가득 찬 그 존재의 전모를 끌어안기는 쉽지 않다. 인간이란 저열하기도 하고 고귀하기도 한 존재, 아니 저열해질 수도 있고 고귀해질 수도 있는 존재. 그러니 물을 수 밖에...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개인의 사랑이든 정치적 사랑이든, 낭만적 순간들은 전체의 극히 일부다. 인생과 역사의 대부분은 그렇고 그런 일상이 채운다. 재미없는 비(非)혁명적 시간과 마주해야 한다. 그 일상의 나날에는 가슴을 뛰게 하는 드라마가 없으므로, 그 체험은 멋지게 작품화하기 어렵다.
2016년 촛불 시위는 정말 '혁명'이었을까? 그것이 정말 혁명이었다면, 촛불혁명이 약속한 세상은 정녕 도래했을까? 혁명은 일어났으나 혁명이 약속한 세상이 오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친다. 혁명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혁명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를 모르기에, 사람들은 그렇게 외칠 뿐이라고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는 말한 적이 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야반도주하여 결혼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주체적 개인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완고한 집안의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했다고 해서 자리가 꼭 주체적인 개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야반도주라는 혁명적 사태를 치러냈지만, 알고 보면 의탁 대상을 아버지에서 남편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사랑이란 말로 치장했을 뿐, 결혼은 결국 또 다른 타자에의 의존이었던 것으로 판명된다. 바로 그 의존성 때문에 결혼 생활도 위기에 처한다. - 해탄적일천 영화
한국은 과로에 젖은 사회다. 정도 이상으로 과로하다 보니, 심신 양면으로 보양식을 찾게 된다. 마음의 보양식을 찾아, 어려운 인생에 쉬운 답을 주는 소위 사회적 맨토의 강연장에 간다. 육체의 보양식을 찾아, 고성능 영양제를 찾고 동네 건강원을 방문한다. 축적된 끝에 마침내 찾아오는 은은한 활력을 기다릴 여유는 대개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없다. 꾸준한 마음의 잔근육 단련을 통해 정교한 생각의 힘을 얻을 여유는 상당수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없다. 바쁘고 지친 사람들은 몇 번의 인문학 강연과 몇 번의 보약으로 심신의 건강을 쟁취해야만 한다. 스트레스로 정신의 방광이 터져나가는 상황에서 한입 베어 물면, 좁아터진 방광을 떠나는 오줌처럼 스트레스가 배출되고, 또 한 주를 살아갈 정력이 샘솟게 되는 보양식을 먹어야만 한다. 한국에 깔려 있는 수많은 자칭 맨토의 강연과 건강원과 개소주집은 후다닥 진행된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닮았다.
요즘 나는 '필수적인 정보는 주지 않으면서 확실한 선택을 강요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자유란, 혼자 있음으로 말미암아 감당해야 될 불안과 공포를 대가로 하여 비로소 얻어진 권리 - 김윤식 이제 더 이상 군부독재와 같은 절대다수가 합의하는 명징한 악은 없다. 그 악에 저항하는 것만으로 자유가 되는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 너는 혼자다. 자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대학은 완전히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학은 진리를 추구하기에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길을 잃었기에 자유로울 것이다. 거기에 입학한 신입생들도 자유로울 것이다. 지나치게 자유로울 것이다. 비문과 비약으로 가득 찬 주장을 해도 고쳐주는 사람이 드물기에 자유로울 것이다. 학점만 잘 주는 수업을 쇼핑할 수 있기에 자유로울 것이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는 생각이 들거든 플랭크를 하라. 시간이 실연한 거북이보다도 늦게 갈 것이다.
거짓말쟁이는 진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면서 남을 호도하는 것이 거짓말쟁이다. 이데올로기에 빠진 자, 혹은 사이비 종교인은 다르다. 그들은 남들 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속여야 한다. 자기가 먼저 속아야 자신감을 가지고 남들을 속일 수 있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내가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소리는 진실을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실 여부에는 상관없다. 그냥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그냥 뇌까리는 것을 개소리라고 할 수 있다. 거짓말쟁이와 사이비종교인의 차이. 거짓말과 개소리의 차이는 이렇게 구분할 수 있다.
요즘 정기구독 서비스는 80년대 조직의 특성을 그대로 보인다. 가입하기는 쉬운데, 탈퇴하기가 어렵다. 아 정말... 탈퇴 의지를 시험하려는 듯, 꽁꽁 숨겨 놓은 탈퇴 버튼은 그야말로 보물찾기를 하는 인내심과 끈기를 가져야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탈퇴버튼을 누르더라도 꼭 다시 묻는다. 정말이냐고. 그래 이걸 하기 위해 내가 인터넷 검색까지 하면서 버린 30분의 시간이 아무 의미 없이 버린 시간은 아니라고... 사회학자 욘 엘스터는 어떤 행동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욕망, 기회, 능력이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가 구독을 취소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 위해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욕망, 기회, 능력 중 기회 밖에 없다. 소비자의 욕망이나 능력을 기업이 조절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구독취소 버튼을 만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복잡한 탈퇴경로를 헤매이다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 자문하기 시작한다. '과연 이런 시간을 들여 탈퇴하는 것이 맞는가?' 이러한 생각에 탈퇴를 미루고 청구서는 연장된다. 인생이란 서비스는 어떠한가? 인생이란 서비스는 나의 욕망과는 상관없이 받아들여졌다. 순전히 부모의 욕망으로 시작된 서비스에서 그것을 계속하려면 기회와 능력이 필요하다. 운좋게 기회와 능력이 충분하다면 서비스를 즐기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회와 능력이 여의치 않다면 인생이란 서비스만큼 힘든 것이 없다. 이 행위를 지속해야하는지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국가는 개인이 자살이란 행동을 쉽게 할 수 없도록 욕망, 기회, 능력을 최대한 줄이고 없앨 수 있도록 하려고 할 것이다. 개인이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으며, 세금을 내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개인이 있어야 국가도 유지되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욕망, 기회, 능력이 필요하다. - 욘 엘스터 For an action to occur, desire, opportunity, and ability are needed.
삶은 오마카세인가? 주는 대로 받아먹어야만 하는가? 난 이번 생이 처음인데. 단골도 아닌 나에게 왜 주는 대로 먹으라는 건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삶이 나에게 주는 것은 대부분 맛이 없다. 세상이 날 제대로 알리 없는데, 왜 멋대로 주느냐 말이다. 인생의 오마카세는 싫다.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포기하는 삶이 많아진다면, 그것은 잘 못 살고 있는 것이다.
잘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좌절될 때는 분발하려는 마음이 생기지만, 잘나보이려는 욕망이 좌절되면, 토라지는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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